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새로운 풍조(2)
그레모리로부터 영지를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악마군주 이포스는 계약자 원숭환을 불러들여 서열전을 준비시켰다.
사자의 몸뚱이에 오리의 머리와 다리를 가졌으며, 꼬리는 토끼를 닮은 괴이한 짐승.
악마군주 이포스는 원숭환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해괴한 모습을 띤 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준비는 충분히 됐느냐, 나의 계약자여?”
“내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
원숭환이 대답했다.
“오늘은 유독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알고 있지. 그나마 우리가 도전을 받는 쪽이라 다행이야. 전장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테니까.”
도전하는 쪽은 상대가 어느 전장을 선택할지 모르니 모든 전장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상대의 전략에 허를 찔려 무릎 꿇는 경우는 주로 도전자 쪽에서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숭환은 이신과의 결전에 대비하여서 비교적 정공법을 준비했다.
도박 같은 깜짝 전략을 써먹어 한 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한차례의 서열전으로 승부가 판가름 나는 하위 서열이 아니었다.
상대의 도전 의지가 꺾이거나 도전 자격을 상실할 때까지 몇 판이고 계속 싸워야 했다.
똑같은 기책(奇策)에 계속 당해줄 리도 만무하고, 결국은 몇 판을 해도 흔들림 없는 기본 전략이 중요하다고 원숭환은 판단했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이신, 너를 위해 방어 위주였던 나의 기본 전략을 수정했다. 축제 때 봤던 내 모습만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원숭환은 그 뒤에 발터 모델 팀을 상대로도 싸워 이겼던 이신의 축제 때 활약상을 전해 들었다.
그리핀 편대로 공중전을 벌여 드워프만 셋이었던 무지막지한 방어력을 가진 발터 모델 팀을 공략했다고 들었다.
어찌 되었든 방어만 하고 있어서는 이신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내가 먼저 압박을 가하여 활동 반경을 제한시키지 않으면 맹금(猛禽)을 하늘에 풀어주는 것과 같다.’
그렇게 원숭환이 다짐하고 있을 때, 악마군주 이포스가 말했다.
“두 가지 방책이 있지. 어떻게든 이기거나, 피해를 최소화한 채 16위를 내주는 것.”
“피해를 최소화한다라…….”
“그레모리는 178만 4천 정도이고, 내 마력은 182만이지. 2만 마력 정도만 헌납해도 16위를 내주는 선에서 끝낼 수 있다는 뜻이야.”
“그건 좀 굴욕적이지 않나. 2만 마력을 배팅한 순간 이미 적에게 고개를 숙인 채 싸움을 시작하는 셈이니까.”
“흥, 물러날 때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밑 서열에 있는 악마군주들 중에 그런 방법으로 그레모리를 올려 보낸 녀석이 한둘인 줄 아나?”
지금 마계에서 그레모리와 이신 페어는 기피 대상이었다.
무려 나폴레옹과 한 팀에 있었으면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오히려 독보적인 활약을 떨쳤다.
나폴레옹의 라이벌인 알렉산드로스의 팀을 상대로 겨뤘을 때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놀랄 활약을 했다고 했다.
그 실력은 진짜였다.
적어도 10위 안의 계약자들이 아니면 당해낼 수 없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실력자가 이신이었다.
하지만…….
“5만.”
원숭환이 말했다.
이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배팅해서 지면 마력을 헌납해야 하는 건 나다. 너무 무책임하게 큰 소리 치는 것 아니냐?”
“내가 무책임한 성품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나?”
“물론 그건 아니지.”
이포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처음 봤던 때부터 원숭환은 대단히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었다.
이제 오랫동안 마계에서 지내며 상급 악마가 된 지금도 그러한 기본적인 성품은 변하지 않았다.
“낮게 부르면 이미 우리가 패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싸우기도 전에 기세에서 지고 들어가게 할 셈인가?”
“상대가 방심해 주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게 아니냐?”
원숭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순순히 방심해줄 정도로 속편한 상대가 아니야. 만약 우리가 2만 마력을 배팅하면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꼴이 돼.”
“무슨 뜻이지?”
“한 판만 싸우고 지면 끝낼 거라고 상대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내가 준비한 노림수가 많지 않다고, 저쪽에서 생각할 테지. 당연히 더 과감해진다.”
“…….”
“조심하려고 위축되지 않고 과감한 기동을 펼칠수록 녀석은 더 강해질 터.”
“그래서 5만인가.”
“그렇다. 내가 무언가 준비한 한 수가 있다고 긴장하게 해야 한다. 방어적인 태도로 관망하게 해야 해.”
“흐음…….”
그 말에 악마군주 이포스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지녔어도, 자기 마력을 조금도 잃고 싶어 하지 않는 악마의 습성.
사실 이포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존재의 근원인 마력을 많이 갖는 것뿐!
상대에게 얕보이니 자존심이 상하니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포스뿐만 아니라 악마들은 원래 그랬다. 모든 사고방식의 기준이 마력이었다.
‘어쩔 수 없나.’
그렇지만 자신의 계약자가 강력히 요구하는 사항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원숭환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그가 원하는 싸움을 하게 해주어서 보다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72악마군주의 축제.
그리고 여전히 개방되어 있는 제13 전장 그레이어스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건 블라드 드라쿨레아뿐만이 아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축제를 계기로 계약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엄청나게 활발해졌다.
폐쇄적이었던 계약자들이 서로 친분을 다지고 모의전도 하면서 연구하고 실력 향상을 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즉, 마계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필시 마신이 의도한 안배 중 하나일 터.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이포스가 문득 질문을 했다.
“전에 축제 때 한편이었던 계약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트셉수트와 동탁 말인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었지.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확고했어.”
“만약에 전의 축제가 또 벌어진다면 그때도 한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나?”
“그럴 리가. 직접 겪어봤다시피 그 두 사람 가지고는 최종 승자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넌 여전히 그 두 사람과 교류를 하고 있지.”
“모의전 상대가 필요하니까.”
하트셉수트와 동탁은 축제가 인연이 되어서 계속 만나며 모의전을 치르고 있었다.
요번에도 이신과의 일전에 대비하여서 하트셉수트와 모의전을 했었다.
‘한참 부족했지만.’
하트셉수트는 영리한 판단과 운영을 하지만, 전투에서 단점이 극명했다.
날카롭게 승리의 핵심을 파고들어 공략하는 이신의 파괴적인 공격성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동탁은 그 반대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신은 어떠냐?”
“뭐라고?”
원숭환의 표정이 변했다.
“만약 네 편에 이신이 있었다면 어땠을 것 같으냐는 말이다.”
“그야 당연히…….”
훨씬 나은 싸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나폴레옹의 오더와 전략은 상대해 볼 만했다. 특별히 원숭환이 오판을 한 부분도 없었다.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는 전투에서 미친 활약을 벌인 이신이었다.
그런 이신이 한편이면 당연히 훨씬 좋은 활약을 펼쳤을 것이다.
‘반대로 나폴레옹도 이신이 없었더라면 알렉산드로스를 이기지 못했을 테고.’
“좋아, 결정했다.”
이포스가 입을 열었다.
“5만을 걸지. 대신 최선을 다해라.”
“당연한 소리를.”
“이기든 지든 절대로 허망한 대결이 되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
이포스의 말은 뜻밖이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처럼 허망한 게 없었다. 특히 악마인 이포스에게는 더욱 그러할 터였다.
이포스는 히죽 웃더니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잘 들어. 앞으로 마계는 크게 변할 거야. 이미 축제 이후로 변화는 시작되고 있어.”
“변화…….”
“앞으로 계약자들과 많이 교류하는 편이 좋을 거다. 특히 이신 같은 실력 있는 계약자와는 말이지.”
“…그건 나름대로 자각하고 있었던 문제이긴 하지.”
요번에 하트셉수트와 모의전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꼈다.
그런 인연은 많이 만들어둘수록 좋았다.
“한마디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어서 교류하라는 뜻이로군. 마치 심사를 받는 기분이군.”
원숭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파앗!
일그러진 공간에서 나타난 두 인영은 그레모리와 이신이었다.
원숭환은 이신을 쳐다보았다. 서로 눈치 마주치자 이신은 까닥 고개만 숙여 알은체를 했다.
곧 싸울 상대라 그 이상 서로 말을 섞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때와 분위기가 다르군.’
원숭환은 이신에게서 축제 때 없었던 위압감을 느꼈다.
그때보다 훨씬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 탓이 가장 컸다.
하지만 그 외에도 그때와 지금의 이신은 위치가 달랐다.
예전처럼 한참 낮은 서열이 아니라, 이제는 원숭환이 본 가장 위협적인 강력한 도전자였다.
‘위압감만큼 실력도 그때보다 더 늘었겠지?’
두려운데,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
나라에 충정을 다 바쳤던 명장 원숭환.
하지만 그 이전에 그는 병서를 좋아하고 전쟁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호기심 많은 청년이었다.
그래서 악마군주 이포스가 들려주는 마계의 싸움에 귀를 기울이고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뛰어든 마계였다.
서열전을 즐기고, 지지 않기 위해 밤낮을 지새워 연구하는 열정이 있었다.
‘질 생각은 절대로 없단 말이다.’
원숭환은 고도로 집중했다.
오직 곧 벌어질 서열전을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렸다.
이신도 심상치 않은 원숭환의 눈치를 보더니 역시나 말없이 명상을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로군.’
원숭환부터는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였다.
비유하자면 지금부터가 16강 본선!
원숭환부터는 진짜 경시할 수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제부터는 나도 진지하게 가주지.’
지금까지는 아마추어를 대하는 프로의 심정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점이 부족한지 프로의 눈으로 훤히 꿰뚫듯이 했다. 마치 같은 팀의 까마득한 후배 연습생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신도 긴장을 했다. 이제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옳았다.
“마력은 5만, 전장은 데스트가 좋겠군.”
이포스가 제6 전장 데스트를 언급하자 이신은 눈을 빛냈다.
‘서열전에서는 처음 해보는 전장이군.’
모의전으로는 많이 치러봤지만, 실전이라 할 수 있는 서열전에서는 오늘 처음 해보는 이신이었다.
시작 지점이 12시와 6시 두 군데밖에 없는 2인용 전장으로, 드워프와 휴먼이 붙으면 필히 남북전쟁의 구도가 된다.
이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과연 원숭환은 제6 전장 데스트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분석했을지, 자신의 분석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강한 흥미가 든 것이다.
서열전이라는 게임을 몹시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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