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마지막 대결(1)
스텔스 전투기가 박영호의 기지(奇智)로 인해 격추된 상황.
잠시 박영호를 살피던 이신의 눈과 귀가 없어졌다.
박영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독침충들이 일제히 이신의 진영을 향해 진격했다.
진격 루트에 미리 보내 놓은 하늘군주들은 땅속에 매설된 지뢰를 밝혀주고 있었다.
박영호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9마리의 독침충이 질풍처럼 달렸다.
하늘군주가 밝혀주는 지뢰를 제거하나가며 속히 전진.
이신 역시 지뢰를 다 매설한 고속전차 1기를 우회시켜서 박영호의 앞마당을 급습했다.
앞마당에 촉수탑 1채가 지어져 있어 대응했지만, 그걸 맞아가면서 일벌레 1마리를 잡았다.
체력이 아슬아슬할 때, 촉수탑의 사거리 밖으로 숨어드는 데 성공하여서 또 다른 일벌레를 공격했다.
박영호는 공격당한 일벌레를 즉시 본진 쪽으로 대피시켰다. 정확한 클릭과 반사 신경!
더욱이 근처에 있던 일벌레가 달려들어서 체력이 얼마 없었던 고속전차를 공격해 터뜨려버렸다.
-퍼엉!
고속전차는 일벌레 1마리의 전과만 거둔 채 터졌다.
하지만 이신이 노린 것은 따로 있었다.
박영호의 시선을 앞마당에 들어온 고속전차에 붙잡아두는 것.
그사이에 진격하던 독침충들은 지뢰밭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늘군주가 느린 탓에 독침충이 더 빨리 지뢰밭에 도달한 상황.
-그대로 가면 지뢰에 독침충이 죽습니다!
-카이저가 저걸 신경 못 쓰게끔 만든 겁니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정말 무서운 센스!
-어어!!
관객들도 아찔해졌다.
하지만,
-펑! 퍼엉!
지뢰 2개가 튀어나온 순간, 독침충들은 2점사로 제거해 버렸다.
그랬다.
박영호는 두 군데를 동시에 신경 쓰고 있었다.
일벌레가 고속전차를 처치한 시각, 독침충들은 무빙 샷으로 지뢰밭을 강행 돌파했다.
피해는 전무.
절묘한 타이밍에 찌르고 들어와 실수를 유도한 이신의 플레이도 대단했지만, 박영호의 멀티태스킹과 컨트롤도 더없이 날카로웠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전 세계 프로게이머들은 입을 쩌억 벌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독침충들이 이신의 앞마당에 이르렀다.
이신의 앞마당은 참호 1채가 지어져 수비되어 있었다.
독침충들이 접근한 순간,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성명절기 같은 이신의 건설로봇 블로킹!
-반응 보십시오! 카이저도 대단합니다!
-일제히 붙어서 공격 받는 참호를 수리합니다!
그걸 뚫기란 무리였다.
하지만 박영호도 거기까지 기대한 적은 없었다.
타깃은 참호를 지키기 위해 튀어나온 건설로봇들이었다.
-투타타타타!
-칙! 칙칙!
참호 안에 있는 보병들이 총을 쐈지만, 독침충들은 그걸 맞아가며 건설로봇을 1기씩 일점사했다.
그 순간,
“와아아아아!!”
“카이저-!”
관객들이 경악과 찬사를 금치 못했다.
공격 받는 건설로봇이 참호 안에 들어가 숨었다가, 다시 나와서 뒤로 빠진다.
독침충의 일점사를 받을 때마다, 건설로봇들이 하나씩 계속 그 같은 일을 반복했다.
참호는 4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이신은 참호 안에 보병 3명을 넣었다.
남은 한 자리는 지금처럼 건설로봇을 대피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전광석화 같은 컨트롤로 그 같은 플레이를 반복한 이신!
박영호는 독침충 4마리를 잃고 후퇴해야 했다.
이신의 피해는 전무.
단 1기의 건설로봇도 잃지 않고 막아낸 것이다!
-맙소사, 정말 수준 높은 플레이의 연속입니다. 저런 상황은 많이 봤지만, 저런 플레이로 피해를 줄이는 인류 플레이어는 거의 못 봤거든요? 저런 걸 어떻게 저렇게 당연하게 펼칠 수 있는 걸까요?
-여러분이 보시는 저 인류가 바로 카이저입니다! 건설로봇을 단 1기도 안 잃다니, 하하하.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격 받기 전에 은밀히 밖으로 빼돌려놓은 고속전차 1기가 있었다.
그 고속전차는 독침충들의 퇴로에 지뢰를 매설했다.
-세상에, 저것까지 계산에 두고 고속전차를 빼놓은 거 보십시오! 저 많은 생각을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다 한 건가요?!
-그래서 두 선수 모두 이 자리에 있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이신의 야심찬 함정은 통하지 않았다.
박영호는 퇴각할 때도 하늘군주를 대동한 채 지뢰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폈으니까.
이미 한 번 지뢰밭을 뚫고 온 자리라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
이신과의 일전을 준비하면서 박영호가 심혈을 기울여 노력한 플레이 중 하나였다.
-완벽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양 선수! 여기까지의 국면을 어떻게 보십니까?
-멋진 플레이로 디펜스를 한 것은 좋았지만, 현 시점에서 불리한 쪽은 누가 봐도 카이저입니다. 워낙에 러너가 부유하게 시작했고, 아직 카이저가 진출할 준비가 안 된 틈을 타서 확장 기지를 하나 더 가져가고 있죠.
-러너가 금메달에 좀 더 다가가고 있는 걸까요?!
-아직 속단하긴 이릅니다. 카이저도 병력을 꾸준히 모으고 있는데요, 그 병력이 진출했을 때 순회공연을 다니며 얼마나 소득을 거두는지 봐야합니다.
그때, 박영호가 또다시 움직였다.
쐐기충 2마리와 다수의 폭탄충 떼가 이신의 진영으로 향하고 있었다.
-러너가 카이저의 전술위성을 격추시키러 갑니다.
-촉수충 위주로 병력을 모으고 있으니, 전술위성을 줄여주기만 해도 시간을 벌 수 있죠.
-그런데 저 쐐기충은 뭘까요? 2마리밖에 없는데요?
-저건······ 아!
쐐기충 2마리를 굳이 뽑은 이유가 곧 밝혀졌다.
폭탄충들이 전술위성을 위협했다.
2기의 전술위성은 참호나 생산된 보병들이 모인 곳으로 피했다.
그런데 그때, 쐐기충 2마리가 앞마당을 타격했다.
-쐐액!
-펑!
-쐐애액!
-퍼엉!
쐐기충이 공격할 때마다 건설로봇이 1기씩 터졌다.
2마리밖에 없는 쐐기충이 어떻게 일격에 건설로봇을 하나씩 잡는 걸까?
이유는 하나.
아까 독침충에게 일점사를 당할 때마다 참호에 숨어서 피한 건설로봇들이었다.
체력이 간당간당했던 건설로봇들을 기어코 쐐기충 2마리를 투입해 마무리한 것이다!
비록 진짜 목표였던 전술위성은 격추시키지 못했지만, 박영호는 건설로봇을 5기나 처치하는 전과를 거두고 떠났다.
박영호의 피해라고는 보병들에게 격추된 폭탄충 2마리에 불과했다.
-말이 안 나옵니다. 정말 기가 막힌 플레이입니다.
-저걸 잡자고 쐐기충 2마리를 투입하는 센스라니! 게다가 저 쐐기충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죠. 피의 저주를 묻힌 전술위성을 격추시킬 때 유용하고요.
-그러면서 러너는 확장 기지를 또 하나 가져갑니다! 이제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카이저! 움직여야 해요!
승리,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박영호의 강력한 집념은 세심하고 완벽한 플레이로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화면에 비치는 이신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했다.
보병, 의무병, 화염방사병.
고속전차와 기동포탑.
전술위성들과 항공수송선 1척.
토털 어택을 위한 준비가 이제 막 끝난 참이었다.
-드디어 카이저의 턴이 돌아왔습니다.
-카이저가 움직입니다! 확장기지 숫자 차이가 너무 납니다. 여기서 반드시 성과를 거두어야만 합니다.
이신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전술위성들이 앞장서서 움직이며 매복한 촉수충이 없나 살핀다.
고속전차 또한 좌우로 다니며 적이 우회 침투해올 수 있는 길목에 지뢰를 매설해 둔다.
항공수송선도 언제든 병력을 싣고서 적의 급소를 찌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든 유닛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세심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의 사령관은 게임의 신 이신.
이 시간대에 나올 수 있는 인류의 가장 완벽한 어택이 시작되려 했다.
박영호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이신의 토털 어택에 대한 박영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
-괴물도 어마어마한 군세입니다!
-제대로 한판 붙을 생각입니다, 러너. 지금껏 자원을 풍족하게 먹으며 쌓아놓은 괴물 군단입니다. 괴물주술사까지 나온 상태라 완벽하죠!
너무 오래 걸렸다.
결승전 5세트까지 온 끝에야 박영호는 완벽한 정답을 찾았다.
훨씬 더 풍부한 자원을 먹고 더 많은 병력 물량을 쏟아내는 것!
대량의 촉수충들과 바퀴 떼가 괴물주술사와 함께 움직였다.
공중에서도 폭탄충들이 전술위성들과 자폭할 태세가 만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거느린 지휘관은 철벽괴물 박영호.
괴물이 이보다 더 강력한 디펜스를 할 수 있을까?
이신은 12시에 펼쳐놓은 박영호의 확장 기지를 향해 진군했다.
두 패로 나뉜 박영호의 병력은 호시탐탐 이를 싸먹을 태세였다.
11시에서 시작했던 박영호는 앞마당은 물론이고 12시와 9시까지 확장해 놓고서 맵의 북서쪽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이신은 이 괴물의 끝없는 확장에 제동을 걸 생각이었다.
전투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투타타타타타!
항공수송선에서 내린 보병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며 일벌레를 잡았다.
그곳은 9시.
이신의 주력이 향하던 12시가 아니었다.
-카이저가 시작했습니다.
-러너도 재빨리 반응하죠!
터널을 통해 일벌레들이 모조리 대피.
그리고 그 터널로 건너온 바퀴 떼가 달려들었다.
보병들은 의무병을 방패삼아 앞에 세워놓고 총을 난사해 바퀴들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죽어 나가는 바퀴들.
그러나 뒤 이어 나타난 괴물주술사가 흑안개를 펼쳤다.
-퍼엉!
흑안개 속에서 더 이상 보병들의 총탄을 먹혀들지 않았다.
보병들은 다시 항공수송선을 타고 달아나고자 했다.
하지만 항공수송선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병력을 내려야 했다.
-퍼어엉!
폭탄충 2마리가 달려와 항공수송선과 자폭한 것.
절반쯤 내린 보병들은 끈질기게 무빙 샷 컨트롤을 펼치며 9시를 헤집었다.
하지만 곧 바퀴 떼에 둘러싸여 진압됐다.
그것은 멀티태스킹 싸움을 건 신호탄에 불과했다.
동시에 이신의 주력 병력은 갑자기 속도를 내어 12시에 접근한 것이다.
-퍼어엉!
-펑!
-키엑!
포격모드로 전환한 기동포탑들이 괴물주술사를 일점사했다.
괴물주술사는 죽기 전에 그 자리에 흑안개를 펼쳤다.
-둘 다 굉장한 반응 속도입니다! 지금 9시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반응 속도가 이렇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카이저도 러너도 이보다 더 할 수 있는 선수들이고, 이제 그러려고 합니다!
박영호가 양방향에서 이신의 주력을 덮쳤다.
그 순간, 이신은 고속전차로 지뢰를 매설해 한쪽을 막고, 다른 한 쪽은 보병들로 막았다.
-펑! 펑! 펑!
-푸하악!
“우와아아아아!”
“오 마이 갓!!”
박영호의 미칠 듯한 퍼포먼스에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경악했다.
흑안개를 3번 펼치고 보병들에게 피의 저주를 뿌리는 속도가 전광석화였다.
동시에,
-파앗! 팟!
-키에엑!
전술위성들이 화염방사병 2명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고, 괴물주술사에게 방사능을 살포했다.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화염방사병은 흑안개 속에서 바퀴들을 살육했다.
하지만 함께 들어온 촉수충들이 일제히 촉수를 뻗어 화염방사병을 일점사로 잡아냈다.
반대편에서 폭탄충 편대가 나타났다.
할 일을 하고 안전하게 뒤로 물러난 전술위성을 노린 기동이었다.
전투와 동시에 폭탄충을 우회시키는, 박영호의 주특기이기도 했다.
-크아아!
보병 한 무리가 각성제를 흡입하고 질풍처럼 달려와 폭탄충들을 격추시켰다.
전술위성들은 가까스로 살았다.
이번에는 이신의 순발력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한편, 추가 생산된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이 9시에 다시 출현했다.
박영호는 또다시 9시의 일벌레들을 대피시키고 구원 병력을 파견해야 했다.
그리고 이신은 3시에 구축한 확장 기지를 급습 당했다. 하늘군주가 드롭한 촉수충 2마리였다.
-역시 이럴 줄 알았습니다! 맵 전역이 격전지입니다. 대체 어딜 보여줘야 하는지 옵서버도 바쁩니다!
한 번 시작된 싸움은 그칠 줄을 몰랐다.
평화는 단 1초도 찾아오지 않았고, 반드시 맵 어딘가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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