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새로운 풍조(1)
마계에 온 이신은 일단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마력: 49,154/49,154]마력량은 전보다 줄었지만 대신 권속 중 질 드 레와 콜럼버스 두 사람이 상급 악마가 되었다.
질 드 레야 평소에 연습을 도와줄 뿐 서열전에서 직접 활약하지는 못하지만, 콜럼버스는 상급 악마가 되면서 체력과 민첩성이 상승해서 정찰이 더욱 용이해졌다.
맷집이 좋아지고 상대의 공격에 더 재빨리 반응하니 콜럼버스가 정찰 도중에 죽을 일이 더욱 줄어든 것이다.
어쩌면 가장 험난한 일을 수없이 해온 터라 관록까지 붙은 콜럼버스는 이제 피하고 내빼는 능력은 독보적인 수준이 되었다.
“자, 자! 맞춰봐!”
콜럼버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큰소리를 쳤다.
로흐샨은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당기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다쳐도 내 책임 아니외다.”
“안 맞으니까 걱정 마.”
“그렇게 말하면 또 내가 자존심 상하는데?”
“응?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는데? 정말로 진지하게 날 죽이려 하지는 말고.”
“받으시오!”
로흐샨이 화살을 쐈다.
“으악!”
콜럼버스는 잽싸게 몸을 굴려 피했다.
가까스로 빗나갔는데 가만히 있었으면 정말 머리가 꿰뚫렸을 터였다.
“지, 진짜 죽이려고 했어?!”
“어허, 봐주고 있는 것이오. 이것도 피해보시오.”
로흐샨은 계속 화살을 쐈고 콜럼버스는 오두방정을 떨면서도 곧잘 피했다.
“쟤들 뭐하는 거야?”
이신이 묻자 이존효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기 딴에도 수련을 하겠답시고 저러는 겁니다.”
이신은 가만히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활이 겨누는 방향을 보고 피하시오.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피하는 게 말이 되오?”
“피하고 있잖아!”
“쯧쯧,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몸통 정도는 맞추겠소. 어디로 피할지 준비동작으로 뻔히 보여주지 말고 상대와 심리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오.”
“맞출 수 있으면 맞춰봐!”
“안 되겠군. 역시 몸으로 직접 체험해봐야 수련이 되겠어.”
로흐샨은 갖고 있는 화살들의 촉을 뽑아 제거했다.
콜럼버스의 얼굴이 슬슬 불안한 기색이 되었다.
그 뒤로 콜럼버스는 로흐샨이 쏜 화살에 잇달아 맞아 비명을 질러야 했다.
촉이 없어도 몸에 화살이 꽂혔는데, 그럴 때는 이신이 치유 능력으로 고쳐주었다.
“호오, 주군께서 계시니 마음 놓고 쏠 수 있겠군.”
“얼굴은 안 돼!”
엄살을 피우긴 해도, 역시나 콜럼버스는 잽쌌다.
“근데 이 거리에서 화살을 피하다니, 제법이군요.”
“역시 상급 악마가 되어서 그런가?”
이존효와 서영이 한마디씩 하며 칭찬했다.
저 방면에서는 점점 대가가 되어가는 콜럼버스였다.
‘다들 나름대로 준비를 잘하고 있군.’
이신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상을 향해 달려야 했다.
위로 올라가면 이신을 당황하게 만들 만한 실력자들도 출현할 터였다.
이신도 이신이지만, 사도들도 예전보다 나은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이신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었다.
‘다음 상대는 원숭환인가.’
바로 위인 서열 16위의 악마군주는 이포스.
그 계약자는 바로 축제 때 만났던 명나라 말의 명장 원숭환이었다.
악마군주 이포스는 축제가 끝난 뒤에 15위로 한 계단 더 상승했었다.
얼마 전까지 15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원숭환이 다음 상대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마계로 돌아와 보니 원숭환이 다시 16위로 내려앉았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었다.
‘그때도 16위였으면 블라드와 비스마르크를 꺾었을 때 내친 김에 같이 격파해 버리는 거였는데.’
블라드 드라쿨레아와 겨루면서 이미 드워프에 대비한 연습을 충분히 해둔 상황.
때문에 같은 드워프인 비스마르크도 꺾어버렸는데, 그때 원숭환이 16위였다면 또 도전했을 터였다. 어차피 같은 드워프라 달리 준비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랬으면 시간 낭비도 없었을 텐데 아쉽군.’
지금은 현실 세계에서 선수 생활에 집중하느라 서열전 감각이 약간 떨어진 상태였다.
다시 드워프를 상대로 한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시간이 아까워졌다.
이미 지금도 마계 사상 전례 없는 스피드로 17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임에도 만족을 모르고 시간 낭비를 따지는 이신이었다.
아무튼 생각난 김에 이신은 즉시 블라드를 초대했다.
블라드는 초대를 받고 곧장 찾아왔다.
오랜만에 본 블라드는 심기가 영 불편해보였다.
이신은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실패했군요?”
“그렇다네.”
그랬다.
블라드는 야심차게 다시 도전했지만 끝내 비스마르크를 꺾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제13 전장을 고를 줄이야.”
비스마르크가 새롭게 꺼낸 전략 콘셉트 때문이었다.
시작 지점이 많고 드넓은 제13 전장 그레이어스에서 철저히 장기전을 노리는 전략.
그리고 생산 및 개발 속도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능력을 활용하여서 보다 빠른 마력석 채집장 확장!
그렇게 차근차근 우위를 지켜나가는 비스마르크의 전략은 제법 훌륭했다.
근접전 위주의 빠른 속공을 노린 블라드와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다.
서로 거리가 멀었을 때는 비스마르크가 이겼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블라드가 이겼다.
그러다가 결국 블라드 측이 먼저 백기를 걸고 물러났다는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장기전 양상이 되어도 그 늙은이를 꺾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겠더군.”
“비스마르크도 그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 새로운 전략을 또 구상할 테지요.”
“그렇겠지. 그럼 나는 또 그걸 타파할 새 전략을 또 짜야 하고. 그게 고약스러운 점이야.”
결국 계약자들의 경쟁은 한두 판의 서열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서로를 이기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야 했다.
거기서 도태되면 서열도 추락하게 되는 길고 혹독한 싸움인 것이다.
“그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무엇이 말입니까?”
“제13 전장 말일세.”
블라드가 계속 말했다.
“축제 때 3 대 3의 대결을 위해서 마련된 전장 아닌가. 그런데 축제가 끝난 지금도 계속 그 전장이 유지되고 있단 말일세.”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랬다.
시작 지점이 8군데나 되는 전장을 일대일 대결에서 쓰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전장을 없앨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이신의 말에 블라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더 희한한 점은 바로 72악마군주의 축제일세.”
“……?”
“나도 제법 오랜 기간 계약자로 지내왔지만, 여태껏 그런 축제가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네. 들어보니 그 이전에도 없었다는군.”
“그건 들었습니다.”
나폴레옹도 다수 대 다수의 서열전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단순히 일회성 축제로 끝나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다수 간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축제.
그리고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제13 전장 그레이어스.
“내 생각에는 2 대 2, 혹은 3 대 3의 대결이 앞으로의 서열전에서 도입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그걸 처음 시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 바로 일전의 축제였던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당한 변수가 발생하겠군요.”
이신의 말에 블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72악마군주의 축제도 그런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네. 자네처럼 극심한 서열 변동을 보이는 이도 있지만, 대체로 악마군주들의 서열은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이 굳혀져 있었네. 축제는 그걸 타파하고 기존의 서열을 뒤흔든 이벤트였지.”
이신은 블라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약 서열전에서 2 : 2, 3 : 3, 4 : 4 같은 대결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혼자의 힘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
축제 때 경험했듯 싸움 중에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팀워크가 좋으면 충분히 상대를 꺾을 수 있다.
결론은 간단했다.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진다!
나폴레옹도 더 이상 기존의 방식만 가지고는 알렉산드로스로부터 서열을 지킬 수 없게 된다.
계약자들 간의 협조와 유대가 더 요구될 것이다.
1위부터 72위까지 엄청난 서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서열전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게 전쟁이었다.
천하의 나폴레옹도 수족이 되어서 그 탁월한 전략을 실행해 주는 유능한 원수들이 있었다.
축제 때 느꼈듯이 계약자 간의 협조와 팀워크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구조로 서열전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대일이 더 편하지만 만약 그렇게 바뀐다면 대비를 해야 한다.’
실력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이신이었다.
하지만 다수 대 다수라면 이신 혼자서 날고 긴다 해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만약에 블라드의 예견이 적중한다면, 서열 1위를 노리는 이신에게 한 가지 과제가 더 주어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위에 있는 16명을 단시간에 모조리 제쳐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 * *
‘드디어 그자가 여기까지 왔군.’
원숭환은 축제 때 만났던 계약자 이신을 떠올렸다.
잊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순간마자 활약을 떨쳐서 자신의 전략을 무효화시켰으니까.
원숭환의 생각대로 구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전투가 시작되자 이신의 병력이 예상치 못한 활약과 날카로운 기동을 펼쳐 승패를 결정지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병사들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목적을 수행하는 모습을.
계약자가 병사 하나하나를 일일이 조종하지 않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마법사들로 하여금 단번에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린 솜씨는 어떠한가.
‘나는 나폴레옹보다 그자가 더 두렵다.’
체계적인 병력 배치와 탄탄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철통같은 방어 태세.
그런 원숭환에게 가장 두려운 상대는 이신 같은 타입이었다.
계획대로 되었음에도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버리는 신묘한 용병술!
마법사로 대군을 단숨에 불태워 버린 솜씨도 두렵고, 최근 들어 드워프 계약자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둔 전적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동안 나 또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순순히 패배를 헌납할 원숭환이 아니었다.
살아생전에도 누르하치의 16만 대군을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영원성에서 맞아 싸워 격파했던 영웅이었다.
‘너를 상대로 내 역량을 시험해 보겠다. 그리고 최대한 많이 싸워보고 너를 배우겠다.’
원숭환은 이신이 서열전의 새로운 풍조(風潮)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원숭환뿐만이 아니라, 축제에 참가했던 많은 계약자들이 인정하는 바였다.
서열 1위의 대 악마군주 아가레스조차도 인정한 실력자.
이보다 더 위대한 적수가 없었다.
원숭환은 이신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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