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디데이(3)
발표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SC코퍼레이션은 발표회에서 모바일 게임도 발표했는데, ‘SC 미니’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이 게임은 모바일용임에도 실시간 전략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심플하게 잘 담아내 게이머의 관심을 모았다.
생산 유닛이나 건설을 배제한 채 유닛 조합과 터치로 발휘하는 컨트롤로 승부를 보는 이 모바일 게임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옛 레전드 프로게이머들을 초빙하여서 직접 대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흥미를 더했다.
“와, 재미있겠네요.”
해설에 초대된 박영호가 이를 보며 감탄했다.
“예,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는 복잡한 장르를 모바일에 맞춰서 상당히 심플하게 잘 만들었어요.”
정승태 해설위원도 호평이었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도 있고, 흥미로운 게임 같습니다.”
최환열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개인 방송을 할 때 저 모바일 게임을 방송 소재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신 선수는 SC 이외에 다른 게임을 전혀 안 한다고 하던데요. 저건 어떨까요?”
이병철 캐스터가 슬쩍 이신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이신이라, 그런 쪽의 대화가 잘 먹힌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박영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중국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다른 게임 하는 걸 못 봤습니다. 제가 이거 재미있으니 하자고 권유해도 싫대요. 그렇다고 여가 시간에 밖에 나가 노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계죠, 기계. 인공지능 만들기 되게 쉬웠을 걸요? 원채 인간 같은 구석이 없어서…….”
“하하하, 최환열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이번엔 최환열이 말했다.
“다른 게임 하는 게 딱 하나 있긴 합니다. 지뢰 찾기라고…….”
해설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데뷔 직전 팀에 막 합류했을 때의 일인데, 한 번은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겨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런 저런 자잘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동안, 최환열은 계속 과거의 일화를 풀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놀라서 병원 가보라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고 키를 누르는 습관이 비효율적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하, 그런 것까지 고민을 하네요.”
“그러니까요. 전 얘가 너무 연습에 몰두하다가 정신이 나갔나 싶었습니다. 광기의 천재 같은 거 있잖습니까. 걱정돼서 SC 생각도 하지 말고 딴 짓 하고 놀라고 시켰거든요. 그러니까 지뢰 찾기를 하더라고요.”
이신은 지뢰를 찾는 속도마저 빛의 속도였으며, 그로부터 몇 주 뒤 기어코 키보드를 누르는 습관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지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아무튼 그렇게 키 누르는 손부터 마우스 감도, 병력이 움직이는 동선까지 모두 최적화시킨 끝에 손에 넣었던 그 시절의 그 스피드가 바로 오늘 인공지능이 구사하는 플레이 템포입니다.”
“그렇게 들으니까 거의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병철 캐스터의 말에 시청자 채팅창이 또다시 웃음바다가 되었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데다가 피지컬도 전성기였던 시절이니까, 수년 전의 플레이를 한다 해도 위협적인 건 매한가지입니다.”
“트렌드는 돌고 돌기 때문에 요즘은 오히려 옛날처럼 공격적인 플레이가 잘 먹히기도 하죠. 최악의 상황이면 마이클 조셉이나 아마드 부티아나 지우펑까지 모두 방심하다가 일격을 맞아서 허무하게 질지도 몰라요.”
이는 박영호의 견해였다.
계속되는 박영호의 이야기에서, 중국 리그에서 이신은 운영 위주로 하다가도 때때로 예전 같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섞어서 연승을 거뒀다고 들려주었다.
최환열이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신 역시 젊은 시절에 스스로를 최적화시키며 깎아왔던 덕에 저 나이에도 실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 25세, 한국 나이로 무려 27세.
e스포츠 역사상 이 나이에 정상에 섰던 선수는 없었다.
이는 다른 선수들이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단련시킨 덕이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광기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비정상적인 노력!
하지만 게임에 목숨을 건 이신으로서는 당연했다.
야구 선수도 자신의 폼을 끊임없이 교정하며 노력하는데, 프로게이머가 그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 건 ‘고작 게임’일 뿐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세월이 흘렀고, 이신 선수는 그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요령을 계속 체득했습니다. 그 시간과 노력이 헛된 게 아니라면, 오늘 인공지능을 상대로 멋진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발표회는 계속 진행되었다.
데이비드 코렛 사장이 직접 무대에서 여러 가지 발표를 하면서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모두가 기다렸던 이벤트 매치를 볼까요?
코렛 사장의 말과 함께, 대형화면이 바뀌었다.
-우상이었죠.
마이클 조셉이 나타나 말했다.
이어서 전성기 시절 이신이 구가했던 영광의 순간들이 흘렀다.
-모든 인류 플레이어의 로망이었을 거예요. 최고의 플레이, 최고의 위치…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아직도 그렇고요.
이어서,
-괴물의 악몽이죠.
아마드 부티아가 말했다.
-그 사람이 괴물 괴롭히는 방법을 수십 가지는 만든 것 같아요. 인류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플레이하면 괴물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요.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괴물보다 너무 많아요. 특히나 그 카이저는 그 모든 걸 다 할 줄 알죠.
그 다음은 당연히 지우펑의 차례였다.
-신족도 신족 나름의 고충이 있어요. 인류가 단단히 버티고 있다가 업그레이드 잘된 병력 끌고 나오면 한숨밖에 안 나와요.
지우펑은 자기 성격답게, 괴물 유저에게 징징거리지 말라는 듯이 쏘아붙였다.
-인구수 한계까지 다 채운 병력끼리 싸우면 불리한 쪽은 당연히 신족이죠. 인류는 한 방 잘 싸우면 되지만, 신족은 인류 병력을 몇 번을 싸먹어야 해요.
“뭐, 피해자들 인터뷰 같네요.”
최환열의 한마디에 다들 웃음이 터진 가운데, 박영호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죠. 삐끗 실수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게 괴물인데, 이 고충을 뻔뻔한 인류가 알 리가 없죠.”
“거참 오성준 선수 제자답게 인류에게 불만이 많으시네요. 그 형님도 정말 저만 보면 종족 잘 타고난 줄 알라고 말이 많으시던데.”
최환열은 옛 라이벌이자 아직도 현역에 있는 JKT의 베테랑 오성준을 언급하며 대응했다.
“저한텐 젊어서 좋은 줄 알라고 하시던데.”
박영호의 깨알 같은 드립에 다시 시청자 채팅창은 웃음바다. 해설에 개그맨을 초빙했냐는 반응이었다.
전성기 시절의 이신이 신족들을 무참히 때려잡던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주르륵 이어졌다.
뉴욕 e스포츠 센터에도 전시되어 있는 슈퍼 플레이 모음집의 향연이었다.
지우펑의 설명과 영상이 절묘하게 합치된다.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근 채 일부 병력만 견제 플레이를 보내서 자원 수급 방해. 신족이 제일 싫어하는 그 스타일을 확립시킨 사람이 카이저죠.
인터뷰는 다시 마이클 조셉에게 돌아왔다.
-이제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되었어요. 전 저일 뿐이고 카이저가 될 수 없다는 걸요. 하지만 카이저를 넘어설 수는 있죠. 지난 그랑프리 개인전에서는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다시 아마드 부티아.
-북미 리그에서 그 수많은 인류를 꺾으며 살아남았던 저입니다. 카이저라고 다를 건 없다고 봅니다. 특히나 기껏해야 수년 전의 선수면요.
마지막으로 지우펑.
-계속 침투할 틈을 찾겠죠. 하지만 전 틈이 없습니다. 작년 그랑프리에서 고배(苦杯)를 마신 뒤로 더 완벽해졌습니다. 같은 팀에 있는 카이저도 제게는 경쟁 상대인데, 하물며 그의 수년 전 인공지능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와, 일단 세 선수 모두 투쟁심이 대단합니다.”
이병철 캐스터가 감탄했다.
정승태 해설위원도 동의했다.
“다들 자기 종족에서 최고 소리를 듣는 일류 선수들인데 당연히 저 정도 자부심은 있어야죠. 이신 선수의 인터뷰도 보고 싶은데, 아마 나중에 나올 듯합니다.”
“1세트는 마이클 조셉 대 인공지능인데, 아마 지금 이신은 이 경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최환열은 이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예측했다.
“어떤 점을 주목할까요?”
“얼마 전에 통화를 했는데, 인공지능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공지능은 공격적일 게 뻔한데, 똑같이 난전을 펼쳐서 멀티태스킹 싸움을 벌일지, 운영으로 승부할지 고민했었죠.”
“아, 마이클 조셉이 하는 걸 보고 선택을 하겠다는 뜻일까요?”
최환열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답은 갖고 나왔을 겁니다. 거기에 확신이 필요할 뿐이죠.”
* * *
대기실.
마이클 조셉, 아마드 부티아, 지우펑이 한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신도 있었다.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내가 먼저 가서 보여줄게.”
마이클 조셉은 웃으며 이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신도 잘 다녀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고, 마이클 조셉은 그렇게 1세트를 치르러 떠났다.
같은 팀인 지우펑이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영어에 이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눠야 했지만, 통역 반지 덕에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예전의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잘 알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
“뭔데?”
“난 인류 대 인류 동족전에서 장기전을 좋아해. 국지전에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거든.”
그 말에 지우펑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동의했다. 같은 팀에 있으면서 이신의 변화를 당연히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예전과 다르게 국지전 승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각성을 한 듯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이신이었다.
“근데 예전의 나라면 길게 끌고 가기가 싫을 거야. 루즈해지는 게 싫으니까. 아마 초반부터 공격을 하겠지. 실패해도 길게 보면서 따라잡으면 된다는 마인드이니까.”
그때의 피지컬은 그 정도로 전지전능했다.
스스로 돌이켜도 공감이 안 갈 정도로,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때의 느낌이 이제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무아지경 속에서 생각의 속도로 따라잡을 수 없는 전광석화 같은 플레이를 펼쳤던 그 시절의 자신이.
‘기억나게 해다오.’
이신은 1세트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마친 부스 속의 마이클 조셉을 모니터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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