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
4화 모의전(1)
“마력량이 얼마나 되십니까?”
“65,000가량입니다.”
이신은 곰곰이 생각했다.
‘배팅은 최소 1만, 최대 5만.’
다행히 얼마나 배팅할지는 도전을 받는 쪽이 결정한다고 했다.
“1만씩 배팅한다고 쳤을 때, 총 6번을 싸울 수 있는 수치군요.”
“6번 모두 제가 도전받는 입장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앞으로 한 번만 더 지면 저는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 되겠죠.”
“이번에 패한다 해도 다시 마력을 모아 도전하면 잃은 군주 지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잖습니까.”
그 말에 그레모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이신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이신은 그녀를 따라 창가로 향했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광활한 영토가 보였다.
악마들이 사는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저는 이 영토와 26개의 악마 군단을 지배하는 위대한 군주예요.”
“…….”
“지금은 추락하였지만 아직도 13개 악마 군단이 충성스럽게도 저를 떠나지 않고 남아주었죠.”
그레모리는 슬픈 눈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군주의 지위를 잃는다는 건 이 땅도, 충성스런 이들도 더 이상 거느릴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에요. 그 치욕과 상실을 무어라 설명할까요?”
이신은 자신이 섣부른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랬다.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을 때 그런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돈도 많겠다 아직 젊겠다 뭐가 문제냐고들 그랬다. 당사자 기분을 조금도 모르는 헛소리였다.
자신에게 게임이 그렇듯, 그녀에게도 아주 소중한 프라이드가 있으리라.
이신이 말했다.
“물론 저도 패배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장을 이쪽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준비만 잘하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유리합니다.”
원하는 맵에서 싸우는 게 얼마나 유리한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본 이신은 아주 잘 알았다.
“혹시 바로 위, 71위 군주의 마력량이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현 71위의 악마군주 카임은 91,000마력을 보유했어요.”
“91,000의 9할이라면…… 81,900마력만 있으면 도전 자격이 된다는 뜻이군요.”
“맞아요.”
“그렇다면 상대를 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면 1만이 아니라 그보다 많은 마력을 배팅해서 곧바로 도전 자격을 얻으면 어떻습니까?”
“이쪽이 얼마나 준비됐느냐에 따라 배팅이 달리지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제 컨디션과 상대의 성격도 고려해야 합니다.”
“좋아요. 저는 당신만 믿겠어요.”
***
서열 72위 악마군주 그레모리.
한때는 56위였다는 그녀의 궁전은 주인의 미모처럼 아름다웠다. 베르사유궁전도 이처럼 화려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신은 식사에서 잠자리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어딜 가나 열 명이나 되는 아리따운 시녀들이 쫓아다니며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고 있었다.
어째서 그레모리가 영원히 마계에 지내는 게 행복한 일이라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안락한 생활을 즐길 틈이 없었다. 언제 도전이 들어올지 모르는 마당에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는 곧장 연습에 들어갔다.
“감을 잡으려면 연습을 해야 합니다. 실전 연습이 가능합니까?”
“물론 가능하죠.”
그레모리는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이신은 주변의 공간이 온통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파앗!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계약자 이신께서 제1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하셨습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음성이 울려 퍼진다.
“나의 계약자 이신과 모의전을 치르겠다.”
그레모리가 말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계약자 이신 님의 모의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마력은 임의로 5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5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그레모리는 내게 말했다.
“종족을 선택해야 해요.”
“종족?”
“서열전에 악마는 동원되지 않아요. 악마가 희생될수록 마계의 힘이 약해지니까요.”
“……?”
“그래서 대신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인간, 오크, 엘프, 드워프 등과 마계에 서식하는 마물들이 서열전에 동원돼요.”
“채집한 마력으로 그것들을 소환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우선 휴먼, 오크, 엘프, 드워프, 마물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종족 선택까지.
‘완전 게임이잖아?’
선수 생활을 하며 지겹게 했던 게임 스페이스 크래프트와 무척 유사했다.
단, 스페이스 크래프트는 인류·괴물·신족뿐인데, 72악마군주의 서열전은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5가지나 된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는 뜻이었다.
이신이 말했다.
“휴먼을 택하겠습니다.”
“같은 인간이 익숙하신가 봐요.”
“뭐, 그렇기도 합니다.”
선수 시절, 이신의 주 종족은 인류.
이곳에서 휴먼은 인간을 뜻하니 가장 느낌이 비슷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휴먼은 너무 약해서 거의 안 하는 종족이에요.”
“일단 하나씩 다 해보겠습니다.”
“좋아요. 저는 마물을 택하죠.”
그렇게 해서 게임, 아니,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신의 첫 상대는 바로 그레모리였다.
***
이신은 주변 지형을 살폈다.
절벽이 담장처럼 일대를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한가운데에 뚫려 있는 작은 통로가 바깥과 연결된 유일한 출입구.
이신은 헐벗은 인간 4인과 함께 있었다. 그들 앞에는 커다란 건물 한 채도 보였다.
건물을 응시하자 이신의 뇌리로 메시지가 각인되었다.
[사령부: 노예를 소환하고 노예가 채집한 마력을 보관하는 건물입니다.]‘노예?’
그제야 이신은 헐벗은 4인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주춤주춤 이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저기, 계약자님.”
“응?”
‘말도 해?’
이신은 깜짝 놀랐다.
그랬다.
게임과 비슷해도 이건 엄연히 현실. 그들은 유닛이 아닌, 살아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자들이었다.
“마력을 채집할까요? 가장 먼저 그걸 해야 하는데…….”
“아, 그럴까.”
그때, 머릿속에 다시 설명이 이어졌다.
[노예: 마력과 철광석을 채집, 건물을 짓기도 합니다.] [노예를 비롯해 모든 인간과 건물은 이신 님과 텔레파시로 정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설명이 친절하군.’
설명 메시지대로 이신은 노예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력을 채집해라.’
그러자 노예들이 사령부 근처에 있는 검정색 돌덩이 8개를 향해 달려갔다.
노예들은 힘든 표정이었지만, 그런 얼굴 표정과 상관없이 돌덩이를 두들겨 깨서 조금씩 사령부로 운반했다.
‘저게 마력석이구나.’
어쨌든 같은 사람이 자신의 명령으로 힘들게 일하는 걸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마력: 38]노예들이 마력석을 사령부에 나를수록 숫자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게임이다. 이건 게임이야.’
이신을 마음을 비우고 다시 플레이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