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용의 아들(1)
한국에서도 프로리그 4라운드가 진행 중이었다.
유력한 우승 후보 올도어SCC는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일명 신의 유산.
이신의 제자 4인방이 여전히 무서운 활약을 한 탓이었다.
주디는 스승의 초기 교육방침대로 안정적으로 승리를 가져다주는 선수가 되었다.
에이스급을 만나면 어려워하지만 그 외의 그저 그런 선수에게 져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정석과 안정적인 운영, 그리고 때때로 과감한 확장.
속된 말로 ‘양민 학살’의 스페셜리스트가 된 것.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 하면 반드시 1승을 실수 없이 가져와주니 최환열 감독으로서는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디 같은 유형의 선수는 슬럼프도 거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었다.
동생 존은 그와 정반대로 불안한 구석이 많은 선수였다.
하는 짓이 불안해서 보기 아찔하다고 해야 할까?
졌을 때는 거기서 왜 싸웠냐는 질책이 절로 나오지만, 이겼을 때는 어떻게 저걸 이겼냐는 감탄을 자아낸다.
웬 약골에게 지는가 하면, 최영준이나 신지호 같은 거물을 격침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공격성이 매우 투철했다.
워낙에 탁월한 컨트롤을 자랑하여서 그걸 묘기 수준으로 승화시킨 존.
명장면도 많이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괴물 진영으로 침투를 시도했던 항공수송선이 폭탄충에게 격침당했을 때였다.
보병 2명과 의무병 1명만 간신히 내려서 드롭 작전 실패라고 모두가 생각했는데, 존은 고작 그 병력으로 일벌레 5마리를 잡아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촉수충의 촉수와 바퀴 떼의 추격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일벌레에게 테러를 가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컨트롤!
그렇듯 승패를 떠나 존이 나온 경기는 다 재미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매번 아슬아슬하지만 승률 또한 주디 못지않았다.
최근에는 이신이 끌던 그 푸른색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다녀서 더 인기가 많아졌다. 하여간 화젯거리가 많아서 스타성이 다분한 선수였다.
그리고 차이와 장양…….
그 둘은 이제 서로가 경쟁자였다.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누가 이 팀의 에이스인지 경쟁하는 모양새였다.
다가오는 후반기 개인리그가 두려울 정도로 두 사람의 기량은 대단했다.
거기에 기량이 올라온 손지훈과 유진영 등 베테랑도 있으니 신구의 조합이 잘 이루어져 올도어SCC의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이제 4라운드까지 올도어SCC가 종합 1위를 하는 건 기정사실.
그러나 다른 팀들도 맥없이 있는 건 아니었다.
2위의 쌍성전자는 일단 무난하게 2인자 자리를 지키고, 포스트시즌에 올도어SCC를 꺾고 우승할 계획이었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여러 선수를 기용하며 시험해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올도어SCC에서 데려온 한태화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괴물 라인업이 불안했던 쌍성전자를 한숨 돌리게 했다.
변칙에 능한 한태화라면 의외로 올도어SCC의 차이나 장양 같은 에이스를 격침시킬 깜짝 무기가 될지도 몰랐다.
최영준도 프로리그의 왕자답게 엄청난 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
해외 진출을 노리는 신지호도 올해까지는 팀에 남아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쌍성전자는 철지부심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칼을 갈았다.
한편 또 다른 강팀인 JKT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종합 승점에서 3, 4위를 오르내리는 불안한 모습이었다.
자칫 종합 승점에서 4위 자리마저 빼앗기면 상위 4팀이 최종 우승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 못할 우려도 있었다.
박영호를 중국에 보낸 뒤에 그 빈자리를 제대로 보강하지 못해 일어난 하락세였다.
한편 CT는 하위권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다가 후반기 시즌에 들어 간신히 반등하여 중위권으로 올랐다.
올도어SCC의 2군 중 최고의 유망주였던 김재호가 CT로 이적해 와서 제 몫을 해준 덕분인데, 이 탓에 믿고 쓰는 올도어라는 말이 생겼다.
그리고 최하위권에서도 이변이 있었다.
[카이저 게이밍, 4라운드 현재까지 3승 2패] [이신 군단, 최약체에서 벗어나나] [한태곤 감독 “구단주와의 약속 지킬 것”] [위기의 팀 넥스트, 카이저 게이밍으로 다시 태어나다]해체 위기에 놓였다가 이신이 인수해서 구원 받은 팀 넥스트.
최하위에서 허우적거렸던 그들이 카이저 게이밍(Kaiser gaming)으로 팀명을 바꾸고서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합 승점은 여전히 10위였지만, 9위와의 격차가 이제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
올도어SCC와 JKT에게 2패를 헌납했으나, CT나 팀 제미니, 화성전자 같은 강팀으로부터 기적 같은 3승을 따내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앞으로 남은 상대는 주로 중하위권 팀이므로 꼴찌에서 벗어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
이러한 기적을 일으킨 공로자는 닉네임 제로섬으로 활약했던 레전드 한태곤.
그는 감독이 되어 한국 무대에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신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탓에 막강한 파워로 팀을 장악하고 원하는 대로 운영을 했다.
통계와 체계적인 선수 관리라는 철학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전략 싸움을 무기로 4라운드에 임했다.
제대로 된 게임을 안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올인 전략을 남발하였지만, 강팀들에게서 3승을 따낸 것은 그게 통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강팀들도 두려워하게 된 것.
그리고 그런 카이저 게이밍을 든든히 받쳐주는 팬들이 있었다.
비록…….
-오빠한테 폐 끼치지 말고 똑바로 해라.
-너희 때문에 오빠가 손해 보면 각오해라!
-죽었다 생각하고 연습해라.
-못 이기면 우리가 응징한다!
-오빠가 인수한 팀이 2부 리그 강등이라니 상상하기 싫어.
-지면 오빠 계시는 중국 향해 108배하고 한강 가라.
이게 응원인지 협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오랜만에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 카이저 게이밍의 선수들은 정말 이기기 위해 열심히 했다.
‘꼴찌 탈출하자!’
‘2부 리그로 떨어지면 우린 죽는다.’
‘구단주님이 VOD로 경기 보신다. 지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구단주가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므로, 지더라도 좋은 플레이 보여주면 알아줄 터였다.
‘부진했다간 이신교한테 화형 당할지도 몰라.’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
카이저 게이밍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바로 이신교였기 때문이다.
이신이 인수한 프로팀이니, 그들이 잘해야 이신에게도 득이 된다.
반대로 기어코 꼴찌해서 2부 리그로 강등 당하면 이신은 재정적으로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이신교는 이신의 제자들이 있는 올도어SCC와 함께 카이저 게이밍도 응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약체였다가 수많은 팬의 응원을 받는 인기 팀이 된 것이다.
이신교는 카이저 게이밍 선수들이 어떤 치사한 전략을 쓰든 그저 이기면 좋아했다.
-ㅋㅋㅋ잘한다ㅋㅋㅋㅋ
-명경기 필요 없으니까 일단 이기고 보자 얘들아ㅋㅋ
-아싸! 신님의 팀이 또 이겼다!
-일단 꼴찌 탈출부터 하고 봐야 신님께 득이 되지.
-더 야비한 전략은 없음?
-당한 순간 욕 나오는 전략 보고 싶다. 더 연구해라 한태곤!
이보다 더 든든한 팬이 없었다.
팬들의 관심과 늘어난 관객은 팀의 재정으로 직결되었다.
그만큼 이신교의 화력은 대단했다.
그렇게 카이저 게이밍이 돌풍을 일으키자 후원을 해주겠다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꼴찌에서 부활하는 팀이라는 이미지.
무엇보다도 구단주가 이신인 팀!
이신의 인기가 절정인 지금,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상승효과를 불러와줄 수 있는 프로팀에 관심을 두지 않을 리 없었다.
이미 이신 효과를 톡톡히 봤던 스포츠 브랜드 아레나는 벌서 카이저 게이밍에 후원 계약을 제의한 상황.
그런 점까지 더해진다면, 카이저 게이밍이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 뒤에 이신은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는 셈이 된다.
이 같은 한국 프로리그의 분위기를 보며 관계자들은 말했다.
“중국으로 떠난 뒤에도 여전히 e스포츠는 이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신은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승자가 되고 있었다.
* * *
마계로 온 이신은 위 서열에 도전할 준비를 서둘렀다.
현재 그레모리의 서열은 19위.
전단과 피로스를 연달아 꺾고 10위권에 진출한 절호조의 상황이었다.
다음 상대인 서열 18위의 악마군주는 구소인.
모든 질문에 답해주며 명예와 지위를 준다는 악마군주였다.
그레모리와 달리 처음부터 10위권에 쭉 머물러 있던 전통의 강자.
하지만 악마군주 구소인의 근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악마군주 구소인은 본래 11위였는데 지금은 18위이니 점진적인 하락세인 것이었다.
“악마군주 구소인에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질 드 레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질 드 레는 본래 서열 15위 악마군주 엘리고르의 계약자였다.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계약자의 지위에서 쫓겨나 다시 지옥에 떨어졌는데, 이신의 소환을 받고 사도가 되어 구원받은 것이다.
물론 이신의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면서 실력이 쑥쑥 성장한 지금이라면 그때처럼 비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테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이신은 질 드 레라는 걸출한 심복을 얻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질 드 레 또한 언제 다시 지옥으로 다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고 말이다.
참고로 질 드 레를 내쳐버린 악마군주 엘리고르는 현재 서열이 40위까지 추락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아무튼 10위권에서 경쟁을 벌였던 질 드 레였기 때문에 같은 구간에 있었던 악마군주 구소인과도 부딪쳐 보았다고 한다.
“악마군주 구소인의 계약자는 발라히아 공국의 인물이었는데 종족은 드워프였습니다.”
“발라히아?”
어쩐지 들어본 듯도 한데 기억에는 없는 지명이었다.
질 드 레가 말했다.
“발라히아는 헝가리로부터 독립한 나라입니다. 바사라브 1세라는 위대한 왕이 주변 세력을 규합하여 헝가리에 대항하여 건국한 공국이지요.”
“바사라브 1세라…….”
역시나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기억나지가 않았다.
아스라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역사적으로 인지도가 없는 인물은 아닐 터였다.
“포사다 전투가 아주 유명하지요. 헝가리의 3만 군대를 산악지대로 끌어들여 대파한 위대한 전략가지요. 아, 하지만 악마군주 구소인의 계약자가 바사라브 1세는 아닙니다.”
포사다 전투도 들어보았다.
학력평가로 전국구에서 놀던 머리로 취미삼아 전쟁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취미에 쓸 시간이 별로 없었던 탓에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웬만한 인물 이름은 다 일단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기억에 들어 있었다.
‘헝가리에 근접해 있다면…….’
발라히아라는 지명을 계속 머릿속에서 되새기다가 문득 이신은 뭔가를 떠올렸다.
‘루마니아?’
루마니아 남부의 역사적인 지방명이 왈라키아(Walachia)였다. 그 왈라키아가 루마니아어로 발라히아다.
이제야 생각났다.
‘그렇다면 혹시 이번 상대 계약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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