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불꽃(2)
피해를 입혔지만 이신은 낙관하지 않았다.
기습 작전으로 사살한 클로 숫자는 마법진에서 소환하여서 금세 충당했을 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휴먼 상대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마물의 상황이, 서로 팽팽한 정도로 균형이 맞아졌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이신도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기습 작전을 실행하느라 가난하게 출발한 것.
병영 2채 중 1채는 바깥에 있어서 언제 적에게 파괴될지 모른다는 점.
하지만 그렇듯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도 이신은 아무렇지 않게 운영을 해나갔다.
‘싸움을 오래 끌 생각이 없으니까.’
이신은 앞마당에 얼씬대던 클로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화살탑을 짓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달아나는 클로가 그것을 분명히 보았다.
이제 전단은 이신이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며 앞을 도모한다고 생각할 터였다.
타이밍으로 봐도 적절했다.
기습 작전으로 전단을 한 번 흔든 뒤에 확장하며 세를 늘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신은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화살탑은 속임수.
이신은 모든 마력을 투여하여서 병력을 바짝 모으고 있었다.
이신의 운영에 보조를 맞춰서, 전단 역시 풍부하게 마력을 모으며 운영 싸움을 준비하느라 방비가 일시적으로 허술해질 터.
그 틈을 찌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한 번 속였다고 해서 낙관할 수 없다.
이미 아까도 속아서 낭패를 보았던 전단이라면, 이신의 의도를 다시 한 번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속고 있는 상태인 이때, 이신은 신속하게 치고 나가야 했다.
로흐샨과 이존효가 소환되었다.
병력이 충분히 모이자 이신은 지체 없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본진과 바깥 2곳의 병영에서 소환된 두 무리의 병력이 일제히 전단의 진영을 향해 진격했다.
콜럼버스도 포함된, 이신이 이 시간에 낼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이었다.
전단의 헬하운드들이 정찰을 다니다가 병력과 맞닥뜨렸다.
두 무리의 군세 중 하나가 발각된 것.
다른 하나는 아직 발각되지 않았지만, 이신이 앞마당으로 확장하는 척하면서 공격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이미 전단도 알아챘을 터였다.
‘전속력으로!’
이신이 명령했다.
비로소 전단도 촉수탑을 짓고 병력을 부랴부랴 소환하며 디펜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약간 늦은 감이 있었다.
이미 앞마당까지 들이닥친 이신이 즉각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다 죽여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중급 악마 이존효가 능력 광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아군이 광기에 휩싸여 공격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이존효가 장창병들과 함께 돌격했다.
이신은 재빨리 컨트롤을 펼쳐 방패병들로 벽을 만들고, 그 뒤에서 장창병들이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콜럼버스에게 빙의하여서 치유를 펼치기 시작했다.
[계약자 이신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됩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이 회복됩니다.] [치유 능력이 적용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치유 효과가 상승합니다.]상급 악마가 되면서 바뀐 능력을 이신은 십분 활용했다.
범위를 최소로 축소한 채, 공격받는 병력만 딱딱 골라서 치유시켜 능력 활용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러자 괴로워진 쪽은 전단이었다.
부랴부랴 소환한 헬하운드들을 모두 투입하고도 모자라서 앞마당에서 일하던 클로들까지 총동원했다.
마력석을 채집해야 하는 클로들이 죽어나갈수록 전단은 가슴이 쓰라릴 지경일 터였다.
하지만 이신도 마력석 채집장을 새로 가져가지 않고 다 쏟아부은 올인성 총공격이었기 때문에 이 공격이 막히면 매우 불리해진다.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이신은 로흐샨에게 따로 일렀다.
‘석궁병 5명만 데리고 잠시 뒤로 물러나 있어라.’
“옛?”
로흐샨은 깜짝 놀랐다.
전력을 모두 집중시켜야 하는 중요한 순간인데, 일부를 데리고 물러나 있으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명령을 받은 탓에 일단 시키는 대로 석궁병 5명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는 로흐샨.
이신이 그런 지시를 내린 이유는 곧 밝혀졌다.
[계약자 전단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저주의 불꽃이 전장에 소환됩니다.]전단이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을 펼친 것이다.
하늘에서 검은 불꽃이 떨어져 전투 현장을 덮쳤다.
[저주의 불꽃에 닿은 적이 일시적으로 더 사나워집니다.] [저주의 불꽃에 닿은 아군이 일시적으로 더 느려집니다.]이신의 병력은 모두 느려지고, 전단의 마물들은 더 사나워졌다.
전세가 한 번에 뒤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이다!’
“옛, 주군!”
지옥의 불꽃에 영향 받지 않은 석궁병 6명이 있었다.
잠시 물러나 있었던 로흐샨과 5인의 석궁병이었다.
로흐샨은 그들을 이끌고 달려들어 헬하운드들을 1마리씩 일점사했다.
[계약자 이신의 사도 중급 악마 로흐샨이 능력 유도 사격을 사용합니다.] [로흐샨과 가까운 아군 석궁병 10인이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깨갱!
헬하운드가 10대의 화살에 맞고 단번에 즉사.
로흐샨이 이끄는 팔팔한 석궁병들은 계속 이신의 컨트롤에 따라 헬하운드부터 하나씩 일점사해 제거해 나갔다.
로흐샨의 능력은 의외의 효과가 더 있었다.
저주의 불꽃에 당해 행동이 느려졌던 석궁병 4명도 로흐샨의 유도 사격에 따라 덩달아 화살을 쏘게 되었다.
로흐샨은 계속 5초에 1번씩 유도 사격을 펼치며 마물을 하나둘 제거해나갔다.
저주의 불꽃과 함께 거세게 반격하려 했던 전단이었지만, 형세가 여의치 않았다.
이신이 미리 방패병을 앞세워놓고 벽을 쌓아놓은 탓이었다.
저주의 불꽃 때문에 행동이 느려졌어도, 방패병들은 커다란 사각방패를 들고 굳건히 버텨 역습을 가로막았다.
양측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신의 추가 병력이 도착했다.
추가 병력은 모두 장창병이었다.
‘돌파해라.’
새로 합류한 장창병들은 병력이 크게 줄어서 마물의 진형이 느슨해진 틈을 타 돌파를 시도했다.
거침없이 장창을 내지르며 돌파한 장창병들이 마침내 전단의 본진에 도달했다.
이신은 재빨리 컨트롤했다.
장창병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사방을 공격해 전단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일하는 클로들을 공격하는 장창병이 큰 파격을 입히고 있었다.
전단도 갖은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좀 더 잘 싸웠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전단은 안타까움에 한탄했다.
하지만 하나는 인정해야 했다.
이신이 워낙에 잘 싸웠다.
자신의 저주의 불꽃에 대한 대처가 기가 막혔고, 후속 병력으로 장창병만 집중 소환하여서 돌파한 전술적 설계도 절묘했다.
모든 게 딱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 신기의 전술!
‘방패병을 피해 병력을 우회시킬 수도 없었지. 지형이 워낙 협소했으니까. 차라리 일부 마물들을 밖에 빼두었다가 앞뒤에서 협공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움에 만약에, 라는 가정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은 이신의 전략에 속아 넘어갔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시간도 주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역시 강하다.’
첫 번째 대결은 이신의 승리였다.
차이가 급격히 좁혀졌지만 아직 서열이 뒤바뀌지는 않았으므로, 이신과 그레모리는 물론 계속 도전할 생각이었다.
“우리가 졌군. 물론 이걸로 서열전을 끝낼 생각은 없을 테지?”
“물론이다.”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의 표정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르코시아스는 이신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
“소원을 말하라. 나는 네 원수를 불태울 수 있고, 불에 닿는 모든 것을 돌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네 원수가 내가 아니라면 말이지.”
“불태우고픈 대상이 없으니 소원은 마력으로 만족합니다.”
이신은 덤덤히 말했다.
마르코시아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자신이 지닌 총량의 1%에 해당되는 마력을 이신에게 건네주었다.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님의 마력 15,834가 계약자 이신님에게 전달됩니다.] [마력: 55,085/55,085]권속 넷을 중급 악마로 만들어주면서 줄었던 이신의 마력이 다시 5만 5천가량으로 올랐다.
그리고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의 경우는 마력 총량이 1,567,566으로 그레모리와의 격차가 고작 3천 마력가량으로 줄었다.
“또 도전하겠다. 전장과 배팅할 마력을 골라라.”
그레모리가 다시 한 번 자신 있게 말했다.
마르코시아스의 만면이 일그러졌다. 이제는 최소치인 1만 마력만 배팅해도 지면 서열이 하락하게 생겼다.
“내 계약자와 상의할 테니 잠시 기다려라.”
그러면서 전단과 함께 뭐라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고민이 많겠어요. 카이저를 이길 자신이 없을 테니까요.”
“전단이 많이 지쳐 있는 건 사실입니다. 판단력이 좀 무뎌져 있는 게 느껴집니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마르코시아스도 당분간 자신의 계약자에게 휴식을 주어야 해요. 본래 서열 35위였던 마르코시아스가 여기까지 올라온 데는 계약자 전단의 큰 노고가 있었으니까요.”
그레모리의 말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쉬고 싶은지 아직 더 싸우고 싶은지는 곧 밝혀지겠지요.”
이윽고 마르코시아스가 다가와 말했다.
“제5 전장 이블 홀, 1만 마력을 배팅하겠다.”
최소치의 배팅.
최소한의 피해로 패배의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는 지친 자신의 계약자 전단을 쉬게 해주기로 결심한 듯했다.
그렇다면, 이번 싸움이 마지막이라는 뜻이었다.
만약 한 번만 더 이겨서 서열이 바뀌면, 전단 측은 복수를 위해 도전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날 것이다.
‘잘됐군.’
이신도 19위에 있는 피로스와도 싸워야 했기 때문에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서열만 올릴 수 있다면 싸움은 짧고 간단할수록 좋았다.
어디까지나 그의 목표는 1위였으니까.
양측은 제5 전장 이블 홀로 이동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서열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전단과 이신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전단은 확실히 지쳐 있었으나, 그것을 티낼 정도로 나약한 사내는 아니었다.
여전히 강직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순순히 져 줄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