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5
505화 복수(1)
서열 11위 악마군주 나베리우스의 계약자는 중국 역사에서 수위에 꼽는 명장 한신.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 이신에게 당한 바 있는 한신은 그 뒤로 꾸준히 경계심을 가졌다.
축제 이후로 부쩍 상승세에 오른 이신이 언제고 자신에게 이를 거라고 확신하고, 부단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단체전이라는 새로운 규칙이 생기더니, 이신은 이를 이용하여서 서열을 쭉쭉 높였다.
그리고는 한신을 순식간에 지나쳐 버리고 8위에 등극.
덕분에 10위에서 11위로 한 계단 내려앉은 한신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싸워보지도 못 했는데 그냥 지나가 버렸다?’
지금까지 최상위라 일컬어지는 10위 이내에서는 순위 변동이 잦았지만, 다른 악마군주가 새로이 10위 안으로 진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10위부터는 계약자들의 실력 차이가 확고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신이 삽시간에 난입하여서 8위에 안착해 버리니, 이는 지각 변동을 일으킬 대사건이었다.
그것을 보며 한신은 깨달았다.
‘시대가 변했다.’
지금 이신과 서열전을 붙어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계약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대일에서 아무리 자신 있어도 이신이 단체전을 선택하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쩐지 72악마군주의 축제라는 게 벌어졌을 때부터 예감이 심상치 않더라니.’
그런 축제가 벌어진 것은 한신이 계약자가 된 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지금의 서열 구도를 확 바꿔 버릴 변화였다.
변화를 틈타서 가장 먼저 벼락 같이 부상한 사람은 이신.
다른 계약자들도 저마다 단체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단체전 훈련을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그들도 살아생전에 다들 한 가닥씩 한 이들이라, 시대의 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한 것이었다.
‘나도 게으름 피울 수는 없지.’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한신도 단체전 전략 전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축제 때 경험하긴 했지만, 단체전은 아직 생소한 분야.
하지만 한신은 실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가장 강한 상대를 적으로 가정하고 연구한다.’
한신은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이신을 단체전에서 꺾을 궁리만 했다.
이신의 종족은 휴먼.
그리고 단체전에서 지원자로 내세우는 권속 질 드 레는 마물.
‘같은 편에 마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옳은 판단이다. 초반에 주도권을 잡고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발 빠르게 대응해 줄 수 있는 마물이 필요할 테지.’
초반에 약하다는 휴먼의 단점이 있으니 더더욱 그걸 보완해 줄 종족으로 정반대의 속성을 가진 마물을 택한 이신이었다.
발 빠른 전투에서는 한신도 자신이 있었다.
역시나 기동력이 좋은 엘프의 종족 특성을 활용하여서 특유의 다채로운 전술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한신.
한때 서열 3위까지 올라갔던 스타일이니 검증은 충분히 된 상태.
하지만 상대가 이신이라면 얘기가 약간 달라진다.
‘용병술이 너무 강해.’
축제 때 경험한 이신은 병력을 하나하나 일일이 지정해 조종할 줄을 아는 귀신같은 용병술을 자랑했었다.
지금도 그것을 바탕으로 맹활약을 떨치고 있다고 명성이 자자하고 말이다.
유리한 전술적 상황을 만들어도, 그것을 넘어서는 용병술로 전세를 바꿔버리는 희대의 기술.
‘어떻게 그 정도로 정신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지.’
단체전은 네 종족이 싸우므로 그만큼 전투도 더 많아진다.
그렇게 싸울 때마다 이신의 용병술에 의해 손실을 본다면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한신은 문득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떠올렸다.
이신과의 일대일 대결을 준비했을 때 많이 참고했던 사례.
바로 피로스였다.
큰 틀에서의 전략적 판단이 아쉽지만, 전술 능력에 관해서는 최상위권 계약자들도 인정하는 피로스.
하지만 역시나 이신에게 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신으로서는 예상했던 바지만, 역시 이신의 용병술은 보통의 방법으로 극복이 불가능했다.
‘가만?’
한신은 돌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2엘프라면 어떨까?
다양한 전술적 패턴을 낼 수 있는 속성을 지닌 엘프가 둘이라면?
계속해서 변수를 창출하여서, 서로 정반대의 타입인 휴먼과 마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도록 만들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한신은 이신과의 대결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피로스를 이용하여서 이신과의 대결을 간접적으로 치를 생각이었다.
‘오자서가 곧 20위권에 들어서지?’
곧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 오자서가 피로스를 위협할 터였다.
오자서는 이신과 친분이 있으며, 역시나 축제 이후로 꾸준히 상승세에 있는 계약자.
휴먼과 마물의 조합이니, 앞으로 이신을 상대로 단체전에서 꺾을 수 있을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실험 무대가 될 터였다.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가 운 좋게 올라온 상대에게 단체전을 제의하라고? 내가 왜?”
한신의 제안에 피로스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오자서가 자신의 적수가 못된다고 단언하는 피로스.
일대일로도 충분히 꺾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단체전을 제의해야 하냐는 태도였다.
“거기다가 단체전을 제의하면 그쪽은 당연히 이신을 부를 텐데, 호오? 그게 네 목적이었군?”
피로스는 한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히죽 웃었다.
“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대결해 볼 생각인가? 얼마나 잘하나 한번 맛을 보고 싶은데, 날 이용하겠다는 생각이군?”
“단지 그것뿐이었으면 너 말고도 이용할 수 있는 계약자는 많았다.”
한신이 계속 말했다.
“네가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제의를 하는 것이지.”
“글쎄, 한 번 싸워본 내 입장에서는 그놈과 맞닥뜨리는 일은 피하고 싶은데?”
피로스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자존심이 매우 강한 그의 성격을 감안해 보면, 이신의 무서움을 인정하는 게 놀라웠다.
그 정도로 강력한 상대였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오운이 먼저 단체전을 제의 한다면 넌 결국 이신과 맞닥뜨리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는 너 말고도 부를 수 있는 계약자가 몇 명 더 있지.”
알렉산드로스를 염두에 둔 말인 듯했다.
“내가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지.”
한신은 피로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똑바로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지원자로 누군가를 골라야 하거든, 내가 이신을 꺾기 위해 널 찾아왔던 걸 떠올려라.”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를 강하게 주시한다.
이윽고 피로스는 씨익 웃었다.
“마음에 드는군. 사실 나도 언제고 그놈에게 복수를 해주고 싶긴 했지. 어떻게 놈을 꺾을 셈인지 구경이나 해볼까?”
그리하여서 한신과 피로스는 함께 이신을 타도하기 위하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로스는 오운, 즉 오자서와 맞붙게 되었다.
일단 가볍게 오자서를 꺾어줄 생각이었던 피로스였는데, 의외로 초반에 날카로운 기습 작전에 휘말려 허무하게 1패를 내주게 되었다.
‘이놈이?’
피로스의 두 눈이 불꽃으로 불타올랐다.
하지만 오자서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 또한 알아차렸다.
줄곧 자신의 시야를 용의주도하게 피해 다니며 다수 헬하운드들을 전진시킨 오자서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2차전에서는 피로스가 설욕을 했다.
1차전의 상황을 똑같이 되돌려 주었다.
갑자기 다수의 엘프 슈터가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오자서는 본진 방어에 실패하고 1패를 내줬다. 과감할 땐 한없이 무모해질 수 있는 피로스의 성정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1승 1패의 상황이 되자 비로소 피로스는 단체전을 제안했다.
일대일 대결을 계속해서 실력을 겨루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신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 더 강했다.
‘당하고는 못 산다. 감히 내게 그런 굴욕을 줘?’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했던 방식으로 완승을 거둔 이신을 떠올리면 아직도 분노가 들끓었다.
한번 덤벼보라며 대놓고 밖으로 튀어 나오는 궁병들을 떠올리자면, 지금도 화딱지가 났다.
엘프 슈터로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도 안 된 궁병을 못 이기다니,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이신을 꺾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서 승리한다면, 이게 나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지.’
피로스 역시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최상위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던 것이다.
* * *
“복잡한 지형을 선호할 겁니다.”
이신이 말했다.
오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형이 복잡할수록 엘프의 기동력이 빛을 발하지. 매복이나 기습의 묘미도 잘 살릴 수 있고.”
“이 판을 한신이 의도한 일이라면, 같은 엘프인 피로스를 한편으로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그게 한신이 이번에 들고 나올 주요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엘프 둘이라……. 그는 역시 자신의 장점을 더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인 듯싶군. 자신과 비슷한 움직임을 낼 수 있는 피로스를 추가시켰으니 말이야. 보통 고집이 아니군.”
자신의 스타일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없었더라면, 차라리 방어력과 중후반의 화력이 강력한 드워프를 택해도 되었다.
마침 비슷한 서열에 비스마르크도 있으니, 이와 동일한 설계를 할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일부러 피로스를 골랐다.
자신의 스타일이 가장 좋다고 고집한 셈이었다.
‘하나같이 자존심이 세지.’
한신도, 피로스도, 눈앞에 있는 오자서도 어디 가서 자존심이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작자들이었다.
‘왜들 그렇게 자존심에 목숨 거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정작 그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자존심이 센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은 전혀 생각 안 하는 이신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신과 오자서는 주어진 사흘간 한신과 피로스에 대비한 훈련에 들어갔다.
“아마 우리 둘을 분단시키려 들 겁니다.”
이신은 정확하게 한신이 의중을 짚었다.
상대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도가 튼 이신이었다.
“일리 있어. 우리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주는 관계이니, 그 관계를 끊어서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겠지.”
“길목을 차단하여서 우리의 동선을 제한시키려 들 텐데,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집니다.”
오자서는 짐작은 했지만 대답하지 않고 이신의 말을 기다렸다.
“길목을 확보하는 것.”
“서로 통행할 수 있는 길목을 안전하게 확보하고서 연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것이겠지?”
역시나 마음이 잘 맞는 오자서였다.
“그렇습니다.”
“초반 상황에 대처를 잘해야겠군. 아마 자네에게서 투석기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우리가 서서히 유리해질 테지만, 그렇게 놔둘 리가 없으니까.”
“그럼 어디 연습을 해보죠.”
두 사람은 엘프 슈터의 대대적인 공격과 엘프 어쌔신의 기습, 엘프 스나이퍼의 장거리 저격 등 엘프가 낼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처하는 토의를 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댈수록 각 전장 곳곳마다 전술적인 의미가 깃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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