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디데이(2)
“우와! 보병이다!”
“사진 찍자!”
존과 차이는 코스프레를 한 모델들을 보며 흥분했다.
게임 속 유닛들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두 소년은 장양의 손을 붙잡고 이리 저리 바쁘게 끌고 다니며 모델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댔다.
이신의 제자로 유명한 이들이라, 주변에 있던 팬들도 사진을 찍기 바빴다.
“카이저의 제자들이야. 하나같이 천재지.”
“저렇게 보니 정말 어린애들이네.”
“오, 저기 주디스 레벨린도 있어!”
“예쁘다!”
“사진 찍어 달라고 하자!”
어려서 그런지 주변 눈치 안 보고 신이 나서 놀고 있는 차이 일당 때문에 자연히 함께 움직이던 주디까지 눈에 띠었다.
주디는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등 팬서비스를 해주느라 바쁘게 되었다.
차이와 장양은 한국 리그를 씹어 먹으며 실력을 뽐내고 있어 전 세계 프로팀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역시나 ‘신의 여자’나 ‘게임의 여신’ 같은 수식어가 붙은 주디였다.
“어휴, 내가 쟤들 때문에 못 살아.”
주디는 팬서비스를 해주느라 진이 빠져서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활기차게 잘 노는 동생 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저렇게 건강해져서 친구들과 활기차게 노는 동생의 모습을 가족들이 얼마나 꿈꿔왔던가?
평소에도 프로리그 경기장으로 쓰이는 SC코퍼레이션 본사 내부의 경기장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객들로 가득 붐볐다.
10분 만에 매진되어 버린 입장권 예매에 성공한 선택받은 이들이거나, 그런 입장권은 몇 배의 가격을 치르고 산 이들이었다.
그만큼 하나같이 e스포츠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이었다.
“오늘 경기는 장난 아니겠다.”
신나게 놀던 존이 문득 중얼거렸다.
“그래, 경기 수준이나 흥행성도 말할 필요가 없고, 심지어 관객들의 호응도 역대 최고일걸?”
차이가 대답했다.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차이를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걸었는데, 그때마다 얼마 전의 경기를 언급하고 상세한 플레이 내용을 말하며 멋졌다고 칭찬했다.
이신도 중국으로 떠나서 없는 한국의 프로리그 경기를 봤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의 마니아들이 이곳에 5만 명이나 있었다.
오늘 이 관객들이 보여줄 호응은 정말 최고일 것이다.
차이는 문득, 어디로 사라져 미아가 될지 몰라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장양의 손목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꼈다.
손을 보니 장양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사려 깊은 차이는 장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너도 이런 무대에서 경기를 하고 싶구나?”
장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이제 프로가 다 됐어.’
자폐증을 앓았던 장양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보호자로 함께 온 리쟈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신이 함께 없으면 어디에도 못갈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했던 장양이, 이제는 올도어SCC의 팀원으로 완전히 녹아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여전히 말수는 없지만 같은 팀 선수들과 잘 녹아들어 화합하고 있었고, 이제 혼자 다닐 수도 있게 되어서 같이 다니다가도 혼자 딴 데로 사라지는 일까지 빈번하게 생겼다. 스마트폰의 GPS가 아니었으면 몇 번이고 미아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제는 수많은 팬이 응원하는 큰 무대를 바라는, 진정한 프로게이머가 된 것이었다.
평소에는 돌봐줘야 하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로 돌변하는 장양이, 차이는 아주 좋았다.
스승인 이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
장양이 강력한 라이벌로서 주는 자극을 즐기는 차이였다.
한국 무대에서 최고를 다투는 라이벌 관계라 그런지, 장양과 게임을 하면 항상 긴장감이 있어서 즐거웠다. 장양도 같은 기분일 거라고 확신했다.
‘선생님이 부러워.’
그런 자극과 스릴을 알게 된 차이는 지금의 이신이 부러웠다.
그 나이에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전성기 시절의 자신을 재현한 인공지능과의 대적을 앞두고 있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이 화끈한 무대에서!
지금 이신이 받고 있는 자극이 부러웠다.
“엇? 봐봐! 한국에서도 방송 시작했어.”
SC코퍼레이션에서 주최한 SC 리마스터 발표회는 한국에서 특집 방송으로 편성되어 무려 공중파를 탔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도 병행되고 있어서 팬들이 채팅을 치며 관람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이병철!
-해설위원 정승태입니다!
-오늘은 정말 e스포츠팬들에게 특별한 날이죠?
-예, 스페이스 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이 발표되는 날입니다. 오늘 발표회와 더불어 이벤트를 벌이고, 내일 바로 출시된다고 하는데요, 벌써부터 지갑을 열어놓고 결재할 준비를 하는 팬 분들이 눈에 보일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보다 더 팬들이 기다리는 게 있죠? 바로 인공지능 카이저!
-그렇습니다! 지금은 AI카이저라는 공식명칭을 지니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는 Kaiser2018이라는 아이디를 쓰며 온라인상에 출몰했었죠?
-예, Kaiser2017로 출몰했다가 아이디를 Kaiser2018로 바꿔서 또 출몰했죠. 세계 각국 서버에 나타나서 e스포츠계에서는 불가사의 중 하나였거든요.
-예, 스타일이 예전 이신 선수와 똑같았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이신 선수가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의문도 있었죠.
-그때 이신 선수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는데, 설마 인공지능일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예, 이신 선수는 당연히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했으니 알고 있었지만 밝히지 못했던 거겠죠.
-모른다고는 안 하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는데,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무튼 그 AI카이저의 정체가 오늘 완전히 드러납니다. 이신 선수뿐만이 아니라, 인류, 괴물, 신족 각 종족별로 한 선수씩 초청되어서 인공지능과 대결을 벌인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기대되죠?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오늘 해설을 위해 두 분을 초청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괴물 대표 선수로 저기 갔어야 하지 않나 싶은 그분입니다!
-예! 중국에서 왕성한 선수 활동을 벌이다가 휴가차 한국에 왔는데, 소식에 따르면 친정팀에 쳐들어가 난동을 피우고 있다고 그 팀 관계자한테서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바로 올도어SCC의 최환열 감독님, 그리고 SC스타즈의 박영호 선수입니다!
그리고서 최환열과 박영호가 출연했다.
-안녕하십니까, 올도어SCC 감독 최환열입니다.
-안녕하세요, LA에 초청 못 받은 박영호입니다.
등장하자마자 첫 인사부터 삐딱한 박영호!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던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형 우리 집에 놀러오겠다고 했을 때 거절했잖아.”
“응, 선생님이 귀찮은 놈이니까 부르지 말라고 했었지.”
“안 부르길 잘했던 것 같아. 불렀으면 캐나다 갈 준비하려고 짐 싸고 있던 게 들켰을 거 아냐.”
“캐나다 따라가겠다고 생떼 부렸겠지.”
차이가 키득거리며 맞장구쳤다.
그 탓일까.
이신이 말없이 캐나다로 훌쩍 가버리자, 자신을 버리고 해외여행을 갔다고 생각한 박영호는 잔뜩 삐쳐 있었다.
“근데 LA에 초청도 못 받았으니까 좀 안 되긴 했다. 그냥 캐나다 데려갈걸 그랬나?”
“아서라. 우리랑 같이 있을 때 괴물 대표로 선정 못 된 소식 들으면 어땠을 것 같아?”
“…우리한테 화풀이를 했겠지?”
“그냥 놔둬도 알아서 화풀이하고 다니다가 나아진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근데 괴물 대표로 선정 못 된 건 좀 분하긴 하겠지. 나 같아도 화났을 것 같아.”
“작년 그랑프리 때 3 대 0으로 박살 냈던 아마드 부티아가 대표로 선정됐으니까. 이런 큰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잃었는데 얼마나 분했겠어.”
사실은 차이도 내심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1년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랬으면 자신이 그랑프리에서 활약하여서 전 세계 팬에게 실력을 입증해보이고, 오늘 같은 이 무대에 인류 대표로 초청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이런 큰 무대가 앞으로 또 있을까?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희대의 매치가 오늘 열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 기회를 놓쳤고 말이다.
선수로서 야심이 넘치는 차이였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 *
해설에 참여한 박영호와 최환열은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해설진과 녹아들었다.
선수 생활 은퇴 후 오랫동안 개인 방송을 해온 최환열이었고, 박영호의 경우 파프리카TV 랭킹 1위였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방송에 올인하면 역대급 연봉을 받는 지금보다 더 돈을 많이 벌 거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타고난 재담꾼인 박영호였다.
물론 중국에서 이신의 룸메이트라는 점을 방송 콘텐츠로 활용한 탓에 1위를 찍은 것이지만, 그걸 잘 활용한 박영호의 센스와 뻔뻔함에 감탄했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었다.
“두 분 다 요즘 굉장히 잘나가시는 분들이죠. 최환열 감독님, 팀 우승 축하드립니다.”
이병철 캐스터가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감독으로 취임하시자마자 최고의 성과를 거두셨네요.”
“워낙 선수들이 잘해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최강팀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으로의 역량을 증명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대뜸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은 바로 박영호였다.
“차이 장양 존 주디, 이신 제자들을 다 데리고 있는데 우승 못하면 되나요?”
최환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시비를 거시는데, 휴가 나왔더니 왕따가 되어 있어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요, 박영호 선수.”
“왕따라뇨? 친정팀에서 절 얼마나 반겼는데요.”
“JKT 감독님하고 전화 통화했는데 대뜸 찾아와서 선수 숙소에 자리 차지하고 연습생들 학살하고 난동 부렸다던데요.”
“에이, 감독님이 원래 좀 엄살이 심하십니다. 프로리그 할 때도 많이 보셨잖아요. 인터뷰만 했다 하면 어려울 것 같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지만 많은 준비를 했다, 뭐 이런 거요.”
“오성준 선수와도 통화했습니다. 대체 왜 그러십니까?”
“에이, 연습생 애들한테는 좀 제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그랬던 거고요.”
“이겼다 싶으면 채팅 러시로 멘탈 공격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자라나는 꿈나무들한테 그러지 마세요.”
어차피 이벤트 매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달리 중계할 것도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를 디스하며 시청자들을 웃겼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병철 캐스터가 진행을 계속했다.
“일단 오늘 매치는 초정된 종족 대표 세 선수가 각각 한 판씩 인공지능과 붙고, 그다음에 메인 매치로 이신 선수가 인공지능과 3판 2선으로 대결한다고 하던데요. 오늘 결과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최환열이 먼저 말했다.
“인공지능이 정체를 숨기고 온라인에서 활동할 때, 저희 팀 선수들도 인공지능이랑 게임을 해봤는데 실력이 상당했습니다. 차이나 장양도 졌을 정도로 무서운 실력이었는데, 자칫 잘못했다간 인공지능에게 학살당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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