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1
491화 마무리(3)
[스페이스 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임박] [출시 이벤트로 화제의 ‘인공지능 이신’ 선보인다] [이신, 과거의 자신과 대결] [인공지능과 대결할 선수들은? 이신 외 3인 선정] [이신, 캐나다서 인공지능과 대결 준비 중]e스포츠 부문에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부분이 개량된 리마스터 버전의 발표와 함께 인공지능도 선보이는 희대의 이벤트라 전 세계 팬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은 대중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 분야였기 때문에, e스포츠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이신이 전 국민이 아는 슈퍼 스타였던지라, 과거의 이신을 똑같이 구현한 인공지능이라는 화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e스포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한편으로는 그런 인공지능이 실제 군사적으로도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괴담까지 나왔다.
“그럼 선생님의 인공지능에 딥 러닝이 탑재되면 인간이 절대 못 이기게 되겠네?”
빵과 샐러드로 식사를 하던 중, 존이 문득 문제를 제기했다.
“딥 러닝이 뭐야?”
주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존이 핀잔하듯이 설명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습득해서 사람처럼 학습하는 인공신경망이야. 머신 러닝이라고도 하고.”
어릴 적부터 병약하여 집에 있는 일이 많았던 존은 컴퓨터와 함께 살았던 탓에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얻은 여러 지식이 상당했다.
물론, 사정이 비슷했지만 게임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던 장양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인공지능은 단순히 선생님의 플레이를 똑같이 재현하는 게 목표였잖아.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군집해서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게임개발사가 건드리기에는 너무 큰 프로젝트가 아닐까?”
차이가 빵에 원하는 샐러드를 끼워서 한 입 먹으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개발한 이 인공지능도 이미 보통의 게임개발사가 할 만한 짓은 아니었잖아.”
“호오, 코렛 사장이 뭔가 꾸미는 원대한 흉계가 있다는 건가?”
“그랬으면 좋겠어. 재미있잖아.”
그렇게 대답하며 존은 히죽 웃었다.
“내 생각에는 선생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닐까 싶지만. 이번 인공지능도 결국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느냐는 사고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기술이 탑재됐을 거 아냐? 실시간 전략 게임의 플레이 방식에 대한 이해는 이미 다른 게임사를 아득히 뛰어넘었을걸.”
“그러고 보니 리마스터 버전에 기본 탑재된 컴퓨터들의 인공지능도 장난 아니었지?”
“아! 너 해봤어?”
차이가 따지듯이 물었다.
존은 실실 웃었다.
“선생님이 PC를 켜놓고 주무셨더라고. 대신 종료시킨다는 게 그만.”
“잠깐 앉아서 게임을 즐겨보셨단 말이로군. 어땠는데?”
이신도 어제 막 리마스터 버전의 설치 코드를 받은 뒤였다. 두 개를 받아서 하나는 설치했는데, 다른 하나도 다른 PC에 설치하여서 연습을 도와주는 차이와 존에게 번갈아가며 쓰도록 할 생각이었다.
오늘 리마스터 버전으로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존이 간밤에 이신의 PC로 살짝 해본 모양이었다.
“괴물을 골라서 컴퓨터랑 일대일 해봤는데 첫판은 졌어.”
“뭐?”
“정말이니?”
차이와 주디가 놀라서 되물었다.
“컴퓨터 주제에 치즈 러시를 해버리더라. 미친 거 아니냐?”
존의 투정에 차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 아닌데. 나도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겠어.”
“잠깐, 망신이라니? 그 상황에서는 장양이 해도 못 이길걸?”
장양의 눈썹이 꿈틀했다.
결국 3개국의 소년들이 서로 리마스터 버전으로 컴퓨터와 대전해 보겠다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묵묵히 식사를 마친 이신이 입을 열었다.
“연습해야 하니까 나중에 해. 컴퓨터는 상황 판단 속도가 느려서 어렵지 않아.”
“이미 다 해보셨구나.”
차이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아참!”
그때, 존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소리쳤다.
“선생님, 온라인에 접속해 봤는데 거기서 마이클 조셉 만났어요.”
“마이클 조셉?”
“예. 서로가 인공지능을 대비한 연습 상대로 제격이 아니냐고 제안했는데, 전해주겠다고 대답했었어요. 깜빡했네.”
“마이클 조셉이라…….”
이신은 솔깃했다.
그러고 보면, 마이클 조셉은 이신을 모티브로 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였다.
피지컬 측면에서도 한창 전성기.
연습 상대로 이보다 더 제격일 수는 없었다.
‘시험하기 좋겠군.’
식사를 마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예전보다 다소 여유가 있는 이신은 잠시 바깥을 산책하기로 했다. 주디가 따라나섰고, 다른 제자들은 리마스터 버전으로 컴퓨터와 대전해 보겠다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을 둘이서 조용히 걷다가, 문득 주디가 물었다.
“특별해지는 기분은 어때요?”
“뭐?”
이신은 질문의 뜻을 몰라 되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요.”
“……?”
“인공지능으로 선생님의 과거 모습을 재현하기까지 하고, 다들 선생님의 행보를 지켜보잖아요. 그게 신기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싱긋이 웃는 주디였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에이, 그게 뭐예요. 기분 좋아서 날아갈 것 같거나 그런 건 없어요?”
“없어.”
“아쉽다. 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셨는데, 그걸 기뻐하지 못하면 너무 아깝잖아요.”
“너무 당연해서 잘 모르겠어.”
그 말에 주디는 움찔했다. 내가 잘난 게 너무 당연하다는 이신 특유의 신념이 발동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무거운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공기 같은 거야. 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는 모르겠지.”
“…….”
“결국 끝은 오겠지.”
이신은 독백처럼 중얼거리면서, 최근 들어 자주 떠오르는 어떤 목소리를 기억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열정…….]대체 뭘까.
어디서 이 목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을 때…….]모든 말이 다 기억나는 건 아니었다.
단편적인 조각, 조각들.
하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기이하게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때도 과연 너는…….]저 ‘그때’가 무엇을 의미하는 바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넌 다시 이 질문 앞에 서리라.]결국 끝이 와버렸을 때, 어떤 선택지가 주어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쉬우신 거죠?”
주디가 말했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요. 다 끝난 다음에 또 어떤 시작이 있는 줄 알고요? 그 뒤엔 재미없을 거라고 벌써 속단하지 말아요. 아직 인생을 절반도 못 사셨잖아요.”
“…….”
“선수로서 나이가 많다고 정말 다 늙은 것처럼 굴지 마시라고요.”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이신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래. 또 다른 시작도 있겠지.”
은퇴를 하면 아버지와 약속한 대로 살아도 되고, 그러면서 다른 진로를 알아보아도 된다.
지금 이 선수 생활처럼 자신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을 또 찾을 수 있을지, 그건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오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끝이 난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제 말은 언제나 옳아요.”
우쭐거리듯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이신은 늘 그랬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자. 마침표 찍으러.”
* * *
마이클 조셉과 온라인에서 만나 대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항공수송선을 대거 활용한 드롭을 통해 전선을 재구성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거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위험한 플레이 아닌가요?”
존이 물었다.
차이도 거들었다.
“요즘은 추세가 바뀌어서 인류 대 인류 전에서 항공수송선은 잘 안 쓰는데. 같은 자원으로 차라리 스텔스 전투기를 쓰는 쪽이 더 효율이 좋다고 밝혀졌잖아요.”
“아, 근데 인공지능은 과거 시절의 버전이니까 항공수송선을 쓸지도 모르겠네. 그럼 항공수송선을 활용하게 유도한 다음에 전투기로 카운터 치는 것도 괜찮겠는데?”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도 항공수송선을 대량으로 뽑은 일은 드물었다.
어디까지나 한두 척만 운용하여서 견제 플레이에 썼을 뿐.
항공수송선을 대량으로 뽑아서 대규모 드롭을 펼치는 건, 어디까지나 답이 보이지 않는 불리한 상황을 타개시킬 때뿐이었다.
그런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그 시절에 현재의 이론을 수립하고 있었다.
시대를 한참 앞서 있었던 것.
다만 그 시절에는 그 시절 선수들과 맵에 맞춰서 전략을 택했다.
전략과 빌드 오더를 선택하는 과정도 인공지능에 탑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신이 같이 협조하여서 그 점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했던 바가 있으니까.
시대에 뒤쳐진 전략을 쓰는 인공지능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원 효율은 전략의 효율로 극복하면 돼.”
이신은 실험을 계속했다.
계획대로 드롭 전략을 쓰려면, 일단 게임이 초중반에 터지지 않고 후반까지 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과거의 이신을 재현한 인공지능이 초반부터 구사하는 무시무시한 견제 플레이에 무너지지 않고 게임을 계속 끌고 가야 한다는 것.
‘내가 초반부터 공격적이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간단하니까.
초반에 피해를 입히면 그게 나비 효과처럼 작용하여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게 되니까.
가볍게 비틀어 꺾을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끝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견제로 피해를 입으면 끝이라는 뜻이었다.
적이 상처 입은 걸 본 순간부터, 인공지능은 더 무섭게 돌변한다.
계속 물어뜯어서 상처를 더 벌려놓을 때도 있지만, 갑자기 자원을 확보하는 운영으로 격차를 더 벌려놓는 데도 능했다.
그렇게 되면 승산이 전혀 없어진다.
‘단 한 방!’
이신은 치열하게 게임을 하며 연구했다.
‘단 한 방에 승기를 가져올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프린트로 뽑은 맵에 볼펜으로 동그라미 표시와 메모가 마구 휘갈겨져 있었다.
이토록 치열하게 연습했던 적은 막 데뷔했던 초창기 시절밖에 없었다.
시간대까지 소상하게 적힌 맵을 보며 제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무슨 논문이라도 쓰듯이 연구하며 훈련하는 선수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신은 그게 좋았다.
이렇게 치열할 수 있어서.
마침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승부의 순간이 오면, 아쉬울 것 같았다.
100을 준비하면 10밖에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더 있는데 승부는 결국 끝나 버리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내가 미치는 거다.’
늘!
이 갈증을 100% 다 채워주지는 않으니까.
항상 약간의 여지를 남겨놓아서 돌아버리게 만든다.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이신은 광기에 빠진 예술가처럼 몰두했다.
준비는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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