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결승(4)
기갑 체제로 전환한 뒤, 기갑 병력을 모으며 힘을 키우는 이신.
박영호 또한 자원을 모으고 테크 트리를 올리며 세력을 불렸다.
그런 소강상태에 있으면서도 두 사람은 맵의 시야 장악을 놓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다.
끊임없이 맵 곳곳에 지뢰를 매설하는 고속전차들.
이에 대해 박영호는 끊임없이 독침충과 하늘군주를 순찰시키며 지뢰를 부지런히 제거했다.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으면, 나중에 괴물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쏟아낸다 해도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지상군의 주도권을 인류에게 빼앗긴다.
반면, 인류는 반드시 지뢰를 매설해서 시야 장악은 물론 괴물의 물량 공세를 억제해야 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사력을 다해 맵 시야 싸움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이신의 수비적인 태도였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맹공을 펼쳤던 이신이건만, 웬일인지 잠잠했다.
별다른 견제 플레이도 없었고 병력이 충분히 모였음에도 싸움에 나서려 하지도 않았다.
단지 병력을 인구수 한계치까지 모으며, 공격력과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충실히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신이 돌연 움직임을 보였다.
그의 진영 곳곳에서 대공포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
5시에 확장 기지를 새로 구축하면서도, 그곳에도 대공포가 한 번에 네댓 개씩 지어졌다.
-카이저가 사방에 대공포를 깔기 시작했습니다.
-맵 중앙에서도 대공포가 드문드문 지어지네요. 이건 완전한 디펜스 태세입니다.
-이건 맵을 절반씩 가져간 채 철벽수비를 하겠다는 뜻이 분명하죠. 이건 차라리 신지호에게 더 어울리는 플레이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차이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108공포?”
“맞아. 완전 우주 방어다.”
존도 맞장구쳤다.
이윽고 이신은 지상군을 이끌고 맵 센터로 진격했다.
전선을 바짝 끌어올려 괴물 진영을 나오지 못하게 압박하면서, 3시 지역에도 추가로 확장 기지를 건설했다.
남북으로 나뉜 상황에서, 양측의 중간에 있는 3시도 가져간 것이다.
“대단해.”
주디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이신은 과감하게 확장을 해버렸다. 거기다가 대공포로 지대공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똑같은 자원을 먹고서 괴물이 인류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맵이 양분된 채 장기전이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박영호는 불리해진다.
이신이 더욱 철벽 태세를 구축하기 전에 박영호는 어떻게든 먼저 공세를 펼쳐 흔들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박영호는 하늘군주에 바퀴나 촉수충 등을 태워서 곳곳에 게릴라를 펼쳤다.
하지만 일절 통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대공포가 잔뜩 있어서 하늘군주가 병력을 드롭할 틈도 없이 다 격추당했던 것이다.
인류의 우주 방어.
이신의 후반부 콘셉트는 바로 이것이었다.
“작년 후반기 개인리그에서 신지호가 이렇게 해서 박영호를 이겼었지?”
“응, 4강.”
“선생님이 그거랑 똑같이 하려나봐.”
이신답지 않은 수비적인 스타일.
하지만 단번에 확장을 쭉쭉 해버리고 대공포로 둘러버리는 타이밍은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단숨에 승기를 빼앗아온 마술 같은 운영이었다.
지상은 계속해서 매설된 지뢰 때문에 막혔으며, 기동포탑들이 요소요소 절묘하게 배치된 채 포격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지대공 방어 역시 완전히 도배된 대공포로 인해 철통같은 상황.
공격해야 하는 입장이 된 박영호로서는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영호는 결국 저 철통 방어를 뚫기 위한 특별한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여왕괴물을 생산하는 러너! 여왕괴물의 기생충 살포로 기동포탑을 파괴해 포격망을 뚫겠다는 뜻입니다.
-여왕괴물 컨트롤이 또 대단한 러너죠. 그런데 이신 선수는… 아!
해설진은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신은 스텔스 전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왕괴물의 완벽한 카운터였다.
-다 읽고 있어요! 이렇게 상황을 끌고 가면 러너가 결국은 여왕괴물을 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마침내 박영호가 전 병력을 끌고 치고 나왔다.
여왕괴물들도 함께 날아왔다.
그런데 그 순간,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나타나 여왕괴물들을 모조리 격추하기 시작했다.
-키엑!
-키에엑!
-푸하악!
무참히 살육당하는 여왕괴물들.
준비했던 카드가 써보기도 전에 박살 나자, 박영호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썰물처럼 후퇴하는 괴물 대군.
그러자 거꾸로 이신이 치고 나왔다.
모든 기동포탑과 고속전차와 전술위성이 우르르 몰려나와 북벌을 개시했다.
그것은 거대한 스케일의 토털 어택이었다.
지상군으로 밀고 올라가는 한편, 고속전차 8기를 항공수송선 2척에 태운 채 스텔스 전투기 편대와 함께 이동했다.
스텔스 전투기 편대의 보호를 받으며 올라간 항공수송선 2척은 박영호의 12시 확장 기지에 고속전차 8기를 일제히 쏟아냈다.
동시에 스텔스 전투기 편대는 1시로 날아가 하늘군주들을 사냥했다.
지상군은 11시로 쭉 밀고 올라가 박영호의 본진을 압박했다.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속한 병력 기동으로 인하여, 박영호는 한순간에 3곳을 동시에 공격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박영호는 괴물주술사를 써서 지상군을 어떻게든 막아냈다.
12시의 고속전차 견제 또한 막아냈다.
하지만 끊임없이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스텔스 전투기 편대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고개를 저은 박영호는 GG를 선언했다.
-러너 GG!
-카이저가 1세트를 승리로 장식합니다!
1-0.
이신이 다전제 대결에서 가장 중시 여기는 스코어 리드를 해낸 것이었다.
휴식 시간 동안 제자들은 두런두런 대화를 냐눴다.
“선생님이 저렇게 수비적인 장기전을 택하실 줄은 몰랐어.”
“그래도 선생님다운 플레이가 녹아든 장기전이었지. 고속전차가 집요하게 계속 지뢰를 심었잖아.”
박영호가 열심히 돌아다니며 지뢰를 제거했는데도, 그 자리에 어김없이 다시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그렇듯 잠시도 쉬지 않고 활동을 한 고속전차가 그런 유리한 장기전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견제 플레이를 다 막아낸 박영호였지만, 결국 이신의 고속전차 활용을 완전히 막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 * *
“우린 카이저가 왜 이겼는지 알지.”
왕춘 감독이 말했다.
함께 있던 코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니 같은 숫자의 유닛이 있어도 효율성은 2배 이상이죠.”
SC스타즈는 최근 들어 새로운 분석 개념을 도입했다.
그것은 바로 유닛 활동량.
축구 선수가 해당 경기에서 얼마나 뛰었는지 거리를 측정하듯이, 각 유닛 별로 총 이동 거리를 측정한 것이다.
유닛 활동량 분석법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놀랍게도 카이저는 고속전차와 스텔스 전투기 등 주력으로 사용하는 유닛의 총 이동 거리가 다른 선수의 2배가량이었다.
즉, 똑같은 숫자의 유닛이 있어도 이신이 2배 이상 더 많은 활약한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더 높은 효율성을 보이니, 같은 조건에서 카이저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피지컬이다. 이건 선수에게 강요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야.”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유닛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의 피지컬 소모가 더 크다는 뜻이었다.
피지컬은 훈련에 의해 키워지기도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재능 또한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전략 실행 능력보다는 피지컬 훈련의 비중을 더 늘려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
전략연구팀이 구상한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 손쉽게 승리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전략이 다 가위바위보처럼 완벽한 상성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
게임 중에 발생하는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바뀐다.
즉, 그럴 때 작용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역량이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가장 각광받는 선수의 역량 덕목은 바로 피지컬.
“그리고 카이저의 피지컬은 아직도 정상급이지.”
“한동안 줄지 않을 거라는 분석 결과가 더 놀랍죠.”
이신의 리플레이 파일을 분석해 본 결과 나타난 반사 신경 및 초반과 후반의 활동량 차이 등은 아직 크게 피지컬이 떨어진 게 아님을 증명했다.
“이제 카이저가 어떻게 금메달을 가져오는지 보자고. 스코어 리드를 하고 있는 카이저는 심리전의 귀재가 된다.”
* * *
‘직접적인 견제는 대부분 막혔다. 영호 녀석이 제대로 벼렸군.’
모든 침투 루트가 차단되어서 아무런 견제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은 오랜만이었다.
계속 견제가 막혀서 도리어 손해만 입자, 이신은 그 즉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장기전.
견제 대신 디펜스.
물론 제자리에서 가만히 지키고 있는 정적인 디펜스가 아닌, 수시로 움직이며 적의 동선을 차단하는 동적인 디펜스였다.
거기다가 한때 주디에게 가르쳤었던 공격적 확장까지 펼쳐 보였다.
단숨에 확장 기지를 늘려 지어서 자원 우위를 차지한다.
공격하지 않고도 상대측이 자원 상으로 손해를 보게끔 만드는 운영이었다.
‘생각보다 잘 통했군.’
이미 박영호가 오늘 어떤 콘셉트로 나왔는지 파악이 끝난 이신이었다.
아마도 난전을 통한 멀티태스킹 싸움.
끝없이 서로 피지컬을 소모하는 피 말리는 싸움이었다.
거기에 맞불을 놨다가는 1세트 초중반처럼 이신이 불리하다. 현재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영호의 피지컬은 이신조차도 학을 뗐다.
그렇다면…….
‘거기에 응해줄 생각은 없다.’
이신은 이미 1세트에서 해답을 찾았다.
바로 디펜스와 카운터.
싸워서 피를 볼 생각으로 의욕 만만한 박영호를 카운터로 깨끗이 잠재워줄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이신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2세트가 시작되었다.
이신은 여전히 인류를 종족으로 골랐다.
맵은 천상의 갈림길.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결승에서 만난 두 사람의 상황을 잘 나타낸 맵 명칭이었다.
2세트는 피차 조심스럽게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신은 괴물을 상대로 하는 무적의 패턴이라고 생각되었던 1-1-1 빌드를 버리고 1병영 더블의 정석 운영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박영호의 쐐기충 견제에 대비하여서 대공포로 본진 및 앞마당을 두르는 방어적인 모습도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대공포 대신 로켓 프리깃을 생산해 쐐기충 편대와 공중전을 벌이기를 즐겼던 이신이었다.
로켓 프리깃이 대공포를 두르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힐뿐더러, 이신은 로켓 프리깃 컨트롤도 무척 자신 있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공포를 택한 것이다.
방어적인 이신의 태도.
이는 중후반까지 바라본 이신의 선택이었다.
대공포로 둘러져 있으면 하늘군주를 활용한 드롭 견제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가 난전을 유도해서 피 터지게 싸우고 싶어 한다는 걸 아는 이상, 거기에 따라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거기에 로켓 프리깃이나 전술위성 등을 폭탄충으로 격추시키는 박영호의 솜씨는 거의 명인의 경지였다.
격추당하지 않도록 로켓 프리깃을 관리하는 것 또한 멀티태스킹이 소모되는 일.
이신은 박영호의 의도와 달리 자신의 피지컬을 최대한 아끼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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