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청부사(2)
계약자들 사이에서 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시작은 이신이었다.
여기저기 지원 요청이 오는 대로 다 받아주며 미친 듯이 활약한 이신.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회수의 서열전을 치렀고, 통산 9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그 덕에 그레모리의 서열은 어느덧 8위!
그것은 이신 한 사람으로 인해 72악마군주의 서열이 크게 뒤바뀐 사태였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경험치.
서열전 단체전에 있어서는 이신의 경험치를 누구도 따르지 못했다. 다양한 종족을 상대로 수많은 계약자의 전략과 고유 능력을 겪어보면서 학습한 이신은 점점 강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단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서열 10위 이내에 포진한 최상위 계약자들도 비로소 경각심을 느꼈다.
이신보다 서열전을 치러본 경험이 많은 그들이지만, 단체전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얘기가 달랐다.
이신이 그걸 무기로 계속 치고 올라오니, 이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했다.
이대로라면 계속 경험치를 쌓는 이신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최상위 계약자들도 적극적으로 서열전 단체전에 임하기 시작했다.
인연이 닿는 계약자들에게 연락하여서 단체전 지원자가 필요할 시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언질을 해두었다.
나폴레옹이며 알렉산드로스며 할 것 없이 모두들 그 같은 행동을 개시하였다.
자타 공인의 강자들인 서열 10위 이내의 계약자들!
그들이 모두 용병이 되어서 다양한 서열의 다툼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세력 다툼처럼 변모하였다.
상대가 최상위 계약자를 지원자로 부르면, 이쪽도 똑같이 최상위 계약자를 불러서 맞서야 했다.
그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자, 최상위 계약자들 간의 자존심 싸움처럼 되었다.
72악마군주의 계약자들이 저마다 최상위 계약자들 중 한두 명을 골라서 친목을 도모하게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세력 형성이었다.
누가 더 많은 계약자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마력량도 달라진다.
즉, 단체전 실력에 의해 세력이 결정된다.
부동의 서열 1위인 나폴레옹은 수많은 지원을 받으며 인기를 과시했고, 알렉산드로스나 테무친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신도 그런 세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래부터 친했던 조아생 뮈라나 오자서는 물론이고 블라드 드라쿨레아, 전단, 그리고 얼마 전에 도와주었던 하트셉수트까지도 이신의 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 모두 서열전 단체전을 치를 일이 생기면 이신에게 가장 먼저 요청을 하는 계약자들이었다.
“세상사가 다 똑같은 법이긴 하지만, 춘추전국시대를 이런 식으로 다시 볼 줄은 몰랐군.”
오자서가 오랜만에 이신을 찾아와 한 말이었다.
“최상위 계약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싸움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조아생 뮈라가 맞장구쳤다.
오늘은 연습을 하기 위해 조아생 뮈라도 함께였다.
“주목할 만한 대결이 있었습니까?”
소식에 어두운 이신은 그들에게 마계가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오자서가 말했다.
“얼마 전에 하위 서열의 싸움에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가 끼어들었지.”
“하하, 그거 나도 들었어. 애들 싸움에 어른들이 나타난 격이었지.”
다소 독선적인 성향을 가진 알렉산드로스는 나폴레옹보다 서열전 단체전에서 불리할 거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에 따르면, 딱 1판 치러진 그 단체전의 승자는 바로 알렉산드로스였다.
초반부터 속공으로 판세를 뒤흔든 알렉산드로스가 끝까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맹공을 펼쳐서 끝내 승자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일전에 이신과 함께 서열전 단체전을 치렀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인지, 한층 성숙해진 팀워크를 보였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보나파르트가 축제에서 우승한 뒤로 서열전을 오랫동안 치러보지 못한 까닭도 있지. 아직 악마군주 바알의 마력량이 아가레스의 9할에 못 미치고 있잖아?”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 악마군주 아가레스는 최종 승자가 되어 엄청난 마력을 얻는 바람에 서열 1위의 자리를 더욱 굳혔다.
2위인 바알로서는 1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바람에 도전 자격인 피도전자의 9할에 해당하는 마력량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지만, 도전 요건이 된다 해도 당분간은 도전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네.”
오자서가 말했다.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을 고를 권한이 나폴레옹에게 있었다.
실력이 비슷한데도 알렉산드로스가 계속 패한 주된 원인은 바로 그것.
나폴레옹이 유리한 전장에서 싸워서 이기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다른 전장을 골라준다면 모를까, 승부에서 상대에게 배려를 해줄 정도로 어수룩한 나폴레옹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단체전을 싫어했는데 의외로군요.”
이신이 그렇게 말했다.
기억하기로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아군을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단체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단체전으로 1위 자리를 탈환할 생각이겠지.”
오자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열전을 하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전장이 있고, 반대로 껄끄러운 전장도 있는 법이었다.
바로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가 그런 식으로 딱 맞물린 경우였다.
나폴레옹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전장이, 하필이면 알렉산드로스가 가장 꺼리는 전장이었다.
그러니 비슷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호전적인 알렉산드로스가 좀처럼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약아빠졌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폴레옹도 저 알렉산드로스에게서 1위를 빼앗았을 때는 적잖게 고생했었으니 정정당당함을 따질 수는 없는 문제였다.
‘재미있군.’
다툼 끝에 유리한 고지를 달성한 나폴레옹.
축제에서 최종 승자가 되면서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하게 굳힌 것이 나폴레옹의 계약자로서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렉산드로스가 시대의 변화를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알렉산드로스가 나폴레옹을 단체전에서 꺾은 일이 그 시작인지도 몰랐다.
마치 역사와도 같았다.
영원한 강자도 없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는.
그 점이 이신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나저나 연습은 이만하면 충분한 듯싶고, 이제 슬슬 용건을 꺼내볼까?”
오자서가 화제를 돌렸다.
“서열전입니까?”
“그러하네. 상대는 그 피로스지.”
오자서 또한 나폴레옹, 이신과 함께 축제의 최종 승자였다.
그때 얻은 막대한 마력을 통해 서열을 대폭 올렸고, 지닌 역량도 출중한 인물이라 갑자기 높아진 서열에서도 곧잘 적응을 했다.
그렇게 서열을 서서히 올리다가 어느덧 20위에서 피로스를 만난 것이다.
오자서는 이미 피로스를 상대로 한차례 승부를 치렀다.
결과는 1승 1패, 승패를 한 번씩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3번째 대결에서 피로스는 단체전을 제안했다.
상대가 단체전을 제안하면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서열전의 규칙.
피로스가 제시했으니 오자서는 사흘 안에 단체전을 함께 치를 지원자를 찾아야 했다.
오자서는 축제 때 한편이었던 나폴레옹과도 인연이 있었지만, 이신을 택했다.
“나폴레옹도 한편일 때는 든든한 사람이네만, 아무래도 자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네. 듣자하니 피로스의 천적은 바로 자네더군.”
“그랬죠.”
이신은 피로스와 서열전을 치렀을 때를 떠올렸다.
피로스는 전투에서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던 계약자였다.
이신은 그런 피로스를 전투로 꺾었다.
특유의 정교한 컨트롤로 피로스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 탓에 피로스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다.
“아마 피로스는 당신이 저를 부를 줄 알고 있을 테죠.”
“그럴 걸세. 그래서 내심 의아했지. 아마도 자네에게 지난 수모를 복수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겠지.”
“피로스는 알렉산드로스와 가장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친한 건 알렉산드로스네만 최상위 계약자와 두루 친하다네. 듣기로 살아생전에 명성이 꽤나 대단했는지 최상위의 계약자들과 두루 친하더군.”
서양 전쟁사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피로스이니 그럴 법도 했다.
분명한 건 최상위 계약자들 중 한 사람을 데려올 테고, 목적은 오자서와 함께 이신까지 꺾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신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복수를 원하니 기회를 줘야지요.”
“누굴 데려와도 자신 있다는 뜻이군. 든든하네.”
“일단 피로스의 지원자가 누군지 빨리 알아내야합니다.”
“맡겨두게.”
그렇게 대화가 끝날 즈음이었다.
“잠깐!”
조아생 뮈라가 냉큼 끼어들었다.
“자네는 또 무슨 일인가?”
“나도 서열전을 해야 한단 말이야. 이신에게 도와달라고 하려 했는데 멋대로 선수 치면 안 되지?”
“서열을 생각하게. 자네는 굳이 이신이 아니어도 되잖나.”
“호오,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하라 이거야? 한때는 비슷한 서열에서 아웅다웅하던 사이였던 걸 기억했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오자서는 혀를 찼다.
“그쪽에서는 배팅도 얼마 못할 텐데, 이번은 내게 양보하게.”
그때, 이신이 문득 물었다.
“상대가 누구지?”
“로베스피에르.”
“아…….”
이신은 과거에 붙은 적 있었던 로베스피에르를 떠올렸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주요 인물이었고, 지나친 원칙주의로 공포정치를 했다가 몰락한 인물.
지금은 지옥에서 최대한 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서열전을 한다는 특이한 사상을 가진 이상주의자였다.
‘별거 아니었지.’
조아생 뮈라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일대일이었다면 굳이 조아생 뮈라가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터.
아마도 로베스피에르가 단체전을 제안한 모양이었다.
“흥, 그 양반이 나한테 쫄았는지 일대일로는 하기 싫다고 하던데? 나야 너 말고는 딱히 부를 사람도 없어.”
그러나 이신은 오자서를 돕기로 했기 때문에 조아생 뮈라까지 도와줄 수 없었다.
흥미가 가는 쪽도 단연 피로스였다.
피로스가 자신에게 보복하기 위해 모종의 준비를 한 모양인데, 그쪽을 두고 다른 데로 빠질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신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 이 사람은 어때?”
이신은 옆에 있는 질 드 레를 가리켰다.
조아생 뮈라는 깜짝 놀랐다.
“네 사도를?”
“지금은 사도가 아닙니다.”
질 드 레가 점잖게 정정해 주었다.
조아생 뮈라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네가 직접 나서는 것도 아니고 권속을 보내겠다고?”
“질 드 레에게는 상당히 쉬운 일이지.”
이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질 드 레는 이신에게 훈련받은 최측근이었다.
앞으로 이신이 1위를 향해 나아갈 때 질 드 레도 함께할 터였다.
테무친 같은 쟁쟁한 강자가 군림하는 최상위에서도, 이신이 지원자로 지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완성된 질 드 레였다.
“저 친구 정도면 차고 넘치지.”
오자서도 동의했다.
“음, 그런가? 좋아, 그럼 한번 믿어보지.”
조아생 뮈라는 질 드 레를 지원자로 데려가기로 했다.
이신은 질 드 레에게 당부했다.
“네 실력을 똑똑히 보여줘.”
“알겠습니다.”
이번에 질 드 레의 실력이 입증되면, 중하위권에서 질 드 레를 지원자로 요청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이신으로서는 질 드 레와 함께 이중으로 마력 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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