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3
433화 피로스의 군단(4)
살짝 당혹스럽다.
중앙 지역까지 과감하게 치고 나온 휴먼의 병력을 보며 피로스는 그렇게 느꼈다.
엘프 슈터 3명이면 석궁병 5명은 이긴다.
하지만 함께 껴 있는 노예 1명이 거슬렸다.
‘저게 콜럼버스라는 사도인가?’
피로스는 신중해지기로 하고 엘프 슈터 3명을 뒤로 물렸다.
중앙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더 기분 나쁜 일이 발생했다.
피로스가 뒤로 빼니, 이신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아예 앞마당까지 쫓아와서 압박하는 것이었다.
‘이놈이?’
피로스는 기분이 더러웠다. 시작부터 기 싸움에서 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피로스 또한 그 와중에 번뜩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앞마당까지 밀리기 전에 어린 엘프 하나를 미리 바깥에 빼둔 것.
이는 정찰을 위해서였다.
앞마당 앞에서 적이 진을 치고 있으면 정찰을 내보낼 수가 없으니 미리 조치를 취해둔 것이었다.
어린 엘프는 그대로 전장을 우회해 이신의 진영으로 향했다.
아직 이신은 앞마당 확장 기지는 가져가지 않은 상태.
본진 안으로 들어가 볼까 싶었지만, 궁병에게 죽을 것 같아 관뒀다.
대신 그 인근에 숨어서 이신의 본진에서 후속으로 어떤 병과가 나오는지를 체크하게 했다.
이 판단은 옳았다.
어린 엘프는 곧 이신의 본진에서 나오는 병력의 구성을 확인했다.
궁병 2명, 그리고 방패병 2명.
중요한 것은 방패병이었다.
‘대장간을 완성했구나. 무기 개발이 아니라 방패병을 먼저 소환했다?’
무기 개발을 먼저 했다면, 한 번 돌파를 시도해 피로스의 본진에 난입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방패병을 먼저 소환해서 보냈다면?
화력이 아닌 방어에 투자했으니, 이는 피로스의 본진까지 위협할 생각은 없고, 다만 피로스가 나오지 못하게 더 봉쇄해 둘 의도로 해석된다.
보다 넓은 지역이 아니라, 피로스의 앞마당 앞 통로에서 싸운다면 방패병 2명이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
‘한 발 먼저 움직여야겠군.’
피로스는 결심을 내리고 곧장 움직였다.
‘밀레.’
“예, 주군.”
피로스의 사도인 엘프 슈터 밀레가 답했다.
그는 중급 악마로 승격된 사도로 뛰어난 활솜씨와 이를 더 보강해 주는 능력을 지닌 피로스의 선봉장이었다.
‘지금 당장 적을 쫓아내라. 방패병이 합류하기 전에 쫓아내야 한다.’
“옛!”
밀레가 앞장서서 엘프 슈터들을 이끌고 치고 나갔다.
한바탕 전투가 벌어지고, 이와 동시에 피로스도 마침내 고유 능력을 발휘했다.
[계약자 피로스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250마력을 소모합니다.] [엘프 슈터 5명이 승리의 군단에 편성되었습니다.] [승리의 군단은 총 50명까지 배속시킬 수 있으며, 전투의 성과와 비례하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아군 진영으로 되돌아갈 시 공격력 상승효과가 사라집니다.]피로스가 반격을 시도하자 이신은 싸우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콜럼버스, 로흐샨이 포함된 전력이라 싸워볼 만도 했다.
하지만 뒤에 궁병 2명과 방패병 2명과 합류하면 안전하므로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애당초 여기까지 치고 나가 압박한 것 자체가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군사 행동.
똑같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신이 기 싸움에서 피로스를 이겼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피로스도 고유 능력까지 펼치며 반격에 나섰으니, 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이신은 판단했다.
물러난 이신의 병력이 궁병 2명, 방패병 2명과 합류했다.
전력이 상승되자 이신은 다시 싸움에 나섰지만, 밀레가 이끄는 승리의 군단 또한 도망치지 않았다.
다만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옆으로 우회해서 측면과 배후를 노리는 기동을 펼쳤다. 넓은 지역으로 나온 덕에 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이신도 적의 날랜 움직임에 맞춰 방패병들을 수시로 재배치시켰다. 방패병이 앞을 막아주지 않으면 유리한 싸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화살 한 발 오가지 않았지만, 싸움은 치열했다.
이신은 다시 피로스의 진영으로 치고 들어가는 액션을 취해 승리의 군단을 유인,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재빨리 방향을 돌려 공격했다.
하지만 승리의 군단 또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신중을 기하며 그저 위협만 가했다.
이신이 그대로 피로스의 진영으로 밀고 들어가면, 오히려 본진에서 추가 생산된 병력과 함께 앞뒤에서 협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신도 그걸 알기 때문에 과감한 공격은 하지 못했다.
다만 초반에 주도권을 잡았을 때 최대한 이득을 볼 생각이었다.
‘로흐샨, 계속 그렇게 움직이면서 적을 붙잡아두어라.’
“예, 근데 적의 숫자가 점점 많아져서 불안합니다.”
‘곧 있으면 무기 개발이 완료되니 문제없어.’
“옛!”
이신은 계산이 치밀했다.
싸움은 피로스의 진영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다.
후속 병력이 금방 합류할 수 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쪽은 피로스.
하지만 불리해질 즈음에 무기 개발이 완료!
궁병이 석궁병으로 진화하고 방패병들의 방패가 커지면서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로흐샨이 피로스 측과 드잡이를 하며 시간을 벌어주는 틈을 타, 이신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얼씬거리며 정찰하려 하는 어린 엘프를 쫓아내고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
초반에 과감하게 밀어붙여서 압박한 것이, 한 발 앞서서 앞마당에 확장을 하는 이득으로 이어진 이신의 치밀한 설계였다.
방패병이 합류하기 전에 먼저 치고 나온 피로스의 판단도 훌륭했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이신이 쥐고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이신은 노리는 게 하나 더 있었다.
한편, 피로스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이놈이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차렸구나.’
정찰 보냈던 어린 엘프가 쫓겨난 것을 보고 피로스는 그런 징후를 알아차렸다.
계속 피로스의 진영 인근에서 도발하며 드잡이하는 이신의 병력들이 이를 증명했다.
들어와서 공격할 것도 아니면서 계속 위협했다가 뒤로 빠졌다가를 반복하는 적군의 움직임은 시간 벌기가 확실했다.
‘생산력에서 밀리면 안 되지!’
피로스도 마력석 채집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로마와 전쟁을 벌였을 때도 그랬다.
연거푸 승전을 거두었지만 끝내 로마를 제압하지는 못했다.
이는 피로스의 승리라는 고사로 불리며 손실이 더 큰 승리의 예로 일컬어지지만, 사실 피로스로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로마와 벌인 전투는 연거푸 피로스의 완승이었다.
다만 문제는 지원이었다. 지원이 없으니 전력 손실만 계속 누적되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
몸소 겪어본 게 있었기 때문에 피로스는 절대로 마력의 공급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이런 부분에 신경 써서 개선했기 때문에 벼르고 벼른 전단의 거센 도전도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로스는 즉시 앞마당에 어린 엘프 1명을 보내 생명의 나무를 심게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이신의 병력들이 돌연 피로스의 앞마당을 향해 공격해온 것이다.
‘이놈이 감히!’
간덩이가 부은 듯한 이신의 도발에 피로스는 화가 치밀었다.
살아생전에 자신과 싸우길 겁내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계약자가 되고서도 마찬가지로 전투만큼은 최고였다.
이놈은 뭔데 휴먼 주제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온단 말인가?
‘앞뒤에서 잡아먹어 버린다!’
승리의 군단이 뒤에서 쫓아왔다.
앞마당 또한 새로 생산된 엘프 슈터들이 지키고 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앞마당을 치려했던 이신의 군대가 다시 뒤돌아 후퇴.
그러면서 꼴랑 석궁병 1명과 방패병 1명만이 앞마당으로 진입했다.
“내 솜씨를 보여주지!”
그 석궁병은 로빈 후드였다.
방패병이 엘프 슈터들의 화살을 힘겹게 막아주는 틈에, 로빈 후드는 재빨리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쉭― 콰직!
“컥!”
볼트에 맞아 숨진 타깃은 바로 앞마당에 생명의 나무를 심으려 했던 어린 엘프였다.
“으하하! 이걸로 공적을 세웠다!”
이신이 내린 특명을 완수한 로빈 후드는 재빨리 도망쳤다.
방패병은 계속 엘프 슈터들의 화살을 막아주다가 희생당했다.
짧은 틈에 이루어낸 기습!
로빈 후드가 신속하게 저격하고 빠지지 못했으면 둘 다 아무 소득 없이 죽었을 터였다.
방패병 하나를 내줬지만, 어린 엘프 1명을 죽이고 무엇보다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는 걸 늦췄으니 상당히 큰 효과였다.
“이놈이!”
피로스는 분기가 치밀었다.
대단히 과감한 이신의 기습에 더욱더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원래 휴먼이라면 자기 진영에 틀어박혀서 수비에 전념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놈은 감히 이 피로스를 상대로 싸우기를 조금도 겁내지 않고 있다.
전혀 두렵지 않다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내가 왜 피로스인지 보여주겠다!’
피로스는 전략을 바꿨다.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지 않고, 대신 병력을 극단적으로 더 끌어모으기로 했다.
이신이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느라 병력이 비교적 적어진 틈을 타 몰아붙여서 일격에 끝내 버릴 심산이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이신의 병력 구성이 좋지 않았다.
장창병은 없고 오직 석궁병과 방패병만 9 대 1의 비율로 모으고 있을 뿐이었다.
근접전투에 능한 병과가 없다는 건 피로스의 상식에서는 대단히 큰 약점.
‘일단 계속 주위에 얼씬거리는 저 병력만 잡아버리고 진격하면 내가 이긴다.’
피로스는 엘프 슈터는 물론이고 근접전에 능한 엘프 가드도 생산했다.
‘스승의 나무’를 건설해 저격 스킬을 개발.
엘프 슈터 몇 명을 엘프 스나이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렇게 세 가지 병과를 고루 생산하여서 승부수를 띄울 준비를 완료한 피로스.
일단 밖에 나가 있는 승리의 군단으로 퇴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본진에서 모은 병력도 일제히 출진시켰다.
‘저놈들부터 전멸시켜라!’
앞뒤에서 적들이 들이닥치자 로흐샨과 콜럼버스가 포함된 이신의 군대는 위기에 처했다.
엘프 병력의 규모를 본 이신은 곧바로 타이밍 러시임을 알아차렸다.
‘이것만 막으면 내가 확실하게 이기는군.’
피로스가 노리는 건 타이밍 싸움이었다.
그 타이밍만 빼앗으면 이신의 승리.
이제 남은 건 다소 열세인 저 병력으로 얼마나 시간을 버느냐다.
즉, 이신의 컨트롤에 모든 게 달렸다.
‘솜씨를 봐주지.’
이신은 앞마당에 방비를 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로흐샨 부대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양측에서 적이 밀어닥치는 상황.
이신은 일단 협공을 당하지 않도록 계속 병력을 이동시켰다.
‘로흐샨, 네 차례다. 접근하는 엘프 가드를 한 명씩 일점사해.’
“옛!”
이신은 계속 뒤로 후퇴하며 엘프 슈터들의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엘프 가드들을 1명씩 일점사.
로흐샨의 유도 사격 능력이 발휘되며 5초에 1명씩 사살했다.
5초간 후퇴하다가 한 번씩 뒤돌아 사격해 1명씩 죽이는 컨트롤!
피해가 속출하자 피로스는 엘프 가드들을 뒤로 물렸다.
그 틈에 이신이 다시 움직였다.
방패병들이 일제히 뒤돌아 엘프 슈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엘프 가드가 뒤로 물러난 걸 보고 자신감 있게 돌진한 것.
방패병들이 붙어서 럭비처럼 마구 밀어붙이니 엘프 슈터들은 공격을 제대로 못하고 진열이 흐트러졌다.
그 틈에 로흐샨이 이끄는 석궁병들이 접근해서 한 명씩 일점사했다.
쉬쉬쉭-
“크윽!”
쉬쉭-
“큭!”
그때였다.
뒤에서 한 무리의 엘프들이 접근했다.
바로 엘프 스나이퍼들이었다.
공격 속도는 느리지만, 한 번 쏘면 일직선상의 모든 적에게 관통상을 입히는 무서운 병과였다.
후방을 차단하여 포위 섬멸을 시키려는 피로스의 전술!
다시 번개같이 판단을 내리는 이신.
방패병들로 엘프 슈터들과 뒤섞여 계속 꼼짝 못하게 방해하는 한편, 석궁병들은 일제히 뒤돌아 엘프 스나이퍼들에게 달려들게 했다.
‘펼쳐!’
이신이 머릿속에 떠올린 가상의 마우스로 석궁병들을 좌우로 펼쳤다.
단번에 펼쳐진 일대 장관이었다.
좌우로 날개를 펼쳐 단번에 부채꼴 모양의 진영을 만든 석궁병들이 엘프 스나이퍼들을 덮쳤다.
여럿에게 관통상을 입힐 수 있는 엘프 스나이퍼의 일격도 소용없었다.
모여 있지 않고 삽시간에 좌우로 산개한 탓에, 공격 한 번에 석궁병을 1명씩밖에 죽이지 못했다.
부채꼴로 덮쳐든 석궁병들은 엘프 스나이퍼들을 단숨에 몰살시켰다.
‘이, 이게 대체?!’
피로스는 망연자실했다.
군사학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대의 용병술에 문화충격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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