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5
495화 AI(1)
마이클 조셉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참고가 될 게임이었다.
시작과 함께 먼저 보여준 건 인공지능, 즉 AI카이저의 개인 화면이었다.
AI카이저의 개인 화면은 일반적인 프로게이머와 똑같았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의미 없이 조작하며 손을 푸는 프로들 특유의 동작까지 똑같아서 관중의 탄성을 일으켰다.
“시작했습니다. 먼저 보이는 건 AI의 개인화면 같네요. 진영은 1시입니다.”
“마우스 움직이는 게 정말 사람 같네요.”
“예, 현지 해설진의 설명을 들으니 실제 이신 선수의 과거 마우스 움직임을 모두 취합하여서 패턴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2018년도 시점의 이신 선수의 마우스나 다름없다고 하네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병철 캐스터가 설명을 해주었다.
정승태 해설위원도 그저 감탄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부쩍 발달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저희 전문 분야에서도 이렇게 등장한 걸 보니 세삼 놀랍네요.”
“예, 부상당하기 직전의 이신 선수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최환열 감독님이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질문이 던져지자 최환열이 말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기까지는 다들 이신만큼 합니다.”
“하하, 그야 그렇겠죠. 일꾼 나누는 건 나도 이신만큼 한다고들 그러잖습니까.”
“이제 문제는 순간순간에 상황을 판단하는 부분에서 갈리겠죠. 정해진 빌드 오더를 쫓아가는 거야 그냥 컴퓨터도 할 줄 아는 거니까요.”
“라고 말씀드리는 순간, AI 나갑니다!”
AI카이저의 건설로봇이 진영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밖으로 나온 건설로봇은 맵 중앙에 병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아, 이건 8병영이죠? 초반부터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고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승태 해설위원의 말을 최환열이 정정했다.
“7병영입니다. 이 정도면 칼을 뽑았다고 봐야 합니다. 피해를 못 입히면 아주 가난해집니다.”
7병영.
건설로봇이 7기밖에 없을 때, 그중 하나를 내보내서 병영을 건설한 것이다.
8기였을 때 보내는 것보다 훨씬 자원 상으로 가난해지는 선택이었다.
“벌써부터 저런 극단적인 운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정말 무서운 AI카이저!”
“자신이 있으니까요. 소수 컨트롤 싸움이 되면 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마이클 조셉 선수는 아직 병영을 건설 안 하고 있습니다! 이건 생 더블인가요?”
“생 더블이면 게임 터진 겁니다!”
최환열이 소리쳤다.
다행히 마이클 조셉은 인구수 13 때 병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건설 위치는 본진 출입구 앞이었다.
최환열이 계속 말했다.
“생 더블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부유하게 출발하려고 욕심 부렸습니다. 일단 병영 위치도 최악은 아니지만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렇죠. 병영을 짓는 건설로봇이 공격받을 수 있는 위치라 이거 위기인데요? 1세트부터 이런 식으로 터져 버리는 걸까요?!”
최악의 병영 위치는 앞마당.
앞마당에 지을 경우, 아주 확실하게 들이닥친 적들의 공격을 받아 병영을 완공하지 못하게 된다.
“저걸 보면 이신, 아니 AI는 득달같이 덤빌 겁니다. 심지어 정찰 방향도 안 좋죠! 7시로 가고 있습니다.”
화면은 옵서버의 중계 시점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다.
마이클 조셉의 위치는 11시였는데, 첫 정찰 방향이 7시였다. 5시를 거쳐서 1시로 갈 테니, 7병영을 시전한 AI의 전략을 정찰로 알아채는 건 불가능했다.
마침내 AI카이저가 움직였다.
병영을 짓고 바로 정찰을 시작한 건설로봇은 마이클 조셉의 진영을 한 번에 발견했고, 이후 3명까지 생산된 보병이 진격했다.
건설로봇이 마이클 조셉이 짓고 있는 병영 옆에 참호를 짓기 시작하자, 비로소 마이클 조셉도 사단이 났음을 알아차렸다.
즉각 8기나 되는 건설로봇을 동원하여서 방어에 나섰다.
AI의 보병들은 당연히 병영을 건설 중인 건설로봇부터 일점사했다.
-투타타타타타!
-퍼엉!
건설로봇 1기 파괴.
다른 건설로봇이 병영 건설을 이어서 했고, 나머지는 보병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마이클 조셉의 디펜스도 훌륭했다.
7시의 자원을 클릭해서 건설로봇들을 비비는 컨트롤을 펼쳐, 보병들을 에워싸려 했다.
하지만 컨트롤 좋은 건 AI도 마찬가지.
에워싸이기 전에 보병들을 재빨리 앞마당으로 후퇴시켰다.
에워싸서 죽이려는 건설로봇들과 포위당하는 걸 피해 물러서며 무빙 샷을 펼치는 보병들의 불꽃 튀는 결전.
해설진도 덩달아 목소리가 커졌다.
박영호가 소리쳤다.
“저거 참호 막아야죠! 참호 완공되지 못하게 해야죠! 저게 기본이에요!”
“대신 보병하고는 잘 싸우고 있습니다. 보병들이 도망 다니느라 총 쏠 틈이 없는데, 아……!”
보병이 1명 더 출현했다.
정찰 보내기 위해 띄워서 날렸던 병영 건물을 다시 내린 후에 보병을 더 생산한 것이다.
“거기서 보병을 하나 더 뽑는 판단을 해버리네요!”
“정말 판단 무섭습니다!”
-펑!
건설로봇 1기가 더 폭파.
-으악!
하지만 마이클 조셉도 보병 1명을 에워싸서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조셉은 병영이 완성되고 보병 1명이 생산되자, 비로소 건설로봇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건설로봇들이 출입구를 틀어막으며 짓다 만 채로 남아 있던 AI의 참호를 공격.
AI도 보병들이 출입구로 다가와 총격전을 벌였다.
-으악!
마이클 조셉의 보병이 죽는 소리였다.
“아, 일점사!”
이병철 캐스터의 탄성.
“본진이 앞마당보다 높은 지형이라 시야가 안 보일 텐데, 저 짓다 만 참호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는 거예요! 그럼 저렇게 일점사를 할 수 있죠.”
최환열이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막고 있습니다. 다친 건설로봇들은 뒤로 빼서 자원 채집에 넣으며 계속 시간을 버는 마이클 조셉. 보병도 계속 생산되고, 기갑 정거장도 짓기 시작했습니다.”
AI의 보병들은 결국 건설로봇 1기를 더 일점사로 잡아낸 후에 후퇴했다.
마이클 조셉의 보병이 계속 생산되어서 전력이 비등해졌기 때문.
그 와중에 참호 건설을 취소시켜서 절반의 자원을 회수한 AI였다.
최환열이 말했다.
“이만하면 아주 잘 막았습니다. 건설로봇 컨트롤을 아주 잘해줬어요.”
“역시 만만치 않은 북미 최강자 마이클 조셉! AI도 뒤늦게 기갑정거장을 짓기 시작하지만 테크 트리가 상대적으로 늦었습니다.”
“7병영 전략에 실패했기 때문에 지금은 AI가 매우 가난한 상태죠. 지금부터 마이클 조셉이 고속전차 2기 먼저 뽑고 공격에 나서면 피해를 입혀서 더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최환열의 말은 빗나가지 않았다.
마이클 조셉은 고속전차 2기를 먼저 생산한 뒤에 비로소 기갑부속연구소를 짓고 추가로 기갑정거장도 건설했다.
“말씀대로 고속전차 2기가 나왔습니다만, 근데 공격에 나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건 왜죠?”
“병영 건물로 상대 진영을 정찰하고 나서 움직이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상대가 AI라 해도 이신이니 뭘 할지 모르거든요.”
그런데 AI는 이번에도 상식을 넘어서는 판단을 내렸다.
앞마당 확장기지 공사에 들어가고, 기갑정거장이 완공되자마자 기갑부속정거장을 옆에 이어 지었다.
방어를 하고 있는 건 오로지 보병 3명뿐이었다.
“저기서 고속전차를 먼저 뽑거나, 앞마당에 참호를 지어야 정상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기갑부속연구소부터 짓습니다! 저건 기동포탑을 먼저 뽑겠다는 마인드입니다.”
한마디로,
“배짱부리는 거네요.”
박영호가 간단하게 일축했다.
최환열은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상황.
그걸 극복하기 위하여 참호도 고속전차도 없이 바로 테크 트리를 올려버렸다.
이건 단순히 배 째라는 태도가 아니었다.
“상대가 자신을 경계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환열의 그 말속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내가 이신이기 때문에 넌 날 두려워한다. 내가 뭘 할지 먼저 정찰로 확인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비로소 박영호의 표정도 변했다.
마이클 조셉의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세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환열이 말했다.
“지금 인공지능이 심리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역이용하는, 이신이 곧잘 하던 심리전입니다.”
자원 계산이나 컨트롤은 컴퓨터가 당연히 잘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심리전은 달랐다.
지금 AI는 상대의 속내를 읽고 판단하는, 이신이 신이라 불릴 수 있었던 진정한 비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마이클 조셉은 생각이 많았던 탓에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는 자신과 같은 시기에 같은 숫자의 기동포탑이 AI에게서 나온 걸 보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기동포탑 2기가 생산되자마자 먼저 공격에 나선 쪽도 오히려 AI였다.
“심지어 먼저 공격에 나섭니다!”
“보병도 같이 데리고 나서는데, 정말 대담합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놀랄 때,
“병영 위치입니다. 지금 마이클 조셉의 병영은 상대 진영에서 정찰하고 있거든요. 근데 AI의 병영은 정찰을 마치고 중앙 부근으로 돌아왔습니다.”
최환열이 정확한 분석을 즉각 해주기 시작했다.
“기동포탑의 사거리는 유닛의 시야보다 더 넓습니다. 그걸 최대한 활용하려면 건물을 띄워서 더 먼 곳까지 시야 확보를 해야 하는데, 지금 시야 확보 싸움에서는 자기가 더 유리하다는 걸 알고 바로 뛰쳐나간 겁니다!”
마이클 조셉의 병영 건물이 돌아오면 시야 확보 면에서는 동등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오기 전, 그 짧은 순간에 최대한 깊숙이 치고 들어가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겠다는 판단이었다.
-퍼엉! 펑!
병영 건물로 시야 확보를 해두고, 시야 안에 마이클 조셉의 병력이 들어오자 즉각 포격모드로 일격!
-으악!
-으아악!
마이클 조셉의 보병들이 포격으로 몰살당했다.
기동포탑들도 시야 확보가 안 된다는 걸 알고는 허둥지둥 후퇴.
AI는 계속 치고 들어가서 마이클 조셉의 앞마당 앞까지 도달했다.
“……바로 조여 버렸네요.”
박영호가 얼이 빠져서 중얼거렸다.
최환열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소름 끼치는 경기력입니다.”
앞마당 앞까지 조여진 것은 국지전이 중요한 인류 대 인류 전에서는 거의 졌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마이클 조셉은 고속전차 다수를 생산해 뚫기에 나섰지만, 역시나 고속전차를 다수 투입한 AI가 계속 막아내며 봉쇄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봉쇄를 뚫다가 너무 큰 피해를 본 마이클 조셉.
소원대로 봉쇄를 뚫는데 성공한 찰나, 귀신같이 항공수송선을 타고 본진에 침투한 고속전차에 의해 건설로봇들이 사냥당했다.
상대가 나오려는 순간!
그 완벽한 심리적인 타이밍에 펼쳐진 견제 플레이.
전의를 꺾어버리는 결정타였다.
-[TC]MJ: GG.
지켜보는 모든 이를 경악에 몰아넣은 인공지능의 쇼 타임이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