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3
443화 용의 아들(2)
“블라드 드라쿨레아?”
이신이 불쑥 묻자 질 드 레는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시는군요?”
“모를 수가 없지.”
“후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위명을 떨친 인물입니까?”
“아니, 그렇게 세계사에 크게 떨칠 정도는 아냐. 이를 테면 질 드 레 너와 비슷한 경우지.”
그 말에 질 드 레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악명입니까?”
“유명한 호러 소설의 주인공으로 차용되어서 뒤늦게 대중에 널리 알려진 경우지.”
그랬다.
왈라키아 공국의 왕,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
그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주인공으로 차용된 실존 인물이었다.
드라큘라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세계사에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전혀 아니었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확실히 그 시기는 오스만 제국의 팽창기였으니까 거기에 저항하여 전쟁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 꽤 있지. 계약자로 삼을 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 악마군주들이 모여들었을 거야.”
오스만 제국이 팽창하며 유럽 기독교 세계를 위협했던 시기였다.
수많은 군사 영웅이 출현하기도 했고,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잔혹한 처형 방식으로 인한 악명이 더 유명하지만 말이다.
그가 18위 악마군주 구소인의 계약자로 있고 심지어 다음 상대라니 흥미로웠다.
‘실제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신은 천천히 블라드 드라쿨레아에 대해 알고 있는 자식을 떠올려보았다.
왈라키아 공국은 헝가리와 오스만 사이에 끼어 싸움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두 세력에 의하여 왈라키아 공국의 왕위가 쉴 새 없이 교체될 정도.
그의 아버지 블라드 2세 드라쿨도 그랬고,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는 2번이나 왕위에서 쫓겨나고 3번이나 제위에 오르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불행한 인생을 살면서도 끝까지 투쟁한 인물인 것이다.
잔혹한 처형 방식과 극단적인 공포 정치 등 결국 그를 몰락하게 만든 단점도 있지만, 결코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 인물임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자였군요. 서열전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의 살아생전의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습니다.”
질 드 레가 말했다.
블라드 드라쿨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질 드 레는 딱히 놀랄 것 없이 무덤덤했다.
사실 질 드 레도 무려 성녀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출신!
한때 프랑스 제일의 대귀족이기도 했던 질 드 레로서는 딱히 블라드 드라쿨레아의 일생에 대해 어떤 감탄을 할 일은 없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쪽도 호러의 주인공이로군.’
장화 신은 고양이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에 의처증에 빠져 아내를 살해하는 귀족 푸른 수염이 등장하는데, 그 모티브로 질 드 레가 꼽히고 있다.
때문에 마르몽이 평소에 질 드 레를 푸른 수염이라 부르며 놀리곤 했다.
“졌나?”
“예, 졌지요.”
질 드 레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서열전을 생각하면 제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느끼곤 합니다.”
지금은 이신의 가르침을 받아 실력이 크게 성장한 상태.
계약자였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프로게이머가 초보 시절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리라.
“그자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
“예, 염려 마십시오.”
질 드 레는 블라드 드라쿨레아와 서열전을 펼쳤을 적의 상황을 아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 * *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
드라쿨은 용을 뜻했다.
즉, 드라쿨레아는 용의 아들을 의미했다.
그의 아버지 블라드 2세 드라쿨은 헝가리로부터 용의 기사 작위를 받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여 용 문양을 동전에 새겨 발행하기도 했다.
용의 기사단은 오스만의 세력 팽창으로부터 기독교 세계를 수호할 목적으로 창설된 기사단.
하지만 용의 기사 작위의 취지와 달리, 블라드 2세 드라쿨은 왈라키아 공국의 평화를 위해서는 오스만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집권 초기와 달리 점차 오스만의 편에 서서 싸우는 정치 노선을 택해 헝가리를 분노케 했다. 백성들로부터는 유능한 군주로 지지받았지만 말이다.
결국 친 헝가리 귀족 세력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 블라드 2세 드라쿨.
하지만 1442년, 오스만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다시 돌아와 왕위를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셋째 아들이었던 블라드는 동생 라두와 함께 볼모로 잡혀 오스만 제국 왕궁에서 생활해야 했다.
블라드의 볼모 생활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야사에 의하면 훗날 위대한 술탄이 되는 오스만 제국의 메메드 2세는 양성애자로 어린 시절부터 블라드를 성추행하고 괴롭혔다고 전해진다.
진실이 무엇이든 불행한 볼모 생활을 보낸 것은 분명하며, 그 어린 시절이 블라드로 하여금 오스만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 볼모 생활은 그의 불운한 인생의 시작에 불과했다.
1447년, 아버지와 형이 암살당하고 블라디슬라브 2세가 왕위에 등극했다.
오스만도 친 헝가리 성향의 블라디슬라브 2세를 가만 놔둘 수 없었다.
이에 따라 1448년, 오스만은 블라드를 지원하여 블라디슬라브 2세를 몰아내고 왈라키아 공국의 왕위에 앉혔다.
그것이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의 첫 제위였다.
17세에 맞이한 제위는 불과 2개월 만에 끝났다.
블라디슬라브 2세가 헝가리의 지원을 받아 다시 반격해 왔던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블라드는 거기서 도망쳐 외삼촌 보그단 2세가 통치하는 몰도바 공국으로 피신했다.
불행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1451년, 외삼촌 보그단 2세가 암살당하자 블라드도 또다시 몰도바를 떠나 피신해야 했으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청년 블라드는 인생의 막장에 이른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왈라키아 공국은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헝가리는 그 원수들의 배후였다.
몰도바도 외삼촌이 암살되어서 그 보호를 받던 자신 역시 안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스만?
자신을 지원해 왕위에 올려주었고 동생 라두도 거기에 남아 있었지만, 블라드는 오스만을 떠올리면 그저 분노로 치가 떨렸다.
‘지옥에 갈지언정 거기는 안 간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것도 사실.
그저 막막하기만 한 블라드는 그저 신에게 길을 묻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길을 잃은 어린 양이 있구나.
“누, 누구?!”
블라드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그 음성은 결코 사람의 것이라 여기기 어려웠다.
-위다, 어린 양이여.
그 말에 블라드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연보라색의 긴 로브를 몸에 두른 멋진 남성이 공중에 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것도 기이한데다가, 그 남성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피부를 찌를 정도여서 블라드는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누, 누구십니까?”
-너를 길로 인도해 줄 존재이니라, 가여운 어린 양이여.
“신이시여, 당신이십니까?”
블라드는 감격에 차 물었다.
그 존재는 굳이 그 말에 긍정하지 않았다.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주여, 제게 길을 알려주소서. 제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남성은 손을 뻗어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블라드는 그 방향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그쪽은 트란실바니아입니다!”
-그곳에 있는 너의 원수를 찾아가라.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제 원수라면…….”
그러자 한 이름이 떠올랐다.
야노슈 후냐디.
후일 기독교 세계의 방패라 불리며, 오스만의 침공을 가로막은 헝가리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걸물이다.
지금은 트란실바니아의 총독으로 있는 헝가리 대귀족인데, 바로 아버지를 몰아낸 원수 블라디슬라브 2세의 배후 인물이었다.
오스만의 세르비아 침공을 저지시키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명장이기도 했다.
“말씀대로 그는 저와 원수지간으로, 그를 찾아간다 해도 받아줄 리 만무합니다.”
-들어라, 어린 양이여. 난 네 원수의 뒤틀려 있는 마음을 우호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 내가 그리 해준다면 너는 영원히 나를 따르겠다고 맹세하겠느냐?
블라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눈앞의 남성을 신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블라드는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은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남성은 씨익 웃었다.
-가라, 너의 원수에게로. 그는 너를 받아줄 것이며, 너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예!”
남성은 사라졌고, 블라드는 헝가리로 길을 떠났다.
그러자 다시 나타난 남성은 블라드의 뒷모습을 보며 히죽거렸다.
-가여운 어린 양이로다. 하지만 그 안에 강력한 재능을 지니고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지.
그의 정체는 악마군주 구소인.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어 어떠한 질문이든 답해주며, 원수의 증오심을 호의로 바꿔주기도 하며, 명예와 지위를 내려주기도 하는 악마군주였다.
악마군주 구소인은 그렇게 차기 계약자를 건지는 데 성공했다.
사실 구소인은 메메드 2세도 노렸고, 야노슈 후냐디도 노렸다.
후일 위대한 정복왕이 되는 메메드 2세.
그리고 그를 가로막고 기독교 세계의 방패로 추앙 받는 명장 야노슈 후냐디.
두 사람은 악마군주들이 눈독 들이는 인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앙심이 투철하였고 심리적인 빈틈도 없었기 때문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블라드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
블라드는 상처가 많았고,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고 있던 불운한 처지였기 때문에 파고들 수 있는 빈틈도 있었다.
-영웅의 밑에서 많은 걸 배우고 크게 성장해라, 나의 계약자여. 때가 되면 내가 널 데리러 갈지니…….
그리하여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는 헝가리의 야노슈 후냐디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그를 받아주려 하지 않았던 야노슈 후냐디였지만, 이내 블라드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던 오스만에 대한 증오심을 알아보았다.
그의 아버지 블라드 2세 드라쿨을 미루어보아 자질도 있을 터.
야노슈 후냐디는 오스만을 저지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블라드를 받아주었다.
그의 밑에서 전략전술을 배우며 블라드는 와신상담했다.
블라드가 증오를 품는 가장 큰 원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스만이었다.
1456년, 블라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야노슈 후냐디가 왈라키아 공국의 왕으로 세워준 블라디슬라브 2세가 이내 헝가리를 배신하고 오스만 측으로 돌아선 것.
이에 따라 블라드에게 배신자를 처단하고 왈라키아를 장악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블라드는 단 100명의 군대로 왕궁을 점령하고 블라디슬라브 2세를 처형, 멋지게 명을 완수하고 왈라키아를 장악했다.
그것이 그의 2번째 제위였다.
이어진 그의 삶 또한 처절한 고난과 활약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와 형을 살해한 귀족들, 그리고 왈라키아에서 폭리를 취하며 민생을 어지럽힌 작센 상인들을 처형하면서 그는 불운한 어린 시절이 낳은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한 공포정치는 혼란에 빠진 왈라키아 공국을 빠르게 재정비시켰지만, 또한 수많은 적과 악명을 낳았다.
특히나 더 이상 폭리를 취할 수 없게 된 상인들은 독일로 돌아가 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다. 그의 잔혹성이 악소문과 결합하여서 괴담이 만들어졌고, 이는 훗날 소설 드라큘라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그는 오스만의 침략에 대해서도 용감하게 싸워 어린 시절의 분풀이를 하지만, 결국 오스만의 강대한 힘에 밀려 왕위에서 다시 쫓겨났다.
그리고 헝가리의 지원을 얻어내 다시 한 번 제위에 오르지만, 그의 공포 정치 및 보복을 두려워한 귀족들에 의해 암살당하면서 수난이 가득했던 인생을 결말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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