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9
539화 테무친(2)
승부사 테무친은 유리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공세를 퍼부었다.
오로지 마력이 모이는 대로 병력만 모아 공격을 보냈다.
더 이상의 발전을 포기한 채 공격에 목숨을 건 듯한 운영이었지만, 이신의 상황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이신은 많이 희생된 노예도 충당해야 했고, 그러면서 병력도 모아 방어에 투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오크궁기병들의 침투로 인해 노예를 잃은 것이 이신을 계속 가난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신은 질기게 버텼다.
일단 공병이 소환되어 투석기가 재가동되면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방어선이 뚫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병영 건설.’
이신은 노예 한 명을 시켜 앞마당 앞에 병영을 건설케 했다.
화살탑과 함께 병영 건물이 들어서면서 앞마당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좁아지는 심시티 디펜스였다.
좁아진 통로는 서영이 지키고 서서 처절하게 싸웠다.
“다 덤벼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서영의 능력 평정심을 사용합니다.] [본인 및 아군을 각종 혼란에서 회복시킵니다.] [주변 아군의 사기와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장판파의 장비가 이러했을까?
서영은 밀려드는 오크의 기병을 상대로 길목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물론 콜럼버스에 빙의한 이신의 치유 능력이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 붓는 치유 능력에도 마력이 소모되었다.
게다가 테무친은 교묘하게도 오크창기병으로 서영을 공격하면서, 오크궁기병으로는 방어에 동원된 이신의 노예들을 야금야금 쏴 죽였다.
병력 소모는 테무친이 더 컸지만, 누적 피해는 이신이 더 컸다.
범인(凡人)의 시각으로는 무모한 공격을 고집한다고 볼 수 있지만, 테무친은 이 전투가 자신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을 할 줄 알았다.
‘역시 서열 3위인가.’
너무도 단순명쾌하고도 신속한 기습 공격에 도리어 이신은 크게 허를 찔렸다.
그 후에 계속 몰아쳐서 드러난 빈틈을 파고드는 솜씨도 일품!
결국 새로 소환된 공병이 방치되었던 투석기를 잡음으로서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미 이신은 피해가 심각해져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졌군.’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이신은 이번 1차전에 더 미련을 갖지 않았다.
다만 2차전에 대해 생각도 하고, 테무친에게 피로도 누적시킬 겸 항복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했다.
이신은 이미 승부를 포기했으므로 부담될 게 없었지만, 테무친으로서는 완전한 승리의 순간까지 방심하면 안 되는 것.
단순히 테무친을 피곤하게 만들려는 항전이었지만, 이신은 하고 싶은 대로 실험적인 전술을 많이 시도해보았다.
예를 들면, 오크궁기병에게 막힐까봐 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리핀 편대였다.
앞마당을 겹겹이 심시티로 틀어막아놓고 투석기도 배치해 방어를 해놓았다.
그리고는 안심하고 그리핀 편대로 마음껏 전장을 휘저었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더 테무친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오크궁기병이 전장 곳곳에 퍼져서 대규모의 지대공 방어선을 만들었는데, 이신은 그리핀 편대로 그 방어선을 피해 다니며 약한 곳만 골라 야금야금 피해를 입혔다.
스릴을 즐기고 얄밉게 치고 빠지며 상대를 괴롭히길 좋아하는 이신다운 플레이.
승부를 포기한 이신으로서는 거의 취미였는데, 이걸 일사불란하게 막아내는 테무친으로서는 골치가 아팠다.
‘아냐. 어차피 내가 이긴 싸움인데 심력 낭비를 할 필요가 없지.’
테무친도 이신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최상위권 계약자들끼리 대결할 때 흔히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였다.
한두 판의 싸움으로 끝나는 승부가 아니므로, 상대의 정신적 피로를 노리는 계략도 당연히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테무친은 알았다.
‘모기에게 물린다고 죽지 않는다. 확실한 승리만 만들 뿐이다.’
테무친은 전장 전체를 철저히 감시하며 이신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꽁꽁 가둬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2곳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했다.
그렇게 마력 채집량에서 큰 격차를 만들어놓고는, 병력이 소환되는 전사양성소 건물을 일제히 중앙 지역으로 옮겼다.
중앙에서 병력을 뽑아 바로 이신을 치러 갈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그리핀 편대가 교묘하게 전장 곳곳을 누비며 활약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 피해 가지고는 승부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결과 테무친의 지대공 방어선은 아까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세를 지킬 뿐 거기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는 테무친의 판단은 정론.
하지만 지대공 방어선이 느슨해지자 그리핀 편대의 활동 반경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신은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역전을 노리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테무친을 어떻게 더 괴롭혀줄지 아이디어가 샘솟게 된 것이었다.
‘옳은 선택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군.’
차라리 지대공 방어선을 더욱 철저하게 해서 그리핀 편대를 못 움직이게 봉쇄했더라면 답답한 건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이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해볼 여지를 남겨준 것이다.
다름 아닌 이신에게 말이다.
이신은 마력을 쥐어짜서 열기구 1척과 마법사 2명을 소환했다.
본진의 마력석은 이미 고갈됐고, 앞마당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신은 예술적인 마력 관리로, 장창병까지 다수 소환했다.
작전을 구사할 말들이 준비되자 마침내 이신이 움직였다.
그리핀의 위에 석궁병이 내리고 대신 장창병들이 올라탔다.
그리고 마법사 2명을 태운 열기구 1척과 함께 움직였다.
그리핀 편대가 출현하자 테무친은 습관처럼 오크궁기병들을 보냈다.
하지만 그리핀 편대는 오크궁기병이 접근하자 평소처럼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다 죽여 버려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이존효가 능력 광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아군이 광기에 휩싸여 공격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그리핀 편대의 새로운 수장인 이존효가 포효했다.
“취이익!”
“취익!”
근접전에 약한 오크궁기병들은 장창병들이 탄 그리핀 편대의 돌격에 당해 크게 격파 당했다.
그제야 테무친도 그리핀 편대에 장창병들만 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교묘한 속임수를…….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책략은 아니었다.’
테무친은 다시 오크창기병들도 내보내 오크궁기병과 합세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교전이 펼쳐졌는데, 이번에는 다시 석궁병들을 태워 U턴 샷으로 치고 빠지는 이신이었다.
그리핀 등 위에 석궁병과 장창병을 교대로 태우며 교전에서 이득을 거두었다.
이신은 그렇게 계속 테무친을 자극시켰다.
노한 테무친이 총공격을 했다가 병력을 꼬라박게 만들려는 목적!
‘계기를 만들어주지.’
드넓은 중앙 지역의 벌판에서 싸우면 이신이 어떻게 해도 테무친을 이기기란 무리였다.
그래서 이신은 한정된 공간으로 테무친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건 간단했다.
블링크로 외벽을 건너뛰어 밖으로 나온 콜럼버스가 9시 지역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력이 고갈된 이신이 새로운 마력 공급원을 갖는 것은 테무친이 매우 꺼리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이신의 도발에 자극을 받았던 테무친은 9시를 치는 데 전 병력을 동원하는 결단을 내렸다.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 대군이 9시로 몰려들었다.
그리핀 편대가 마중 나와서 U턴 샷으로 대응했지만, 인해전술로 밀려드는 대군을 막기란 무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테무친의 군세가 9시에 진입했을 때였다.
‘전군 진격!’
이신도 칼을 뽑아들었다.
본진에 틀어박혀 있던 투석기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신의 본진은 7시.
7시 앞마당에서 대기하고 있던 투석기들은 바로 옆인 9시의 진입로까지 금방 치고 나왔다.
그리고는 일제히 재조립!
9시로 밀고 들어왔던 테무친의 병력들이 도리어 9시에 갇힌 결과를 낳았다.
그제야 테무친은 이신의 의도에 말려들었음을 깨달았다.
‘뒤돌아 투석기들을 격파해라!’
기마군단이 일제히 투석기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히려 투석기들이 바깥으로 나온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대회전이 펼쳐졌다.
투석기들이 일제히 바위를 쐈다.
9시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던 터라, 오크 기마군단은 날아오는 바위를 피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존효를 비롯한 장창병들은 투석기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리핀 편대는 언덕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U턴 샷을 펼쳤다.
이신은 콜럼버스에 빙의하여서 치유 능력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
열기구를 타고 온 마법사들이 파이어 스톰을 잇달아 펼쳤다.
화르르르르르!!!
화르르르르!!
이신의 모든 병과가 완벽하게 맞물려졌다.
결과는 놀랍게도 압도적인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신의 대승이었다.
이신 역시 살아남은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테무친은 전멸!
기적처럼 모든 게 완전하게 맞아떨어진 대승!
이신은 비로소 역전의 희망을 느꼈다.
역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빼라, 테무친.’
이신은 그저 기도했다.
테무친이 중앙으로 옮겨놓았던 전사양성소 건물들을 다시 뒤로 빼라고.
병력을 모두 잃는 바람에 중앙 지역으로 옮겨놓았던 건물들까지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그가 생각하길 바랐다.
건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면, 그 동안 테무친의 추가 병력 소환이 중단된다.
그러면 그 사이에 이신은 마력석 채집장을 여러 곳에 가져가고 진영을 재정비해 대등한 상태로 테무친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다.
대승을 거두긴 했으나 이신도 더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테무친의 오판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테무친이 대패로 멘탈이 나간 상태라면 충분히 오판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테무친은 정확한 결단을 내렸다.
대패의 충격에 정신이 나간 것은 이신의 생각대로였다.
테무친은 병력 태반을 잃어 자신이 갑자기 불리해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이 드넓은 중앙의 평원에서 유목민족이 싸워보지 않고 도망친다?
이미 충분히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던 테무친은 거기까지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기마병의 장점을 살려 어떻게든 대적해보겠다는 의지였다.
상대인 이신도 그 어려운 상황에서 절묘한 대승을 거두지 않았나?
‘나도 의지를 보여주마.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 네게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패전을 당하는 바람에 자신이 불리해졌다고 정신적으로 위축된 것까지는 이신이 의도한 대로.
하지만 테무친은 그래도 안 물러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였다. 그게 그를 살렸고, 이신의 희망을 꺾었다.
테무친의 착각과 달리, 이신은 중앙 지역까지 밀어붙일 여력이 전혀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이신이 공격해오지 않자, 비로소 테무친도 냉정을 되찾았다. 자신이 아직 한참 유리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테무친은 역습을 펼쳤고, 이신은 패배를 선언했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1차전은 손에 땀을 쥐어야 했던 극적인 명승부로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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