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알파 버전(2)
이신은 장양과 주디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습을 종료했다.
그리고…….
-Kaiser2017: game?
불쑥 도착한 메시지를 보며 이신은 헛웃음을 했다.
-Player_SIN: okay.
-Kaiser2017: alpha/1234
alpha는 방제, 1234는 방에 입장하는 비밀번호였다.
이신은 그제야 Kaiser2017의 아이디 앞에 붙어 있는 등급 마크에 주목하게 되었다.
A등급.
온라인에서 A등급에 랭크되어 있다. 온라인 A등급이면 프로팀 연습생 수준이었다.
그냥 인공지능 Kaiser2017에게 아이디를 만들어주고 A등급을 임의로 부여해 준 것일까?
아니면 유저들과의 대전을 통해 획득한 등급일까?
때마침 코렛 사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알파 버전의 등급에 놀라셨지요?
“예.”
-예상하신 대로 모두 실제 유저들과 대전한 결과입니다. 방금처럼 대전을 신청하고 방을 만들어서 게임을 했죠. 오, 카이저2017의 명예를 위해 말해두지만, 그는 아직 온라인 유저와의 대전에서 져본 적이 없습니다.
이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코렛 사장이 신난다는 듯이 말했다.
-A등급 유저에게도 말이죠. 참고로 연습생 제의 12회, 2군 선수 계약 제의는 5회, 1군 선수 제의는 2회입니다. 하하, 프로게이머로서 참 전도유망하죠? 미국 팀은 아직도 카이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유망주를 좋아하는데, 심지어 2017년의 카이저를 봤으니 얼마나 탐이 났겠습니까?
“축하합니다.”
이신의 짧은 대꾸에 코렛 사장의 웃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면 한 번 붙어봅시다. 우린 이 대결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죠.”
-조언을 하자면, 절대 방심하지 마십시오.
“방심 안 합니다.”
-아뇨, 진심입니다. 카이저 본인도 그때의 스스로를 잘 모를 겁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이저의 플레이를 낱낱이 분석해 코딩한 저희들이라서 알 수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카이저의 플레이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혹시 그걸 스스로는 인지하십니까?
“…글쎄요.”
예전과 지금의 플레이가 달라졌다니 이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빌드 오더나 전략의 개념은 당연히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니, 그 부분을 지적하는 건 아닐 터였다.
-1년이나 쉬고서 돌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좋은 게임이 되길 빌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기대가 되는 이신이었다.
2017년의 자기 자신.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자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런 자신을 상대하는 기분은 어떨까?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Kaiser2017: Good game.
이신은 피식 웃었다.
그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게임이 시작되고 이신은 생각했다.
‘그땐 타이트하게 플레이했지. 2기갑이나 1기갑 1항공을 선호했었다.’
확장 기지를 따로 짓기 전에, 본진에서 채집하는 자원만 쥐어짜서 상대를 끝내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Kaiser2017도 그런 플레이를 펼친 터.
그렇다면 이신은 트렌드에 맞춰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빨리 짓고 자원 수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의 프로게이머들은 견제 플레이에 대한 디펜스가 강해졌기 때문에, 예전 같은 방식으로는 승리를 따내기 어렵다.
피해를 최소화한 채 상대의 견제 플레이를 막아내면, 어느 정도의 손실을 입더라도 자연스럽게 상황은 유리해진다.
이신은 병영을 짓고 바로 앞마당에 통제사령부 건물을 지었다.
바로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편 것이다.
그런데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짓고 있을 때, 상대의 공격이 들어왔다.
‘벌써?’
이신은 피식 웃었다.
보병 3명과 건설로봇 1기가 공격 들어왔다.
정찰로 자신이 바로 앞마당 확장을 하는 걸 보고는 바로 타격을 입히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병영을 센터에 지었군.’
빠르게 치고 내려온 Kaiser2017이 앞마당 통제사령부를 짓고 있던 건설로봇을 사살했다.
이신도 건설로봇을 4기까지 동원하고 막 생산된 보병 1기와 함께 맞섰다.
교전이 펼쳐졌다.
상대 보병들은 1기밖에 없는 이신의 보병을 노렸다.
하지만 그럴 거라 생각하고 이신은 1기의 보병을 사거리 안팎으로 넘나들며 상대의 건설로봇만 노렸다.
Kaiser2017 또한 이신의 보병을 위협하면서, 사실은 사거리 안에 있는 건설로봇들을 일점사격 했다.
-퍼엉!
-으악!
이신의 건설로봇이 터졌지만, 상대의 보병도 건설로봇들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어지럽게 펼쳐지는 교전.
양측의 컨트롤 테크닉이 격돌하고 있었다.
이신은 집중 사격을 받아 체력이 닳은 건설로봇을 정확하게 클릭해 뒤로 뺐다.
이를 쫓아온 보병들을 건설로봇들이 몰려들어 집중공격!
-으악!
성공이었다. 하지만,
-퍼어엉!
어느새 옆으로 우회한 Kaiser2017의 건설로봇이 체력이 닳아 피신한 이신의 건설로봇을 처치해 버렸다.
막상막하!
2017년 시절의 카이저의 마이크로 컨트롤 테크닉은 현재의 이신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히 인간적이군.’
사람보다 잘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건 어렵지 않다.
10만을 훌쩍 넘기는 APM과 소수점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컨트롤로 중무장시키면 인간이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까.
하지만 Kaiser2017은 그런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확실히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마우스로 어딜 찍고 있는지, 부대 지정키로 어떤 유닛을 지정했는지 직감적으로 알 것 같았다.
예전의 자기 자신이었으니 당연했다.
‘아무튼 잘 막았다.’
Kaiser2017은 더 이상 피해를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병력을 뒤로 물렸다.
이신은 곧바로 앞마당에 참호를 건설했다.
이미 정찰을 통해 Kaiser2017이 앞마당 확장을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본진에 통제사령부를 지은 뒤, 건물을 띄워서 앞마당에 안착시키는 방식도 있지만, 본진 출입구를 막아선 건설로봇 때문에 거기까지는 정찰할 수 없었다.
‘앞마당을 가져가는 척하면서 고속전차를 대거 생산해 이득 본 적도 있었고, 항공수송선까지 빨리 뽑아서 드롭으로 상대를 끝낸 적도 많았다.’
앞마당 확장을 하는 바람에 테크 트리는 늦었지만, 이신 역시 이제 기갑정거장과 기갑부속연구소를 짓고 기동포탑을 뽑고 있었다.
‘1기갑 1항공이다. 내가 앞마당에 참호를 짓는 걸 봤으니까.’
참호를 무시하고 달려 들어가 본진에 난입해 건설로봇을 학살하는 플레이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아까의 교전에서 서로의 컨트롤 실력을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설마 나한테 그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넌 항공수송선을 뽑아서 본진 드롭을 시도할 거다.’
이신은 웃었다.
재미있었다.
상대의 심리를 추측하면 할수록, 그리운 옛 추억을 더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이건 누가 인공지능인지 모르겠는데.”
코렛 사장이 게임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렛 사장의 가장 핫한 취미 중 하나였다.
연구원들과 함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기계가 아닌 사람다운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수를 도입해야 했다.
2017년까지의 이신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어떤 것이 실수고 어떤 것이 올바른 조작이었는지를 판결했다.
그렇게 해서 2017년까지 이신이 실수를 했던 빈도를 그대로 인공지능에 도입했다. 그래서 Kaiser2017도 아주 이따금 실수를 한다.
그런데 방금 전의 교전에서는 양측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컨트롤을 했다.
컨트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알고리즘으로 표현하면 그 방대함에 기가 질리게 되는데, 그런 복잡한 생각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프로게이머의 세계가 코렛 사장은 너무나도 좋았다.
현재까지 카이저는 Kaiser2017의 기습을 맞이하여서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그 장면이, 이를 개발한 개발자들에게는 퍽 가슴 깊이 와 닿는 것이었다.
“카이저가 잘하는데요. Kaiser2017의 생각을 다 알고 있어요.”
“응? 어느 부분이 그렇지?”
코렛 사장이 물었다.
연구원이 카이저의 본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첫 생산된 기동포탑이 본진에 머물러 있잖아요. 앞마당 참호 안에도 보병은 고작 1명이죠. 앞마당이 아니라 항공수송선을 타고 본진에 드롭할 거란 걸 예측하고 있는 거죠.”
“그렇군.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건가.”
“카이저가 예상해 주어서 기쁘군요. 그만큼 우리가 인간스럽게 잘 만들었다는 뜻이잖아요.”
“글쎄. 하지만 너무 뻔한 플레이만 할까봐 걱정이지.”
Kaiser2017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2017년까지 카이저가 한 번이라도 시도한 적이 있었던 플레이였다.
스스로 학습해서 새로운 플레이를 창안할 수 있게 했다가는, 인공지능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해버려서 단시일에 인간을 초월한다.
최적의 빌드 오더 같은 승리의 공식을 밝혀내서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수명을 끝내버릴 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차피 스페이스 크래프트는 가위바위보 같은 심리전이지만, 낼 수 있는 가짓수가 적어지면 재미도 없어지니까.’
그러니 인공지능이 스스로 데이터를 획득해 학습하게 하는 일은 조금 위험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워낙에 카이저가 시도했던 데이터가 많은지라, 2017년까지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해도 Kaiser2017은 충분히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다.
예상대로 Kaiser2017은 항공수송선에 고속전차 3기를 태웠다.
그리고 이신의 본진에 드롭.
이신은 기동포탑을 1기 생산했고, 항공정거장까지 짓고서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 중인 상태였다.
고속전차 3기가 기동포탑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그냥 서로 싸우면 약하다 해도 3기나 있는 고속전차의 승리지만, 건설로봇이 수리해 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변수는 역시 지뢰였다.
고속전차들은 기동포탑에게 공격적으로 접근해 코앞에 지뢰를 매설하며 압박했다. 지뢰에 폭사당하지 않기 위해 이신은 기동포탑을 계속 뒤로 물렸다.
물러서면서도 계속 타격을 가하여서 고속전차 1기를 파괴시켰다.
하지만 기동포탑도 물러나다가 구석에 몰리고 말았다.
“Kaiser2017이 몰이사냥을 하듯이 코너로 의도적으로 몰았습니다.”
“지뢰 2개를 매설하는군요. 이제 빠져나갈 구석이 없는데요?”
그런데 그 순간,
“오!”
연구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우르르 몰려와 지뢰 하나를 에워싸고 공격해 버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동포탑이 집중 공격해서 폭발하기 직전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가, 간발의 차이였어.”
“지뢰가 하나라도 터졌으면 건설로봇들이 폭사당했을 거야.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다니!”
“지뢰가 터지기 전에 둘 다 제거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 같은데.”
“말도 안 돼.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그런 계산을 해?”
“그냥 육감이야. 근데 그 육감이 컴퓨터처럼 정확할 뿐이지.”
웅성거리는 연구원들.
코렛 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대체 누가 인공지능인 거야?”
이신은 Kaiser2017의 첫 드롭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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