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기습 전법(1)
시작 지점이 썩 좋지 않았다.
이신은 12시.
나폴레옹은 3시.
오자서는 7시.
‘셋 다 뿔뿔이 흩어졌군.’
나폴레옹이 탄식했다.
‘적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정찰을 서두르죠.’
‘알았다.’
“맡겨두게.”
세 사람은 정찰을 개시했다.
이신의 예상대로 알렉산드로스 측도 흩어져 있었다.
이신의 바로 옆인 11시에 오크.
나폴레옹의 바로 아래인 5시에 역시나 오크.
오자서의 바로 위인 9시에 알렉산드로스의 마물.
이신은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위치가 너무 좋지 않았다.
‘각자 적을 하나씩 잡고 일대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력을 최대한 빨리 준비하십시오.’
‘그렇겠군.’
‘오자서님도 헬하운드를 최대한 빨리 소환해서 바로 위에 있는 알렉산드로스를 견제해야 합니다. 알렉산드로스가 인접한 11시 오크와 연계해서 협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알겠네.’
일대일로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붙으면, 오크는 휴먼보다 월등히 강하다.
이걸 활용해 일찌감치 오크 전사를 투입, 이쪽의 휴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거나 끝장낼 의중을 품고 있을 터였다.
그 점을 우려해 이신은 승부의 타이밍을 일찍 잡았다.
위치상 장기전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중반보다는 초반에 난전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 나았다.
‘중반은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이 나오는 때니까.’
정찰을 보낸 콜럼버스는 바로 옆인 11시 오크의 본진을 계속 살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게 뭐지?’
이신은 당혹감을 느꼈다.
11시 오크의 본진에 오크 노예가 5명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테크 트리를 빨리 올린 것도 아니었다.
오크의 본진은 어떤 건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을 외부에 지었나?’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오크 노예를 6명까지 두고 그중 하나는 정찰 보냈다 치면, 지금쯤 채집했을 마력량은 대략 200에서 250사이.
시간상 이미 첫 건물을 절반쯤 지어야 하는 시기였다.
‘전장 중앙을 살펴주십시오.’
‘알겠네.’
이신은 전장 중앙에 병력을 소환하는 건물을 짓고서 깜짝 기습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장 중앙은 적이 어디에 있든 가장 가깝기 때문에 병력을 소환해서 공격에 투입하는 동선이 단축된다.
e스포츠의 치즈 러시에 주로 통용되는 수법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적이 출현했습니다.]이신의 본진 안에 오크 노예 1마리가 들어왔다.
‘정찰인 모양이군.’
이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신은 현재 병영을 건설하고 있었다. 절반쯤 완공된 상태.
설사 오크 노예에 조아생 뮈라나 항우가 빙의해서 분탕질을 치려해도, 병영이 완공되고 궁병이 소환될 때까지만 시간을 벌면 막을 수 있었다.
더 쉬운 방법으로는, 오자서가 헬하운드를 1마리만 보내줘도 해결되는 문제.
그리고 오크 노예의 행동은 이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사도 테무흐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항우님께서 사도 테무흐의 육체에 빙의됩니다.]오크 노예를 정찰 보낸 11시 오크의 정체는 항우였다.
항우가 오크 노예에 빙의하자, 이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자서님, 헬하운드가 소환 완료되는 대로 1마리만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알겠네.’
그리고 이신도 콜럼버스를 본진으로 불러들였다.
별 피해 없이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크 노예는 무기와 방어구를 모두 부여했는지 작은 단도와 가죽 갑옷을 입고 있어서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진짜는 곧이어 나타날 오크 전사겠지.’
오크 노예를 거의 소환하지 않고 마력을 모은 항우.
분명 어딘가에 건물을 숨겨 짓고서 오크 전사를 소환 중일 터.
오크 노예에 빙의한 항우는 오크 전사가 당도할 때까지 분탕질을 치면서 이신이 방비를 못하게 훼방 놓을 속셈이리라.
…이신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파아앗!
[계약자 항우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채집한 마력 중 200이 소모됩니다.] [계약자 항우님의 패밀리어 오추마(烏?馬)가 소환되었습니다.]‘뭐?!’
이신은 깜짝 놀랐다.
거대한 몸집의 하얀 백마가 소환되었다.
오크 노예에 빙의한 항우가 소환된 오추마에 올라탔다.
“흐흐,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이건 몰랐을 것이다.”
의기양양한 항우.
오크 노예가 삽시간에 기병이 되었다.
무기는 고작 작은 단도(短刀)이지만, 그걸 든 사람이 항우라면 그 위험성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이거였나!’
숨겨 지은 건물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항우는 자신의 고유 능력인 패밀리어 소환을 하기 위하여 오크 노예도 소환을 제한하고 200마력을 모은 것이다.
“이랴!”
항우가 달렸다.
오추마가 질주했다. 첫 타깃은 병영을 건설 중인 노예.
이신은 미리 노예 하나를 더 병영으로 보냈다.
그리고 항우가 공격하기 전에 병영을 짓던 노예를 대피시켰다.
항우가 그 노예를 쫓는 틈에, 보내놓은 다른 노예가 병영 건설을 이어서 했다.
촤아악!
“크악!”
허겁지겁 달아난 노예가 결국 항우가 휘두른 단도에 목이 베어 즉사했다.
좀 더 시간을 끌어주길 바랐지만 항우의 솜씨가 워낙에 정확했다.
또다시 병영을 건설 중인 노예를 향해 달려드는 항우.
그때마다 이신은 공격받는 노예를 도망치게 하고, 다른 노예를 또 투입해 병영을 계속 이어 짓게 했다.
어떻게든 병영 완성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침착하게 대응한 것.
항우에게 쫓기는 노예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최대한 오래 시간을 끌어라.’
“예, 계약자님!”
노예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
상체를 숙인 채 양팔로 급소인 목을 감싸며 달아났다. 한 방에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꽤 경험이 많은 듯, 항우가 가까이 접근한 순간 방향을 돌렸다. 말을 타고 있으면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는 걸 이용한 것.
하지만 항우는 항우였다.
“어딜!”
노예가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려 벗어나려 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에서 뛰려내려 노예를 덮쳤다!
콰직!
한데 엉켜 뒹굴면서도 단도로 가슴을 찔러 마무리!
“크으으으!”
노예는 악을 쓰고 항우를 붙잡고 늘어지려 했다.
항우는 노예를 걷어차 뿌리치고는 다시 오추마에 올라탔다.
다행히 시간을 많이 번 덕에 병영은 완공됐다.
항우는 쉬지 않았다.
노예를 2명이나 죽였지만, 손실로 따지면 무리하게 200마력을 모아 고유 능력을 쓴 항우가 더 큰 상황.
만회하려면 더 큰 피해를 입혀야 했다.
항우는 마력석 채집장으로 달려들었다.
‘전원 대피.’
이신은 일하던 노예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더 노예의 피해를 받지 않으면 이쪽이 유리했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아도, 이신은 항우와 비교하여 손익분기를 따져가며 대응하고 있었다.
노예만 최대한 살린 채 막아내면, 오히려 테크 트리가 올라간 상황이나 마력 공급량이나 좋은 쪽은 자신이란 걸 이신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을 겪는 건 이신뿐만이 아니었다.
이신을 돕기 위해 헬하운드를 소환하자마자 급파한 오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헬하운드와 맞닥뜨렸다.
‘이런, 방해받고 있어서 도울 수 없을 것 같네.’
오자서의 말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알렉산드로스와 일대일에 집중하십시오.’
나폴레옹도 마찬가지로 오크 노예에 빙의한 조아생 뮈라의 급습을 받았다.
다행히 조아생 뮈라는 항우처럼 오추마를 소환하거나 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신처럼 난감하지는 않았다.
나폴레옹은 그럭저럭 원활하게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쪽은 막아냈다.’
‘추가로 오크 전사가 올지 모릅니다.’
‘알고 있다. 잘 대비할 테니 문제없어.’
그나마 나폴레옹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난장판!
여섯 계약자가 한데 어울러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편, 항우를 피해 달아난 이신의 노예들은 병영을 에워싼 채 대형을 짰다.
병영에서 궁병이 소환되자, 노예와 궁병이 합세하여서 오추마를 타고 날뛰는 항우에 대항했다.
슈칵!
“크악!”
항우는 비호처럼 덤벼들어 노예 한 명을 더 사살했다.
그리고는 궁병이 쏘는 화살을 피해 계속 움직였다.
계속 이신의 노예들이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속셈이었다.
마력석 채집이 못하는 동안 이신의 손실은 누적되고 있었다.
때마침 콜럼버스가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블링크를 써서 단숨에 항우에게 접근.
마비침을 3발이나 연사하여서 그중 1발을 항우에게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항우의 움직임이 잠시 멎은 틈을 타 궁병과 노예들이 일제히 공격했다.
“쉽게 죽을까보냐!”
포위당하는 바람에 더 도망칠 틈이 없어진 항우였지만, 오추마와 함께 길길이 날뛰며 격렬히 저항했다.
간신히 처치했을 땐, 이신도 노예를 2명이나 더 잃은 뒤였다.
지금까지 마력을 캐지 못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신의 피해도 상당했다.
‘그래도 항우와 비교하면 얼추 잘 막아내긴 했다.’
이제 한숨 돌렸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그런데…….
“안녕하신가, 친구!”
쾌활하게 인사하며 이신의 본진에 나타난 오크 전사.
말투는 조아생 뮈라였다.
‘당했군.’
나폴레옹은 조아생 뮈라의 오크 노예 급습을 한차례 막고는 이어서 올 오크 전사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아생 뮈라의 오크 전사는 나폴레옹이 아닌 이신에게 왔다.
‘기어코 날 끝장내겠다는 뜻인가.’
두 번째 대결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을 빤히 보던 알렉산드로스의 눈빛이 떠올랐다.
오크 전사는 오크 노예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강력했다.
심지어 조아생 뮈라가 빙의되어 있다면, 이신은 더 큰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조아생 뮈라가 이쪽에 왔습니다.’
‘나도 봤다.’
‘아무래도 제 피해가 커질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적에게 보복을 해야 합니다.’
‘내가 조아생 뮈라를 치겠다.’
사실 너무 무리해서 약해진 항우를 끝장내는 게 가장 좋았다.
하지만 항우의 위치는 11시로, 3시에 있는 나폴레옹과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조아생 뮈라를 치기로 한 것이다.
판단을 내리자마자 나폴레옹은 궁병 2명과 노예 4명을 이끌고 5시에 있는 조아생 뮈라의 진영을 향해 진격했다.
조아생 뮈라는 오크 노예를 총동원해 본진 출입구를 막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무리해서 그걸 뚫을 생각이 없었다.
나폴레옹의 판단은 봉쇄.
궁병 둘이서 계속 화살을 쏘며 피해를 입힌다.
그러면서 노예 하나가 그 자리에 화살탑을 건설했다.
화살탑이 완성되고 궁병 2명이 들어가자 조아생 뮈라는 본진 밖으로 나올 수 없어졌다.
그 순간,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200마력을 소모합니다.] [봉쇄시킨 적의 공격력을 10% 약화시킵니다.] [봉쇄시킨 적에 대한 공격이 10% 상승합니다.] [봉쇄가 풀릴 때까지 효과가 지속됩니다.]나폴레옹의 어마어마한 고유 능력이 발휘되었다.
지금 타이밍에 200마력을 쓴 것은 상당한 투자였지만,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제 뮈라는 걱정 없다.’
도합 20%의 효과.
조아생 뮈라가 저 봉쇄를 뚫으려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였다.
두 번째 대결.
싸움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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