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상승세(1)
“나와의 일전은 비스마르크를 상대하기 위한 아주 좋은 전초전이었을 걸세.”
블라드가 말했다.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계속 설명했다.
“비스마르크도 분명 제 7 전장 오린을 선택할 거거든.”
서열전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그 뒤에도 만나서 모의전을 했다.
이신은 드워프를 다루는 상위 계약자를 상대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고, 블라드로서는 실력을 닦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당신도 오린을 택한 겁니까?”
블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늙은이를 상대로 준비한 전략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이신은 비스마르크를 떠올렸다.
축제에서 마주쳤던 비스마르크의 고유 능력은 분명…….
‘병력 소환이나 무기 개발 속도를 일시적으로 빠르게 하는 거였지. 그래서 제 7 전장 오린을 택한 거였군.’
이신도 수긍했다.
“선점해야 하는 위치가 이렇게 뚜렷한 전장에서는 확실히 그 사람이 유리하겠군요.”
“내가 꽤나 고생했을 걸 이제 알겠나?”
일시적으로 병력 소환을 빠르게 한다.
비스마르크는 그런 고유 능력을 이용해 상대보다 더 빨리 대포를 제작할 수 있다.
대포가 먼저 나오니 거점도 먼저 가서 차지할 수 있다.
그러니 블라드는 비스마르크와 겨룰 때 항상 중앙 지역을 내주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첫 판에서 중앙 지역을 의외로 쉽게 포기하더라니.’
중앙을 내준 대신 전선을 빠르게 포진시켜 영역을 넓힌 블라드의 전략은 본래 비스마르크와의 대결 때 쓰려던 것이었다.
급한 김에 이신에게 써먹어 봤지만 끝내 패배.
준비했던 회심의 전략이 격파당했으나, 블라드는 대신 이신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난 시야가 너무 좁았던 것 같군.”
“초점이 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덕분에 이신은 마술사의 미스디렉션처럼 블라드의 이목을 피해 핵심을 찌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다른 종족을 상대로는 그리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규모의 장기전이 되었을 때는 그 단점이 부각될 뿐이다.
“어쨌든 나를 이겼으니 비스마르크도 꺾어야 하네. 그 융통성 없는 영감, 내가 도전했다 하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꼭 제 7 전장만 택하더군.”
불만을 토로하는 블라드.
이신은 이를 보며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를 떠올렸다.
나폴레옹도 알렉산드로스를 상대로 꼭 자신이 유리한 전장 하나를 고집한다고 했다.
워낙에 서로 실력이 박빙이라, 다른 전장을 택했다가는 패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전장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
나폴레옹이 그렇듯, 비스마르크도 확고한 비전을 갖고 서열전에 임하는 계약자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그런 뜻밖의 좋은 정보를 얻자 이신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참에 비스마르크까지 꺾고 나서 돌아가도 괜찮겠다.’
본래는 18위만 달성하고 가려 했다.
너무 오래 비우면 또 게임 감각이 녹슬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블라드 드라쿨레아와의 일전이 비스마르크를 상대하기 위한 연습 게임처럼 되어 버렸다.
똑같이 드워프.
전장도 똑같이 제7 전장 오린.
이러면 더 준비 시간도 필요 없이 바로 17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비스마르크의 고유 능력이 무엇인지도 이미 72악마군주의 축제 때 만나봐서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그 능력을 어떻게 이용할지도 블라드가 가르쳐 주었다.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신이 블라드에게 감사를 표했다.
블라드는 씨익 웃었다.
“나로서도 자네와 손잡음으로서 많은 득을 얻었네.”
블라드도 이신과 모의전을 더 치러보면서 자신의 단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단점을 보완할 실마리도 이미 얻은 상태.
일단 충분히 연습해서 보완을 하고 나면 다시 한 번 이신과 모의전을 치러서 확인해 볼 참이었다.
이렇듯 블라드는 소중한 연습 상대를 얻었다.
게다가…….
‘서열전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연습을 통해 내가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 확인하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군.’
한마디로 블라드도 비로소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알게 된 셈.
그런데 그때, 문득 질 드 레가 이신에게 다가와 정중히 청했다.
“주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질 드 레에게서는 예전과 다른 묵직한 위압감이 풍겼다.
이신은 바로 어제 악마군주 구소인을 꺾고서 많은 마력을 얻자, 질 드 레를 가장 먼저 상급 악마로 만들어주었다.
2만 마력을 하사하자 질 드 레는 총 3만을 보유함으로서 상급 악마로 진화하였다.
그러고도 이신은 여전히 51,344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권속인 질 드 레와 적당한 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적당한 마력 격차를 유지하지 않으면 권속의 충성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그레모리에게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일단은 질 드 레만 상급 악마로 만들어주고 그쳤다.
사도로 활약하는 다른 5인보다는 연습 상대가 되어주는 질 드 레가 더 강해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도 있었다.
“제게도 발라히아 공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호오, 그거 재미있겠군!”
블라드도 호승심에 눈을 빛냈다.
옛날, 질 드 레가 계약자였던 시절에 블라드는 서열전에서 그를 꺾은 바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이신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으니, 그때보다 훨씬 실력이 늘었을 것은 자명했다.
과연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신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라. 드라쿨레아님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좋다마다.”
그렇게 두 사람도 여러 차례 맞붙으며 실력을 겨루기 시작했다.
이신의 제안에 의해 총 5판을 겨루기로 했는데, 처음 두 판은 블라드의 승리.
괴물을 상대로 블라드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다.
드워프 총수를 많이 뽑아 일찌감치 공세에 나섰는데, 드워프 총수는 궁병과 달리 체력도 힘도 세서 헬하운드가 달려들어도 겁내지 않았다.
질 드 레는 휴먼을 상대하듯이 블라드를 공략하다가 낭패를 보았다.
‘어쩔 수 없는 약점이 드러났군.’
이신은 그렇게 판단했다.
모든 면에서 딱히 부족한 바 없이 준수한 질 드 레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계약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질 드 레는 이신의 휘하에 들어온 이후로 휴먼 이외의 다른 종족과 모의전을 치러본 적이 없었다.
이신이야 질 드 레가 다른 종족으로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으나, 질 드 레는 그럴 수 없었다.
계약자도 아닌데 이신의 연습 상대 이외의 목적으로 모의전을 치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두 판을 내리 진 뒤에 질 드 레는 무언가 감을 찾은 듯했다.
3번째 대결에서는 보다 백중세로 싸워서 블라드와 호각을 보였다.
블라드도 한때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정도였으나, 계속 차곡차곡 모아놓았던 대포가 후반에 큰 위력을 발휘해 역전에 성공했다.
진땀 흘린 블라드.
그도 질 드 레의 약점을 빤히 아는데, 3판째에 져서야 체면 상하는 일이었다.
4판째에서 블라드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전략을 써서 질 드 레를 다시 잡았다.
질 드 레가 아둔한 상대도 아닌데, 이 이상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공략 당해줄 이유가 없었다.
“졌습니다.”
질 드 레는 다소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4판을 내리 졌으니 할 말 없는 완패였다.
“남은 한 판도 치르세. 나도 괴물을 상대하는 건 오랜만이라 재미있군.”
위로는 비스마르크, 아래로는 피로스.
이 구도가 변함없다 보니 블라드도 괴물을 오랜만에 구경해 본 것이었다.
이참에 괴물을 상대로 한 연습도 할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5판째.
질 드 레는 마침내 블라드를 꺾는데 성공해 그나마 5-0의 수모를 면했다.
“끄응, 하필이면 마지막 판을 져버리니 이거 영 찜찜하군.”
4-1 완패를 당한 질 드 레야 당연히 분했지만, 블라드도 하필 마지막에 패배하는 바람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전 네 차례 싸움으로 익숙해진 질 드 레가 마지막에 이르러 마침내 블라드를 이기는 데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되었기 때문.
“뭐, 이 정도가 딱 좋지. 다음에 다시 붙어볼 때를 위한 좋은 자극으로 남으니까.”
“동감입니다.”
다음을 기약하고 블라드는 떠났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이신은 다음 날이 되자 그레모리를 찾아갔다.
“17위로 도전하죠.”
“악마군주 보티스와요? 구소인과의 서열전을 치른 게 불과 이틀 전인데요.”
그레모리가 놀라 되물었다.
“이미 대비는 충분히 되었습니다.”
이신은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그레모리는 기뻐했다.
“저야 찬성이죠. 카이저를 만나고서 서열전은 저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는걸요.”
싸웠다 하면 승리를 가져다주는 치트키가 있는데 즐겁지 않을 턱이 없었다.
서열전을 치를 때마다 마력과 서열이 오르니 그레모리는 최하위였을 때의 패배의식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넘쳤다.
“요즘 따라 더 열심히 하시네요.”
“1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그레모리는 밝게 웃었다.
“1위라니, 정말 그날이 기다려지네요.”
“곧 옵니다.”
이신은 언제나처럼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 이신의 자신감은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듯했다.
결국 자신이 최고가 될 게 분명하다고 늘 100%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도 카이저가 내 곁에 남아 있을까?’
그레모리는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다.
최근에 계약을 연장했고, 이신은 서열 1위라는 영광을 그레모리에게 가져다주기 전에는 떠날 일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 최종 목적을 이룬 뒤에는 어떨까?
‘너무 빨리 올라와서 오히려 독이 될 줄이야.’
최대 수혜자인 그레모리 본인이 생각해도 지나치게 빠른 서열 상승 속도였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신이 진정한 악마가 되려면 말이다.
마력의 달콤함을 알면 그걸 전부 포기하고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터.
그런데 이신은 평소 마력에 대해 극도의 절제를 보였다.
마력을 완전히 활성화시킨다면 육체가 재구성되고 초인이 될 텐데, 무슨 이유인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벌써 17위로 도전하는 형편이니, 이러다가는 정말 1위에 올라버리고 인간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몰랐다.
‘아낌없이 더 많은 선물을 줘야겠구나.’
그레모리는 이신을 마계에 붙잡아놓기 위해 강구했다.
‘많은 것을 갖게 되는 만큼, 버리기도 어려워지니까.’
그녀는 꿈을 꿨다.
꿈꾸는 미래에서 두 사람은 함께 마계의 정점에서 군림하고 있었다.
영원히.
그날, 악마군주 그레모리와 계약자 이신은 서열 17위에 도전을 결정했다.
상위권에서도 여전히 가파른 속도로 서열을 올리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에 전 마계가 주목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