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알파 버전(1)
16강에 진출한 선수가 모두 확정된 뒤로 이신은 박영호와 연습을 하지 않았다.
둘 다 순조롭게 올라가면 결승전에서 맞붙게 된다.
결승까지 아직 먼 여정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충분히 결승 및 우승을 노릴 만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함께 연습하지 않기도 했다.
연습 상대는 SC스타즈 팀 내에도 충분히 있었지만, 이신은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팀 내에는 박영호 외에도 지우펑이라는 또 다른 경쟁자가 있었다.
팀의 에이스였고 동료들의 신임도 두터웠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정보가 유출될 지도 모르니까.’
동료들을 통해 지우펑에게 이신의 연습 정보가 유출될지 모르니 보안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이신은 한국에 연락을 했다.
-선생님, 32강전 잘 봤어요. 너무 멋졌어요. 어떻게 5기의 아바타가 동시에 봉인 마법을 펼친 거예요?
“상대가 승부를 보려고 끌고 나온 병력을 전부 잡아먹기 위해서 아바타를 쓰지 않고 마법 에너지를 아껴두고 있었어. 별일은 없고?”
-네, 다들 잘 지내죠. 곧 휴가를 받게 되는데 선생님의 결승전을 보러 가려고요.
“알았어. 옆에 장양 있어?”
-네, 게임 중이죠.
“그럼 내 연습 도와달라고 전해.”
-알겠어요. 대신 저도 둘이 연습하는 거 관전해도 되죠?
“돼.”
통화를 끊은 이신은 온라인에 접속해 장양에게 쪽지를 건넸다.
방제와 비밀번호를 건넨 뒤, 방을 만들었다.
장양과 주디가 접속하자 곧바로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런.’
이신은 곧 신음했다.
정말 좋은 연습 상대였다.
독침충, 촉수충, 바퀴, 괴물주술사, 쐐기충…….
흑안개와 피의 저주와 하늘군주에 병력을 태운 뒤에 머리 위에 드롭.
거의 모든 유닛으로 모든 공격 방법을 총동원해 일시에 쏟아내는 장양의 플레이를 보며 이신은 생각했다.
‘이건 안드레이 이바노프의 토털 어택이군.’
불시에 작렬한 장양의 총공세에 무릎 꿇은 이신은 채팅으로 물었다.
-Player_SIN: 장양이 혹시 마이클 조셉과 안드레이의 경기를 본 거야?
이내 옵서버로 게임을 관전하던 주디가 답했다.
-iLoveSin: ㅎㅎㅎ정확히는 선생님께서 박영호 선수와 합동 방송을 하는 걸 봤죠.
역시나.
안드레이의 강력한 토털 어택에 이신이 놀란 모습을 보자, 장양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Player_SIN: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을 텐데?
안드레이의 토털 어택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플레이였다.
최대한 많은 가짓수의 공격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그걸 실행할 병력을 모으면서도, 소수 병력을 계속 투입해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한다.
가만 놔두면 인류는 신지호의 108공포처럼 엄청난 디펜스를 쳐버리기 때문.
그걸 동시에 하는 운영은 스타일이 확립된 안드레이 본인이 아니면 상당히 어려웠다.
-iLoveSin: 그 경기 보고 좀 연구하나 싶더니 곧잘 흉내 내더라고요. 이제 제법 자기 스타일대로 변형해서 응용하기도 하던데요?
‘괴물이군.’
장양의 천재성에 이신도 소름이 끼쳤다.
지금도 그렇지만, 올해가 지나면 모든 중국 팀이 장양을 데려가려고 혈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국 선수에, 천재에, 명문가 출신에, 이신의 제자이니 말이다.
‘응용이라…….’
이신은 토털 어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양한 공격 수단을 일시에 퍼붓는다.
그 모든 공격 수단에 대한 방어를 모두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준비만 잘 된다면 거의 필승.
‘이걸 어떻게 써먹어볼 수 없을까?’
불현듯 떠오른 영감.
안드레이의 발상은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이신은 곰곰이 생각했다. 뭔가 떠오를 것 같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장양과 연습 게임을 시작했다.
이신은 좀처럼 쓰지 않았던 빌드 오더를 꺼내 들었다.
1-1-1 빌드.
병영, 기갑정거장, 항공정거장을 1채씩 짓고서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순서의 빌드 오더였다.
기갑정거장에서 고속전차를 뽑아 상대를 견제하는 데 쓰고, 항공정거장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뽑아 정찰 및 견제에 사용한다.
이후에는 병영을 늘려 지어서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고속전차와 스텔스 전투기를 다뤄야 하는 만큼, 컨트롤에 자신이 있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빌드 오더였다.
고속전차를 3기까지 뽑은 이신은 곧장 장양의 본진에 침투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바퀴들이 가로막았다.
고속전차를 컨트롤해 치고 빠지며 바퀴들을 사살해나갔다.
-키엑!
-키에엑!
바퀴들을 고속전차의 사거리 밖으로 물리는 장양.
바퀴가 끊임없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고속전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신경전.
이신은 기회를 보았다가 다시 고속전차들을 침투시켰지만, 앞마당에 촉수탑이 지어져 있었다.
다시 물러나려 할 때, 바퀴들이 길을 막는 바람에 1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파괴당했다.
‘역시 쉽지 않군.’
장양의 반응 속도는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신경 못 쓰는 틈에 불시에 찌르는 플레이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신은 이어서 생산한 스텔스 전투기로 하늘군주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장양도 즉각 쐐기충을 생산해 공중전에 맞불을 놓았다.
2항공처럼 스텔스 전투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빌드 오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신은 굳이 공중전에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스텔스 전투기는 3기까지 뽑고, 장양의 쐐기충이 공격해오는 것을 막는 용도로 활용했다.
구상대로 척척 진행한 이신은 마침내 병영 병력을 생산하고는 진격을 개시했다.
보병, 의무병, 화염방사병.
뿐만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 3기와 고속전차 2기, 그리고 건설로봇 2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털 어택에서 영감을 받은 이신의 구상은 결국 구성된 모든 유닛을 100% 활용하는 컨트롤 싸움이었다.
장양도 바퀴와 쐐기충을 거느리고 맵 센터로 나와 맞서 싸웠다.
스텔스 모드로 자취를 숨기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착하기 위해 하늘군주도 맵 사방에 분산시켰다.
바로 그때였다.
-파앗!
의무병이 하늘군주를 향해 섬광탄을 던졌다.
섬광탄에 맞은 하늘군주는 시야가 1칸이 되었다.
시야가 급격히 좁아져서 모습을 감춘 스텔스 전투기들을 볼 수 없게 된 것.
이신의 노림수를 깨달은 장양은 급히 후퇴.
이신의 스텔스 전투기가 쫓아가 쐐기충 1마리를 죽였다.
그러는 동안, 고속전차들은 지뢰를 적재적소에 매설하며, 혹시라도 적이 우회해 빈집털이를 하는 것을 차단했다.
보병과 화염방사병이 앞장선 채, 이신은 계속 진격해 장양의 앞마당 앞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함께 데려온 건설로봇들이 대공포를 짓기 시작했다.
장양의 앞마당 앞에 아예 진을 치고 압박하겠다는 의도였다.
모든 유닛이 100% 활용되는 플레이.
이어서 뒤늦게 생산된 기동포탑도 도착했다.
기동포탑이 포격모드로 전환하자 포격이 시작됐다.
긴 사거리를 활용해 앞마당 확장 기지를 타격하니, 장양도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쐐기충들이 춤을 추며 기동포탑을 노렸다.
하지만 스텔스 전투기와 대공포와 보병들이 지키고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빈틈이 없는 완벽한 병력의 조합!
심지어 전술위성까지 도착했다.
다양한 유닛을 조금씩 생산해서 다채로운 공격을 펼치는 이신.
유닛이 다양해진 만큼 컨트롤의 난이도도 높아졌지만, 이신의 테크닉이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가 있었다.
장양은 계속 앞마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바퀴 떼와 함께 쐐기충이 돌격해서 간신히 기동포탑을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기동포탑이 더 생산되어서 당도했고, 급기야 항공수송선까지 도착했다.
공격 수단에 항공수송선의 드롭까지 추가된 것이다.
마침내 이신이 앞마당으로 돌입했다.
모든 유닛이 활용되었다.
전술위성은 달려드는 쐐기충들에게 방사능을 살포했다.
항공수송선은 본진에 보병들을 드롭했다.
기동포탑이 포격을 펼치고, 화염방사병과 보병, 의무병이 이에 힘입어 돌격.
혼란스러운 틈을 타 고속전차들이 날카롭게 침투하여서 일벌레들을 1마리씩 암살했다.
-YANG: GG.
장양이 항복을 선언했다.
-Player_SIN: 어땠어?
-iLoveSin: 괜찮았는데, 장양이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게 더 컸어요. 2항공 빌드라고 생각해서 공중전을 생각했나 봐요.
2항공 빌드 오더였다면, 주력이 스텔스 전투기였다.
장양은 쐐기충과 폭탄충으로 공중전에서 이신을 꺾을 생각이었던 듯했다.
-Player_SIN: 쓸데없이 나랑 컨트롤 대결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
-iLoveSin: ㅎㅎㅎ선생님과의 연습을 놀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Player_SIN: 아무튼 다시 해보자.
다음 판은 쉽지 않았다.
장양은 독침충과 촉수충 등 지상군 위주로 맞섰기 때문이다.
장양은 거칠게 진격해서 맞받아쳤다.
이신이 공격하려 나오면, 우회해서 빈집을 털려는 듯한 위협을 가해 되돌아오게 만들었다.
이신은 지뢰를 매설해 그런 기동을 차단시키려 했지만, 지뢰를 제거해나가며 달려 나가는 장양의 스피드가 만만치 않았다.
효과적으로 이신의 공격 타이밍을 지연시키며 확장을 해나간 장양.
이신은 전략을 수정해서 고속전차와 스텔스 전투기로 견제 플레이를 펼쳐 장양의 확장을 억제했다.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었을 때였다.
위잉, 위잉, 윙.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무시하고 연습을 속행하려고 했는데, 스마트폰 액정에 뜬 발신자를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코렛 사장.]‘뭐?’
놀란 이신은 장양에게 양해를 구한 뒤 게임을 일시 정지시켰다.
코렛 사장.
전화를 건 상대가 바로 SC사의 사장 데이비드 코렛이었기 때문이다.
-여, 안녕하셨습니까?
코렛 사장의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오랜만입니다.”
-오, 정말로 이제 영어를 잘 하시는군요? TV로 인터뷰 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에 만났을 때는 통역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코렛 사장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공부했으니까요.”
통역 반지 덕분이었지만 이신은 뻔뻔스럽게 대꾸했다.
-휘유, 대단하신데요. 게임뿐만 아니라 공부도 신이셨다니.
“무슨 일이십니까?”
-전에 저희가 했던 제안 기억나십니까?
“스페이스 크래프트 리마스터 말씀이십니까?”
-비슷하지만 아닙니다. 제가 무슨 용건으로 연락 드렸는지 한 번 맞춰보세요.
이신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흠칫했다.
“…인공지능?”
-정답!
코렛 사장은 어린아이처럼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일단 알파 버전(alpha version)이 완성되었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이신의 플레이를 담아낸 인공지능의 개발이 벌써 알파 버전이 나올 정도로 진척을 이루었다는 뜻이었다.
코렛 사장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한번 시험해보시겠습니까?
“시험?”
-우리의 Kaiser2017은 온라인 아이디도 가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대전할 수 있지요.
“이름이 카이저2017입니까?”
-예, 아직 미완성이라 2017년까지의 플레이 데이터만 반영되어 있거든요.
그렇다면 꽤 초창기의 이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했다.
이신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초창기의 자기 자신이라면, 무패우승과 무패 금메달을 기록했던 그 시절의 기량이었다.
물론 세월이 흘러 발전한 e스포츠의 전략 전술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아 약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강력한 부분도 존재했을 것이다.
“하겠습니다.”
그때의 자신과 붙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흥분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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