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우승 후보들(3)
“마이클 조셉이 한 방 먹었는데.”
-많이 과신했죠. 3판 2선인데 첫 세트에서 생 더블은 지나쳤어요.
박영호와 최영준이 한마디씩 했다.
다전제에서 1세트는 매우 중요했다.
하물며 5판 3선도 아니고 3판 2선이었다.
시작부터 과감한 생 더블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시도였을지는 몰라도, 상대를 너무 얕보기도 했다.
-와, 근데 4년 전 이신 형하고 했던 경기랑 똑같았어요. 그때도 신이 형이 생 더블을 했고, 저 사람은 바퀴랑 일벌레를 총동원해서 공격했거든요.
“그때 형이 졌나?”
-신이 형이 이겼죠. 그때부터 카이저한테 치즈 러시 하지 말라는 말이 생겼잖아요.
사실 유명한 장면이었다.
바퀴와 일벌레가 함께 밀고 들어왔는데, 건설로봇들이 엄청난 블로킹을 시전하며 엄청난 난전을 펼쳤다.
때리고 피하고 서로 고치고…….
계속 추가 생산된 바퀴가 합류해서 매섭게 공세를 펼쳤지만, 이신은 끝끝내 막아냈다.
정찰 떠나보냈던 건설로봇으로 상대 본진에서 일하던 몇 안 되는 일벌레를 괴롭혀 자원 공급을 방해한 게 주효했다.
그 방해 덕에 추가 바퀴 생산이 늦어져서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혈전을 치르면서도 당시 이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는군. 그때보다 컨트롤이 는 것 같은데.”
“그래?”
“그냥 운 좋아서 그랑프리에 올라온 건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안드레이 이바노프는 세계 톱을 노리는 마이클 조셉을 상대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일으켰다.
이어지는 2세트.
마이클 조셉은 이번에는 안정적인 1병영 더블 빌드를 썼다.
병영 하나를 짓고 나서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니, 생 더블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보편적인 빌드 오더였다.
하지만 마이클 조셉은 병영에서 보병을 1명도 생산하지 않고, 곧바로 확장 기지부터 가져가는 배짱을 보였다.
“와, 보병 하나 안 뽑고 바로 앞마당이냐. 요즘 인류들 진짜 뻔뻔하다.”
박영호가 기가 차서 투덜거렸다.
-째는 플레이가 대세잖아요. 형도 무지 잘 째면서 뭘…….
박영호가 철벽괴물이라 불리는 이유는 디펜스에 과도한 자원 투자를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디펜스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면서 자원을 계속 아끼고 부유해져서 중후반에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을 일으킨다.
“괴물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이기니까 그러는 거고. 인류는 진짜, 와…….”
박영호는 마이클 조셉의 째는 플레이에 짜증을 냈다.
종족 상성상 괴물의 천적인 인류가 저런 식으로 플레이하면 얼마나 짜증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인류가 사기니 괴물이 더 사기니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메인으로 다루는 개인 방송의 채팅창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다.
“어?”
박영호가 문득 탄성을 토했다.
안드레이의 플레이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쐐기충이랑 독침충 테크 트리를 동시에 타네요?
“저거 쐐기충 페이크다.”
박영호가 단언했다.
그의 말 대로였다.
쐐기충을 생산하려는 듯한 테크 트리를 상대에게 보여주었다.
쐐기충 둥지를 정찰을 통해 본 마이클 조셉은 본진과 앞마당 등에 대공포를 건설해 대공 방어를 둘렀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독침충 둥지를 앞마당 구석에 숨겨 지은 상태. 하늘군주 무리를 그 위에 띄워놓아서 상대가 보지 못하게 가려 버리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이어지는 것은 독침충들과 독침충이 변태된 촉수충들의 진격.
마이클 조셉도 금세 속았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안드레이의 독침충·촉수충 부대가 앞마당까지 밀고 들어온 상황.
안드레이는 공격을 시도하는 대신, 촉수충을 대거 땅속에 심어놓아서 마이클 조셉의 병력이 나오지 못하게 봉쇄했다.
그리고는 안전하게 확장 기지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마이클 조셉은 앞마당 앞에 버티고 있는 촉수충들 때문에 그것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와, 설계 오지네. 3광산까지 무난하게 가져갔어.”
뿐만 아니라 확장 기지를 하나 더 가져가서 총 4광산에서 광물 자원을 채집했다.
과감한 확장!
마이클 조셉이 가만히 본진에 틀어박혀 있을 리가 만무했다.
마이클 조셉은 놀랍게도 곧장 기갑정거장을 늘려 짓기 시작했다.
“기갑 체제로 벌써 전환한다고?”
놀란 박영호.
-저거 신이 형이 먼저 했을 걸요. 아니면 차이였나? 아무튼 불리한 상황에서 기동포탑 대신 고속전차를 많이 뽑아서 맵에 지뢰 깔고 체제 전환.
“본진과 앞마당 자원만으로 기갑 체제로 체제 전환까지 시도하네. 요즘 인류들 아주 돌았어.”
지적대로였다.
마이클 조셉은 고속전차를 생산하고 지뢰 개발을 우선했다.
그리고 항공정거장에서 항공수송선을 1척 뽑아 고속전차 4기를 태웠다.
앞마당을 촉수충과 독침충들이 봉쇄하고 있으니 항공수송선을 통해 고속전차들을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퍼어엉!
항공수송선은 언덕 너머로 나오자마자 격추당했다.
정확하게 그곳에 독침충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드롭으로 견제 플레이를 할 거라고 예상을 했던 것.
러시아의 차르가 강력한 우승 후보인 마이클 조셉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 * *
대단한 경기였다.
마이클 조셉은 굴하지 않고 기동포탑의 포격으로 압박을 뚫었다.
안드레이는 기동포탑의 포격 사거리 밖으로 물러서면서도, 포위망을 계속 유지했다.
항공수송선을 절대로 쓰지 못하도록, 모든 방면에 독침충들이 배치됐다.
하지만 포위망이 느슨해지자, 마이클 조셉의 고속전차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포위망의 빈틈을 빠져나온 고속전차들이 맵 곳곳에 지뢰를 매설.
그러면서 기동포탑들도 서서히 진격해서 영역을 넓혔다.
늦어졌던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마이클 조셉.
그걸 저지하기 위해 덤벼든 안드레이의 공세에 맞서 격전을 치렀다.
우회 진격해 배후에 지뢰를 깔아 후속 병력을 막는 고속전차의 플레이가 집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면서 항공수송선을 이용해 기습 드롭까지 시도하는 멀티태스킹!
마이클 조셉은 미친 피지컬로 패색이 역력한 경기를 점점 아직 해볼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드레이 또한 바퀴나 독침충 같은 값싼 병력만으로 마이클 조셉을 괴롭히는 상황.
진짜로 준비한 한 수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페이크만 쓰고 막상 뽑지는 않았던 쐐기충이었다.
고속전차와 기동포탑 위주로 병력을 구성하고 있던 마이클 조셉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초반에 쐐기충 페이크에 속았던 것이 또다시 작용했다.
마이클 조셉은 수세에 몰린 다급한 와중이라 오히려 상대가 쐐기충을 쓸 거라고 예상을 못했다.
-쐐액!
-퍼어엉!
쐐기충이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마이클 조셉을 괴롭혔다.
그 와중에도 기계보병을 뽑고 대공포를 지으며 막아내는 마이클 조셉도 대단했지만, 괴물주술사와 함께 밀고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괴물 대군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대군을 이끄는 안드레이는 부진에 빠지기 전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컨트롤 센스를 보였다.
괴물주술사들이 계속 흑안개를 치며 진격로를 열었다.
그러면서 쐐기충들은 반대 방면에서 본진 침투를 시도하며 성동격서(聲東擊西).
게다가 하늘군주들이 안에 가득 실은 바퀴 떼를 앞마당에 대거 드롭했다.
2중, 3중, 4중의 총공세.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모조리 동원하여 일거에 퍼붓는 수법.
박영호는 같은 괴물 플레이어로서 입을 쩌억 벌리며 감탄했다.
-와, 토털 어택! 안드레이 저 선수 예전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네요!
선수 이전 시절부터 e스포츠 광팬이었던 최영준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신도 서서히 4년 전에 붙었던 이름 모를 외국 선수의 괴물 플레이가 또렷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금메달의 문턱에 이르렀을 때, 바로 저런 총공격에 1패를 기록한 바 있었다.
깜짝 전략이 아닌 정면 대결로 이신에게 1패를 안기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던 탓에, 나름대로 화제도 됐었다.
이미 져 있던 게임을 괴물 같은 피지컬로 여기까지 끌고 왔던 마이클 조셉.
하지만 차르의 토털 어택에 그대로 허물어졌다.
-오진다;;;
-완전 미쳤다ㄷㄷ
-마이클 조셉을 2대 0으로 패버리네.
-와 차르의 위엄 보소;;;
-ㅋㅋ미쳤다ㅋㅋㅋ
-4년 전에 이신한테 처맞은 사람이네요. 그래도 그때 당시엔 그럭저럭 이신 상대로 좋은 대결 펼쳤던 몇 안 되는 선수였습니다.
-지금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모두 경악하고 있음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놀라워했다.
그만큼 안드레이 이바노프의 경기력은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전미 최강의 프로게이머였던 마이클 조셉이 32강전에서 떨어질 줄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어서 안드레이의 승자 인터뷰가 있었다.
안드레이는 장신의 키에 강렬한 눈매와 콧날을 가진 젊은 사내였다.
-마이클 조셉을 꺾었다. 소감이 어떤가?
-아주 기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2세트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운이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 승리의 비결을 묻고 싶다.
-역시 운이 좋았다. 2세트는 확실하게 자신 있는 맵이었지만, 1세트와 3세트에 배정된 맵은 그렇지 않았다. 1세트의 치즈 러시가 성공을 거둔 덕에 3세트까지 가지 않고 승리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부진했는데 다시 기량을 회복하고 그랑프리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두고 방탕했다. 태만해진만큼 경기력도 떨어져 2년간 부진했다. 그랬던 나를 일깨워준 것은 역시나 카이저였다.
-카이저?
안드레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 불가의 부상을 딛고 돌아온 그를 보며, 내가 손목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난 적어도 손목은 멀쩡하니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드레이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카이저가 이걸 보고 있다면 감사를 표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나 또한 이곳에 돌아왔다. 한 번 더 당신에게 도전하고 싶다.
이윽고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2년간이나 지속됐던 부진을 딛고 돌아온 안드레이 이바노프.
마이클 조셉 대신 16강에 이름을 올린 그는 혜성처럼 등장한 우승 후보의 하나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형한테 다시 도전하겠다는데?”
옆에서 박영호가 말을 걸었다.
-근데 진짜 인류전을 잘 준비했어요. 마이클 조셉을 꺾었으니까요.
“재미있겠네.”
잠자코 있던 이신이 말했다.
“덕분에 나도 좀 감이 돌아오는 것 같아.”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보고, 과거의 기억도 떠올렸다.
마이클 조셉을 몰아세우는 안드레이의 거친 공격성을 보자, 이신도 자극을 받았다.
덕분에 의욕이 샘솟고 시도하고 싶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72악마군주의 축제 때문에 잃었던 감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자극해준 안드레이에게 오히려 이신이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연습이나 하자.”
이신은 박영호에게 말했다.
-예, 그럼 저도 이만 방송 끄고 돌아가서 쉴게요. 연습 잘하시고, 연습 상대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최영준과 작별을 고한 이신은 박영호에게 방송을 끄게 했다.
시청자들이 좀 더 방송을 보고 싶다고 아우성쳤지만, 결국 방송을 종료한 박영호는 이신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이신은 다시 인류를 골라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낮았던 승률이 서서히 5할 이상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플레이가 매서워진 이신을 상대하느라, 박영호의 인류전 솜씨도 덩달아 늘었다.
박영호도 이신 못잖게 독한 성격.
두 사람은 엄청난 연습량을 나란히 소화했다.
그러는 동안 엔조 주앙과 아마드 부티아, 그리고 지우펑 등 세계 강자들의 16강 합류 소식이 들려왔다.
금메달을 놓고 쟁패를 벌일 우승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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