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퍼펙트 더블(2)
이신은 첫 생산된 보병을 오히려 본진으로 되돌려서 본진 출입구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지우펑이 정찰 보낸 신도가 나타났을 때, 보병이 총을 쏘며 쫓아냈다.
-투타타타!
달아나는 신도를 보병이 끈질기게 쫓았다.
핵심 포인트는 지우펑의 신도가 자원 지역의 시야를 밝히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
그래야 일꾼 비비기를 양방향으로 쓰지 못한다.
결국 정찰에 실패한 지우펑은 이신의 센터 2병영 전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일찍 생산된 보병을 보고 8병영 정도로 짐작했을 따름이었다.
생각해 보면 한 판만 더 지면 패배하게 되는 이신이 미래가 없는 올인 전략을 쓸 거라고 짐작하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곧 3기의 보병과 다수의 건설로봇들이 지우펑의 앞마당에 들이닥쳤다.
지우펑은 신도들을 다수 동원해 맞서 싸웠다.
하지만 2병영에서 생산되는 보병 숫자는 지우펑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빌어먹을!’
지우펑은 이를 악물었다.
설상가상으로 일꾼 비비기도 여의치 않았다.
이신의 보병 하나가 지우펑의 정찰용 신도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더니, 기어코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소수 유닛의 정면 대결이었다.
‘반드시 이긴다!’
지우펑은 신도들을 부채꼴로 펼치고, 그대로 감싸듯이 이신을 덮쳤다.
-투타타타!
-아악!
신도 하나가 보병들의 집중 사격에 죽었다.
‘보병의 숫자가 너무 많아!’
하다못해 일꾼 비비기라도 써먹을 수 있었더라면!
그러면 건설로봇들의 블로킹을 무시하고 보병들을 손쉽게 잡아 죽일 수 있었으리라.
지우펑은 이를 악물었다.
판단은 과감하고 빨랐다.
싸우지 않고 본진으로 썰물처럼 퇴각하는 신도들.
앞마당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생 더블은 실패.
일찍 구축했던 앞마당의 확장 기지는 이신에 의해 박살 났다.
도리어 그 자리에 이신이 참호와 군량고를 지으며 심시티를 구축했다.
아예 본진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밀봉시키는 것.
‘침착하자.’
급격히 불리해졌지만, 아직 희망은 있었다.
지우펑은 철갑충차를 준비했다.
확산 대미지를 입히는 충격탄을 쏘며 많은 변수를 만들어내는 철갑충자라면 역전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갑충차 견제로 일발 역전을 노려보려는 지우펑! 하지만 이신은 그보다 더 빨리 승부를 낼 생각입니다.
이신은 테크 트리를 올려서 최단시간에 항공수송선을 생산했다.
고속전차, 기동포탑 등을 전부 무시하고 말이다.
더욱이 군사학교를 짓고 의무병과 화염방사병을 추가했다.
보병의 사거리 업그레이드와 각성제를 개발했다.
즉, 병영 병력에 더 힘을 준 것!
항공수송선이 생산 완료되자 이신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나섰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나타나 병력을 드롭하는 항공수송선.
드롭한 보병들이 지체 없이 각성제를 흡입 후, 질풍처럼 신도들을 덮쳤다.
-투타타타!
-으악!
-아악!
식량 자원을 채집하다가 죽어 나가는 신도들.
동시에 출입구 쪽에서도 이신이 공격을 개시했다.
안팎에서 동시에 펼쳐진 양방향 총공격!
‘병영 체제라니!’
지우펑은 깜짝 놀랐다.
당연히 기동포탑으로 포격하며 더 강하게 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를 찔렸다.
강력한 체력과 공격력을 가진 우주깡패 광신도와 비교하면 턱없이 약한 보병.
하지만 의무병이 치료를 해주고, 각성제를 흡입하며 덤비니 무서웠다.
게다가 화염방사병은 범위 공격이 막강하므로 가장 먼저 죽여야 했다.
-크아아!
화염방사병도 각성제를 흡입하고 덤볐다.
광신도들이 몰려와 린치를 가하려 했지만, 둘러싸이는 걸 피해 왼쪽으로 돌아서서 화염을 뿜는다.
치열한 공방.
각성제 먹고 날뛰는 발빠른 병영 병력은 이신의 유려한 컨트롤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때, 철갑충차가 생산 완료되었다.
‘다 죽여주마!’
철갑충차가 쏘는 충격탄은 강력한 확산 대미지를 입히므로, 약한 보병들은 한 방에 떼로 몰살시킬 수 있었다.
지우펑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수송기가 느린 철갑충차를 태우고 날아다니며 적당한 지점에 다시 드롭시켰다.
내리자마자 충격탄을 발사!
그리고 그 순간,
파파팟!
이신의 손이 번개 같이 움직였다.
뭉쳐 있던 보병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보병 산개 컨트롤!
-아, 예술입니다! 보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 좀 보세요!
해설진도 관중도 감탄했다.
-펑!
-으악!
산개 컨트롤로 인하여 충격탄은 고작 보병 1명밖에 죽이지 못했다.
이신의 집중력은 최고조였다.
철갑충자가 충격탄을 쏘는 순간마다, 그의 손이 급격히 빨라진다.
삽시간에 보병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오히려 보병들이 철갑충차를 집중사격.
지우펑도 손길이 빨랐다.
철갑충차를 수송기에 태우고 피신시킨다.
보병들이 수송기를 향해 총을 쐈지만, 총격을 피해 날아다니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다.
그러면서 계속 철갑충차를 내렸다가 충격탄을 쏘자마자 다시 태우고 달아나기를 반복!
그런 유려한 컨트롤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광신도와 거신병기도 컨트롤하니 지우펑도 상당히 바쁘게 멀티태스킹을 펼치는 것이었다.
지우펑은 미친 듯한 철갑충차 컨트롤로 이신의 병력을 죽였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됐다.
이신은 항공수송선으로 계속 병력을 투하하고 있었다.
값싼 보병쯤은 얼마든지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생산되자마자 각성제 빨고 지우펑의 진영으로 달리는 진풍경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신은 아예 지우펑의 앞마당에 병영을 하나 더 짓고 보병을 생산했다.
그것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것이었다.
꾸역꾸역 병력을 생산해 몰아치는 이신.
지우펑의 신들린 철갑충차가 20킬을 넘겼으나, 더는 버틸 겨를이 없었다.
-지우펑 선수 GG!
-패패승승! 조짐이 심상치 않았던 경기를 기어코 2-2 동점 스코어로 되돌려놓는 카이저입니다!
-이제 5세트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됩니다.
역시나 특출한 프로게이머임을 경기장에서 증명하는 이신이었다.
3, 4세트의 승리 모두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싸움이었던 것.
아무리 불리해도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특별함.
플레이에 항상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것이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이었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우펑.
승부는 다시 원점.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지우펑의 2021년 월드 SC 그랑프리 여정은 끝난다.
선수대기실로 돌아온 지우펑은 주먹을 휘둘러 라커룸을 후려쳤다.
쾅!
“빌어먹을!”
다 이긴 승부였다.
3세트가 시작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모두 준비한 시나리오대로였다.
이렇게 틀어지다니.
여기까지 와놓고!
“진정해. 화낼 시간에 5세트 준비해야지.”
코치가 그를 달랬다.
지우펑은 이를 악물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퍼펙트 더블은 깨졌다고요!”
퍼펙트 더블.
지우펑이 준비한 생 더블 빌드 오더를 뜻하는 명칭이었다.
상대의 모든 타이밍을 다 막아낼 수 있는 생 더블 빌드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4세트에서 이신은 치즈 러시로 그것을 깨뜨려버렸다.
이제 지우펑은 퍼펙트 더블을 다시 시도하기 힘들게 되었다.
설마 4세트에 이어 5세트에서도 카이저가 치즈 러시를 시도할까?
장담 못한다.
카이저라면 그럴 지도 몰랐다.
이미 한 번이라도 더 지면 끝장일 때 센터 2병영 전략을 쓸 정도로 대담한데, 무슨 장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침착하고 잘 생각해 봐. 카이저는 오늘 널 상대로 운영 대결로 이긴 적이 없어.”
“…….”
그제야 지우펑은 냉정을 되찾았다.
듣고 보니 그랬다.
3세트는 자신의 센터 참회실 광신도 찌르기를 완벽하게 막아낸 경이로운 컨트롤.
4세트는 치즈 러시로 허를 찌르고, 다시 병영 체제와 항공수송선 드롭으로 또 허를 찔러서 승리를 챙겼다.
‘정상적인 운영 대결의 승부는 없었다.’
코치가 계속 말했다.
“여태껏 카이저를 이긴 사례는 운영 승부에서 이긴 경우가 대부분이야.”
“정면 승부를 하라고요?”
“그래. 정석 빌드 오더로 제대로 결판 짓자. 네 진짜 특기를 보여줘야지.”
빈틈없는 운영.
그것이 지우펑의 진정한 특기였다.
오늘 지우펑은 아직 카이저에게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우펑은 눈을 감았다.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마지막 싸움은 정면 대결이다. 결국 실력 대 실력의 대결로 널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진정한 승리를 원했다.
그것만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지우펑의 의지에 가치를 준다.
휴식 시간이 금방 끝났다.
지우펑은 5세트 전략을 마음속으로 복기하며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흠칫.
지우펑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퍼뜩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코치가 따라오고 있었다.
“왜 그래?”
까닭 없이 목 부근이 욱신거렸다.
어릴 적에 술 취한 아버지가 가장 많이 때렸던 곳이었다.
‘왜 뜬금없이?’
지우펑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것도요.”
다시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승부가 끝나려 하고 있었다.
* * *
‘5세트는 정석.’
이신은 지우펑 측의 생각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오랜 세월 다전제 대결을 치르고 또 승리하면서 체득한 본능이었다.
상담사가 오랜 상담 경험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듯이 말이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노력이 이룩한 실력에 대한 긍지가 높은 지우펑.
그가 거의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최후의 싸움을 앞두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생 더블은 다시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재미를 보았고, 4세트에 치즈 러시로 공략 당했으니 또 욕심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3세트에서 완벽하게 막혔던 센터 참회실 같은 초반 기습 전략을 시도하지도 못할 터.
그렇다면 자신이 여태껏 가장 많이 펼쳤던 정석 빌드 오더가 나온다.
종족 선택부터 전략 선택까지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 이신을 상대로 지우펑의 최선은 결국 그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붙어주지.’
* * *
5세트가 시작되었다.
맵은 약속의 땅.
넓고 자원이 풍부한 맵이며, 맵 중앙 또한 넓은 평지라 신족이 다수 병력을 펼치고 싸우기 좋았다.
시작은 두 사람 모두 정석.
이신은 기갑정거장을 짓고서 앞마당 확장 기지를 짓기 시작.
지우펑 또한 테크 트리를 올려 거신병기 1기를 생산한 뒤에 앞마당 확장 기지를 지었다.
생산된 지우펑의 거신병기가 정찰을 다녔다.
거신병기가 막 생산되어 적진으로 향하던 고속전차와 맵 중앙에서 딱 마주쳤다.
-펑!
고속전차를 레이저빔으로 후려치는 거신병기.
고속전차는 싸우지 않고 유유히 옆으로 비켜나 사라졌다.
하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고속전차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지우펑 역시 거신병기를 계속 생산하며 고속전차의 견제로부터 디펜스에 들어갔다.
첫 견제 시도.
고속전차 2기가 지우펑의 앞마당까지 침투했다.
하지만 앞마당 앞에 서 있던 거신병기가 가로막았다.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된 고속전차 2기는 무시하고 들어가 앞마당에서 일하는 신도들을 사냥하려 했다.
하지만 타이밍 맞춰 뒷걸음질로 무빙을 당긴 거신병기가 블로킹에 성공.
가로막힌 고속전차들은 욕심 부리지 않고 물러섰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지우펑은 알고 있었다.
이신의 장기가 펼쳐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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