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새로운 룰(2)
“제가 서열전에 참가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질 드 레는 감회가 새로웠다.
한때 계약자였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지옥으로 쫓겨났다가 이신의 사도로 임명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계약자는 아니지만 엄연한 지휘관으로서 서열전에 참가하게 되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서열 15위를 가르는 서열전이군요.”
질 드 레가 처음 계약자가 되었을 때 받들었던 악마군주 엘리고르는 서열 15위였다.
공교롭게도 서열 15위에서 질 드 레는 다시 서열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시키는 대로만 잘하면 돼.”
이신은 덤덤히 말했다.
나폴레옹이나 오자서 등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는 계약자가 수두룩함에도 질 드 레를 선택한 과감한 결단을 내렸지만, 이신은 오히려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였다.
어차피 단체전의 역량은 대부분 오더 내리는 사람의 판단력에 달린 문제였다.
팀원이 가져할 할 가장 큰 덕목은 그 오더를 이해하고 신속 정확하게 실행하는 것.
그런 점에서 이신은 매일같이 함께 모의전을 하고 서열전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통했던 질 드 레가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질 드 레를 연습 상대로 쓰면서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질 드 레를 써먹을 날이 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두 사람의 능력은 기억하고 있지?”
“예, 발터 모델은 수비 상황일 때 공격력이 15% 증가하고, 비스마르크는 병력 소환과 무기 개발 속도가 일시적으로 30% 증가합니다.”
“정찰로 계속 살펴봐야겠지만, 아마 두 사람은 먼저 전선을 그어서 전장을 잠식하고 그것을 지키는 패턴으로 나올 거다.”
“비스마르크의 능력이라면 확실히 우리보다 치고 나오는 타이밍이 한발 앞설 테지요.”
질 드 레도 동의하며 말했다. 두 계약자에 대한 분석이 확실하게 되어 있는 질 드 레였다.
“우리는 그렇게 그어진 전선의 빈틈을 파고들어서 다방면을 빠르게 타격하는 형태를 취할 거다. 그러려면 마물인 네 역할이 중요할 거야.”
“예.”
“길은 내가 열겠다. 넌 길이 열린 순간 망설이지 말고 치고 들어가라.”
“맡겨주십시오, 주군.”
질 드 레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
오랜만에 서열전 전장에 지휘관으로서 다시 서서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생전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젊은 나이에 프랑스 최고의 군사적 실력자가 된 남자였다.
싸워야 할 때가 되자 위축된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보티스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20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2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상급 악마 질 드 레와 계약자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이 지원자로서 참전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휴먼.”
“마물.”
“드워프.”
“드워프.”
네 사람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하며 전의를 다졌다.
결전 직전의 긴장감이 네 사람의 사이로 흘렀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계약자 이신, 상급 악마 질 드 레, 계약자 오토 폰 비스마르크, 계약자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님께서 참전합니다.]서열전이 시작되었다.
이신과 질 드 레로서는 처음 치르는 4인 단체전이었다.
시작되자 일단 서로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이신은 7시.
질 드 레는 5시.
제4전장 엔터홀은 정사각형 형태로 시작 지점은 각 4개의 모서리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비스마르크와 발터 모델의 위치는 11시와 1시에 있다는 뜻.
‘남북 전쟁의 형태가 되겠군.’
북쪽에 있는 두 드워프는 이신 일행을 남쪽으로 거세게 밀어붙여서 몰아세울 것이다.
-저들이 언제 치고 나올지 그 타이밍을 봐야겠습니다.
질 드 레의 말에 이신이 답했다.
-간단해.
-어떻게 말입니까?
-비스마르크가 고유 능력을 언제 쓰는지 보면 돼.
이신이 계속 말했다.
-발터 모델은 드워프 총수를 좀 더 많이 소환할 거다. 대포 소환에 집중하는 건 비스마르크다.
-예, 드워프 총수를 더 많이 보유한 쪽이 어디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대화가 척척 잘 통했다.
질 드 레는 즉시 헬하운드 1마리를 정찰 보냈다.
먼저 간 쪽은 1시.
1시의 드워프 진영에 당도한 헬하운드는 본진으로 들어서다가 막 소환된 드워프 총수와 맞닥뜨렸다.
타앙-!
“키엑!”
헬하운드는 총 1발을 맞았지만 죽지 않고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질 드 레가 말했다.
‘1시는 비스마르크입니다. 드워프 총수가 소환되는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마력 채집에 집중하면서 최소한의 경비를 위해 1명만 소환한 거지. 비스마르크가 맞아.’
두 사람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1시가 비스마르크이고 11시가 발터 모델임을 확신했다.
더불어 비스마르크가 대포 소환을 위해 마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어서 11시에 가까이 접근한 헬하운드는 드워프 총수 2명을 확인했다.
타앙!
탕!
“케엑!”
이번에는 2발의 총에 맞아 즉사한 헬하운드.
하지만 2명의 드워프 총수를 보고서 이신의 예상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헬하운드는 10마리까지 뽑아라. 전투는 벌이지 말고…….
-제가 헬하운드를 대량으로 보유하려 한다는 낌새만 보여주겠습니다.
-그래, 발터 모델이 드워프 총수를 많이 소환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너는 헬하운드가 아니라 마룡을 준비해.
-예.
척척 맞아떨어지는 대화.
질 드 레는 헬하운드 10마리를 이끌고 떠났다.
의도가 성공하면 발터 모델은 드워프 총수를 더 많이 소환하느라 대포를 확보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위협감을 느껴서 방어에 집중하느라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발터 모델을 속여 넘길 수 있을지는 질 드 레의 연기력에 달렸다.
질 드 레는 일단 헬하운드 2마리로 발터 모델의 1시 진영 앞에 얼쩡거렸다.
발터 모델의 드워프 총수는 5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드워프 총수들이 우르르 나와 헬하운드 2마리를 쫓아왔다.
2마리는 계속 좌우로 움직여 도발하면서 드워프 총수들을 바깥으로 유인했다.
하지만 그 노골적인 유인에 발터 모델은 걸려들지 않았다.
앞마당 앞에 이어진 갈림길에서 멈춰서더니, 그중 1명이 다른 방면의 길로 향했다.
그쪽에서 숨어 있던 헬하운드 8마리를 발견했다.
들통 난 8마리는 즉각 달아났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 됐어. 계속 헬하운드로 정찰해서 드워프 총수의 숫자를 체크해.
방금 전, 질 드 레는 적 병력을 바깥으로 유인한 뒤 빈집을 털려는 위협을 발터 모델에게 보여주었다.
이를 본 발터 모델은 위협을 느껴서 드워프 총수의 숫자를 더 늘릴 것이다.
또한 언제든 본진이 텅 빈 순간을 노리고 침투해 올지 모르니 병력을 적극적으로 진군시키지는 못할 터.
그것을 이용하여서 이신은 아주 과감하게도 궁병을 달랑 1명만 소환해 놓고는 테크 트리를 타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시간과 마력의 낭비 없이 빠르게 투석기가 제작되고 있었다.
‘이제 슬슬 비스마르크도 첫 대포가 소환될 때인데.’
비스마르크는 아직 고유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쯤 사용해야 대포를 빨리 소환해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지난번에 싸울 때도, 비스마르크는 우선 대포를 이신의 투석기보다 먼저 마련해서 좋은 교두보를 선점하는 전략을 선보였었다.
비록 고유 능력을 사용하면 300마력을 써야 하지만, 그만한 마력 소모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교두보였다.
‘가만…….’
이신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바스마르크가 그러한 전략 패턴을 써먹었던 전장은 제7전장 오린이었다.
전장 중앙이 산처럼 높이 솟아 있어서 그곳에 자리 잡으면 어느 방면이든 적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초반에 300마력을 소모할 가치가 충분한 전략적 거점이었다.
하지만 이곳 제4전장 엔터홀은 오린처럼 아주 뚜렷하게 중요한 거점은 없었다.
적어도, 고작 대포 1기를 일찍 소환하려고 이 초반에 300마력을 뽑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신은 비스마르크의 의중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의 고유 능력은 300마력을 소모해야 한다.
그 소모가 아깝지 않으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적어도 대포 4기를 한꺼번에 소환할 때 사용해야 더 효과가 극대화된다.
아니, 대포 4기 이상과 더불어 대포의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하면 더 효율이 높아진다.
‘언제 치고 나올지 타이밍이 대략 짐작이 가는군.’
그렇다면 이신의 대응은 간단했다.
이신 또한 투석기를 대량으로 제작할 채비에 나섰다.
투석기 제작을 잠시 중단하고, 마력을 특수병영과 투석기를 제작하는 공병의 소환에 집중한 것이다.
비스마르크가 당장 치고 나올 게 아니면 이쪽도 급하게 투석기를 마련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 전장은 중앙 지역이 꽤 넓고 경사도 평탄하지. 좋은 자리를 빼앗겼어도 더 많은 수로 밀어붙이면 쉽사리 되찾을 수 있어.’
이신은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며 상대측의 의도를 유추했다.
극히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많은 것을 예측하고 있었고, 실제로 이신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다만…….
-주군, 발터 모델이 치고 나옵니다!
계산에는 한계가 있었고, 발터 모델이 드워프 총수 부대와 더불어 폭격기까지 1기 마련했을 줄은 당연히 몰랐다.
‘폭격기?’
‘제 의도가 들킨 걸까요?’
폭격기가 1기 있으면 드워프 총수와 함께 마룡을 상대하기가 매우 편해지는 것.
마치 질 드 레가 마룡을 소환할 줄을 알고 대처한 듯했다.
하지만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헬하운드를 대량으로 소환했다면 더더욱 폭격기가 활약했겠지. 발터 모델은 네가 독포자꽃을 뽑지 않을 거라는 점만 확신하고 폭격기를 선택했을 거다.
-그렇군요. 독포자꽃은 드워프의 대포에 취약하니까요.
질 드 레의 주력이 헬하운드든 마룡이든 상관없이 폭격기는 좋다.
‘상대는 역시 상당히 현명하군.’
아마도 상대팀은 오더를 발터 모델이 내리고 있을 터.
폭격기 선택은 당연히 발터 모델의 판단이었으리라.
‘내가 비스마르크의 대포에 대항하기 위해 투석기에 집중하리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을 테지.’
이신이 축제 때도 선보였던 그리핀 편대를 동원했다면, 폭격기는 나쁜 선택이다.
하지만 발터 모델은 이신이 그리핀을 소환할 수 없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상대의 속내까지 유추하는 것은 이신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재미있군.’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비스마르크와 발터 모델.
아니, 비스마르크를 앞세운 발터 모델과의 대결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이 대결을 오래 즐기려면, 일단 드워프 총수 부대+폭격기의 조합으로 진군해 오는 발터 모델의 첫 번째 공세부터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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