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6
536화 4위(1)
정면으로 방패병이 앞서고, 석궁병들이 뒤따르며 돌격했다.
그들은 대포의 포격을 받아내는 맷집 역할. 하지만 로흐샨이 이끌고 있으므로 허망하게 포화에 휩쓸리기만 하지는 않을 거였다.
그사이에 뒤따라온 투석기들이 적을 사정거리 안에 둔 위치에서 다시 조립을 개시했다. 마르몽이 투석기를 이끌고 위치와 각도를 쟀다.
우익(右翼)을 맡은 기사단은 서영이 앞장서서 오른편에서 적의 옆구리를 쳤다.
어디 그뿐인가?
좌측에서 5척이나 되는 열기구가 나타나 적에게 향했다.
토털 어택!
모든 병과가 제 역할을 맡아 참여한 총공세였다.
심지어 1마리밖에 소환하지 않은 그리핀마저도 그 틈을 타서 적의 마력석 채집장을 공격했다. 등에 탄 2명의 석궁병이 일하는 드워프 광부들을 쏘며 괴롭혀 프리드리히 2세의 신경을 거슬렀다.
종합적인 총공세에 프리드리히 2세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당황 말고 대응해라!’
퍼퍼퍼펑!!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콰앙! 콰르릉!
“으악!”
“악!”
앞장서서 달려들던 방패병과 그 뒤의 석궁병들이 죽어나갔다.
‘총수들은 열기구를 최우선으로 격추시킨다!’
아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수단이 열기구임을 바로 알아차린 프리드리히 2세였다.
하지만 총공세가 펼쳐지는 와중이라 드워프 총수들은 열기구에만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이신은 1차전에서 선보인 바 있었던 낙하산 드롭 컨트롤을 혼신의 힘을 다해 펼쳤다.
열기구들이 제각기 5갈래로 날아가며 대포들의 머리 위에 장창병들을 떨어뜨린 것이다.
아군 속에 장창병들이 내려와 뒤섞이자 드워프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
대포들도 아군과 섞여 있는 장창병들에게 포격을 가할 수가 없었다.
이는 SC로 치자면 괴물이 하늘군주에 병력을 실고 인류의 기동포탑 머리 위에 드롭시키며 싸우는 플레이였다.
뒤엉켜서 포격을 하면 자기편까지 포화에 휩쓸려 공멸하도록 하는 전법!
거기서 가장 어려운 플레이가 있다.
바로 하늘군주에 타고 있는 괴물주술사를 정확히 골라서 드롭시키고, 내리자마자 흑안개를 펼치는 것.
상대도 괴물주술사를 최우선으로 죽이려 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정확도가 요구되는 최고난도 플레이였다.
이신도 이와 비슷한 플레이를 펼쳤다.
바로 마법사!
5척의 열기구 중, 마법사 3명이 타고 있는 열기구를 정확히 골라냈다.
마법사를 모두 내렸다.
내린 즉시 파이어 스톰을 사방에 펼치게 했다. 그때 지시를 내린 이신의 순발력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파이어 스톰!”
“파이어 스톰!!”
“파이어 스톰!”
마법사들이 마법을 일제히 펼쳤다.
화르르르르르륵!!!
화르르르!
그야말로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각각 1방씩 마법을 펼친 마법사들은 곧바로 드워프 총수들의 총에 맞고 몰살당했다.
하지만 이미 펼쳐진 마법으로 인하여 프리드리히 2세의 진열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전군 후퇴!’
다급히 병력을 퇴각시키는 프리드리히 2세.
‘또 당했나.’
패퇴하는 그의 군대가 뒤쫓는 이신의 먹잇감이 되었다.
대포는 이동속도가 느려서 도주할 수 없었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맥없이 파괴됐다.
‘그 열기구에 또!’
또다시 적재적소에 병사를 골라서 떨어뜨리는 열기구 전술이었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패퇴한 프리드리히 2세에게 또 악재가 겹쳤다.
12시에서 깐죽거리던 그리핀 1마리가 기어코 그쪽 마력 채집을 마비시켜버린 것.
그로 인해 만회할 수 있는 여력을 대폭 상실해버렸다.
전투에 신경 쓰기도 바빠서 거기까지 미처 손이 닿지 않았던 결과였다.
‘정말 강하다.’
프리드리히 2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신은 너무나 강했다.
‘내가 그린 그림 안에 가둘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가 그린 시나리오를 강제로 파괴하고 밀어붙이는 야성적인 공격력!
특히나 열기구 전술은 현재로서는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한 번 승기를 잡자, 이신의 진가가 드러났다.
다쳐서 약해진 먹잇감의 숨통을 끊는 것은 이신의 주특기였다.
전선이 무너진 틈을 타서 이신이 계속 거칠게 맹공을 퍼부었다.
12시, 앞마당, 본진, 연타로 공격이 펼쳐졌다.
상대가 그 3곳을 동시에 커버할 여력이 없다는 걸 알고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삽시간에 프리드리히 2세의 진영은 너덜너덜해졌다.
결국…….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계약자 프리드리히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3,303,966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4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3,243,329로 악마군주 파이몬님께서 서열 5위가 되셨습니다.]마침내 서열이 뒤바뀌었다.
“끄응, 졌나.”
악마군주 파이몬은 침음을 삼켰다. 그도 자신의 계약자가 어떻게 패전했는지를 보았다.
“하아, 피곤하군.”
프리드리히 2세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실력을 겨루는 승부에서 상대에게 박살나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오늘 벌써 1승 4패였다.
“계속 하겠다면 같은 전장 같은 배팅으로 하자.”
그레모리가 그들에게 통보했다.
프리드리히 2세는 고개를 저었다.
‘무리다.’
더 싸워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신은 새로운 물결이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싸워서 잇달아 적을 격파했다.
극도의 정교함!
교전 시 보여주는 비정상적으로 디테일한 병력의 움직임은 통상적으로 훈련된 군대로 펼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게 군대의 지휘관이 아닌, 계약자의 진정한 힘인가.’
병사 하나하나를 전부 조종하는 계약자의 지배력!
어쩌면 이신이 계약자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렵겠군?”
악마군주 파이몬이 프리드리히 2세에게 물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다. 당분간은 이길 수가 없겠군.”
“그 정도라고?”
“잘 봐둬.”
프리드리히 2세는 이신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자기 악마군주를 1위로 올릴 친구야. 아무도 못 이겨. 나폴레옹도, 알렉산드로스도, 테무친도. 난 군대를 다시 훈련시켜야겠어. 최소한 저 친구와 또 마주쳤을 때 상대는 되도록 해야 하니까.”
파이몬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자신의 계약자가 이 정도의 극찬을 한 경우는 여태껏 없었다.
아니, 극찬을 넘어 두려움과 경외마저 보였다.
‘그레모리가 마계 최고 서열에 등극한다고?’
그런 상상을 해본 파이몬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마계에 큰 격변이 일겠군.”
아가레스나 바알 같은 전통의 대군주가 아닌, 바닥에서 올라온 그레모리의 최고 서열 등극.
그 성공 신화는 많은 악마를 자극시킬 것이다.
* * *
‘역시나 이렇게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5차전 마지막 전투는 이겨도 져도 이상할 것 없었다.
이신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컨트롤로 승리를 거뒀다.
프리드리히 2세에 대한 해법은, 드워프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빠르고 정교한 전투였다.
하지만 이 승리는 프리드리히 2세가 이신처럼 싸우는 계약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을 못한 것이다.
일단은 이신의 승리였지만, 프리드리히 2세는 돌아가면 이신에 대한 맞춤으로 군대를 훈련시킬 것이다.
‘그럼 더 강력해진 프리드리히 대왕과 싸우게 되는군.’
그건 상당히 겁나는 일이었지만, 이신은 도리어 더 즐거워졌다.
아무렴, 그래야 재미가 있다.
“약속을 지켜야지.”
프리드리히 2세가 문득 이신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어느 약속 말입니까?”
“자네는 운이 좋았네.”
프리드리히 2세는 품속에서 플루트를 꺼냈다.
그제야 이신은 승부에서 이기면 그의 연주를 듣기로 했던 일이 떠올랐다.
“자네의 행보를 지켜보겠네.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되네.”
그 말은 프리드리히 2세의 패배 선언이었다.
더불어 이신이 1위를 향해 도전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당분간은 프리드리히 2세 측의 도전을 받을 걱정은 없다는 뜻이었다.
이윽고 프리드리히 2세는 연주를 시작했다.
인간이 펼칠 수 없는 연주였다.
* * *
한니발과 프리드리히 대왕을 이긴 뒤에 잠시 휴식 삼아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잠에서 깨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예, 열심히 준비 중이고요. 이번에는 정말 금메달 따려고요. 은메달만 벌써 2개인데 이건 좀 아니잖아요?”
박영호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 소리였다.
‘저 녀석은 정말 질리지도 않는 건지.’
시즌 오프가 되자 먹고 자고 방송만 하는 박영호.
그러면서 방송 끝나면 홀로 그랑프리에 대비한 연습까지 하니, 실로 독한 근성이었다.
“예예, 많은 격려의 말씀을 주시네요. 어차피 또 은메달, 와꾸가 이미 져 있다, 이신 구두나 닦게 생겼다 등등. 감사합니다. 블랙 넣어드릴게요.”
박영호는 한 차례 시청자들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넣으며 학살을 벌였다.
“밥 안 먹어?”
방송 중인 박영호의 등 뒤에서 이신이 말을 건넸다.
방송 하는데 괜히 방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 반대였다.
-ㅅㅇㅅㅇ
-ㅅㅇㅅㅇ
-ㅅㅇㅅㅇ
-ㅅㅇㅅㅇ
-ㅅㅇㅅㅇ
시청자들의 알 수 없는 초성체 채팅이 범람했다.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뭔 소리야?”
“신이시여.”
“…….”
그랬다.
박영호의 개인 방송 시청자들은 캠에 이신이 출연하면 그저 좋다고 난리였다.
“밥 먹을 때 되긴 됐지. 여기 앉아봐. 뭐 먹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그리고 박영호는 이신을 억지로 옆자리에 앉혀놓고 둘이 함께 나오도록 캠을 조정했다.
박영호는 이신과 같이 사는 덕에 파프리카TV 시청자 순위 1위를 기록한 BJ였다.
“일하는 사람이 먹을 거 해놓고 갔어.”
“에이, 좀 특별한 거 먹자. 만날 집 밥이냐?”
-먹방 가자!
-이신 형님 먹방 좀 해주세요.
-먹방 각
-신님 금메달 따세요. 영호는 은메달이 어울려요.
-캬, 금메달 은메달이 한 캠에 모여 있네.
-방종 하지 마ㅠㅠ
-ㅇㅅㅇㅅ
-ㅇㅅㅇㅅ
시청자들은 이신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역시나 이신은 치트키였다.
이신의 등장 하나로 시청자 반응이 갑자기 좋아지자 박영호는 승냥이처럼 눈을 빛냈다.
“요리 콘텐츠 어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요리를 하면 형이 먹고 평가하는 거야. 그리고 점수를 내는데, 10점 만점에 10점이 나오면 시청자 분들이 나한테 별사탕 1천 개를 쏘는 거지! 9점이면 9백 개, 4점이면 4백 개.”
“…….”
이신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또 별사탕 유도냐?
-징한 놈이다.
-응 안 쏴
-우리가 왜 쏘냐?
-나왔다 뻔뻔 괴물.
-또 이신 팔이 시작이냐ㅋㅋ
-저 사람이 바로 이신 모기 BJ인가요?
시청자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실 세계에서의 휴식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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