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0
480화 지원(1)
첫 서열전 단체전이 끝나고 이신은 질 드 레와 전략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5인의 사도도 함께 참여했다.
사도들도 이신이 시킨 탓에 다들 지휘관으로서 모의전에 참여해 본 경험이 풍부했다.
직접 지휘관의 시각에서 전쟁의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이해력이 생겨서 사도로서 전장에 소환되었을 때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된다.
어차피 이신이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지만, 본인이 그 명령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존재했다.
이신도 일일이 지시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순간에는 사도 본인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
그런 이신의 방침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사도들의 명령 수행 능력이 나날이 좋아졌고, 훈련이 없을 때도 개인적으로 무예를 연마하는 등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겼다.
그랬다.
바로 e스포츠 프로팀을 다루듯이 사도들의 실력 향상을 꾀한 이신만의 방침이었다.
“열기구에 태운 병력을 이곳에 내리시다니, 정말 멋집니다.”
“끝내주는 위치야. 발터 모델 자식, 자기 본진 바로 옆인 12시를 방치해 놓다니, 서열 12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거야?”
“이제 보니 나폴레옹이랑 몇 명 말고는 다 명성이 헛 거 아냐?”
사도들은 서열전 단체전에 쓰였던 제4 전장 엔터홀의 지도를 펼쳐놓고 토론을 했다.
대부분의 사도들은 이신의 판단에 감탄하면서 발터 모델의 실책을 비웃었다.
하지만 나폴레옹 휘하의 원수들 중 하나로 활약한 지휘관 마르몽은 다른 의견을 냈다.
“그건 너무 단편적인 평가다. 이건 주군을 칭찬해야지. 주군이 열기구를 타고 오기 전까지 12시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열기구가 1시로 갔다가 포기하고 11시 방면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던 것이지.”
마르몽은 12시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문제는 여길 점거당했을 때의 대응이다. 여기서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다수 병력을 동원해 일찌감치 회복했더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결단이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게 컸지. 여기에 적이 자리잡아 버리면 전방에 구축해놓았던 긴 전선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거였어.”
“그걸 몰랐으니 실력이 모자란 게 맞잖아?”
콜럼버스가 반문했다.
마르몽이 고개를 저었다.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평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 신속하기 짝이 없는 주군의 자휘를 생각해 보면 상황이 아주 긴박하고 갑작스럽게 돌아갔을 게 뻔한데,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올바른 판단을 바로 내리기가 과연 쉬울까?”
로흐샨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건 맞는 말 같소이다. 특히나 처음 1시로 갔을 때는 열기구에서 병력이 내리지 못하도록 아주 완벽하게 막았으니까. 사람은 그럴 때 더 방심하게 되거든.”
“하긴, 주군도 우연히 얻어걸려서 이 포인트를 발견하셨던 것이니까.”
“주군께 얻어걸렸다는 표현은 무례하군, 콜럼버스?”
티격태격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편, 이신 역시 지도를 유심히 보며 토론의 화제가 되고 있는 전략을 복기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 자리는 사도들을 가르치려고 마련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이신이 여기서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었다.
‘꽤 괜찮았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중앙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단숨에 빼앗은 한 방이었다.
본진에 직접 병력을 드롭한 일격도 아니었는데, 상대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승부를 가져왔다.
“센터를 잡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보았다.”
“결국 영역 다툼이잖아. 센터를 잡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최환열에게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신은 그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았음을 직감했다.
“조금 더 시험해 보고 싶군.”
“이 전략을 말씀이십니까?”
질 드 레가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드워프였으면 좋겠는데, 역시 이 위로 가장 가까운 서열에 있는 드워프는 발터 모델뿐이군.”
“우리는 14위고 그쪽은 12위이니 조만간 붙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은 도전 자격을 얻기 위해 13위부터 차지해야 하는군.”
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 발터 모델과 다시 한 번 붙어서 전략을 검토해 보고 싶었다. 서열전에서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인류와 가장 비슷한 종족은 휴먼이 아닌 드워프였기 때문.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13위를 쟁탈해야 한다.
서열 13위의 계약자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터, 또 새롭게 서열전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신은 빨리 발터 모델과 겨루고 싶었던 터라 귀찮음을 느꼈다.
‘하는 수 없나.’
그렇게 해서 이신은 서열 13위를 노리고 서열전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준비 작업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신은 그레모리의 허락 하에 의외의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복장에 면류관을 쓴 사나이.
“오랜만이군.”
바로 알렉산드로스가 이신의 눈앞에 있었다.
현재 서열 2위 악마군주 바알의 계약자.
나폴레옹에게 빼앗기긴 했어도, 한때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가장 강력한 계약자 중 하나.
72악마군주의 축제 때 최종 승자가 되어 서열 1위를 탈환하고자 했지만, 이신의 활약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여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라이벌 나폴레옹과 친한 자신을 홀로 방문할 이유가 딱히 없던 터라, 이신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의외라는 표정이군.”
“물론입니다.”
“걱정 마라. 친하게 지내자고 온 건 아니니까.”
“혹시 서열전 단체전입니까?”
“당연하다.”
이신은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이신은 나폴레옹의 동맹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고 해서 선뜻 잡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왜? 나폴레옹의 편이라 안 되나?”
“딱히 그렇게 편을 가르지는 않습니다만, 의외여서 그렇습니다.”
“의외일 것도 없잖나. 축제 때 가장 뛰어난 단체전 실력을 보여준 건 너니까.”
알렉산드로스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상대는 나폴레옹이 아니니 안심하도록.”
“그건 알고 있습니다.”
서열 1위를 가르는 서열전이었다면 알렉산드로스보다 나폴레옹이 먼저 찾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악마군주 바알은 축제에서의 승리로 막대한 마력을 획득한 악마군주 아가레스에게 도전할 자격 요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서열전은 알렉산드로스 측이 도전을 받은 것일 터.
‘꽤 중요한 싸움이겠군. 그래서 날 찾아온 건가?’
도전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번 서열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마력을 획득해야 했다.
아무리 실력적으로 자신 있는 알렉산드로스라 할지라도, 지원자가 끼어들면 변수가 발생하여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알렉산드로스는 지원자로 이신을 택하는 과감한 판단을 한 것이리라.
“상대가 누구입니까?”
“보르지긴 테무친.”
“예?”
이신은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어린아이도 아는 전설적인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칭기즈 칸?”
“그렇게 불리더군.”
이신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게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칭기즈 칸의 대결이란 말인가?
이 무슨 공상 소설 소재로도 쓰이지 않을 말도 안 되는 매치 업인가!
“듣자하니 나보다 더 많은 땅을 정복한 작자라지?”
“예, 그렇지요.”
중세 유럽에서 가장 무서워했던 두 가지 공포가 있었는데, 첫째는 흑사병이고 둘째는 몽골 기마군단이었다.
몽골 기마군단의 말도 안 되는 기동력 때문에 사람을 잡아먹어서 보급을 해결하는 게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왔을 정도.
그렇듯 재해로 취급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포스로 세계를 휩쓸었던 정복자가 칭기즈 칸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인도를 정복해야 했었나봐. 내가 술만 좀 줄였어도 두 번째로 취급받진 않았을 텐데 말이지.”
너무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과음을 농담처럼 언급하는 알렉산드로스였다.
물론 어느 쪽이 더 위대한 정복자였느냐를 따지는 건 가치 없는 일이었다.
영향력으로 따지면 알렉산드로스도 동서 문명을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탄생시키며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
“뭐, 아무튼 잡담은 나중에 하도록 하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흘이다. 빨리 결정을 내리도록.”
이신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물었다.
“상대측의 지원자는 누구입니까?”
“바야투르.”
“칭기즈 칸과 목돌 선우로군요.”
인류사 최고의 정복자와 유라시아 유목민족의 전설의 연합이라니.
“둘 다 종족은 오크다. 테무친이 이번에 아주 벼렸더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두 사람은 손을 잡고서 엄청난 기마군단을 선보일 참인 듯했다.
‘그래서 날 찾아온 건가.’
알렉산드로스의 종족인 마물이었다.
초반에는 마물이 우세하나, 중반만 되어도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이라는 사기적인 조합을 야전에서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빠른 기동력과 근접·원거리 공격을 겸비한 완벽한 오크의 병과 구성!
거기에 대항하기 위하여 알렉산드로스는 방어에 능한 휴먼을 지원자로 택했고, 나폴레옹을 제외하고 가장 실력 있는 휴먼 계약자로 이신을 떠올린 것이다.
이신은 더 고민할 필요도 못 느꼈다.
‘좋은 기회다.’
서열 2위와 3위의 대결이었다.
테무친이 이번에 2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잔뜩 벼렸다고 하니, 한두 판의 서열전으로 끝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엄청난 마력을 획득할 기회였다.
잘만 하면 서열을 서너 계단은 껑충 점프할 수도 있을 터.
뿐만 아니라 최상위에 있는 계약자들의 실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한편으로서 알렉산드로스의 실력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적으로서 테무친의 솜씨를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하루 빨리 발터 모델과 겨루고 싶었지만 일단은 미루고 이번 일에 집중해야겠군.’
새롭게 발견한 전략을 실험해 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미루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그레모리 님께 말씀드리죠.”
“좋다. 시간 없으니 같이 가지.”
이신은 그레모리를 찾아가 알렉산드로스의 서열전에 지원자로 참전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그레모리도 당연히 수락했다.
이신은 사흘간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지내며 훈련을 하기로 했다. 물론 질 드 레 및 사도들도 함께였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섭섭해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알렉산드로스가 대신 대답했다.
“개의치 않을 거요. 오히려 관전하고 싶다고 조르긴 하겠군. 그놈도 요즘 서열전이 없어서 심심할 테니까.”
“호호, 아무튼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이니 사양할 이유가 없군요. 그럼 카이저, 꼭 승리하고 돌아오도록 하세요.”
“예.”
이신은 그렇게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악마군주 바알의 영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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