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3
423화 교류전(2)
엄살을 부리던 첫날과 달리 박영호는 다음 날 곧장 적응한 모습이었다.
중국 선수들의 스타일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
“이제 좀 알 것 같아. 얘들은 되게 과감해. 아주 공격에 미쳐 있는 것 같아.”
힘들다며 중국 적응 문제를 고민하던 게 바로 어제였다.
하루아침에 태도가 달라진 박영호의 모습에 이신은 그저 침묵했다.
“이 정도면 안 들어오겠지 할 때 그냥 공격 들어온다니까? 덕분에 게임이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피곤했는데, 이제 그 아슬아슬한 적정선을 찾은 것 같아.”
“어떻게?”
“인류는 아슬아슬하게 들어오고 싶어지게 만들어서 싸먹으면 돼. 내가 굳이 쫄아서 가드를 더 올릴 필요가 없더라고. 신족은 그럴 생각을 못하게 내가 적극적으로 먼저 나가서 압박하고 때려잡아야지.”
“괴물은?”
“괴물 대 괴물 동족전이야 똑같지. 이 몸의 재능과 육감?”
그러면서 박영호는 재수 없게 깔깔거리며 다시 훈련을 하러 사라졌다.
“…….”
이신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이신이야말로 SC스타즈의 팀 컬러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형편이었다.
경기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략연구팀의 피드백을 받으며 플레이 스타일과 전략을 조율해나가는 협업(協業)이 힘들었다.
이는 최환열이 과거에도 지적했던 문제였다.
이신은 지금까지 감독, 코치, 전략팀이 해줘야 하는 역할을 혼자 다 했다.
오히려 앞길에 훼방을 놓는 최악의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이겼다.
그래도 될 정도로 재능이 넘쳤던 것.
분석도 훈련도 전략 연구도 혼자 다 해먹었던 이신에게 이제 와서 팀워크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SC스타즈 측도 마찬가지였다.
이신의 플레이에 대하여 뭐라고 피드백을 주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플레이가 너무 완벽해서?
그렇지 않다.
가위 바위 보에서 완벽한 한 수는 없듯, 이 세상에 완벽한 플레이도 없었다.
오히려 가만 보고 있으면 이신의 약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보고 있기 무서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플레이.
그럼에도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듯이 늘 성공시키는 불가사의한 센스.
질 것 같은 전투도 컨트롤로 극복해버린다.
그런 걸 보고 있자면, 전략 전문가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수학적 계산으로 완전한 플레이를 설계하면, 그것은 필연 방어적이고 안전한 전략이 된다.
그렇게 선수들의 결점을 하나씩 보완해나가면서 약점 없는 선수를 만드는 것이 팀 내 전문가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이신을 건드리기가 힘들었다.
괜히 함부로 손대면 이신의 반감을 사거나, 혹은 이신다운 개성을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저거 너무 무모한 것 아닌가?’
‘견제를 왜 저렇게 목숨 걸고 하는 거지? 실패하면 자연스럽게 불리해지는데?’
‘손목 부상 후에 돌아왔을 땐 안정적인 스타일로 변한 모습이었는데, 어느새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그들은 잘 몰랐지만, 사실 이신이 다시 과거의 극단적인 공격성을 되찾으려 하는 것은 인공지능 Kaiser2017과의 대결 때문이었다.
유리한 상황.
그러나 Kaiser2017의 끝없는 공격성에 휘말린 끝에 역전패.
과거 이신의 재물이 되었던 상대 선수들이 겪은 패배를 똑같이 당한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스스로가 예전과 달라져 있음을 깨달은 이신은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역시 사람 본성은 변치 않는 건가.’
‘그래도 삐끗하면 형세가 불리해지는데, 너무 배수진을 치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선수들이 유리한 형세를 굳히는 데 능하다고.’
차마 본인에게 할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이 전문가들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같은 고민에 대하여 왕춘 감독이 해결에 나섰다.
“선수는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다.”
일단은 이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존중한다는 뜻이었다.
역대 최강,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레전드니 당연했다.
“만약 그 스타일이 좋지 못한 결과를 냈을 때는 수정할 것을 권하고 보완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
예를 들면 한동안 부진을 겪었던 톱스타 엔조 주앙이 있다.
2020년에 그랑프리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이내 재개한 프로리그에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거두었다.
그 원인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이신’이라는 옷을 몸에 걸치려 했기 때문이었다.
박영호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허를 완벽하게 찌르고 들어간 치밀한 전략의 승리였다.
끝없는 견제로 압박하며, 난전을 펼쳐 상대를 넝마로 만드는 플레이는 그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는 피지컬이 따라야 한다.
마이클 조셉에게는 그런 피지컬이 있었기에 이신 스타일을 배워서 자신에게 맞게 장착했지만, 엔조 주앙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신과 연습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엔조 주앙은 이신 스타일을 버리고 지략가로서 각성한 것이다.
상대의 허를 찾는 데 기막힌 센스를 가진 엔조 주앙은 지략가로서 누구나 까다로워하는 선수가 되었고, SC스타즈의 단체전 동메달을 놓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처럼 선수는 저마다 개성과 재능이 따로 있고, 그걸 찾아주는 게 팀의 역할이었다.
“카이저는 예전부터 줄곧 그런 스타일로 누구보다도 성공한 선수다. 피지컬의 노쇠화 등의 문제로 더 이상 그 스타일을 유지할 수 없을 때는 손을 봐야 하지만,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왕춘 감독의 말에 전략연구팀의 연구원들도 동의했다.
아무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왕춘 감독의 그 말 속에는 이신이 더 나이 들어 노쇠했을 때도 끝까지 팀에 데리고 있겠다는 의지가 은연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신이 은퇴할 때까지도, 그 뒤에도 코치나 전략연구원 등으로 계속 데리고 있고 싶어 하는 왕춘 감독의 마음이었다.
결국 SC스타즈는 이신의 스타일을 더 보강시켜주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이신의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단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연습 상대를 해주는 선수에게 데이터 분석에서 드러난 약점을 공략하도록 지시한다.
그러면 이신은 상대가 공략을 시도했던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보완하거나 때때로 전략연구팀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상대 선수가 계속 정확한 공략 포인트를 찌르고 들어오니, 이신으로서는 꽤나 힘든 훈련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힘든 만큼 보람을 느꼈다.
‘좋군.’
자신이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훈련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내 팀 넥스트가 북경을 방문했다.
약속했던 교류전 때문.
이신으로서는 자신이 충동 구매한 팀의 현 상태를 파악할 좋은 기회였다.
‘유망주 한둘만 발견해도 다행이지.’
전반기 시즌을 한국에서 보낸 이신은 팀 넥스트가 어떤 팀인지 잘 알고 있었다.
승점 자판기.
그나마 탐났던 선수가 손가락 관절 부상을 당한 손지훈밖에 없었던 최악의 쓰레기 팀.
때문에 이신은 구단주로서 팀에 갖는 기대치가 매우 낮았다.
다만 한태곤 감독이 앞으로 잘 이끌어서 팀을 어서 정상화시켜주길 바랄 뿐이었다.
한태곤 감독은 왕춘 감독도 추천한 인재였지만, 직접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결과를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었다.
‘어쨌든 강등이나 면하게 해줬으면 좋겠군.’
사실 이를 위해 이신은 한태곤 감독에게 선수 일류급 선수 한둘을 영입할 자금을 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태곤 감독이 이를 거절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은 선수를 키워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집이든 자신감이든 이신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거나 2부 리그로 강등 당하는 사태만 면하게 해준다면 한태곤 감독의 역량을 인정할 용의가 있는 이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구단주님!”
한태곤 감독과 코칭스텝, 선수들이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이신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태곤 감독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 이신을 바라보는 팀 넥스트 선수들의 얼굴에는 선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프로게이머의 로망.
나아가 성공을 꿈꾸는 남자의 표본 같은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교류전의 상대팀 선수가 자기들의 구단주라니.
이 괴이한 상황마저도 이신이 멋있게 보이게 했다.
얼마나 성공했으면 아예 팀 하나를 사버렸을까!
선수-코치-감독-구단주!
프로게이머라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이 바로 이 같을 것이다.
“나도 성공해서 구단주 되고 싶다.”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난 감독.”
“나도 롤스로이스 타고 다니고 싶다.”
“게임만 잘해도 손목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채워진다지?”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저렇게 키 크고 잘생겨질 수 있냐?”
“정신 나갔냐?”
1군이며 2군이며 할 것 없이 모든 선수가 이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는 구단주의 마음은 심란했다.
이게 경쟁의식과 승부욕을 가져야 할 상대팀 프로 선수들인지, 자신의 팬클럽 회원들인지 잘 분간이 안 갔다.
“이거 많이 긴장되네요. 구단주님께 직접 검사 받는 셈이잖습니까.”
한태곤 감독이 농담을 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어디 선수들을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 본다며 대전 상대가 되는 구단주!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아서 숨기거나 속일 구석이 조금도 없는 구단주가 바로 이신 아닌가?
“당장 이번 교류전 성적은 큰 기대를 하지 않으니 부담 가지실 것 없습니다.”
이신이 대꾸했다.
SC스타즈는 세계적인 강팀이니 당연했다.
“그보다 팀 상황은 어떻습니까?”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다소 엄격하게 칼을 댄 덕에, 열심히 할 의욕이 있는 선수들만 남았거든요. 잘라낸 2군 선수나 연습생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요.”
한태곤 감독은 연습 기록을 확인하고서 기준 미달인 2군, 연습생을 모조리 쳐내버린 장본인이었다.
한태곤 감독이라고 속이 편한 건 아니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게임에 뛰어든 아이들 아닌가.
자업자득, 뼈를 깎는 희생 등의 표현은 자기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위선적인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이신이 말했다.
“다시 학업을 하는 사람에 한하여 학자금을 지원하도록 하죠.”
“예?”
한태곤 감독은 깜짝 놀랐다.
“우리 팀 소속이었던 선수에게 1년 정도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기로 하죠.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제게 보고해 주세요.”
“그게 진심이십니까?”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마침 상금도 타고 해서 돈이 넘쳐납니다.”
올해 그랑프리에서 획득한 상금만 무려 105만 달러!
게다가 그랑프리를 치르면서 부가적으로 얻은 각종 광고 수익까지 합하면 이신이 거둔 수익이 어마어마했다.
은행을 가면 지점장이 뛰쳐나올 정도!
“그렇게까지 선수들의 복지를 챙겨주신다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무척 기뻐하는 한태곤 감독.
한자리에 있던 선수들도 감격한 눈치였다.
정말 좋은 구단주를 만났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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