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5
405화 사자심왕(1)
양측은 제3 전장 리벤으로 이동했다.
이신은 다시 한 번 리처드 1세를 바라보았다.
리처드 1세는 사실 통치자로서 좋은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전쟁을 위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백성을 괴롭혔고, 참다못해 벌어진 민란을 진압하기도 했다.
아들로서는 어머니와 손잡고 아버지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 뒤로도 전장을 전전했기에 왕으로서 통치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 그 이름이 빛나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사자심왕!
기독교와 이슬람의 거대한 충돌이었던 십자군 전쟁에서 그의 위명은 빼놓을 수가 없었다.
이슬람 세계에 살라딘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탄생하여 반격을 개시했을 때, 기독교 세계에서 등장한 맞수가 바로 리처드 1세.
리처드 1세는 상식을 초월한 용맹함으로 십자군을 이끌어, 살라딘마저도 자신의 라이벌이자 영웅으로 그를 인정할 정도였다.
“저게 바로 사탄이 아니더냐?”
전장 한복판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활약을 떨치는 리처드 1세를 보며 살라딘이 건넨 씁쓸한 농담이었다.
뿐만 아니라 리처드 1세가 말을 잃고서 병사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싸울 때, 살라딘은 친히 부하를 시켜 명마를 선물할 정도였다.
당시에 기사가 말에서 내려서 싸운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고, 아무리 적이라도 자신의 라이벌이 그런 수치를 감당하게 할 수는 없다는 살라딘의 호의였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동생 존 왕이 배신했을 때, 이를 도왔던 신성로마제국의 필리프 2세는 리처드 1세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존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악마가 돌아왔소.’
그리고는 절대 더 읽히고 싶지 않다는 듯 존 왕을 외면했다.
공포에 질린 존 왕은 리처드 1세에게 용서를 빌었고, 어머니의 중재도 있어서 리처드 1세를 동생을 용서했다.
그 정도로 리처드 1세는 전쟁터에서 빛나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보급선을 중시 여긴 것으로 보면 막무가내로 싸우는 지휘관도 아니다.’
그 보급 때문에 자국 백성들이 죽어났다는 것은 지금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한편, 리처드 1세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이신을 관찰하고 있었다.
“군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손이나 체격이나 싸움과는 거리가 멀어.”
“맞습니다.”
이신은 순순히 인정했다.
무기를 든 경험이라고는 군복무 시절에 사격 훈련을 한 것 외엔 없었다.
“하지만 난 그대 같은 인물을 잘 안다. 무기보다 더 치명적인 간교한 지혜를 발휘하는 유형이지.”
이신은 나직이 미소 지었다.
“그것도 맞습니다.”
상대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플레이.
정면대결보다는 견제 플레이와 심리전으로 적을 파멸로 몰아넣기를 즐긴다.
그걸 간교한 지혜라 한다면 나름대로 옳은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도 누구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도 알렉산드로스가 이끄는 그 강한 팀을 상대로도 말이지. 난 그 점에 있어 오히려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축제에서 알렉산드로스와 싸워보셨습니까?”
“그랬지. 정말 강하더군. 차라리 일대일이 낫겠다 싶을 정도였어.”
확실히 축제에서 보여준 알렉산드로스의 포스는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알렉산드로스를 꺾은 나폴레옹 팀이 더 부각된 것이지만 말이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항우와 붙어봤을까 하는 유치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윽고 서열전이 시작되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6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6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휴먼.”
“오크.”
이신과 리처드 1세가 동시에 대답했다.
리처드 1세는 이신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럼 어디 한번 뜨겁게 붙어보자고.”
‘뜨겁게, 인가.’
역시나 리처드 1세의 공격적인 성향을 짐작케 하는 한마디였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계약자 리처드님께서 참전합니다.]시작되었다.
이신은 머릿속에 가상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떠올려 노예들을 부렸다.
노예 4명이 마력석을 캐기 시작했고, 동시에 사령부에서 새로운 노예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노예가 새로 소환되는 족족 마력석 채집에 투입되었다.
‘일단은 가난하더라도 안전하게 초반을 보내는 데 집중해 볼까.’
이신은 병영을 본진 출입구를 가로막는 형태로 지었다.
가뜩이나 제 3 전장 리벤은 본진 출입구가 좁아서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정도였다.
거기에 병영으로 출입구를 반쯤 막아섰다.
이러면 이신도 나중에 본진 밖으로 나갈 때 통행이 불편해진다.
앞에 리처드 1세가 병력을 끌고 나와 진을 치고 있으면 더욱 진출이 방해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신은 안전한 쪽으로 운영을 했다.
유사시에 병영 옆에 식량창고나 화살탑을 지으면 완전히 밀봉되는 구조의 심시티.
이건 어떻게든 휴먼이 가장 약한 초반 타이밍을 안전하게 넘기겠다는 이신의 의지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2류 3류도 할 줄 아는 안전한 플레이.
일류의 방어는 무엇보다도 정찰이 생명이었다.
이신은 사도 콜럼버스가 소환되자 일찌감치 정찰을 보냈다.
이신의 본진 위치는 7시.
콜럼버스는 5시를 거쳐 1시로 올라갔다가 리처드 1세의 진영을 발견했다.
리처드 1세는 본진으로 들어서는 출입구에 오크 노예 1명을 세워서 지키고 있었다.
정찰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물론 이신에게는 이를 무시하고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블링크를 쓸까요?’
콜럼버스가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비침을 써서 들어가. 블링크는 탈출할 때 써야 한다.’
사도 콜럼버스는 이신이 빙의해서 치유 능력을 쓸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기에 반드시 살려야 했다.
‘알겠습니다!’
콜럼버스는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오크 노예를 향해 씨익 웃으며 뚜벅뚜벅 다가갔다.
보다 체격이 좋고 힘이 센 오크 노예였지만 콜럼버스는 겁먹지 않았다. 이미 이신의 사도로서 서열전 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콜럼버스였다.
?!
콜럼버스는 오크 노예에게 마비침을 쐈다.
그리고 1초간 마비된 오크 노예에게 잽싸게 달려들었다.
“으랏차!”
오크 노예를 붙들고 있는 힘껏 땅에 내동댕이를 쳐버렸다.
평소에 다른 사도들과 함께 지내면서 몇 가지 잔재주를 배운 콜럼버스.
1초간 마비 상태에 있어 무방비 상태인 오크 노예를 매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물론 그걸 1초 안에 해내고 오크 노예에게 붙들리기 전에 잽싸게 몸을 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지만 말이다.
“취이익!”
내동댕이쳐진 오크 노예가 화가 나서 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그 손에 붙잡히기 전에 황급히 몸을 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본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성공입니다! 와우, 역시 숨기는 게 있었는데요?’
‘잘했다.’
이신은 콜럼버스의 정찰 성과를 칭찬했다.
리처드 1세는 자원 확보가 시급한 초반에 오크 노예 1명을 출입구를 지키게 할 정도로 보안에 기울였다.
하지만 정찰을 허용하고 말았고, 오크 노예 1명을 일시키지 않은 손해를 아무 성과 없이 떠안게 되었다.
별게 아닌 것 같아도, 극초반의 이런 사소한 손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비효과처럼 커지는 법이었다.
무엇보다도 큰 성과는,
‘건물이 없군.’
당연히 오크의 본진에 있어야 할 전사 양성소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오크 전사를 소환하는 전사 양성소는 오크의 테크 트리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게 본진에 없다 해도, 이 타이밍에 아직도 전사 양성소를 짓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즉, 전장의 다른 지역 어딘가에 몰래 숨겨지었다는 뜻이었다.
‘거기서 빠져나와 전장 중앙 지역을 정찰해.’
‘옛!’
이신의 명령에 따라 콜럼버스는 리처드 1세의 본진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의치는 않았다.
아까 출입구를 지키다가 내동댕이쳐지는 수모를 겪은 그 오크 노예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던 것이다.
‘블링크를 쓰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나?’
이신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자신만만한 대답이었다.
콜럼버스는 씨익 웃으며 마비침을 꺼냈다.
마비침을 부는 시늉을 하자, 오크 노예가 움찔했다.
그 순간 콜럼버스가 다시 덤벼들었다.
엇박자로 달려들면서 마비침 발사!
오크 노예는 또 1초간 마비되었다.
그리고 또…….
“으X!”
쿵!
“취익!”
콜럼버스는 오크 노예를 매치고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전투 시 유용한 마비침을 5발 중 2발을 이미 소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크를 아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콜럼버스가 전장의 중앙 지역으로 향할 때, 오크 전사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리처드 1세가 어딘가에 숨겨 지은 전사 양성소에서 소환된 오크 전사였다.
“취이익! 죽인다!”
오크 전사가 콜럼버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오,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장비한 가죽 부츠 덕에 이동속도가 5% 더 빠른 콜럼버스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오크 전사는 콜럼버스를 붙잡기보다는 전장 중앙 지역 쪽으로 향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데 주력했다.
멀리 우회해서 따돌려보려 해도 저렇게 신중하게 일정 방면을 막고 있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시간이 지체되면 정찰의 의미가 퇴색된다.
‘블링크 써.’
이신이 지시했다.
파앗!
콜럼버스는 이때를 위해 아꼈던 블링크를 사용해 오크 전사를 따돌렸다.
그 후에도 콜럼버스의 정찰 센스가 돋보였다.
블링크로 따돌린 후에는 정확히 오크 전사가 가로막으려 했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 좌우로 움직여 보면서 오크 전사를 살폈던 콜럼버스.
막으려 했던 방향에 적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런 콜럼버스의 판단은 옳았다.
전장의 중앙에서 살짝 좌측으로 치우쳐진 지역에 리처드 1세가 몰래 지은 전사 양성소를 발견했다.
‘맙소사! 아주 작정을 했는데요?’
콜럼버스가 화들짝 놀랐다.
그곳에 몰래 지어진 전사 양성소는 총 2채였다.
이 타이밍에 전장 중앙 지역 부근에 전사 양성소를 2채나 숨겨지었다?
이것이 말해주는 바는 하나였다.
뒤가 없이 아예 초반에 밀어붙여서 끝내버리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정찰을 못했더라면 전사양성소가 2채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러면 전투가 벌어졌을 때 오크 전사의 숫자가 예상보다 더 많아 낭패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으리라.
‘됐다. 돌아와.’
‘옛!’
이신은 생각해둔 심시티를 실행에 옮겼다.
일단 병영 뒤에 화살탑 1채를 건설했다.
콜럼버스가 돌아오면, 병영 옆의 빈 공간에 식량창고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병영과 식량창고로 출입구가 완전히 봉쇄되고, 그 바로 뒤에는 화살탑이 자리 잡고 있는 심시티가 완성되는 것이다.
테트리스 게임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치밀한 구성의 심시티.
그러면 나중에 본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식량창고를 부숴서 길을 터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그걸 감수하더라도 리처드 1세의 초반 전략을 막기만 하면 무조건 이득이었다.
‘뭘 준비했건 결국 근본은 초반 올인 러시에 불과하다.’
이신은 굳건히 방어 태세를 갖춘 채 리처드 1세의 공격을 기다렸다.
아직까지는 이신의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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