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7
457화 전성기(2)
2021년이 훌쩍 지나갔다.
e스포츠의 팬들에게는 폭풍처럼 흘러간 한 해였을 것이다.
이 한 해 동안 전 세계 e스포츠는 단 한 사람의 행보를 정신없이 좇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신.
e스포츠의 신.
충격적인 사건으로 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던 ‘비운의 천재’에서 기적같이 부활.
그 뒤로 2021년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공백기 동안 권좌를 노리고 등장했던 신흥 강자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금메달을 탈환했다.
물론 마이클 조셉과 같은 기대받던 강호가 중간에 복병을 만나 낙마해 버리는 이변도 있었지만, 이신이 세계 최강임은 확실히 증명되었다.
결승전 상대였던 박영호는 명실상부한 최강의 적수였다고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하는 바였으니 말이다.
그리고는 사상 최고액의 몸값을 받고서 중국에 진출.
이신을 얻은 SC스타즈는 21-22 중국 프로리그 전기 시즌 우승컵을 들었다.
이제 2022년 초에 시작되는 후기 시즌의 우승팀과 자웅을 겨뤄 승리하기만하면 2022년 그랑프리 단체전 출전권을 또다시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SC스타즈를 이끄는 명장 왕춘 감독은 아예 후기 시즌까지 우승해 버려서 중국을 완전히 제패하겠다는 야심이었다.
중국 제패부터 해야 세계 제패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선수가 있는 이상 충분하다.’
왕춘 감독은 연습 중인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현재 방송 중이었다.
손을 풀면서 신족을 골라 2군 선수와 게임을 했다.
상대인 2군 선수는 메인 종족인 인류로 하고 있었는데, 이신에게 무참히 박살 나는 중이었다.
이신은 이미 다른 종족을 플레이하는 실력도 톱클래스 수준이었던 탓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수송기를 탄 대사제가 계속 견제를 들어가 건설로봇들에게 전격 마법을 갈기고 도망치기를 반복하며 피해를 입혔다.
큰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대사제가 미친 듯한 스피드로 전격 마법으로 화면 전체를 번개의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인류의 군세가 삽시간에 녹아버리는 장관.
GG를 치는 2군 선수를 보며, 왕춘 감독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조금은 반칙이라는 생각마저 드는군.’
에이스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왕춘 감독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주는 선수.
더불어 팀의 사기를 높여주어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선수.
지난번 그랑프리 단체전 4강 때 세계 유수의 강팀인 팀 크라이시스를 만났을 때도 에이스의 존재감을 느꼈다.
5세트에서 마이클 조셉이 리우를 꺾고 SC스타즈의 패배를 확정지었을 때 말이다.
이신이 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박영호도 있고 지우펑도 있었다.
이들 3인방은 프로리그뿐만이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과시했다.
이신은 베이징 슈퍼리그 우승.
지우펑은 무패의 기세로 무섭게 치고 올라가다가 8강에서 하필 이신을 만나는 바람에 거기서 그쳐 버렸다.
박영호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4강전에서 시허가 구사한 변칙 전략에 당하는 바람에 아깝게 결승 진출을 놓쳤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이신은 시허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일전에 명경기를 치렀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시허가 무슨 전략과 심리전을 시도해도 절대 당해주지 않고 압살해 버렸다.
한편 리우는 베이징 슈퍼리그에서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프로리그에서는 맹활약하며 팀의 전기 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한때는 슬럼프를 걱정했지만, 역시나 다시 부활하여서 프로리그에서 6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했다.
개인전 대회에서 또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 아쉽겠지만, 프로리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맹활약했으니 선수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한 셈이었다.
‘내년이 기다려지는구나.’
중국 제패 및 그랑프리 단체전 출장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왕춘 감독.
하지만 변수가 없지는 않았다.
그 변수는 바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장양과 차이.
이 이신의 두 제자는 한국에서 재능을 만개하였다.
한국에서 벌어진 2021년 후반기 개인리그는 이신의 제자들의 놀이터였다.
특히, 결승전은 신지호와 최영준 등 쟁쟁한 강호를 제치고 차이와 장양의 대결이 되어 버렸다.
두 어린 천재는 마치 이신과 박영호가 보여줬던 명승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이신의 제자 중 누가 최고인지를 가리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승자는 차이였다.
차이는 최후까지 아껴놓고 쓰지 않았던 심리전을 써서 5세트에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장양에게 부족한 심리전 부문을 공략한 것이다.
물론 그것도 더 경험이 쌓인 내년이 되면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을 터.
하지만 그때는 차이도 또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각오였다.
그렇게 한국 무대를 휩쓸며 서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두 사람은 전 세계가 탐내는 유망주였다.
‘두 사람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그것도 우리 SC스타즈가 아닌 다른 팀에 들어간다면 강적이 될 것이다.’
솔직히 두 사람을 모두 손에 넣는다면 어느 팀이든 강팀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라이벌인 상하이 게이밍이 SC스타즈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두 사람을 영입할 경우,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SC스타즈라 해도 위험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 다 한국을 떠난다면, 중국으로 올 확률이 높지.’
장양은 모국인 중국을 놔두고 다른 나라로 굳이 갈 이유가 없었다.
차이의 경우 영어에 능통하니 미국 같은 나라를 택할지도 모르지만, 자금력에서는 중국 팀들이 북미 쪽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
스승인 이신이 활약하는 중국에 올 생각을 할 확률도 점쳐볼 수 있었다.
‘만약에 두 사람이 모두 중국에 온다면, 적어도 그중 한 사람은 잡아야 한다.’
외국인 용병 출전 숫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SC스타즈는 장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왕춘 감독은 한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현재 한국에는 프로리그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쟁쟁한 특급 선수가 꽤나 많았다.
차이와 장양을 제외해도, 신지호나 최영준도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특급 실력자였다.
주디나 존 같은 선수도 꽤나 매력적인 옵션.
한국 팀들의 약한 자금력에 비해 그런 좋은 선수들이 꽤 많으니, 한국 선수들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카이저가 온 뒤로 다른 한국 선수들도 해외 진출을 적극 고려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많이 진출할 곳은 바로 중국.
이미 이신으로 인해 한국 팬들의 관심이 중국에 많이 모아진 까닭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러시로 인해 중국 프로리그의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었다.
이번 이적 시즌에서 방심하고 있다가는 SC스타즈도 순식간에 1인자의 위치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 * *
하지만 이적 시즌을 호시탐탐 기다리던 전 세계 강팀들의 기대는 일찌감치 꺼져 버렸다.
차이와 장양이 수많은 이적설에 대하여 입장을 똑똑히 밝힌 것이다.
“내년 그랑프리까지는 팀에 잔류할 생각입니다. 장양도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한국 프로리그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났다.
올도어SCC는 쌍성전자를 꺾고 최종 우승을 했다.
축제가 벌어진 자리에서 포스트시즌 MVP에 선정된 차이가 무대에서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의사를 밝혔다.
“선생님이 계시는 중국에 가는 방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차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과 박영호 선수가 있는 SC스타즈가 현재 다음 그랑프리 단체전 금메달의 유력한 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세계무대에서 선생님과 대결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신의 마지막 목표였던 단체전 금메달을, 이신이 만든 올도어SCC로 이루어보겠다는 야심찬 포부였다.
제자들이 모두 모인 올도어SCC가 SC스타즈로 간 이신의 앞길을 한 번 막아보겠다는 당돌한 각오였다.
한국으로서는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날 기세라 걱정했던 차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주디와 존도 모두 올도어SCC에 남기로 했다.
“이제 슬슬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의 지위를 되찾을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내년 그랑프리에서 세계 최고의 팀이 된다면, 저는 그 꿈을 이루어준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생각입니다.”
팀의 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지수민 부사장의 발언이었다.
그로서 SC스타즈는 세계 제패의 꿈을 위협할 또 하나의 강적을 갖게 되었다.
올도어SCC는 선수들을 지켰지만, 쌍성전자는 아니었다.
신지호는 물론이고 최영준까지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당연히 이신이 있는 중국을 우선적으로 모색했다.
이신 때문에 한국 팬들이 중국 리그에 관심이 많이 생겼으므로, 중국으로 진출하는 편이 인지도를 유지하기에 유리했다.
물론 몸값도 다른 지역보다 중국 팀들이 높게 불렀고 말이다.
이윽고 이적 소식이 터지기 시작했다.
[신지호, 상하이 게이밍 이적 확정!] [신지호, SC스타즈의 라이벌인 상하이 게이밍의 품으로] [신지호 “중국에서 기필코 이신 꺾을 것”] [상하이 게이밍 “신지호의 합류로 후기 시즌 우승 가능해졌다”]차이와 장양을 노리고 있었던 상하이 게이밍이 신지호를 영입해 버렸다.
두 사람이 이적 의사가 없음을 일찌감치 밝히자 재빨리 신지호로 방향을 선회한 것.
이어서 또 다른 중국 팀이 또 하나의 대어인 최영준을 데려갔다.
[‘광기신족’ 최영준, 상하이 텐화 게임단으로]중국 최고의 팀 중 하나였으나, 현재 상하이 게이밍과 SC스타즈라는 양대 산맥에 가로막혀 우승에 인연이 없었던 상하이 텐화 게임단이 최영준을 영입했다.
그밖에도 중국 팀들이 활발하게 이적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SC스타즈를.
특히 이신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다 이신이 중국에서 워낙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까닭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신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성공적으로 모든 우승컵을 다 손에 넣었으며, 내년에는 손에 넣지 못했던 유일한 물건인 단체전 금메달까지 노리는 이신.
소득 측면에서도 이신은 오히려 예전을 한참 능가하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 * *
‘이제 마계에 집중할 수 있겠군.’
이신은 프로리그와 베이징 슈퍼리그 등 일정이 바쁜 탓에 한동안 마계에 가지 못하고 게임에 집중해야 했다.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데, 마계까지 왔다 갔다 하면 더 정신 사나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가해질 때까지 선수 생활에 집중하기로 했고, 이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광고나 인터뷰 등을 일절 잡지 않고 일정을 비워둔 이신은 이제 마계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열전에 집중하여서 서열을 꽤 많이 올려둔 뒤에, 현실 세계로 돌아와 남은 휴가 기간 동안 쉬면서 적응 훈련을 할 생각이었다.
‘기대된다.’
다음에 만날 계약자는 과연 전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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