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휴가(4)
-자, 이 게임을 보실까요?
내레이션이 깔린 다큐멘터리가 시작되었다.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도 좌측 하단에 있는 이 미니맵을 보면 누가 이기고 있고 누가 불리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미니맵은 푸른색으로 표시된 인류와 붉은색으로 표시된 인류가 다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른색 인류는 북쪽을 다 장악한 상태.
거기다가 병력이 남쪽까지 깊이 내려와서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거기에 압박받고 있는 붉은색 인류는 남쪽마저 절반밖에 장악 못 한 상태.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푸른색 진영은 4곳에서 자원을 캐고 있고, 붉은색 진영은 2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부유하기 때문에 병력도 푸른색 진영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만하면 사실 붉은색 진영은 항복을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말이죠.
-그런데, 바로 지금부터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전극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게임이 재개되었다.
붉은색 진영이 고속전차를 계속 항공수송선에 태워 푸른색 진영에 보냈다.
항공수송선 3척이 쉬지 않고 계속 병력을 실어 날랐다.
거기서 내린 고속전차들이 계속 지뢰를 매설하고 건설로봇들을 공격해 자원 채집을 방해했다.
계속, 계속.
호되게 당한 푸른색 진영은 대공포를 설치해서 항공수송선이 건너오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붉은색은 건물을 띄워 보내 대공포가 쏘는 미사일에 얻어맞게 했고, 그 틈에 다시 항공수송선을 침투시켰다.
이번에는 기동포탑이 내려서 대공포들을 부쉈다.
푸른색의 병력들이 와서 처치했지만, 대공포가 부서진 틈을 타서 다시 항공수송선 2척이 그 대공망의 틈바구니를 통과!
푸른색 진영의 본진까지 들어가 고속전차 8기를 쏟아냈다.
삽시간에 지뢰의 바다가 되고, 기갑정거장에서 새로 생산된 푸른색의 병력들이 지뢰에 휘말려 폭사되었다.
지뢰를 다 쓴 고속전차들은 건설로봇들을 집요하게 사냥했다.
본진과 앞마당이 또다시 수난을 당했다.
-지독하죠? 붉은색이 푸른색을 아주 무섭게 괴롭힙니다. 나중에 붉은색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자원을 캘 수 있는 곳이 4군데라고 하더라도 그중 2군데가 방해를 받아 일을 못하면, 결국 똑같이 2군데라고요.
-아주 명쾌하죠? 정말로 붉은색은 시종일관 테러를 가해서 푸른색 진영이 2곳 이상 자원을 캐지 못하게 방해했습니다. 7분 동안 계속 말이죠.
누가 인류 대 인류전이 느리고 지겹다고 했던가?
폭풍 같은 전투의 연속이었다.
푸른색 진영은 어떻게든 방어를 튼튼히 하여서 유리한 상황을 굳히려 했다.
그런데도 붉은색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어서 끊임없이 소수의 특공대를 쑤셔 넣는 것이었다.
없는 빈틈도 억지로 만드는 집요함!
집착 어린 컨트롤!
-약 7분간, 붉은색은 17차례에 걸쳐 총 6지역을 타격했습니다. 분당 명령 횟수를 나타내는 APM 수치는 700 이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보통 프로게이머의 평균은 300 초반 정도인데 말이죠. 남들보다 두 배 더 빠르다는 뜻인데 그게 과연 무슨 뜻인지 직접 볼까요?
그러면서 붉은색의 플레이 개인 화면이 나타났다.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는군요.
그야말로 화면이 휙휙 전환되었다.
침투시키고,
컨트롤하고,
병력 생산하고,
기술 개발하고,
확장 기지를 짓고,
모든 것을 동시에 병행하느라 화면은 몇 초가 지나기 무섭게 계속 바뀌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사람입니다. 믿기 힘드시다는 건 알지만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그렇게 7분이 지났을 때,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푸른색은 두들겨 맞느라 정신없다가 어느새 핀치에 몰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간단합니다. 결국 계속 공격받느라 같은 자원을 먹었는데, 그 같은 자원으로 푸른색은 죽은 건설로봇을 다시 생산해 충당하는 데 소모했거든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따지자면, 자기보다 덩치 크고 힘 센 상대를 7분 동안 일방적으로 아웃복싱으로 두들겨 패는 일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붉은색은 결국 승리했습니다.
-끝내 단 한 세트도 지지 않고 금메달을 손에 넣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정말 질 것 같은 게임도 기어코 역전해 버려서 말이죠.
-예, 그렇습니다.
다음 순간,
경기장에서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보였다.
부스에서 나온 약관의 청년이 그 뜨거운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긴 다리를 자랑하는 큰 키와 티 없는 하얀 피부, 크고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미청년은 아직 앳된 소년티를 다 벗지 못했다.
-게임을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보셨죠? 바로 이신입니다. 닉네임은 카이저, e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이며 그 전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태어났을 때 오른손에 마우스가 쥐어져 있었다는 전설까지 전해지는 사람이죠.
-혜성처럼 등장하여서 금메달을 따버린 이 새파란 신인은 이때 이미 역대 최강의 게이머로 불렸고, 아무도 이에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죠. 단 한 세트도 안 졌거든요.
-족히 수년은 앞서나간 전략과 컨트롤, 그리고 피지컬을 보여주었고, 실제로 그 후로 지금까지도 그의 아성을 넘어본 선수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카이저의 전성기는 수년간 계속되었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카이저가 이미 다 보여주었다고. 앞으로도 전성기의 카이저보다 더 강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죠.
-세월이 흐를수록 문명은 발달하게 마련입니다. 그건 e스포츠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다양한 전략전술이 나왔고, 체계화된 훈련으로 선수들의 실력도 향상되었습니다.
-옛날의 선수보다 오늘날의 선수가 더 강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섣불리 속단할 수 없는 의문이 있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카이저와 오늘날의 일류 프로게이머가 겨루면 누가 이길까요?
-당시에는 카이저를 능가할 선수가 아무도 없었습니다만,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던 지금은 어떨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
-옛날의 카이저와 현재의 카이저가 겨루면 누가 이길까요?
-이번 프로젝트는 그 궁금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두 사람을 직접 붙여보면 되지 않느냐는 게 핵심이죠.
그렇게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는 서막을 열었다.
* * *
[SC코퍼레이션의 새로운 실험 ‘전성기의 이신을 재현하라’] [SC사 전성기 이신 그대로 구현한 인공지능 개발해 화제] [SC 사장 데이비드 코렛 “인공지능 카이저는 완성, 카이저 본인에게 검증 받았다”] [전성기의 이신 vs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신, 사상 초유의 대결 펼쳐지나] [전문가도 인공지능 카이저에 주목 “사람을 완벽히 재현한 인공지능 흥미로워”] [전 세계 e스포츠팬들도 폭발적인 관심 “전성기의 카이저 다시 보고 싶어”]SC코퍼레이션이 다큐멘터리를 공개했을 때, 전 세계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예전의 이신과 지금의 이신 중 누가 더 잘하냐는 문제는 아직도 많은 논쟁을 일으키는 초미의 떡밥이었다.
그 논쟁거리에 SC코퍼레이션이 아예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전성기의 이신을 완벽하게 재현한 인공지능!
각국 온라인 서버에 출몰해 1위를 휩쓸었던 Kaiser2017이 바로 그 인공지능의 실험버전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더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게다가 코렛 사장이 SNS에 올렸던 어떤 게이머의 플레이 개인 화면도 바로 그 인공지능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것은 단순히 인공지능이라서 사람보다 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딴죽을 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개인 화면은 누가 봐도 사람이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수 없는 초월적인 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전성기의 이신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
한마디로 과거의 이신이 오늘날의 각국 서버에서 모조리 1위를 한 거나 다름없었다.
다큐멘터리는 이 인공지능이 정확히 과거의 이신을 100% 구현했지 더 강하게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내용을 할당했다.
하이라이트는 시범적으로 붙어보았던 이신과 미완성 인공지능의 대결이었다.
-사실 스포일러 같아서 이 게임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레이션은 담담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능청맞은 말을 계속 내뱉었다.
-하지만 여러분께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잘못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카이저가 인간 같지 않다는 것을요.
-단, 여러분께 재미있는 퀴즈를 내겠습니다. 누가 인공지능이고 누가 카이저일까요? 아마 맞추기가 무척 힘들 겁니다.
그것은 Kaiser2017이 완성되자 테스트 삼아 이신과 대전해 본 게임이었다.
시작부터 보병들과 건설로봇들을 동반한 치즈러시가 펼쳐지면서 피 튀기는 공방이 펼쳐졌다.
양측의 마이크로 컨트롤은 귀신같이 정확해서 누가 인공지능인지 알 수 없게 했다.
가끔씩,
“이건 누가 인공지능인지 모르겠는데.”
게임을 지켜보던 코렛 사장과 연구원들의 코멘트도 그대로 다큐멘터리에 반영되어서 즐거움을 더했다.
믿기 힘든 슈퍼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인공지능의 끊임없는 공격력도 탁월했지만, 정작 인간 같지 않은 슈퍼 플레이를 더 많이 보여준 것은 이신이었다.
지뢰가 폭발하기 전에 건설로봇들로 제거한 장면.
언덕 아래에 매설된 지뢰가 언덕 위의 기동포탑을 인식하고 날아가는 걸 기계보병으로 출입구를 막아서 불발로 만든 컨트롤.
“헉!”
“오 마이 갓!”
“무슨?!”
연구원들도 경악했다.
“둘 다 기계야! 인간들의 대결은 아니야.”
그 코멘트가 보는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끊임없는 공방이 서서히 소강상태에 이르고 둘 다 장기전으로 가려는 즈음,
-자, 여기까지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가 이겼는지, 어느 쪽이 인공지능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화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궁금증은 이제 곧 풀리게 될 겁니다.
그게 다큐멘터리의 마무리였다.
이 탓에 네티즌들은 거의 들고 일어나다시피 했다.
-장난해? 끝까지 보여 달란 말이야!
-제기랄, 미치겠네. 제발 게임을 끝까지 보게 해줘.
-코렛, 이 개자식!
-그런데 정말 어느 쪽이 인공지능일까? 둘 다 인간은 아니던데? 😀
-우리를 우롱하는 게 아니라면 둘 중 한 명은 분명 인간이라는 뜻인데.
-기계보병으로 입구를 막아서서 지뢰 막은 거 봤어? 그건 인공지능일 거야. 사람이 그럴 수는 없잖아?
-어이, 얼마 전의 카이저 경기를 못 봤나보네? 철갑충차가 쏜 충격탄을 고속전차로 블로킹했어. lol
-카이저는 한동안 고생이겠군. 어느 쪽이 인공지능이고 누가 이긴 거냐는 질문에 시달리겠어.
네티즌들은 모든 궁금증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D-20’이라고 크게 적힌 글씨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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