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의혹(2)
Kaiser2017은 북미 서버에서 첫 출현, 유럽과 한국 등 각국 서버에도 잇달아 출현해 프로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게이머들조차 좀처럼 당해낼 수 없는 신비의 온라인 고수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높아지자, 전문가들이 하나씩 소견을 냈다.
이신의 서브 아이디라는 추측이 유력했다.
이신이 복귀하기 전부터 썼던 아이디 Player_SIN도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이와 비슷하게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플레이 스타일도 동일하다.
정밀하게 분석한 저명한 전략팀 소속 전문가도 하나같이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신이 아닐 수가 없다.”
“한 사람의 플레이를 저렇게까지 동일하게 복제할 수는 없다.”
“사소한 습관과 극히 드문 빈도로 저지르는 실수도 카이저와 동일하다. 본인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특이하게도 현재의 카이저가 아니라, 닉네임처럼 2017년의 카이저를 쏙 빼다 박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카이저가 과거를 추억하는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듯.”
이 같은 소견에도 불구하고 이신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저 아닙니다. 바쁘니까 귀찮게 하지 마십시오.”
그랑프리 개인전 준비로 바쁜데 그렇게 한가하겠냐는 투였다.
입 아프게 같은 말 반복하지 않겠다는 이신의 분명한 태도.
하지만 그 탓에 수수께끼만 더욱 증폭되었다.
정말로 이신이 아니라면, 저 정체불명의 온라인 고수를 반드시 잡아야 했기 때문.
‘금메달도 노릴 수 있는 실력.’
‘프로가 대부분인 S등급 랭커들과 대전을 수없이 벌였는데 승률이 9할 아래로 안 내려온다!’
‘정말 카이저가 아닌데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그런 인간이 지구상에 또 하나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거잖아!’
당연하게도 Kaiser2017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팀들이 전 세계에 넘쳐났다.
이신을 보유한 SC스타즈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저 아닙니다.”
왕춘 감독과의 면담에서 이신이 밝혔다.
“믿겠습니다. 그럼 그 유저의 정체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혹시 제자인 존?”
이신이 빤히 바라보자 왕춘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습니까. 그런 플레이가 가능한 사람이 당신 말고 또 존재하는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이신도 납득했다.
이신 본인도 Kaiser2017과 겨뤄보았으니까.
‘상상을 초월했지.’
본인인 이신조차도 예전의 자신이 그 정도였을 줄을 몰랐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죠.”
“경청하겠습니다.”
“하나는 제 서브 아이디가 아니라는 것. 또 하나는 영입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
그 말에 왕춘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깨끗이 포기하는 수밖에요.”
“쉽게 수긍하시는군요?”
이신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왕춘 감독이 말했다.
“코렛 사장의 초청을 받고 SC코퍼레이션 본사를 방문하신 적이 있었지요?”
이신은 흠칫 놀랐다.
“그리고 Kaiser2017이 처음 나타난 건 북미 서버였다고 들었습니다.”
단지 그 말만 남겨놓고 왕춘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서운 통찰력이군.’
SC코퍼레이션 본사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해내는 왕춘 감독에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4강의 길은 치열했다.
이미 박영호와 이신이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남은 두 자리를 노리는 선수는 모두 4인.
인도 e스포츠의 영웅이자 북미 최강의 괴물 플레이어 아마드 부티아.
그 상대는 독일의 강자 미하엘 슈나이더.
그리고 또 다른 8강전은 신지호와 지우펑의 대결이었다.
올해 그랑프리에서 기필코 커리어를 장식할 메달을 획득하려 하는 신지호.
하지만 메달에 대한 열망은 지우펑도 마찬가지였다.
이신과 박영호의 합류로 지우펑의 팀 내 에이스 자리가 위협받았다.
지우펑은 그 둘에게 커리어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메달을 따고 싶었다.
하지만 메달을 향한 지우펑의 여정은 험난했다.
돌풍의 주역인 신지호.
예선에서 아마드 부티아와 존 던을 꺾었고, 16강에서 알렉산더 스테인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지독히도 꺾이지 않는 디펜스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신지호를 꺾고 4강에 올라가면, 무려 이신이 기다리고 있다.
‘이신을 꺾어야 최소 은메달이라니.’
역시 전 세계 강자가 모이는 월드 SC 그랑프리다웠다.
신지호도 힘든 상대인데 하물며 이신이라니.
다전제 대결에서 아직까지 져본 적이 없다는 괴물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다전제 불패!
물론 기록은 언젠가는 깨진다고 하지만,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될 거라는 긍정적인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우펑은 약해지려는 마음은 단단히 잡았다.
‘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
그 불패 기록을 깬 주인공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 .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
하루 10시간 연습해도 안 되면, 20시간을 하면 된다.
어린 시절, 술에 절어 살던 부친과 살며 체득한 지우펑의 신념이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할 때마다 어린 아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고 깨고 나면 미안하다고 울면서 사죄했다.
술을 끊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고.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고.
어느 날, 지우펑은 친구에게 빌린 야구 배트를 집에 숨겼다.
아버지가 술에 취한 채 돌아와 손찌검을 하자, 야구 배트를 휘둘러서 때려 눕혔다.
다음날 술에 깬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제 걱정 마세요.
아버지가 또 술에 취해서 절 때리려 해도, 이제 위험한 쪽은 제가 아니니까요.
다행이죠?
아버지 당신보다 저를 더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때 아버지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날부로 아버지는 어쩔 수 없었다던 술을 끊었으니까.
그렇게 술 없이 일주일을 지내다가 훌쩍 말도 없이 사라지셨으니까.
혼자가 되었지만 지우펑은 후회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으며, 모두가 적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이는 오늘날에 이룬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전쟁처럼 경쟁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내가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불가능이 있다면 말도 되지 않는다.’
지우펑은 신지호를 넘어, 그 뒤에서 기다리는 이신에 대해 적개심을 불태웠다.
이신보다 100배, 1,000배 더 노력하겠다.
그래도 이길 수 없으면, 그건 이 세상이 잘못된 거다.
지우펑은 이신과의 일전을 대비하여 연습 상대를 찾으러 한국 서버를 떠돌았다.
자신의 연습을 도와줄 최적의 상대가 있다고 들었다.
S등급 유저 목록을 훑어보다가 마침내 찾아냈다.
[Kaiser2017(S): 현재 대전 상대를 찾는 중]지우펑은 급히 Kaiser2017에게 대전 신청을 넣었다.
-Kaiser2017: ok.
소문의 상대는 쾌히 대전 신청에 응했다.
걸어오는 대전 신청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소문대로였다.
다만 S등급의 랭커가 아니면 싸워주지 않는데, 다행히 지우펑은 한국 서버 아이디를 만들고 S등급으로 키워두었다.
‘가르쳐 다오. 이신을 이기는 방법을.’
Kaiser2017에 대한 또 다른 소문.
상대가 원하면 대전을 계속 해준다.
원하는 만큼 계속.
그러다가 지친 상대가 조금 쉬자고 하면, 휴식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상대를 찾아 떠나버린다.
지우펑은 쉬는 시간 따윈 필요 없었다.
오늘 Kaiser2017을 계속 연습 상대로 붙잡고 있을 생각이었다.
‘최소 30판은 해야지.’
지우펑의 두 눈은 독기로 타올랐다.
* * *
“아, 새끼 존나 잘하네.”
연습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박영호가 투덜거렸다.
과거 자신의 영상을 보고 있던 이신이 물었다.
“마이클 조셉?”
“알고 있네? 내 온라인 대전 기록을 봤어?”
“주디에게 들었어. 좋은 연습 상대를 잡았더군.”
“다 형 아작 내고 금메달 따려고 이러는 거 아냐.”
“할 수 있겠어?”
이신은 눈웃음을 지으며 도발했다.
박영호는 울컥했지만, 두려움 또한 느꼈다.
안드레이와의 일전에서 보여준 이신의 솜씨는 실로 신의 경지 그 자체였으니까.
그때 각인된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박영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못할까봐?”
“더 노력해.”
“…….”
“넌 나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해.”
“…….”
박영호는 멍하니 이신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보다 더 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강한 상대와 싸울수록 즐겁다니?
박영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심리였다.
‘하긴 저만큼 이겨대면 웬만한 상대는 시시해질지도.’
박영호는 씻으러 욕실로 향하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뒤돌아 말했다.
“지우펑도 꽤 괜찮은 연습 상대를 찾은 것 같더라.”
“누구?”
“Kaiser2017.”
이신은 흠칫했다.
“그놈 누군지 형하고 똑같다며? 걔 붙잡고 독하게 연습 게임 하고 있대. 이미 8강전은 이겼다는 마인드야.”
“승률은?”
예전의 자신을 재현한 Kaiser2017과 중국의 톱클래스 프로게이머 지우펑의 대결이라니 흥미가 들었다.
“몰라. 아무튼 쉬지 않고 반나절 내내 게임을 하는 모양이더라. 잠깐이라도 쉬면 Kaiser2017이 떠나버리거든.”
이신은 척 봐도 지독한 노력파로 보였던 지우펑을 떠올렸다.
“역시 재미있겠군.”
“만날 재미있겠대. 무슨 액션 만화냐?”
박영호가 툴툴거렸다.
씻으러 들어간 박영호를 뒤로 하고, 이신은 계속 과거의 영상을 살펴보았다.
영상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
그것도 실력이 최고점을 찍었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2019년 전반기의 자신이었다.
습격을 받아 손목을 다치기 이전.
그때의 이신은 피지컬의 하락은 전혀 없었으며, 데뷔 후부터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누적되어 있었다.
코렛 사장은 현재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다.
각국 서버에 출현하며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을 꺾으며 존재감을 떨치는 Kaiser2017의 존재가 바로 그러했다.
지금도 이미 전 세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나중에 더 업그레이드 된 Kaiser2018이 등장하면 어떻겠는가?
최종형인 Kaiser2019가 나타난다면?
최대의 이벤트인 월드 SC 그랑프리가 끝나고 나면, 다시 심심해진 팬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Kaiser2019에게 쏠릴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지상 최대의 이벤트가 벌어지리라.
도전할 상대가 있다는 건 역시 좋은 일이었다.
이신은 생기가 넘쳤다.
지상 최대의 이벤트에서 역사상 가장 강했다는 한 프로게이머의 최대 전성기 시절을 구현한 인공지능과 대결한다!
과거보다 더 발전된 전략이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은 Kaiser2017과 한 번 싸워보고서 사라져 버렸다,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대.
이신은 그런 상대를 만나본 적이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강했으니까.
한 번도 남보다 약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때, 그때도 과연 너는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큭.”
갑자기 지끈거리는 두통이 엄습하자 이신은 머리를 매만졌다.
이내 두통은 사라졌다.
‘뭐지?’
뇌리로 어떤 말이 떠오르는 것 같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신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이내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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