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0
500화 추억(3)
계속해서 격돌했다.
이신이 공격적으로 주력 병력을 진격시켰고, AI 또한 이신이 노리는 곳을 정확히 마크했다.
AI는 이신이 지상군에 집중한 것을 보고, 스텔스 전투기를 모았다.
하지만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공격에 나섰을 때, 이신의 진영에서는 로켓 프리깃 3기가 나타났다.
부족한 지대공을 공략해 올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AI는 자신의 컨트롤을 믿고 싸움을 걸어보았지만, 로켓 프리깃으로 치고 빠지는 무빙 샷을 펼치는 이신의 컨트롤도 초일류 수준.
결국 AI는 스텔스 전투기 2기를 소실하고서 물러섰다.
-이신 선수가 상대의 노림수를 잘 받아쳤습니다.
-역시 누구보다도 상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노림수가 뭔지 훤히 꿰뚫고 있는 겁니다! 지금 싸움이 펼쳐지는 템포가 말도 못하게 빠른데, 이신 선수가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쯧.”
TV를 보던 중년 부부.
문득 남편이 혀를 찼다.
“잘 쫓아간다고 되는 상황이 아니야. 한발 앞서서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그러자 부인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경기를 볼 줄 알아요, 여보?”
“알죠.”
남편이 말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내 아들 얘기를 얼마나 하는지. 내 아들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 망신이지.”
변명은 체질이 아니라 그런지 참 서투르다고 생각하며 부인은 웃었다.
“11시를 탈환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
남편, 즉 이신의 아버지는 투덜거렸다.
“뭔가 수를 써야 하는데, 지금 저놈이 도무지 틈을 안 주잖아.”
“저것도 우리 아들이래잖아요. 손 다치기 전에는 더 잘했나 봐요.”
“쯧…….”
암흑 같았던 1년을 떠올리자 남편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저렇게 잘하는 걸, 진즉에 알아줬더라면 좋았을걸.”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더라면, 부상당한 후로 그렇게 절망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역전할 기회를 찾고 있을 거야.”
* * *
서로의 덩치가 커지면서 격전도 더욱 잦아졌다.
본진과 앞마당의 자원이 고갈되어 갈 때 즈음, 이신은 3시와 12시의 확장 기지에서 자원을 공급받아 버티고 있었다.
AI의 경우 6시, 7시, 9시를 한꺼번에 가져가 자원 우위를 차지했으며, 11시 앞마당에도 병력을 배치하여서 이신이 손 뻗지 못하게 방해하는 상황.
이신으로서는 어떻게든 이 11시를 탈환해야 자원상 동등해질 수 있었다.
AI가 11시에 있는 자원까지 파먹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가 없어진다.
하지만 계속 공격받고 있는 쪽은 오히려 이신이었다.
AI가 이신에게 자원을 공급해 주는 생명줄인 3시와 12시를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선(戰線)이 3시, 12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AI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고 있었고, 이신은 그것을 막느라 정신없었다.
자원상으로 밀리는 건 물론이고, 지리적으로도 AI가 좋은 요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형세는 겉보기보다 더 이신에게 안 좋았다.
AI는 정말 쉬지 않고 계속 괴롭혀댔다.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정말 짜증나는 놈이다.’
이신은 생각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가드만 올리고 있다가 지게 만들려 하고 있어.’
욕은 나오는데 그래봐야 누워서 침 뱉기였다.
저게 누구의 플레이 스타일인지는 명백하니까.
‘제발…….’
이신은 힘겹게 버티면서 간절하게 기회를 엿봤다.
‘제발, 내가 뭔가 해볼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만 다오.’
딱 한 번.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저 딱 한 번만 뭔가를 해볼 기회가 생기기를 바랐다.
이신은 공격받는 3시와 12시 확장 기지를 필사적으로 지키면서, 틈나는 대로 항공수송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척, 1척…….
항공수송선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인류가 꺼내드는 마지막 카드.
그리고 이신이 준비했던 전략의 요체이기도 했다.
항공수송선이 야금야금 모였을 때였다.
-삐리릭.
레이더 소리가 들렸다.
AI가 레이더로 항공수송선이 모여 있는 곳을 정확하게 레이더로 찍어 확인한 것이다.
항공수송선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걸 곧바로 알아챈 것.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알 수 있었을까?
‘항공정거장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이신이라도 이런 타이밍이라면 상대방의 항공정거장 쪽을 체크했을 것이다.
이쯤 되었을 때, 불리한 상대가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대규모 드롭으로 전세 역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에 들통 날 거라는 건 이미 감안하고 있었다.
지금부터가 승부다.
‘간다.’
이신은 주력 병력을 항공수송선에 태워서 이동했다.
목표 방향은 9시.
* * *
-카이저가 출발합니다. 대략 7척 정도 되는 항공수송선이 병력을 가득 싣고 곧장 9시로 향하는데요!
-AI의 확장 기지 중 자원이 가장 팔팔한 게 9시거든요. 여길 쳐서 밀어버리는 데 성공하면 전세가 한 번에 만회됩니다.
-동의합니다. 근데 AI도 그 말에 동의하는 모양이네요. AI의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9시로 향하고 있거든요!
“와아아아!”
“눈치챘어!”
“AI카이저 진짜 잘하잖아!”
e스포츠가 좋아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만 관중들이 환호했다.
아까는 이신이 AI의 노림수를 받아치더니, 이번에는 AI가 이신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치열한 격전 속에서 계속되는 두 사람의 수싸움은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왔다.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먼저 9시에 도착했습니다.
-아, 기동포탑도 자리 잡고 있고, 이곳에 드롭하는 건 굉장히 무모해 보이는데요. 카이저의 한 수 치고는 너무 뻔한 드롭인 것 같습니다.
해설진의 중계와 관중의 환호가 뒤섞인 가운데, 주디를 비롯한 이신의 제자 일행도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우리 생각보다 더 잘하지?”
“응, 그렇게나 연습하셨는데 밀리고 있다니…….”
존의 말에 차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연습한 덕에 계속 버티고 계시는 거야. 방어가 아니라 난전으로 맞불을 놓는 쪽으로 생각하셨더라면, 지금쯤 벌써 끝났을걸.”
“AI의 피지컬이 너무 좋아.”
“전성기 시절의 선생님이잖아. 그래도 용케 항공수송선을 모았어.”
“그게 나오는 건가?”
이신의 연습을 도와주었던 존과 차이는 누구보다도 다음 순간 벌어질 상황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전략적 우위를 한 번에 바꾸는 회심의 드롭.
과연 이신은 어느 포인트를 핵심이라고 짚었을까?
“나 같으면 9시와 11시 사이에 드롭하겠어. 9시를 노릴 수 있으면서 11시에 있는 병력도 억제할 수 있잖아.”
차이가 말했다.
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탁상공론 아냐? 난 그냥 11시 본진 안쪽에 병력을 드롭해서 거기다가 확장 기지를 지을 거야. 그럼 확장 기지 숫자가 같아지잖아.”
“11시로 가는 육로는 적에게 막혀 있는데도? 그럼 11시가 공격받으면 또 지원 병력을 항공수송선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는 뜻이야. 중간에 스텔스 전투기에게 격추당하면 끝이지. 제공권이 이쪽에 없을 땐 무의미해.”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음, 5시? 상대 본진을 쳐야 한 방에 역전할 수 있잖니.”
“그렇긴 한데 거긴 이미 대공포로 둘러놓고 있지. 항공수송선을 진즉에 체크했는데 그 정도 대비도 안 했을까봐?”
“그것도 그러네.”
세 사람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9시로 향하는가 싶었던 항공수송선 선단(船團)은 돌연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그 길로 곧장 센터, 즉 맵의 정중앙에 병력을 일제 투하했다.
중앙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AI의 소수 병력이 그대로 몰살당하고, 그 자리는 이신이 차지했다.
-정중앙 드롭!!
-9시를 노리던 카이저가 돌연 방향을 돌려서 중앙에 병력을 내렸습니다! 9시로 가면 막힐 것 같으니까 차선책인가요, 아니면 무언가 의도가 더 있는 걸까요?!
-카이저의 병력들이 계속 내려갑니다! 6시?! 지금 6시를 노리는 건가요?!
AI의 방어선은 3시 부근에서 11시까지 이어져 있어서 맵의 6할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신은 3시에서 12시까지 이어진 방어선으로 버티던 상황.
그런데 갑자기 대규모 드롭으로 정중앙을 장악하며 AI의 방어선을 분단시킨 이신이 계속 6시를 향해 남하하는 것이었다.
9시 방어에 초점을 두었던 AI로서는 예상치 못한 중앙 돌파를 당한 셈이었다.
AI도 부랴부랴 새로 생산된 병력을 6시로 보내 방어를 했다.
하지만 이신은 6시 부근에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더 공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단번에 중앙에서 6시 부근까지 이어지는 이신의 새로운 방어선이 생겨나면서, 맵을 양분하던 구도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일단 센터를 잡자 이신의 활동범위가 대폭 넓어졌고, 반면에 AI의 지상군은 동선이 대폭 차단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카이저의 고속전차들이 움직입니다! 타깃은 7시!
-지금 갑자기 센터가 뚫려서 7시가 무방비로 노출됐죠! 카이저가 이걸 놓치지 않습니다!
7시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고속전차들.
7시의 확장 기지에서 일하던 AI의 건설로봇들이 그야말로 일순간에 학살당했다.
동시에 6시!
-퍼퍼퍼펑!
-퍼퍼펑!
6시 확장 기지 또한 기동포탑들의 포격이 쏟아졌다.
AI의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즉각 달려왔지만, 이미 이신은 그곳에 재빨리 대공포를 지어둔 상황.
드롭 작전을 실행할 때, 건설로봇 몇 기도 대동해서 즉각 드롭하자마자 대공포를 곳곳에 지어놓은 발 빠른 행동이었다.
AI로서는 갑자기 곳곳에서 병력들이 각개격파당한 상황.
6시는 계속 공격받고 있었고, 7시는 이미 고속전차들이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지나가서 일하는 건설로봇들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
AI도 9시와 11시에 배치된 병력으로 무언가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신에게 휘둘리게 된다.
하지만 또 이신이 먼저 움직였다.
갑자기 6시 공격을 중단하더니, 전 병력을 이끌고 방향을 3시로 돌린 것이다.
3시 확장 기지를 괴롭히던 AI의 병력이 삽시간에 사방에서 덮쳐온 이신의 병력에 의해 일소되었다.
AI도 9시, 11시의 병력을 전부 이끌고 센터 지역으로 진격하였지만, 이미 이신의 폭풍 진격으로 3시 부근 병력은 각개격파로 잡아먹힌 상황.
모든 것이 정중앙 드롭에서 시작된 이신의 총공세였다.
-맙소사! 갑자기 판이 뒤집어졌습니다!
-신의 드롭입니다! 맵 센터를 드롭으로 빼앗기자마자 6시, 7시가 전부 위험에 노출되었는데, 바로 이걸 노렸던 겁니다!
-9시와 11시에 병력이 집중되어 있는 걸 보고 허를 찌른 거죠! 단 한 방! 이 한 방에 판세가 바뀌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시작된 짜릿한 역전의 서막에 관중들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 * *
문득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살다 보면 이런 때도 있다고.
네 의도를 전부 꿰뚫고 있고, 컨트롤 싸움도 너보다 아래가 아닌 상대를 만나는 법이라고.
물론,
‘난 아직 안 만나봤지만.’
이신은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넌 오늘 만났다.’
AI가 전 병력으로 맵 센터를 쳤다.
아직 스텔스 전투기로 제공권을 쥐고 있을 때 한판 승부를 보는 게 그나마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그곳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AI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린 상태였다.
문득, 신인 시절에 최환열에게 들었던 핀잔이 생각났다.
“인마, 너 뭐 잘못 먹었냐? 인류가 왜 병력을 자꾸 꼬라박아? 무슨 광전사냐? 그놈의 공격 본능 좀 어떻게 할 수 없냐?”
그리고 지금, AI가 센터 지역에서 병력을 꼬라박고 있었다.
AI에게서 GG가 선언되자,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돌이켜보면 게임과 함께 인생을 시작한 뒤로 즐거운 추억이 참 많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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