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6
446화 화력(2)
투석기를 최대한 빨리 제작해 먼저 중앙 지역에 자리를 잡아버린다.
투석기를 보호해 줄 궁병은 나중에 합류시킨다.
과감함.
발 빠른 움직임.
안전하게 움직였던 블라드는 그런 이신에게 한 방 먹었지만, 한 수 배웠다는 감탄이 먼저 나왔다.
‘과연, 명성이 거짓이 아니로군.’
블라드는 살아생전에 메메드 2세나 야노슈 후냐디 같은 영웅을 많이 보았다.
이신에게는 그런 영웅적인 풍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저히 전장에서 활약을 떨칠 명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블라드는 방심하지 않았고, 이제는 이신을 인정했다.
이신은 소문대로 비범한 인물이었다.
투석기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와서 아연실색했을 정도.
‘1초의 시간도 1의 마력도 아끼고 아껴서 시간을 단축시킨 것일 테지.’
그 정도의 최적화를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터다.
그런 점은 본받아야겠다고 블라드는 생각했다.
어쨌든 중앙 지역은 빼앗겼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블라드의 전선이 한발 먼저 6시를 향해 뻗어나갔기 때문이다.
블라드의 진영은 2시.
이신의 진영은 10시였는데, 또 다른 시작 지점인 6시를 향해 블라드가 먼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시작 지점은 다른 곳보다 마력 매장량이 풍부했다.
이 같은 3인용 전장에서는 다른 시작 지점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블라드는 과감하게 대포를 분산 배치 시켜서 전선을 넓게 뻗쳤는데, 그게 화력이 분산되어서 이신이 먼저 공격을 해오지는 못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판단은 유효했다.
6시에 한발 먼저 접근했고, 이신도 투석기를 전진 배치시켜서 블라드가 6시를 차지하는 행보를 견제했다.
바둑을 두듯이 양측의 전선이 서서히 전장을 양분했다.
빈틈없이 전선이 채워졌을 즈음, 양측은 서서히 6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인 쪽은 블라드 드라쿨레아.
대포들이 이신의 전선에 접근하면서 포격전을 걸었다.
투우웅!
퍼퍼펑!
투석기가 먼저 바위를 쏴서 대포 1기를 파괴시켰다.
이어서 대포들도 불을 뿜어서 맞대응했다.
투석기와 대포가 서로 얻어맞으며 박살 나기 시작했다.
먼저 한 대 맞고 시작한 블라드의 피해가 더 컸지만,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6시를 완전히 커버할 수 있는 전선!
6시를 견제하는 투석기들이 모두 박살 나자, 블라드는 재빨리 대포들을 추가로 투입해 그곳에 새로운 전선을 짰다.
전체적으로 블라드의 전선은 C자 형태.
중앙 지역을 빼앗겨서 물러나 있지만, 아래로 전선을 확장해서 6시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게 컸다.
‘됐다!’
6시에 전력을 투입한 보람이 있자 블라드는 크게 기뻐했다.
재빨리 6시 지역에 새로운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제 장기전에서 마력 우위를 확보한 셈이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이신의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전력을 더 투입해서 싸움을 키우지 않았다. 왜지?’
이신도 6시를 내주지 않기 위해 추가로 파병할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지금도 계속 서로 유혈을 흘리며 격전을 치르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
블라드가 6시를 커버하는 전선을 구축하고 마력석 채집장을 펼치게 가만 놔두었다.
그 이유는 곧 드러났다.
이신이 차지하고 있는 중앙 지역에서 휴먼의 대병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투석기 다수.
기사 10기.
석궁병 다수.
어마어마한 병력에 블라드는 흠칫했다.
저 정도 규모의 병력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의도가 아주 뻔했다.
‘돌파인가?’
이신은 승부를 낼 참이었다.
블라드가 6시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느라 돈을 쓴 틈을 타서 말이다.
‘6시를 커버하느라 전선을 넓게 펼쳐서 병력이 분산되어 있는데. 이걸 노렸구나.’
처음부터 이때쯤 승부를 볼 심산이었다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역시나 상당히 탁월한 운영이라고 블라드는 상대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이야!’
블라드도 아직 꺼내 들지 않은 한 수가 있었다.
중앙을 빼앗겼을 때, 결국 먼저 공격 받는 쪽은 자신이 될 거라고 짐작은 했다.
단숨에 전력을 집중시켜 한 곳을 칠 수 있는 여건은 중앙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신 측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블라드에게는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
블라드는 히죽 웃었다.
메메드 2세가 13만 대군을 끌고 왈라키아를 침략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블라드는 그 대군을 깊숙이 끌어들여서 청야전술로 괴롭혔다.
수도를 빼앗겼지만 헝가리의 원군과 합세하여서 메메드 2세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었다.
그놈의 귀족 놈들이 오스만의 앞잡이가 된 동생 라두의 편에 돌아서지 않았더라면 이긴 건 블라드였을 터였다.
채 3만이 되지 않았던 왈라키아 공국의 전력을 생각하면 블라드의 활약은 놀라운 것.
오스만에 대항하기 위해 블라드를 후원해 준 야노슈 후냐디의 선택이 적중했던 셈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블라드는 이신이 공격을 시작하면 끌어들일 셈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본진까지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이건 서열전이니 말이다.
‘결국 중요한 지역만 지켜낸다면 네 총공격은 설령 내 전선을 밀어낸다 해도 의미가 없어지지.’
블라드도 일전을 각오했다.
마침내 이신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해왔다.
대군이 향하는 방향은 2시. 바로 블라드의 본진이었다.
상대의 본진을 쳐 없애서 확실하게 승리하겠다는 심산이 틀림없었다.
“총공격!!”
“와아아아아!”
“죽여 버려라!”
“공을 세우자!”
기사들과 석궁병들이 앞장서서 공격을 개시했다.
블라드의 전선에서도 포병들이 대포를 발사할 준비를 완료했다.
대포가 발사하는 순간, 기사들과 석궁병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산개했다.
포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움직임이었다.
‘훌륭하군.’
감탄이 들었지만 그뿐.
블라드는 포격 명령을 내렸다.
퍼퍼퍼퍼퍼펑!
“으아악!”
“크헉!”
대포의 일제 포격으로 인해 휴먼 측에 사상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포격을 몸으로 받아낼 방패막이에 불과했다.
그러는 동안 가까이 접근한 투석기들이 재조립된 것이다.
그것을 보며 블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이제 후퇴해라.’
블라드는 거기서 계속 투석기와 포격전을 할 생각이 없었다.
첫 포격으로 피해만 입힌 뒤, 잽싸게 전군을 뒤로 후퇴시키는 약삭빠른 선택을 했다.
대포들이 일제히 후퇴.
드워프 총수들이 엄호하며 기사들과 석궁병들이 접근 못 하게 막았다.
질서 정연한 후퇴는 블라드의 역량을 알려주었다.
블라드는 계속 2시 본진 쪽으로 물러났고, 이신은 계속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블라드의 전선이 있던 자리에 이신의 병력이 이르렀을 때였다.
‘지금이군.’
블라드의 전선이 있었던 자리에는 여러 채의 건축물이 있었다.
블라드를 밀어붙이느라 바쁜 이신은 그 건축물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다.
블라드가 노리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계약자 블라드 드라쿨레아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300마력이 소모됩니다.] [블라드 드라쿨레아님의 건물 인근 20미터 안에 있는 모든 적의 이동속도가 감소합니다.]블라드의 고유 능력이 마침내 발동되었다.
이에 따라 이신의 병력은 이동속도가 느려져 진격 속도가 늦어졌다.
‘이 틈에 방어선을 재정비한다.’
블라드는 재빨리 흩어져 있던 병력들을 집결시켜서 1시 본진 수비를 했다.
적의 속도가 느려진 틈을 타서 재빨리 재정비하는 것이 블라드의 한 수였다.
그렇게 되면 이신이 중앙 돌파를 감행한 보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탄탄한 방어선이 2시 본진을 중심으로 재구축되자 블라드는 씨익 웃었다.
‘이제 2시는 절대 안 뚫린다.’
블라드의 병력은 2시 본진과 6시 확장 기지 2곳을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2시와 6시 인근 지역만 지켜내면 마력 공급은 차질이 없어진다.
중요한 것은 마력이지 전선이 아닌 것이다.
이신의 진격은 목표였던 2시를 코앞에 두고 멈췄다.
‘이걸 뚫을 자신은 없을 테지. 돌파하겠다고 시도한다면 나야 좋지만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을 터.’
블라드는 국면을 제대로 내다보고 있었다.
이제 블라드는 6시에서 완성된 마력석 채집장이 공급해 주는 마력을 바탕으로 병력을 더 끌어모을 것이다.
병력이 충분히 모이고 무기 개발도 이루어지면, 그때야말로 블라드의 반격이 시작될 터였다.
그런데…….
‘음?’
블라드는 의아함을 느꼈다.
진격을 멈췄던 이신의 병력이 다시 대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공격을 시도할 참인가?’
진격 목표는 블라드의 본진이 있는 2시가 아니었다.
3시, 4시, 5시.
이신은 전장을 전체적으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포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 포진에 방해되는 블라드의 잔존 병력은 공격을 받고 섬멸됐다.
그건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블라드는 이신이 형성시키는 전선의 형태를 보며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가장 중요한 2시와 6시에 병력을 집중시켰던 블라드.
이신은 그걸 역이용하여 블라드의 전선을 양분시켜 버린 것이다.
2시와 6시가 서로 연결이 끊겨 고립되었다.
계속해서 이신은 병력을 능수능란하게 펼쳐서 전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블라드는 2시와 6시가 모두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이게 뭐지?’
병력 숫자로 따지면 아직 서로 비슷했다.
마력 공급량은 시작 지점 3곳 중 2곳을 차지한 블라드가 약간 더 우세한 상황.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7 전장 오린의 전체 영토 70% 이상을 이신이 차지했고, 블라드는 나머지 30%에 갇혀 있고, 심지어 2곳으로 나눠진 채 서로 고립된 형태가 되었다.
‘아냐, 그냥 모양새일 뿐이다. 병력도 마력 공급량도 내가 꿀릴 게 전혀 없어.’
오히려 병력이 두 곳에 집중된 자신이 더 유리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영역이 넓은 만큼 병력도 분산 배치되어서 한 번에 집중된 전력으로 밀어붙이면…….
‘아니?’
블라드는 딱딱한 안색이 펴질 줄을 몰랐다.
이신의 전선 배치는 공간을 크게 쓰며 널찍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매우 치밀했다.
블라드가 2시 본진에서 병력을 끌고 나오는 순간, 네 방향에서 투석기에게 얻어맞게 되어 있었던 것.
그 때문에 블라드는 2시에서 밖으로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6시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5 대 5에서 7 대 3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변화해 버린 대립 구도.
이신의 마법이 또다시 펼쳐진 것이었다.
마술처럼 단숨에 궁지에 몰린 블라드는 갑갑함을 느꼈다.
두 곳에 전력을 집중하면 더 효율적으로 수비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악수가 되어버렸다.
실리를 택했다고 생각했는데, 행동반경이 좁아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갑갑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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