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
51화 새로운 영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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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후반기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이신도 바빠졌다.
선수 복귀를 위해 경기력을 끌어 올려야 했고, 그러면서도 팀의 코치로서도 일해야 했다.
아마추어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주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MBS팀의 우선지명을 받아 선수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일단은 2군 계약이었지만 주전 출전 시 연봉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아마도 올해 후반기 프로리그 시즌에는 데뷔를 하게 될 예정이었다.
이미 일취월장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한 주디였기에, 이신이 아바타처럼 조종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제 주디는 이신이 더 가르칠 부분이 없었다.
정확히는 가르친다고 실력이 늘 단계가 아니었다.
무수한 실전을 통해 경험이 쌓이는 일만이 남은 셈이었다. 문제에 부딪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면서 말이다.
주디가 안정화되자 방진호 감독은 이신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맡겼다.
“팀 분석?”
“인류 대 신족이랑 인류 대 괴물, 두 가지를 맡아. 이 두 종족을 이길 수 있어야 우리 팀의 인류 라인이 보강된다.”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종족 간의 상성은 다음과 같았다.
인류>괴물, 괴물>신족, 신족>인류.
즉, 프로리그에서는 괴물 선수를 노리고 인류를 출전시키며, 반대로 상대팀은 이쪽의 인류 선수를 노리고 신족 선수를 출전시킨다.
MBS팀의 부진은 인류 라인의 약세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에이스였던 신지호가 없는 이상 그 약점이 더욱 뚜렷해졌다.
인류 선수로 하여금 괴물을 상대로 확실하게 이길 수 있고, 신족을 만나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다면, 그 약점은 보강된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국내 최고라 일컬어지는 쌍영과 황병철 등 3인은 신족과 괴물.
이신이 선수로 복귀했을 때, 다시 권좌에 오르려면 그들을 꺾어야 한다.
방진호 감독은 그런 복합적인 의미로서 이신에게 주문을 한 것이다.
“좋습니다.”
이신은 그 지시대로 신족과 괴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월드 SC 그랑프리를 보며 박영호와 최영준의 경기를 훑어보았다.
괴물과 신족을 분석하려면 이 두 사람을 보는 게 옳았다.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아도, 이 둘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해 자신들의 실력을 국제무대에서도 증명했다. 괴물과 신족의 최신 트렌드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마침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었다.
개인전 결승에서 박영호를 침몰시킨 금메달리스트 프랑스의 엔조 주앙.
2승 3패로 최영준과 접전을 펼치고서 개인전 4위가 된 미국의 마이클 조셉.
마침 이 둘은 인류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대놓고 이신을 꼭 닮은 스타일. 아예 소속팀에서 작정을 하고 그렇게 키웠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엔조는 스타일리시했다.
화려한 컨트롤 기교와 상대가 약할 때 과감하게 승부에 나서는 타이밍이 있었다. 거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어딜 보나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타였다.
하지만 1세트.
이신은 그런 엔조 주앙이 박영호의 과감한 5벌레 빌드에 당한 점에 주목했다.
박영호는 일벌레를 5마리만 뽑고 바로 바퀴 6마리를 뽑아 돌진했다.
상대는 아직 건설로봇들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
그러나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하면 100% 패배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빌드 오더였다.
엔조 주앙은 맥없이 당했다.
‘컨트롤이 약한데.’
이신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미지와 반대로 엔조 주앙의 실체를 간파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화려한 컨트롤은 말 그대로 기교성이 강했다.
가장 중요한 건설로봇의 블로킹이 약했다.
그래서 바퀴 6마리를 본진 안으로 들어오도록 허용하고 말았다.
취약한 디펜스.
맥없이 패배한 엔조 주앙.
하지만 그 뒤의 2세트부터는 전혀 딴사람이 되었다.
박영호가 가장 약한 타이밍에 견제를 감행했다.
박영호의 디펜스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알고 그쪽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왔다.
견제 플레이에 계속 당한 박영호는 그때부터 엔조 주앙에게 심리적으로 말려들었다.
3세트, 4세트, 연속으로 패배해 결국 박영호는 5벌레 빌드를 쓴 1세트 말고는 전패한 굴욕을 겪었다.
마치 극단적인 5벌레 빌드가 아니면 엔조 주앙을 이기지 못하는 하수처럼 비춰진 것이었다.
한국 팬들이 분노한 게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이었다. 혈투 끝에 최영준을 꺾어낸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건 박영호가 못했다기보다는 엔조 주앙의 소속팀이 너무 잘했다.’
엔조 주앙이 아닌, 그의 소속팀이었다.
그의 소속팀의 전략팀이 박영호를 너무나 잘 분석해 버렸다.
전략팀의 오더대로 엔조 주앙은 미리 학습한 박영호의 약점을 찔렀을 뿐이었다.
‘아마 더 붙었으면 박영호가 이겼겠지.’
박영호와 엔조 주앙의 역량에 대해 이신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더 무서운 외국 선수는 바로 최영준과 격전을 치른 마이클 조셉이었다.
저 괴물 같은 물량을 뽑아내는 최영준을 시종일관 몰아세우는 엄청난 견제력!
견제로 최영준의 자원 줄을 말려 물량을 억제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최영준은 디펜스도 수준급이었고, 아무리 피해를 입어도 엄청난 자원 최적화로 어떻게든 쥐어짜 병력을 마련하고야 만다.
피지컬이 대단했다.
최영준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빠른 템포도 일품이었지만, 장기전으로 치닫는데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 공격성이 압권이었다. 장시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결국 최영준은 승리했다.
‘견제만 가지고는 역시 한계가 있다.’
맵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
맵을 넓게 장악해 상대의 공격 경로를 축소시켜 버리는 대국적인 포진을 펼치는 최영준.
말도 안 되는 피지컬로 시종일관 공격을 퍼붓는 마이클 조셉도 무서웠지만, 결국 최영준은 이겨냈다.
‘박영호는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알겠는데, 문제는 역시 최영준이군.’
박영호는 약점이 뚜렷했고, 그렇기에 그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갈고 닦은 디펜스가 철벽 괴물이란 별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최영준은 정말로 무서운 타입이었다.
사소한 부분은 놓쳐도 큰 것을 가져가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소수 유닛 컨트롤은 뛰어나지 않지만, 대병력 컨트롤에 탁월하다.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 손해를 입곤 하지만, 장기적인 이익은 반드시 챙겨간다.
빈틈은 있지만 맵 전체를 장악하고 경로를 원천봉쇄하는 근본적인 디펜스를 펼친다.
게임을 크고 길게 보는 지배자의 플레이!
그 누구와 싸워도 100전을 붙으면 결국 그중 60승 이상은 하게 되어 있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배우고 싶군.’
남에게 감탄해 본 적은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신은 뭔가가 벼락같이 떠올랐는지, 멍하니 중얼거렸다.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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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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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의 2군 선수 정다울은 늦은 시간까지 연습실에 있었다.
물론 늦게까지 남아 개인 훈련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피나는 노력이 있었으면 아마 지금쯤 벌써 1군이 되었으리라.
정다울은 인터넷 e스포츠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가끔 웃기는 글이 올라오면 히죽거리기도 하고, 때때로 MBS의 2군 선수라는 장점을 이용해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정보를 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은 자유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다울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커뮤니티는 현재 이신의 선수 복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로 다들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선수 생명이 끊길 정도로 심각한 손목 부상을 당한 이신이었다.
그런 그가 부상을 극복하고 선수로서 돌아온 열정은 박수 쳐줄 만하지만, 과연 그렇게 복귀했을 때 예전만 한 실력을 보여줄 지는 의문이었다.
옛 명성에 먹칠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반면 이신이니까 분명히 무언가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성적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고 오빠 얼굴만 계속 보고 싶다는 이신교의 신도들도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에는 모두가 찬성하고 있었다.
부상도 그간의 공백기도 나이도 이신의 선수 복귀에 대해 밝은 전망을 할 수 없게 했다.
‘뭐, 옛날 같지는 않겠지.’
정다울도 그 여론에 공감하고 있었다.
실제 연습실에서 매일 보는 이신의 플레이는 그냥 평범 그 자체였다.
물론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떤 비범한 모습도 볼 수 없어서 실망했던 터였다.
‘그래도 확실히 난사람이긴 하지.’
뜬금없이 아마추어리그에서 귀엽게 생긴 외국인 소녀를 주워오더니, 1개월 만에 2군 선수 10명을 상대로 승률 90%를 기록하게 키워 버린 지도자로서의 수완!
이신의 기이한 교육법에 의해 키워진 주디스 레벨린은 1개월 만에 아마추어리그에 다시 참가해 종합우승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e스포츠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마추어리그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사람은 어김없이 1군 주전으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가 되곤 했다.
“아, 씨발.”
갑자기 입맛이 썼다. 그 전설로 기억될 주디의 2군 테스트에 참가한 10명 중에는 정다울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정다울은 패배한 9명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온라인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e스포츠계에 몸담은 지도 어언 3년 차였다.
뜯어 말리는 부모님을 뿌리치고 프로게이머가 된 정다울은 남들이 수능 공부를 할 때에 게임을 하며 소중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제 게임을 제외하면 정다울의 인생에 남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한 달 정도 배운 여자애한테 지다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박탈감이었다.
자신의 지난 3년이 송두리째 허송세월도 전락한 듯한 상실감이었다.
마치 보란 듯이,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2군과 1군이 정해진 듯했다.
정다울은 자신의 재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다시 수능 공부 하면 대학 갈 수 있을까?’
일반적이라면 한창 수능을 봐야 할 때였기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정다울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씨, 모르겠다. 게임이나 하자.”
정다울은 계속 노닥거리고 있기에 양심에 찔렸는지 인터넷 브라우저를 종료해 버리고,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실행했다.
일단은 자신감 상승을 위하여 온라인에서 적당한 제물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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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님께서 대전을 신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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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뭐야, 이 사람은!”
정다울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자신감 회복을 위한 희생양을 찾고 있었더니, 웬 온라인 초고수란 말인가!
온라인에서 그에게 굴욕과 훈계가 섞인 3연패를 안겨준 Player_SIN이었다.
정다울은 애써 그의 대전 신청을 무시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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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님께서 대전을 신청하셨습니다.
-Player_SIN 님께서 대전을 신청하셨습니다.
-Player_SIN 님께서 대전을 신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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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쫌!”
성질이 난 정다울은 빠르게 귓속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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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딴사람이랑 하세요. 지금 님이랑 게임할 기분 아니에요.
-Player_SIN: 게임할 기분이 아닌데 왜 접속했어?
-daul02: 그냥요.
-Player_SIN: 상대를 골라서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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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을 찔린 탓에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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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그렇게 하면 네 실력이 늘어?
-daul02: 지금은 연습 아니에요. 그냥 가볍게 게임하려고요.
-Player_SIN: 영혼 없이 게임할 거면 프로게이머 왜 해?
-Player_SIN: 방 만들었으니까 잔말 말고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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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피하고 싶었지만, 저런 말까지 들은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그가 만든 방으로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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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시작한다.
-daul02: 어?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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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울이 급히 만류했지만 상대는 게임을 강행했다.
‘댁 지금 종족 선택 잘못했다고, 이 양반아!’
Player_SIN이 선택한 종족은 신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