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3차전(2)
첫 그리핀이 소환되자마자 이신은 로흐샨과 석궁병 하나를 태워서 보냈다.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왔구나!’
리처드 1세는 이신이 또다시 그리핀을 쓰는 것을 확인했다.
‘그만큼 지상군이 약하다는 뜻!’
리처드 1세는 나름대로 2차전에서 드러난 이신의 약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신의 전략이 그리핀과 마법사라면, 지금 타이밍에 아직 마법사는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지금이 놈이 가장 약할 때다!’
리처드 1세는 오크전사와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이 혼합된 병력을 모두 이끌고 진격에 나섰다.
“전부 다 뚫어버리고 숨통을 끊으면 그만이다!”
리처드 1세의 공격 판단은 바로 e스포츠 용어로 타이밍 러시.
서열전에서 오랫동안 활약했으니 상대가 약한 타이밍을 노리고 병력을 모아 치는 개념을 익히지 못했을 리 없었다.
리처드 1세의 군대는 곧장 이신의 앞마당까지 짓쳐들어왔다.
이신의 앞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 다만 본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건물들로 틀어막혀 방어가 된 상태.
‘네 녀석도 더 이상 마력석 채집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곤란할 터다.’
이신은 본진에서만 마력을 캐고 있다.
심지어 그 마력을 그리핀 소환에 투자했다.
때문에 이신의 지상군은 매우 빈약한 상황일 터였다.
그렇게 판단한 리처드 1세는 결단을 내렸다.
“본진을 친다!”
심시티를 뚫고 출입구를 돌파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취이이익!”
“공격! 취이익!”
“다 죽여라, 취익!”
오크 군세가 맹렬하게 달려들어 본진 출입구를 막고 있는 건물을 때렸다.
그러자 건물 뒤편에서 석궁병들이 응사했다.
“놈들이 왔다!”
“그냥 쏴! 막 쏴도 다 맞는다!”
석궁병들은 건물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 밖에서 일방적으로 볼트를 쐈다.
그럼에도 오크들은 볼트에 맞아가서 무서운 기세로 건물을 부수는 것이었다.
식량창고가 무너지려고 할 즈음, 이존효가 소리쳤다.
“2차 작전이다! 모두 물러나!”
“옛!”
이신의 병력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물러선 지점은 화살탑이 1채 세워져 있어서, 인접한 병영 건물과 함께 심시티를 이루고 있었다.
이를 테면 2차 심시티 방어선!
각 전장마다 상당한 연구를 했던 이신은 이러한 절묘한 심시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오크 군세 또한 1차 심시티를 무너뜨리고 본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2차 심시티가 존재했지만, 빈틈없이 틀어막은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이신 측도 각오해야 했다.
“다 죽여라!!”
어느새 오크전사 사도에게 빙의된 리처드가 포효했다.
[계약자 리처드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300마력이 소모됩니다.] [계약자 리처드가 학살을 부추깁니다.] [계약자 이신 진영의 공격력이 10%, 계약자 리처드 진영의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계약자 이신 진영의 육체 손상이 15%, 계약자 리처드 진영의 육체 손상이 10% 빨라집니다.] [싸움에 임하는 전 병력이 광기에 휩싸입니다.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효과가 지속됩니다.]리처드 1세는 학살을 부추기는 능력을 사용했다. 승부수였다.
그리고 이신 또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투석기 일제히 전진 배치.’
이신의 지시가 떨어졌다.
공병들이 분해된 투석기들을 끌고 이동했다.
투석기 하나하나 모두 이신의 조종에 의해 배치되었다.
그리고 다시 조립!
그랬다.
이신이 그리핀과 함께 준비한 것은 마법사가 아니라 투석기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신은 2차전에서 선보였던 그리핀+마법사 전략을 또 써먹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처럼 리처드 1세가 그 허점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흐샨이 탄 첫 그리핀은 적진을 둘러보다가 리처드 1세가 타이밍 러시를 시도하려는 걸 포착했다.
그래서 그 즉시 이신은 전략을 수정.
그리핀을 더 이상 소환하지 않고, 대신 투석기의 숫자를 더 늘렸다.
그리고 적이 나타났을 때, 투석기를 사용하지 않고서 리처드 1세가 적극적으로 공격해오기를 유도했다.
‘11시의 존재를 들키면 안 되니까.’
11시에 지어 놓은 마력석 채집장은 지금도 이신에게 꾸준히 마력을 공급해주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리처드 1세는 이신의 병력이 적다고 오판한 것이다.
투석기가 5대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슈우우웅! 슈우웅!
콰아앙! 콰아아아앙!
“취이익!”
“투석기다, 취익!”
“g!”
예상치 못한 투석기의 바위 세례에 리처드 1세의 병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출입구를 지나 본진에 진입하느라, 병력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었던 탓이다.
“투석기? 그런데 저 많은 숫자는 대체……!”
리처드 1세는 깜짝 놀랐다.
이신에게 저렇게 많은 투석기를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있었단 말인가?
리처드 1세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곧장 답을 도출했다.
‘어딘가에서 몰래 마력을 캐고 있었구나!’
당했다는 걸 깨닫자 리처드 1세는 마음이 급해졌다.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된 이신의 함정이었다.
이신은 리처드 1세로 하여금 총공격은 물론, 학살을 부추기는 능력까지 쓰도록 유도했다.
학살을 부추기는 능력은 서로의 피해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
즉, 저 투석기의 바위 공격이 더 끔찍한 대미지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이대로 물러서봤자 패배가 확실했다.
퇴각해도 전진 배치된 투석기에게 얻어맞아 병력 태반을 잃을 터.
리처드 1세는 사활을 걸고 맹공을 퍼부었다.
“돌파해라! 돌파해야 우리가 산다!”
기호지세였다.
이 공격에서 어떻게든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 패배는 기정사실이었다.
마음이 정해지자 리처드 1세는 무서운 무위를 뽐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콰지직!
공격 하나하나가 일격필살.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석궁병이 하나씩 죽었다.
방패병이 저지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또다시 일격에 방패와 함께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다 죽인다!”
길길이 날뛰는 사자심왕.
살라딘의 표현대로 악마 같은 활약상이었다.
‘좋은 기회군.’
이신은 자신의 치유 능력을 다시금 시험할 기회라 여겼다.
콜럼버스의 육신에 빙의했다.
이번에는 리처드가 던지는 검에 허무하게 죽지 않기 위해, 방패병 2명을 앞에 세웠다.
마력을 일으켜 치유 능력을 펼쳤다.
[계약자 이신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됩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이 회복됩니다.]이신 주변에 있던 아군 병력이 완만한 기세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똑같은데?’
1초에 5마력씩 소모되는 점이나 회복 속도나, 중급 악마였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의아함을 느낀 이신이었지만, 일단은 전투에 집중했다.
“내가 간다!”
이신 진영에서도 용맹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맹장이 나섰다.
바로 이존효였다.
엄청난 일전이 펼쳐졌다.
근거리에서도 혼천절을 기막히게 다루며 잘 싸우는 이존효.
그러나 리처드 1세 또한 사도에게 무기와 방어구를 모두 부여했기 때문에 중무장한 상태였다.
신나게 치고받자 점점 리처드 1세가 이존효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복잡적인 요소가 있었다.
학살을 부추기는 능력 탓에 리처드의 공격력이 이존효를 앞선 상태였다.
이존효도 광기를 일으켜 공격력이 상승된 상태였지만, 리처드 1세의 고유 능력만 한 효과는 없었다.
거기에 기본적인 체력과 근력도 오크가 휴먼을 능가했다.
이존효가 형편없이 밀려났다.
상처가 점점 많아졌다.
다른 오크 군세도 리처드 1세의 용맹에 용기백배하여 계속 밀어붙였다.
이신 병력의 대형이 무너지고 난전이 되었다.
서로 뒤섞이자 투석기들도 아군까지 피해 입을 까봐 쉽사리 바위를 쏘지 못했다.
‘이존효가 버텨주어야 한다.’
이신은 계속 펼치고 있는 치유 능력이 이존효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치유 능력이 적용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치유 효과가 상승합니다.]갑자기 머릿속에 들리는 안내음에 이신은 흠칫 놀랐다.
‘이거였나.’
치유 범위를 마음대로 집중·분산시킬 수 있는 것.
이것이 상급 악마가 되어서 진화한 능력의 정체였다.
이신은 치유 범위를 좁혀서 이존효에게 집중시켰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되는 치유 능력이 이존효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이다.
파아앗!
삽시간에 이존효는 모든 상처가 치료되고 체력까지 되돌아왔다.
이신은 물론 이존효 본인도 깜짝 놀랐다.
“오! 주군의 능력이시구나!”
이존효는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엄청난 치유 능력이 집중된 것을 아니, 방어를 도외시하고 같이 죽자는 식으로 덤볐다.
리처드 1세가 밀렸다.
똑같이 상처를 입는데 이존효는 그 즉시 말끔하게 치유되고 있었다.
“크윽, 제길!”
갑옷도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다른 몸으로 옮겨 타야겠다.’
리처드 1세는 기회를 노렸다.
다른 오크전사 사도로 하여금 근처에 오도록 했다.
이 몸을 미끼로 이존효를 유인한 다음, 그 즉시 다른 오크전사 사도에게 빙의해 일격필살로 처치할 속셈이었다.
무섭게 치받는 이 와중에 그런 노림수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리처드 1세의 천부적인 싸움 센스를 짐작케 했다.
이존효가 혼천절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
‘오냐, 와라!’
리처드 1세는 온몸을 던졌다.
콰지직!
빙의해 있던 오크전사 사도의 육체가 단숨에 두 쪽이 났다.
리처드 1세는 죽자마자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오크전사 사도에게 빙의했다.
그런데,
쉭- 콰직!
빙의되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진 한 줄기의 볼트가 목을 꿰뚫었다.
“크헉!”
리처드 1세는 피를 토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핀을 탄 로흐샨이 씨익 웃고 있었다.
‘눈엣가시 같은……!’
리처드 1세는 또다시 빙의가 풀렸다.
리처드 1세의 다른 사도들 역시 빠르게 처치되었다.
이는 투석기들을 지휘하는 마르몽의 판단이었다.
마르몽은 명중률 100%인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리처드 1세의 사도로 보이는 오크들에게 바위를 쏜 것이다.
주변에 아군도 있었지만, 상대측의 사도와 맞바꾼다면 이득이었다.
이번에는 리처드 1세가 사도들을 잃고서 빙의를 못하게 된 것.
리처드 1세의 신들린 용맹이 없으니, 애당초 불리했던 전투는 이변 없이 마무리되었다.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계약자 리처드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51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22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314,220으로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께서 서열 25위가 되셨습니다.]3차전 역시 이신의 승리.
5만을 추가로 얻은 그레모리는 2차전에서 얻었던 마력과 합쳐서 서열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
반면에 글라샬라볼라스는 3만 마력짜리 서열전을 이기고 5만 마력짜리 서열전을 2연패함으로서 서열이 한 단계 내려가고 말았다.
이로서 두 악마군주의 서열 차이는 22위와 25위로 벌어졌고, 글라샬라볼라스와 리처드 1세는 더 이상 도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돌아갈 수 있겠군.’
리처드 1세에게 2연승을 거둔 이신은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