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폐막(2)
한 청년이 우울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파프리카TV 프로그램을 실행해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이 우르르 접속했다.
삽시간에 천 명 돌파.
초단위로 백여 명씩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인기!
-ㅎㅇㅎㅇ
-오, 방송 시작했다.
-쉴 줄 알았는데 이게 웬 떡이냐.
-형 왔다 인사 박아라.
-형님 안녕하세요!
삽시간에 득시글거리는 시청자들로 인해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청년이 캠을 켜면서 마침내 얼굴이 개인 방송에 비춰진다.
화면에 한 가득 들어오는 그의 얼굴!
-아 ㅅㅂ 깜짝이야!
-헐ㅅㅂ
-존나 놀랬네.
-야 이 자식아 캠 켜기 전에 미리 경고 안 하냐?
-존나 못생겼네.
-ㅅㅂ 저 못생긴 얼굴이 모니터를 꽉 채우네. 깜짝이야.
-ㅅㅂ 내 눈
격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청년, 박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는 악담을 했던 시청자들이 줄줄이 강제 퇴장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욕한 사람은 어김없이 퇴장을 면치 못했다.
-ㄷㄷㄷㄷㄷ
-숙청이다!
-얘들아 몸 사리자 영호 기분 안 좋다.
-금메달 놓친 걸 여기서 화풀이 하는 거 보소ㄷㄷ
-여기가 은메달 전문 BJ 방 맞나요?
-얘들아, 영호 기분 안 좋다. 얼굴 X같이 생긴 거 봐도 참자.
-응 너 강퇴 ㅂㅂ2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청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마침내 시청자들의 과격한 발언들이 사라지자, 비로소 박영호는 입을 열었다.
“인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네요. 따듯하게 반겨주셔서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러면서 정말로 자애롭게 미소를 짓는 박영호의 모습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자, 여러분. 사람이 왔으면 좀 따듯한 위로와 칭찬 부탁드릴게요. 위로 안 해주면 방송 그냥 끕니다.”
-ㄷㄷ뭐냐?
-방송 켜놓고 웬 꼬장이야.
-방송 관두고 싶냐?
-위로와 칭찬 강요하는 BJ ㅋㅋㅋㅋㅋㅋ
“예, 예. 금메달 말고는 아쉬운 게 없어서 그냥 방송 막 하려고요. 내가 돈 벌자고 방송하는 줄 아심?”
박영호가 삐딱하게 말하자 시청자들도 덩달아 삐딱해진다.
-응 얼굴 아쉬워.
-키도 아쉽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 형ㅠㅠ
-영호야 잘 들어라. 네 연봉과 명성을 받는 대신 네 키와 얼굴을 가지라면 난 절대 안 받는다.
박영호의 미소가 더더욱 자애로워졌다.
이윽고 불어 닥치는 숙청의 폭풍!
강제 퇴장을 당하는 어그로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어째 채팅창은 웃음이 가득해졌다.
열심히 어그로들을 숙청한 박영호가 말했다.
“진짜 방송 끕니다. 열 셀 게요. 하나, 둘, 셋, 넷…….”
-ㄷㄷ진짜 끌지도 모른다.
-형님, 명경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신보다 잘생겨 보이는데 내 눈에만 그런 건가?
-응, 니 눈에만 그래.
-진짜 너무 아쉬웠다. 금메달에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는데.
-진짜 세상에 그런 경기는 이신과 박영호밖에 못할 거다.
-이신 종족 빨임. 영호가 인류였으면 몰랐다.
-인류 개사기.
-그 개사기 인류 가지고 금메달 딴 우리나라 선수는 이신밖에 없거든?
-5세트 마지막 보고서 나 막 울었는데. 영호 형 힘내세요.ㅠㅠ
-진심 어제 명승부 보고서 e스포츠 팬으로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괴물 플레이어!
-영호 형 잘생겼는데 왜 그래 다들?
비로소 박영호의 굳은 눈빛이 따사로운 봄볕에 눈 녹듯이 펴지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 시청자의 채팅이 박영호의 주목을 끌었다.
-daurine: 영호야, 내가 전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서 네게 금메달을 따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어이쿠, 그러세요? 제가 알기로 한국말 하는 사람 중에 금메달 따본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데. 어떡해 해야 금메달 딸 수 있는지 가르쳐주세요.”
그러면서 박영호는 daurine을 언제든지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준비를 해놓았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위기에 처하자 daurine라는 유저는 침묵했다.
“왜 말이 없으세요? 말 없으면 그냥 블랙 넣어버립니다, 자칭 전 프로님?”
-daurine: 내가 잘못했다 영호야. 한 번만 용서해다오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태세 전환 보소ㅋㅋㅋㅋㅋ
-ㅋㅋㅋ웃긴다.
“얼른 가르쳐 주세요. 제가 은메달만 두 번 땄는데, 대체 어떡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건가요? 네?!”
마구 성질을 부리는 박영호.
정말로 개인 방송은 화풀이를 위해 하는 듯한 막나가는 태도였다.
-daurine: ㅅㅂ 이신 손모가지 날리면 되잖아 이 ㅂㅅ아! 됐냐?
“어휴, 꿀팁 감사합니다. 다음에 한번 시도해 볼게요.”
박영호는 박수를 쳤다.
그리고…….
-daurine님께서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셨습니다.
-daurine님께서 강제퇴장 당하셨습니다.
블랙리스트는 물론 강제 퇴장까지 2중으로 응징해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잘 가라ㅋㅋ
-멀리 못 나간다.
-ㅂㅅ ㅋㅋㅋ
-근데 저거 ㄹㅇㅍㅌ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 강퇴 당하네.
한숨을 쉰 박영호는 입을 열었다.
“진짜 세상 살기 힘드네요. 내 인생의 모든 고난은 어릴 때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뭐 산 너머 산이에요. 끝이 없어 끝이.”
방송 내내 투덜거리기만 하는 박영호.
이미 그의 방송 스타일을 잘 아는 시청자들은 웃거나 위로해 주며 함께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시청자의 질문이 박영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금 휴가 중 아닌가요? 왜 틀어박혀서 개인 방송이나 하고 있는 거임?
“예, 여기 아직 뉴욕입니다. 그랑프리도 끝나고 해서 휴가를 받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뉴욕까지 와서 방송이나 하고 있는 줄 아세요?”
박영호가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니, 혼자서 무슨 재미로 놀아요? 뉴욕이라고 뭐 이야 신난다! 그럴 것 같아요?”
-혼자냐?
-이신은 어디 가고?
-뉴욕까지 가서 혼자냐ㅠㅠ
-영호야ㅠㅠ
“신이 형은 주디랑 브로드웨이 갔습니다.”
박영호는 이를 으드득 갈며 말을 이었다.
“저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글쎄 주디가 눈총을 주면서 꺼지라고 쫓아내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눈치를 준 건 아니었지만 박영호는 막무가내였다.
-오 이신 데이트!
-이신♡주디
-영호가 잘못했네.
-낄 데 끼자 영호야…….
-불쌍한 우리 영호ㅠㅠ
-ㅋㅋㅋㅋ주디한테 쫓겨났구나ㅋㅋ
-나라도 쫓아냈다.
“제가 잘못했다고요? 아니, 그래도 만리타국에서 절 혼자 버려두는 건 잘한 거예요? 진짜!”
마구 투덜거리는 박영호.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신과 주디를 옹호했고, 입씨름이 계속되었다.
“아 물론 저도 눈치가 있어요. 마침 차이, 존, 장양도 뉴욕 관광한다고 하기에 같이 놀려고 했죠. 근데 걔들이 오늘 어디 간 줄 아세요?”
박영호는 역정을 터뜨렸다.
“뉴욕 e스포츠 센터 관광 간다잖아요! 난 거긴 아주 학을 뗐어! 지겹다고! 걔들 진짜 미친 거 아냐? 휴가 중에도 e스포츠야! 진짜 게임 지겹지도 않나 걔들은??”
-ㅋㅋㅋㅋㅋㅋㅋ
-뉴욕 e스포츠 센터ㅋㅋㅋ
-금메달을 코앞에서 놓친 그곳ㅋㅋ
-지겹긴 하겠지.
-??
-게임이 지겹다고?
-영호가 초심을 잃었네.
“초심은 개뿔! 나처럼 하루에 수십 판씩 해봐! 게임이 재미있나!”
박영호는 끊임없이 시청자와 티격태격하며 놀았다.
그런데 한 시청자가 별사탕까지 쏘면서 박영호에게 말을 걸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형, 전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중딩입니다. 어떡해야 형처럼 잘할 수 있나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요? 예, 어제 게임 몇 판이나 하셨나요?”
-6판이요.
“더 해 이 자식아! 내가 네 나이 땐 밤새워서 했어! 집이 잘 사냐? 물러설 데가 있으니까 그렇게 느긋하지? 앙?! 이게 편해 보이냐? 공부보다 쉬울 것 같지?”
-ㅋㅋㅋㅋㅋㅋ
-일침 보소ㅋㅋ
-맞는 말이지 뭐.
-근데 공부보다는 편해 보임.
“응, 인정. 난 공부보다 이게 더 쉽긴 했어.”
박영호는 능글맞게 태세 전환을 하더니, 상처 받은 프로게이머 지망 중딩을 위해 따스한 어조로 말했다.
“자, 그럼 우리 프로게이머 꿈나무를 위하여 제가 특별 강의를 하겠습니다. 일명, 은메달 따는 법입니다!”
그러면서 박영호는 스페이스 크래프트 온라인에 접속했다.
대전 상대를 찾다가 마침 적당한 S등급 인류 플레이어를 발견했다.
닉네임은 생소했지만 등급으로 보아 현역 프로게이머의 서브 아이디가 확실했다.
“자, 잘 보세요. 아주 친절하게 강의를 해드릴게요. 이렇게만 하면 은메달 딸 수 있어요.”
게임이 시작되자 박영호의 손이 폭풍처럼 움직였다.
일꾼을 나눠서 자원에 붙이고,
하늘군주를 정찰 보내고,
새로운 일벌레를 생산하고,
맵 일정 지역을 화면 지정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3초가량!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손이 이 정도는 움직여야지.”
박영호는 계속 폭풍처럼 플레이했다.
바퀴와 쐐기충을 뽑아서 진출한 인류의 병력을 똥개 패듯이 쫓아내고는, 시종일관 압박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확장!
완벽한 압살로 승리를 거둔 박영호는 시청자들에게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
“참 쉽죠?”
-뭘 했는지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다.
-와 클래스 쩐다.
-역시 레전드 괴물.
-그걸 어떻게 따라하라는 거야ㅋㅋㅋ
-좀 친절하게 안 하냐?
-밥 아저씨의 향기가 난다. F등급도 따라할 수 있는 강의 좀 해줘라.
-현기증 날 것 같다. 화면 전환 너무 빨라서 어지러워.
-형 도움이 안 돼요ㅠㅠ
-F등급 양민은 그저 웁니다.
“아, 되게 불만 많네. 은메달 따는 법 알려줘도 뭐래. 알겠습니다. 그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주 친절하게 할게요.”
박영호는 등급이 낮은 서브 아이디로 접속했다.
그리고 F등급 유저와 대전을 시작했다.
“자, 시작합니다.”
박영호는 돌연 키보드에 있어야 할 왼손으로 턱을 괴었다.
“일단 일꾼을 자원에 붙입니다. 손이 안 되는 여러분의 클래스에 맞게 일꾼은 안 나눕니다.”
일벌레 4마리가 나눠지지도 않고 식량 자원에 붙었다.
“여러분은 단축키도 제대로 모를 테니 키보드는 무용지물이죠. 그래서 저도 왼손을 안 쓰겠습니다. 안 되는 거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순응하세요. 제가 은메달 딴 것처럼 말이죠.”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박영호는 한 손으로만 플레이를 했고, 우습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압살하였다.
투덜거리고 뗑깡을 피우는 박영호의 개인 방송은 저녁이 되기 전에 끝났다.
개인 방송 내용이 e스포츠 뉴스에까지 뜨는 바람에, 주디가 박영호를 쫓아냈다고 인터넷에 파다하게 퍼진 탓이었다.
부담을 느낀 주디는 하는 수 없이 박영호도 불러내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신경이 굵어 남의 눈치를 안 보는 박영호는 식사 후에 이신, 주디와 함께 뉴욕의 야경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021년 월드 SC 그랑프리는 끝이 났고, 각 팀은 곧 다시 시작될 프로리그를 대비하여서 막바지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이신이 인수한 프로팀, 팀 넥스트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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