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7
497화 AI(3)
1세트는 인공지능의 경기가 처음으로 관중 앞에서 펼쳐진 데 의미가 있었고, 2세트는 아마드 부티아를 현란한 멀티태스킹으로 압살해서 어필했다면, 3세트는 치열한 명승부로 또다시 호평을 받았다.
3세트는 AI의 공세로 시작됐다.
정석적인 빌드 오더로 평범한 시작을 한 신족 선수 대표 지우펑에게, AI는 앞마당 확장 대신 병력을 뽑아 공격에 나섰다.
과거 이신의 극단적인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었다.
물어뜯으려는 AI와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려는 지우펑의 치열한 공방.
고속전차가 앞마당도 습격하고 항공수송선을 타고 건너와 본진도 정신없이 휘젓고 다녔다.
본진과 앞마당에 모두 적이 난입한 상황에서 지우펑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지뢰가 매설되어서 발 디딜 곳도 부족해질 정도로 격렬한 공세.
그런 상황에서 지우펑은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내듯이 방어했다.
피해가 누적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앞마당 확장을 먼저 한 이점이 사라지지 않은 선에서 방어하는 데 성공.
본진에 깔린 지뢰 탓에 병력이 다치기도 했지만, 넝마가 되도록 두들겨 맞았음에도 지우펑은 기어코 공세를 막아냈다.
확장을 포기하고 공격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AI도 똑같이 손해를 본 셈이었다.
지우펑은 곧이어 역공에 나섰다.
본진과 앞마당에서 캔 자원을 바탕으로 병력 물량을 확보한 것.
뒤늦게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세우고 소진한 병력을 다시 모으던 AI로서는 위기를 맞이한 상황.
그러자 이번에는 AI의 신들린 디펜스가 빛을 발했다.
폭풍 같은 전투!
몇 기 없는 기동포탑이 본진 언덕에 자리 잡고서 포격을 가했고, 앞마당에서 건설로봇들이 적이 본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블로킹했다.
지우펑도 이 참에 끝내 버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이신의 초반 디펜스는 뚫리는 법이 없다는 격언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었다.
견적이 잘 나오지 않자, 지우펑은 대신 건설로봇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고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병력도 아꼈고 AI에게 피해도 입혔으므로, 국면은 지우펑의 우세였다.
이후로도 급할 것 없이 확장과 병력 모으기에 집중하며 우세를 굳히는 지우펑.
하지만 그때부터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는 AI의 미친 견제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고속전차를 대량 생산하여 출격시켜서 지우펑의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지우펑도 이신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탓에 그러한 견제에 대한 방어가 철저했다.
없는 빈틈을 만들기 위해 틈을 엿보던 AI는 마침내 기회를 포착했다.
지우펑의 새로운 확장 기지가 완성되는 타이밍을 읽은 것.
AI의 의중을 알아챈 것은 최환열이었다.
“지금 AI가 크게 한탕할 견적을 잡고 있습니다. 대신전이 언제 완성되는지 계산 끝냈어요. 머릿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을 겁니다.”
“하하, 인공지능이니까 시간 계산을 잘하는 건가요?”
“원래 이신 선수가 그렇게 합니다. 그 당시에 초시계처럼 정밀하게 시간 계산을 하는 선수가 이신밖에 없었어요.”
최환열이 열기를 띠며 설명했다.
“예전에 저 연습을 하는 걸 옆에서 봐서 아는데, 일꾼이 이동할 동선에 맞춰서 지뢰를 깔고 고속전차를 두 무리로 나눠서 양방향에서 덮칠 겁니다. 한쪽은 호위하는 거신병기들을 상대하고 다른 쪽은 일꾼을 사냥하는 거죠.”
정말로 그 말대로 이루어졌다.
AI가 길을 따라 일렬로 지뢰를 매설하고, 고속전차를 두 부대로 나눠 배치했다.
“일꾼 피해만 보고 말면 다행인데, 지뢰에 휘말려서 병력 피해까지 보면 게임이 뒤집어집니다. 이제 지우펑 선수가 어떻게 대처할지 봐야겠죠.”
지우펑은 주변에 고속전차가 없자 안심하고 신도들을 막 완성된 새 확장 기지로 이주시켰다.
하지만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AI는 때가 되자 고속전차들로 양방향에서 덮쳐버렸다.
-으악!
-으아악!
-퍼어엉!
신도들이 고속전차에게 사냥당하고, 거신병기들도 고속전차와 싸우다가 지뢰를 밟아 격파됐다.
뒤늦게 거신병기 컨트롤에 집중한 덕에 병력 피해는 더 보지 않았지만, 이동하던 신도들은 대다수가 털려 버렸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아직 지우펑이 유리했다.
워낙 초반에 AI가 가난하게 출발한 탓이었다.
“아직 AI에게 주어진 과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 지우펑 선수에게 아바타가 준비되었는데, 이걸 막아야 하거든요.”
아바타는 상대 본진에 침투하여서 소환 마법으로 아군 병력을 불러들인다.
이걸 막으려면 아바타가 침투 못 하도록 대공포로 둘러놓아야 하는데, AI는 가난해서 그럴 자원이 없었다.
그저 전술위성 2기만 세워 놓았을 뿐.
“전술위성의 무력화탄으로 아바타의 마법 에너지를 빼버리겠다는 생각인데, 아바타를 놓치면 피해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아바타를 놓쳐서 침투를 허용하면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배수진이었다.
그런데,
-퍼어엉!
“맞았습니다!”
전술위성이 아바타에게 무력화탄을 맞혀 버렸다.
“지우펑 선수가 첫 아바타로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이러면 게임이 이상해지죠!”
“지우펑 선수가 리드하고 있던 승부의 균형추가 다시 평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세를 유지하던 노력이 허사가 된 순간.
하지만 지우펑의 정신력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를 했다.
두 번째 소환 마법은 성공.
AI의 확장 기지에 아군 병력을 소환 마법으로 침투시켜서 초토화시켰다.
소환된 병력도 모두 잡아먹혔지만, 이런 손실 교환은 신족에게 유리했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AI의 견제 플레이가 맵 센터에서 쉴 새 없이 벌어졌다.
워낙 지우펑의 방어가 탄탄한 탓에, 타깃을 센터를 돌아다니는 지우펑의 병력으로 바꾼 것.
신족의 병력이 끊임없이 센터를 돌아다니며 인류를 견제하고 있었는데, AI의 고속전차들이 그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지우펑이 흘린 거신병기를 1기 1기 사냥했다.
정면으로 맞붙는 건 피하면서, 계속 뒤만 쫓아다니는 집요함!
밉살맞기 그지없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이신 그 자체였다.
팽팽한 상황 속에서 지우펑의 운영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장기전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운영 중 하나였다.
“지우펑 선수가 항공모함을 준비합니다!”
“AI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항공모함은 숫자가 쌓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시간은 지우펑 선수의 편입니다!”
“글쎄요…….”
최환열이 이견을 제기했다.
“항공모함에 투자하는 만큼 지상군 물량이 줄어들거든요. 이걸 알아차리면 이신, 아니 AI로서는 승부수를 띄울 기회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러자 박영호도 의견을 제시했다.
“팀에서 둘이 연습할 때 저런 양상이 몇 번 나왔었는데요, 서로 먼저 들어가기가 꺼렸을 겁니다.”
“아, 이신 선수랑 지우펑 선수 말씀이신가요?”
이병철 캐스터의 물음에 박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또 아바타 소환으로 침투하면 이신 선수가 그걸 싸 먹고서 곧바로 역공하는 걸 노리는 것 같아서 못 들어갔다고 했었거든요. 지금도 똑같습니다. AI도 마찬가지로 먼저 나갔다가 센터에서 싸 먹히면 안 되니까 서로 먼저 칼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죠.”
심리전.
항공모함은 AI로 하여금 먼저 칼을 뽑도록 유도하는 지우펑의 한 수였다.
의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항공모함이 4척까지 모이자, 비로소 AI가 그걸 알아차리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AI가 항공모함의 존재를 눈치채고 먼저 움직였습니다!”
“항공모함이 더 쌓이기 전에 끝내야 하거든요!”
전 병력을 끌고 나서는 AI.
그걸 기다렸던 지우펑의 판단이 빛을 발했다.
다리를 건너고 막 센터로 나왔을 때, 지우펑의 지상군이 옆구리에서 들이받은 것이다.
“지우펑 선수가 먼저 달려듭니다!”
“급히 치고 나오느라 아직 진형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를 노리고 먼저 선수 친 겁니다! 항공모함이 더 모일 때까지 시간을 벌 줄 알았는데, 허를 찌른 결단이죠!”
“AI도 똑같이 생각하다가 허를 찔린 것 같습니다. 기동포탑이 많이 죽어나가요!”
먼저 달려든 신족의 병력은 전멸했지만, 피해는 인류가 더 컸다.
신족이야 병력을 다시 뽑으면 되지만, 인류는 다시 병력을 모으는 동안 타이밍을 놓치니까.
그런데 AI는 얼마 안 남은 병력으로 공격을 강행했다.
“그냥 계속 진격하는데요?”
“일단 항공모함 쌓이기 전에 타격을 입히긴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저 정도 병력 가지고는 항공모함과 새로 나오는 병력에 막힙니다!”
“이야, 드디어 인공지능을 인간이 한 번 꺾나요?”
“그런데 AI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죠!”
놀랍게도 AI는 얼마 안 남은 병력을 더 분산시켰다.
총공격에서 견제 플레이로 전환한 것.
그것도 여러 지역을 동시에 타격하는 다중견제였다.
항공모함이 출격해서 한 곳을 막아냈지만, 지상군이 소진된 탓에 모든 지역을 다 커버하지는 못했다. 바로 그 점을 노린 AI의 플레이이기도 했다.
“본진 제외한 전 지역에 견제 플레이가 일시에 퍼부어집니다!! 와, 세상에!”
“저런 플레이를 하나요?! 미친 경기력입니다!”
“예, 이신 선수였으면 저렇게 했을 겁니다. 자원 공급을 끊어서 항공모함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항공모함은 돈을 엄청 잡아먹는 병기였다.
전투가 벌어지면 작은 전투기를 여러 기 쏟아내어서 폭격을 가하는데, 그 전투기들을 생산하는 데에도 자원이 든다.
항공모함이 바쁘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격을 진압했지만, 이미 타격이 꽤 큰 상태.
그 바람에 일시적으로 자원 공급이 중단되어서 지상군 충원이 늦어졌다.
AI는 그 틈에 다시 모은 지상군을 이끌고 또 공격에 나섰다.
이번에는 기계보병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항공모함으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나둘 사라지는 지우펑의 확장 기지.
하지만 그 와중에 지우펑도 1척씩 계속 모은 항공모함으로 AI의 확장 기지를 쳤다.
지상을 휩쓸고 있는 AI.
확장 기지를 잃으면, 다른 지역에 또 확장해 끈질기게 자원 줄을 마련하며 버티는 지우펑.
지상군은 없다시피 했으나, 그의 항공모함 선단은 엄청난 활약상을 떨쳤다.
지형지물을 활용하여 치고 빠지며 공격해오는 지상군을 꾸준히 줄여 나갔다.
틈이 생기면 상대의 확장 기지도 습격하고 도망쳤다.
도망 다니면서 계속 항전을 벌이는 지우펑. 그의 항공모함 선단은 합쳐서 킬(Kill) 수가 200을 넘겼다.
AI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모인 항공모함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통에 상대의 숨통을 끊지 못하고 계속 시달리는 상황.
그럼에도 계속 자원을 긁어모아 상대를 궁지로 몰아세우는 역량이 대단하였다.
이 둘의 싸움은 처절함 그 자체!
하지만 계속될 것 같은 승부도 결국 결말이 나왔다.
“지우펑 선수 GG!”
결국 항공모함을 지원해 줄 자원에 한계가 와서 지우펑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AI가 각 종족 대표 3인을 올 킬해 버린 충격적인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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