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마지막 대결(2)
전술위성이 계속 생산되어서 어느덧 5기나 되었다.
구름처럼 모여서 떠다니는 전술위성은 끊임없이 방사능을 살포해서 촉수충을 죽였다.
보병을 끊임없이 공격에 투입해 소모하면서도, 이신은 전술위성만은 귀신같이 지켜내며 수지타산이 맞는 싸움을 이었다.
방사능을 한 번 뿌리면 촉수충이든 괴물주술사든 결국 죽기 때문에, 전술위성으로 한 번씩만 방사능만 뿌리고 물러나도 이득이었다.
물론 전투 중에 그걸 하려면 굉장한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했다.
박영호가 전술위성을 격추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폭탄충 편대가 일제히 날아오자, 전술위성들은 아래로 피신했다.
하지만 그 순간,
-푸학!
땅속에 숨어 있던 괴물주술사가 튀어나와 피의 저주를 끼얹었다.
전술위성 5기에게 모두 피의 저주를 묻힌 것.
이 피에 묻으면 체력이 차츰 깎인 끝에 1이 된다.
그렇다면 이어서 동원되는 유닛은 바로,
-쐐기충이 갑니다. 아까 뽑아두었던 2마리입니다!
-폭탄충도 위에서 오고 있고요!
해설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현재는 이신이 맹공을 퍼붓는 상황.
이 팽팽한 난전 양상에서 저 전술위성들이 우수수 격추되면, 승부의 균형은 괴물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때였다.
-파앗! 팟! 팟! 팟!
-케엑!
-키엑! 키에엑! 켁!
전술위성들이 삽시간에 서로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었다.
온몸을 던진 폭탄충들은 실드에 막혀 폭죽처럼 산화했고, 쐐기충의 공격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나마 실드로 보호하지 못한 전술위성 1기만 격추되었다.
“와아아아아!”
절묘하게 전술위성들을 살린 이신의 플레이에 다시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신은 계속해서 공격했다.
9시와 11시에 항공수송선을 1척씩 날려 보냈다.
그리고 기동포탑이 다수 포함된 주력 병력은 12시를 포격했다.
-3방향 동시 타격!
-이러면 끝나는 거 아닙니까?! 3군데를 동시에 다 막을 수 있나요??!
그 순간, 박영호가 춤을 추었다.
괴물주술사가 9시에 흑안개를 펼쳤다.
그리고 터널을 타고 11시로 건너가 다시 흑안개.
또 터널을 타고 12시에 나타나 다시 흑안개!
“오오오오오!”
“오 마이 갓!”
“러너! 러너!”
흑안개가 펼쳐진 11시와 9시가 즉각 바퀴 떼에 의해 진압되었다.
괴물주술사 1마리의 원맨쇼였다.
12시 역시 바퀴 떼가 나타나 포격을 가하는 기동포탑들에게 달라붙었다.
이신은 무시하고 부화실만 일점사시켰다.
-퍼퍼퍼퍼펑!
-퍼엉! 펑!
기동포탑 절반가량이 바퀴 떼의 공격에 파괴당했다.
하지만 이신은 가까스로 부화실을 무너뜨림으로서 12시 확장 기지를 미는 데 성공했다.
바퀴 떼는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도망치는 기동포탑들을 뒤쫓았다.
그런데 그 시각, 일벌레가 나타나서 부화실 건물을 다시 짓고 있었다.
-맙소사, 러너! 3군데를 다 막습니다! 다 막을 수 있었네요!
-철벽이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 똑똑히 보여줍니다!
-12시도 부화실이 파괴되자마자 다시 짓고 있죠? 복구 속도가 엄청 빠릅니다! 하하, 저거 보세요! 동시에 1시에도 확장 기지를 피고 있습니다.
-1시는 또 언제 손을 댄 건가요?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카이저와 러너만 우리와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박영호의 초인적인 멀티태스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값싼 바퀴 떼가 이신의 3시 확장 기지를 급습한 것이다.
3시는 참호 2채로 방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타타타타타타탕!
-키엑! 키에엑!
-키에엑! 켁!
참호에서 총 쏘는 보병들에게 바퀴 떼가 녹아들었다.
하지만,
-퍼엉! 펑!
뒤따라온 괴물주술사가 흑안개를 연달아 뿌려서 그 일대를 총알이 먹히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흑안개 속에서 바퀴 떼가 날뛰어서 이신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자신의 확장 기지가 흑안개로 덮여 있고, 그 안에서 바퀴들이 날뛰면 어떤 인류 플레이어든 짜증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끝없는 참을성으로 침착하게 대응했다.
전술위성 2기가 나타났다.
서로에게 방사능을 살포한 뒤, 흑안개 위를 지나다녔다.
흑안개 속의 바퀴들이 방사능에 감염되어 하나둘 녹아버렸다.
-카이저도 깔끔하게 막아냅니다. 양 선수 모두 당황하는 법이 없어요.
-싸움이 끝이 없습니다. 병영 체제로 접어든 카이저, 계속 병력을 쏟아내면서 공격을 시도하고, 러너도 거기에지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싸우는 두 선수입니다만, 전체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러너는 1시나 7시에 추가 확장을 하고 싶어 하고 카이저는 이것을 저지하는 그림입니다.
이신은 여기저기 공격을 시도해 박영호를 괴롭혔지만, 가장 신경 쓰는 건 1시와 7시였다.
이신은 1시에서 지어지고 있던 박영호의 확장 기지를 항공수송선 드롭으로 가차 없이 부숴버렸다.
더 이상의 확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
하지만 박영호 또한 이신의 진영에 견제를 넣으며, 똑같이 괴롭혀주고 있었다.
서로를 괴롭게 만드는 처절한 난전이었다.
금메달이 걸려 있는 마지막 승부다 보니, 지켜보는 이들도 긴장돼서 속이 탈 지경이었다.
“악! 또 막았어!”
“지독하다 정말!”
존과 차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악을 썼다.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싶었는데, 그걸 또 빛의 속도로 대응하는 박영호의 철벽이었다.
흑안개, 피의 저주, 터널로 건너오는 바퀴 떼의 반격!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는 3단 콤보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음, 중후반에 저 속도가 나오면 사람이 아니지 않아?”
존이 기가 막혀서 묻는다.
차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친 거지. 너무 빨라.”
“선생님이 조금씩 밀리는 것 같아. 대체 왜 후반 병영 체제를 택하셨을까. 1세트처럼 안전하게 하시지.”
주디가 울상이 됐다.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이신을 사정없이 몰아치는 박영호가 원망스러웠다.
“체제 전환 타이밍을 놓쳤어.”
차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장양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
“기갑 체제로 전환할 타이밍이 전혀 안 나왔어. 저렇게 난전 펼치면서 쫓아가는 데 맞는 판단이야.”
“괴물이 너무 부유하게 시작했으니까.”
난전을 펼치며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이신도 잘하고 있다고 차이는 생각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저 어마어마한 난전 능력에 괴물들은 결국 쓰러져 역전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도 철벽괴물 박영호였다.
바라던 바라는 듯이 모조리 맞받아치며 간간히 역습으로 상처를 입히기까지 한다.
수년 전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광경이었다.
예전엔 아무도 저렇게 이신과 팽팽하게 난전을 벌일 수 없었다.
“근데 왜 공성벌레를 안 뽑지?”
존이 의문을 제기했다.
지상전의 끝판왕은 역시 공성벌레.
공성벌레가 뜨는 순간, 이신의 주력인 병영 병력은 아무리 잘 싸워도 추풍낙엽이 되는 것이었다.
차이가 말했다.
“못 뽑는 거야.”
그 말에 또 장양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
“못 뽑는다고?”
“공성벌레 뽑으면, 그게 나올 때까지 자원이나 병력에 공백기가 생겨. 선생님은 그걸 노리고 있겠지.”
“그래서 못 뽑는 거라고?”
“응.”
1세트는 여왕괴물을 뽑았다가 카운터를 맞았다.
2세트도 쐐기충을 썼다가 카운터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5세트.
또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먼저 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이신이 그걸 승리의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다분했다.
공성벌레가 생산될 때까지의 공백기를 노리는 카운터.
그것이 이신의 노림수라는 것을 박영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성벌레를 뽑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계속 난전이었다.
이런 진흙탕 개싸움에서 자신이 절대 안 진다는 박영호의 강력한 자신감이었다.
“이대로 쭉 싸우면 선생님이 먼저 지치지 않을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박영호가 철벽이라 불리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이유는, 후반까지 싸움을 길게 끌고 가면 절대 안 진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중후반의 지배자.
극도로 자신을 채찍질한 끝에 막강한 피지컬에 눈뜬 박영호는 상대가 지쳐 있는 후반에도 건재한 것.
지금도 그러했다.
맵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난전이 서로의 피지컬을 빠르게 소모시키고 있었다.
이 피지컬 소모전의 승자는 박영호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차라리 전술위성과 기동포탑 조합을 극대화해서 화력으로 미시는 게 낫지 않을까?”
차이가 중얼거렸다.
지금 이신의 생명줄을 유지시켜 주는 비결은 구름처럼 떠다니는 전술위성 숫자였다.
귀신같이 전술위성을 잘 격추시키는 저 폭탄충의 명인에게서 지금까지 전술위성을 잘 간수한 것은 이신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준다.
전술위성들이 계속 살아서 지속적으로 방사능 살포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이신이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삐리링, 삐링, 삐링!
피의 저주가 묻혀 있는 전술위성들에게 의무병이 문득 ‘복원’ 기술을 펼쳤다.
복원은 각종 특수 스킬로 인한 상태 이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의무병의 기술이었다.
실전에서 쓰이는 예가 그리 많지 않은데, 이신은 박영호가 미친 듯이 뿌리는 피의 저주에 대항하여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복원을 실제로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예전엔 구경할 수 없었지만, 요즘 들어 아주 간혹 등장하는 기술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아져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기술도 일일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 시대적 흐름을 부른 장본인은 지금 보시는 카이저고요. 자, 전술위성을 다 수리한 카이저가 또 치고 올라갑니다!
-러너도 소수 병력을 우회시켜 후방 급습을 노립니다. 이러면 또 난전이죠! 정말 지겹지도 않나 봅니다!
서로 상대의 기지를 치는 이신과 박영호.
공격과 수비를 2군데에서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감이 서로의 정신력을 빠르게 갉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국면 전환을 꿈꾸는 카드가 이신에게서 나왔다.
전함 2척이 출현한 것이다.
지상과 공중을 통틀어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 가장 강력한 대형 유닛.
동시에 항공수송선도 병력을 싣고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살려놓은 전술위성들도 이 순간을 위한 포석!
차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폭탄충!”
“폭탄충?”
존과 주디가 의아해했다.
“폭탄충이 잔뜩 필요해지게 만든 거야!”
이번에도 장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장양의 표정 역시 경악과 전율로 물들어 있었다.
이신이 이 싸움의 중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노려왔던 장대한 책략의 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폭탄충은 값싸지만 의외로 광물 자원이 많이 소모된다.
때문에 폭탄충으로 전술위성 등을 격추시키려다가 실패하면 괴물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다.
하물며 웬만한 건물처럼 체력이 센 전함 2척을 격추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폭탄충이 필요하겠는가?
거기다가 전술위성과 항공수송선도 덩달아 날뛰면서 폭탄충을 부르고 있었다.
“1시랑 7시를 끝까지 안 주면서 난전으로 자원을 소모시켰어. 이제 박영호는 폭탄충 뽑을 광물 자원 때문에 미칠 지경일 거라고!”
이신의 의도를 이제야 깨달은 차이는 무척 흥분해 있었다.
자원이 달리기는 이신도 마찬가지.
필사의 각오로 이신이 승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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