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9
379화 과거의 모습(2)
-경기장 관중석에 상당히 많은 선수가 보이는데요?
-마이클 조셉 선수도 보입니다. 아쉽게도 개인전은 탈락했고, 지금은 단체전에서 팀을 견인하고 있지요.
월드 SC 그랑프리에 출장한 세계적인 실력자들도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할 정도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의 경기였다.
-아, 저 사람은 안드레이 이바노프 선수죠?
짧은 갈색 머리칼에 높은 콧대와 강렬한 눈빛을 가진 젊은 백인 사내가 화면에 보였다.
안드레이 이바노프.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부활하여 그랑프리의 무대에 돌아온 남자.
그리고 세계 최고로 꼽히는 마이클 조셉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그가 경기장에 있었다.
-귀환한 러시아의 차르, 안드레이입니다. 이 경기에서 이긴 선수는 8강에서 안드레이 선수와 싸우게 됩니다. 당연히 누가 이길지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수모를 당한 마이클 조셉 선수도 경기장에 있는데, 저거 두 사람이 경기장에서 마주치면 안 될 텐데 걱정입니다.
캐스터 이병철이 농담을 던졌다.
아직 아무 일도 없는 게임 시작 직후 상황.
하지만 곧 이신의 건설로봇이 본진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건설로봇은 맵 센터 한복판에 병영을 짓기 시작했다.
-센터 병영이죠?
-예, 하지만 병영 건물을 띄워서 상대 진영을 좀 더 일찍 정찰하겠다는 의도일 뿐,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건물이 하늘로 띄워진 후 이동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때문에 최대한 상대 진영과 가까운 곳에 병영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에 윌리엄은 평범하게 자기 본진에 병영을 짓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빌드 오더가 갈렸다.
-병영 후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짓기 시작한 윌리엄 선수. 하지만 이신 선수는 기갑 정거장을 지을 준비를 합니다.
이윽고 완성된 이신의 병영이 공중에 띠워져 윌리엄의 진영으로 향했다.
병영이 이동하는 동안 기갑정거장이 완성됐고, 거기서 고속전차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유유히 이동한 병영은 윌리엄의 본진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 이신 선수의 병영이 그대로 윌리엄 선수의 본진 구석에 착지합니다. 어어?!
-와! 보병을 생산하네요.
그랬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윌리엄 본진 구석에 몰래 착지한 이신의 병영에서 보병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
갑자기 본진에 나타난 적의 보병을 보면 윌리엄은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이신은 침착하게 보병을 2기까지 생산했다.
그러면서 생산된 고속전차도 윌리엄의 진영을 향해 이동했다.
이윽고 보병 2명이 돌입 개시!
식량 자원을 채집하던 윌리엄의 건설로봇들을 덮쳤다.
-투타타타!
-퍼엉!
건설로봇 1기가 터졌다.
-이신 선수의 견제가 시작됐습니다.
-지금 고속전차도 가고 있어요. 본진과 앞마당을 동시에 견제할 생각인 듯한데요. 하지만 앞마당은 참호가 지어져 있어서 무리입니다!
-하지만 본진에 나타난 보병들은 윌리엄을 흔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윌리엄의 건설로봇들 일부가 우르르 몰려와 보병 2명에게 맞섰다.
보병들은 계속 뒤로 물러서면서 무빙 샷.
-퍼엉!
-또 한 기! 역시 컨트롤 좋죠!
-일부 건설로봇들이 싸움에 동원되느라 일을 하지 못한 것도 손해입니다. 이신 선수의 견제, 여기까지는 성공!
추가 생산된 보병까지 3기가 된 이신이지만, 워낙 체력이 튼튼한 건설로봇들이 달려들자 계속 물러나 구석까지 몰렸다.
본진 한구석.
보병들은 병영 건물 뒤에 숨어 총을 쐈다.
건설로봇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남하(南下)하던 고속전차가 돌연 방향을 꺾었다.
그리고 보병들과 건설로봇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언덕 벽이 둘러져 있어 윌리엄의 본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고속전차는 언덕 벽에 바짝 밀착했다.
그리고 보병들 또한 언덕 벽에 밀착한 채 윌리엄의 건설로봇들을 끌어들였다.
-투타타타!
-퍼엉! 펑!
언덕 너머에서 고속전차의 공격이 건설로봇들에게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언덕 벽 너머까지 사거리가 닿는 것이었다.
예상외의 고속전차의 지원 사격.
건설로봇들은 급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이신의 보병 숫자는 벌써 4기가 되었다.
-와! 저기서 고속전차로 건설로봇을 잡을 생각을 하나요?!
-언덕 벽 너머까지 아슬아슬하게 사거리가 걸쳐질 거란 걸 맵 연구 끝에 알아낸 거죠. 병영을 저기다가 안착시켜놓은 것도 거기까지 완벽히 계산된 거였어요!
-결국 윌리엄 선수가 앞마당 참호에 들어가 있던 보병들을 꺼내 본진 수비에 동원합니다.
참호 안에서 보병 4기를 빼내서 건설로봇들과 함께 다시 공격하는 윌리엄.
하지만 그 순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속전차는 다시 방향을 돌려서 앞마당으로 향했다.
추가 생산된 고속전차 1기도 뒤따르고 있었다.
-귀신같은 이신 선수입니다. 너 본진 수비하려고 참호에서 보병 꺼냈지? 참호는 텅 비었네? 그럼 나 앞마당 들어간다!
앞마당에 고속전차 난입!
앞마당 확장 기지에 붙여진 건설로봇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블로킹을 하려 했다.
하지만 고속전차는 얄밉게도 블로킹이 완벽하게 펼쳐지기 전에, 틈바구니로 쏙 빠져나가 난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가장자리로 피해 다니면서 무빙 샷!
하지만 건설로봇을 잡으려면 고속전차의 공격이 3회 들어가야 한다.
워낙에 튼튼한 건설로봇들이라 고속전차 1기 가지고는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려웠다.
본진 안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보병 숫자는 양측이 똑같이 4기.
하지만 윌리엄은 건설로봇들도 함께 동원한 상태.
당연히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신은 최대한 컨트롤하며 상대의 보병을 우선적으로 사살했다.
-투타타타타타!
-으악!
-으아악!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이신의 병영 건물이 다시 공중에 띄워져 앞마당 쪽으로 이동했다.
윌리엄은 보병을 3기만 잃고 이신의 보병 4기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앞마당에서 끈질기게 견제를 펼치는 이신의 고속전차에게 잃은 건설로봇도 1기밖에 없었다.
체력이 닳을 때마다 건설로봇을 빼내 본진으로 피신시켰기 때문이었다.
-윌리엄 선수 상당히 침착합니다.
-정말 디펜스에 정평이 난 선수답죠.
앞마당에 난입한 고속전차가 2기로 늘어났다.
뒤늦게야 본진을 정리한 윌리엄이 보병을 앞마당 참호로 보내려 했지만,
-으악!
-아아악!
이신의 고속전차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본진 출입구로 달려가 보병들을 사살했다.
아슬아슬하게 참호에 들어가기 직전에 보병들을 모두 잡아버린 고속전차들!
“우와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관중들이 환호했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디테일하게 전부 계산한 견제 플레이였다.
고속전차 2기는 연이어 본진 안으로 침범했다.
그리고 윌리엄의 기갑정거장으로 접근했다.
윌리엄은 공격받는 와중에도 테크 트리를 꾸준히 올려서, 기동포탑이 생산 완료 직전이었다.
그런데 고속전차 2기가 그 기갑정거장 앞에 지뢰 2개를 매설했다.
-아!! 지뢰 개발을 먼저 했습니다!
-기동포탑이 이제 곧 나온다는 걸 알아요! 다 알고 있어요, 이신!!
-저거 기동포탑 생산 완료되자마자 지뢰에 폭사당합니다?!
윌리엄은 역시나 침착했다.
생산 완료 직전인 기동포탑을 취소시킨 것이다.
기동포탑이 꼭 필요했지만, 지뢰에 허망하게 당하는 것보다는 취소하고 절반의 자원을 환불받는 게 차라리 나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신 선수 고속전차가 계속 생산되고 있습니다.
-미니 맵을 보니까 이신 선수 아직도 앞마당을 안 가져가고 있죠?
-2기갑입니다! 복귀한 이후로 좀처럼 안 쓰던 2기갑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추가 생산된 고속전차 2기는 좌측면의 샛길을 통해 질주했다.
한편, 본진에 난입한 고속전차 2기도 계속 지뢰를 매설하고 날뛰었다.
윌리엄은 지뢰에 당하지 않는 고속전차를 생산해서 건설로봇과 함께 수비에 동원했다.
하지만 이신의 고속전차들은 그야말로 아웃복싱을 하듯이 치고 빠지며 건설로봇만 1기씩 빼먹었다.
거기다가 샛길로 우회한 고속전차가 앞마당을 다시 덮쳤다.
-퍼엉! 펑!
-퍼엉! 퍼어엉!
도처에서 윌리엄의 건설로봇들이 죽는 소리가 들렸다.
이신은 본진 자원을 쥐어짜 생산한 고속전차를 계속 보내서 윌리엄을 두들겨 팼다.
앞마당 정면.
샛길로 우회 침투.
다시 병영을 안착시킨 후에 보병 생산.
잘 대처했던 윌리엄이었지만, 계속 집요하게 잽을 넣는 이신의 공세에 점차 흔들리더니 그로기에 빠졌다.
결국 윌리엄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GG를 선언했다.
-윌리엄 선수 GG!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신 선수의 2기갑이었습니다!
-경기장의 함성이 아주 뜨겁네요.
-다시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거든요. 이신 선수의 예전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한 판이었습니다!
-예,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무적의 카이저가 그랑프리에 돌아왔다는 것을요!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견제 플레이.
앞마당 확장을 하지 않고 뒤가 없는 맹렬한 공세를 펼친 극단성.
상대를 붙잡고 함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위험한 스타일의 이신이 다시금 나타났다.
2세트.
이신은 이번에도 앞마당 확장을 하지 않고 1기갑 1항공 빌드를 썼다.
초반에 4보병과 1고속전차로 함께 러시를 가서 앞마당 확장을 하던 윌리엄을 급습했다.
앞마당 확장을 방해하고, 때마침 고속전차가 나온 윌리엄과 치고받을 때, 항공정거장에서는 스텔스 전투기가 생산되고 있었다.
이후로는 꾸준히 생산된 스텔스 전투기의 활약이었다.
스텔스 모드까지 개발되어서 계속해서 공중을 누비고 다녔다.
연이어 고속전차까지 재생산하여서 항공수송선에 태워 드롭하는 플레이까지 연계했다.
기동력 좋은 유닛들을 이용해 여러 곳을 타격하며 상대의 멘탈을 어지럽히는 이신.
윌리엄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끝없이 시달린 끝에 GG를 치는 윌리엄 딕은 허탈감을 금치 못했다.
“카이저! 카이저!”
차음 헤드셋과 이어폰을 벗은 이신은 자신을 주시하는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신교의 전 신도들의 마음을 빼앗은 승리의 미소였다.
-이신 선수의 압도적인 승리! 디펜스와 장기전으로 정평이 난 윌리엄 딕을 상대로 꺼내든 이신 선수의 카드는 과거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극단적인 공격력이었습니다.
-박영호 선수나 엔조 주앙, 안드레이 이바노프 선수 등 타도 이신을 노리는 내로라하는 적수들이 많이 등장한 이번 그랑프리입니다. 여태껏 이신 선수의 아성을 넘보는 강력한 도전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신 선수가 그 도전자들에게 자신의 과거 모습을 다시 선보였습니다.
-과거를 다시 떠올려 봐라, 감히 날 상대할 사람이 있었느냐 이거죠!
그리고 화면에 관중석에 있던 안드레이 이바노프가 나타났다.
안드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4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초기 스타일의 이신의 플레이에 무척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2021년 월드 SC 그랑프리 16강전.
이신은 가뿐하게 8강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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