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변칙(2)
완벽한 하모니.
프리드리히 2세는 열기구 5척이 자신의 본진에 병력을 투하하는 광경을 보며 그런 감상을 느꼈다.
드롭 작전이 펼쳐지기 직전, 프리드리히 2세도 이변을 눈치 챘다.
혹시 이신이 준비 중인 게 투석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
그래서 드워프 관측병을 더 파견했는데, 이신의 삼엄한 경계 탓에 족족이 커트 당했다.
전장 전 지역에 석궁병이 1명씩 배치되어서 이신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었다.
이신은 그렇게 전 지역을 감시 하에 두며 프리드리히 2세의 시야를 캄캄하게 만들었다.
그걸로 의심은 더해졌고, 최소한 자신의 진영 인근이라도 감시할 수 있도록 드워프 관측병을 더 소환해 근처에 두었다.
그랬더니 드워프 관측병이 접근 중인 장창병을 발견한 것이다.
‘장창병?’
지금 상황에서 근접 병과인 장창병이 소환되었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열기구로 침투할 생각이었구나!’
빌어먹을, 하고 프리드리히 2세는 나직이 욕설을 했다.
투석기를 준비 중이라면 장창병을 소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영악한 젊은 친구가 자신을 깜빡 속여 버린 것이었다.
대처는 빨랐다.
모으고 있던 대포를 대거 본진으로 이동시켰다.
대포가 본진 곳곳에 띄엄띄엄 배치되어서 적이 열기구에서 내리는 족족 포화를 맞도록 했다.
그렇듯 발 빠른 대처는 프리드리히 2세의 실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신도 그 시점에서 의도를 들킬 것은 감수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타이밍 싸움.
이신도 빠르게 전 병력을 열기구 5척에 태워서 프리드리히 2세의 본진으로 돌입했다.
느릿느릿한 열기구도, 또한 이동 속도가 느리기 짝이 없는 대포도 두 사람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이신의 돌입과 프리드리히 2세의 대처, 둘 중 어느 쪽이 더 신속하냐의 승부였다.
드롭되기 직전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면 이신의 입장에서는 훨씬 쉬웠으리라.
하지만 이신은 프리드리히 2세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았고, 종이 한 장 차이의 타이밍 승부가 될 거라고 각오한 상태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신의 드롭이 펼쳐졌다.
거기서 이신은 자신의 모든 역량의 총아를 쏟아 부었다.
컨트롤, 판단력, 지형지물에 대한 이해력, 상대의 사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눈썰미.
석궁병은 대포의 사거리 바깥에 드롭되었다.
장창병은 대포의 지근거리에 드롭되었다.
열기구 5척이 다섯 갈래로 나뉘며 프리드리히 2세의 본진 전 지역에 골고루 병력을 투하했다.
그것도 한 번에 드롭하는 게 아니라, 병사 하나하나를 지정해서 정확무비하게 말이다.
프리드리히 2세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정밀 드롭.
한 지점에 병력을 모두 내리는 게 아니라, 수송수단이 계속 움직이며 하나하나 정확하게 내리는 드롭 플레이!
e스포츠 역사에서는 최환열이 발견한 일명 낙하산 드롭 컨트롤이었다.
프리드리히 2세로서는 당연히 문화 충격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그 많은 병사를 하나하나 지정해서 내리게 할 수 있다니.
그러려면 대체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얼마나 지시를 내리는 속도가 빨라야 한단 말인가?
‘머리 여럿 달린 괴물이라더니!’
본진 내부에서 펼쳐진 싸움은 이신의 완벽한 우세로 흘러갔다.
프리드리히 2세가 대포를 잘 배치해 수비를 짰지만, 이신은 그것을 보고 맞춰가면서 드롭과 동시에 최적의 진형을 만들어버렸다.
대포들은 장창병의 공격을 받아 제 기능을 못했고, 석궁병들은 대포의 사정거리 밖으로 도망 다니며 난동을 부렸다.
급히 전 병력을 본진에 투입해 진압에 나섰지만, 열기구가 다시 바깥에 다녀와서 추가 병력을 더 드롭했다.
모든 병과가 자신의 활약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드롭되어서 싸웠다.
프리드리히 2세는 자신의 본진이 삽시간에 붕괴되는 광경을 보며, 이신이라는 마애스트로가 지휘하는 교향곡이었다.
‘제길! 깜빡 속아버리다니!’
사전에 미리 준비했던 계략이었을까?
아니다.
그의 직감으로는 이신이 순간적으로 즉흥 전략을 펼친 거라고 느껴졌다.
‘내 드워프 관측병이 발각되었을 때였나?’
그 순간부터 특수 병영을 짓기 시작했다면, 시간이 얼추 맞아떨어진다.
미리 준비한 작전이었다면 보다 빠른 타이밍에 드롭이 펼쳐졌을 테니까. 물론 그랬으면 프리드리히 2세도 보다 빨리 눈치 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즉흥적으로 발휘한 변칙 전략이었기 때문에 속을 수밖에 없었나.’
어이가 없어서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이신의 솜씨가 너무도 대단했던 것이다.
감탄이 나오는 실력을 감상했기에, 도리어 즐거워졌다.
‘이래야지. 상대가 이쯤은 돼야 재미있지.’
프리드리히 2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패배를 선언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계약자 프리드리히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236,33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마력 총량이 3,377,10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첫승.
대결의 서막을 기분 좋게 연 이신이었다.
그레모리의 표정도 밝아졌으며, 참모 역할로서 함께 온 질 드 레도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반면에 1패를 한 상대측은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방금 전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던 솜씨의 공수작전(空輸作戰)이었다. 신출내기 계약자의 역량이 맞는 건가?”
악마군주 파이몬이 놀라워했다.
머리에 왕관을 썼으며 낙타에 탄 근엄한 왕의 행색을 한 악마군주 파이몬은 순수하게 이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았군.”
프리드리히 2세도 투덜거렸다.
사실 이신도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진 줄 알았다.’
프리드리히 2세의 대처가 매우 신속했기 때문이다.
본진으로 되돌아와 곳곳에 배치되고 있는 대포를 보며 아찔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열기구에서 병력이 내리자마자 사방에 고르게 배치된 대포의 포화를 맞아 싸 먹힐 것 같았다.
싸 먹힌 후에 프리드리히 2세가 즉각 역습에 나서면 이신은 그대로 패배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즉흥적으로 심리전 후 드롭 작전을 펼친 것을 후회했을 정도였다.
‘방금 싸움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한이군.’
열기구 5척이 5갈래로 나뉘며 정밀 드롭을 펼친 컨트롤은 그야말로 희대의 슈퍼 플레이였다.
공식 중계 경기에서 그 장면이 연출되었더라면 전 세계가 들썩거렸을 것이다.
철갑충차의 충격탄을 고속전차로 블로킹해버렸을 때에 비견될 정도의 슈퍼 플레이였으니까.
졌다 싶은 순간 이신은 거의 초인적인 컨트롤을 펼쳐 패색(敗色)을 억지로 극복해버린 것이다.
“주군, 정말 대단했습니다.”
질 드 레가 다가와 격찬을 했다. 관전했던 그 또한 흥분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싸움이었다.
“질 뻔했어. 다시는 하면 안 되겠군.”
이신은 반성이 재빨랐다.
심리전 걸고 올인 드롭을 한 1차전 전략은 다시는 쓰지 않기로 했다. 또 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덕분에 우리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고 1승을 했습니다.”
이번 전략 콘셉트의 핵심인 그리핀을 아직 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신이 프리드리히 2세보다 전략적으로 우세해진 셈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핀을 쓸 거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을 거다.”
이신의 그리핀 편대는 이미 마계에서 알음알음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2세라면 이미 이신이 그리핀 편대를 핵심으로 쓸 것을 예상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을 터였다.
“그래도 눈으로 확인한 것과 짐작만 하고 있는 것은 다르죠. 2차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질 드 레의 물음에 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똑같이 해야지.”
“초반에 주도권이 없는 탓에 심리전에 당했으니, 이번에는 달리 나올 수도 있겠군요. 그걸 알았으니 이번에는 어찌 대처할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도권이 없었던 탓에 전장 전체의 시야를 장악 당했고, 결국 열기구가 지척까지 도달하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그러한 교훈을 얻은 프리드리히 2세가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졌다.
그 대응 방식을 통해 프리드리히 2세의 스타일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 악마군주 파이몬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계속 할 거면 이제 슬슬 시작하지. 여기서 도전을 관둘 생각은 아닐 테고.”
이에 그레모리는 이신을 쳐다봤다.
이신은 준비가 됐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녀가 답했다.
“우리도 준비가 끝났다.”
“좋다. 전장도 배팅도 전과 동일하다.”
프리드리히 2세는 전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곳 제 1 전장 아스테이아가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10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주십시오.]“휴먼.”
“드워프.”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되었다.
이신은 아까 전과 똑같이 석궁병을 우선 모으는 빌드 오더를 택했다.
궁금한 것은 프리드리히 2세의 반응이었다.
‘1차전은 대포를 일찍 마련하는 빌드 오더를 따랐기 때문에 내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지.’
테크 트리를 올리는 데 치중하느라 드워프 총수를 몇 명 소환하지 않았다.
그러니 석궁병·방패병 등이 많았던 이신이 그를 거세게 압박했고, 프리드리히 2세의 시야를 전부 빼앗아버릴 수 있었다.
대포를 일찍 얻을 수 있는 대신, 그동안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동향 파악이 어려워진다는 장단점을 확인한 프리드리히 2세.
그걸 알았으니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그쪽도 분비한 빌드 오더가 한 가지는 아닐 테니까.’
이신의 짐작대로 프리드리히 2세는 1차전 때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드워프 총수가 일찍 소환되어서 바깥에 나왔고, 이신의 진영 근처까지 와서 압박을 했다.
그때 이신은 궁병 2명뿐이었기 때문에 맞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장간을 일찍 건설하고 무기 개발이 완료되자, 모아놓은 궁병들이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비로소 병력을 이끌고 진영을 나섰다.
프리드리히 2세는 드워프 총수가 6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이신이 콜럼버스까지 합세시켜서 밀어내자 그제야 드워프 총수들도 뒤로 물러났으나, 양측은 중앙 지역에서 계속 대립했다.
‘초반에 주도권을 아예 잃지는 않겠다는 대응으로 보이는군.’
전장에서 시야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위험성을 느꼈으리라.
이신이 얼마나 과감한지 보았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므로 정찰과 시야 장악을 충분히 해야겠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보여준 프리드리히 2세의 움직임은 이신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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