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0
540화 테무친(3)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마력 총량이 3,520,00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253,966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1차전은 패배하고 말았다.
사실 초반에 벌어진 테무친의 과감한 기습이 성공했을 때 이미 승기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초반에 입은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큰 격차로 이어지는 법이니까.
그걸 역전하기 직전까지 끌고 간 이신의 역량이 대단한 것이었다.
이신은 패배는 잊고 이어질 2차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있었다.
그레모리가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카이저, 안 좋은 소식이에요.”
“무슨 일입니까?”
“전에 파이몬과 겨뤘을 때 서열이 바뀌자마자 그가 승복하고 물러난 걸 기억하시나요?”
“예.”
프리드리히 2세는 서열 4위의 자리를 빼앗기자 이신과의 실력 차이를 인정하고는 도전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파이몬이 일찍 물러난 탓에 저와 그의 마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려다가 이신은 순간 아차 싶었다.
그레모리는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
“테무친이 지금 소원으로 마력을 요구하면 전 서열 5위로 하락해요.”
이신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문제.
바로 아래 서열인 5위와의 마력 총량이 얼마 나지 않는 것!
때문에 1차전에서 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대결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했던 이신으로서는 그걸 미처 몰랐다.
“왜 1차전에서 지면 안 된다고 진작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겁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매번 최선을 다 하시는 것을 아니까요. 무엇하러 그런 말로 부담을 더 드리겠어요?”
그레모리의 말에 이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미리 들었더라면 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이다.
패배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이신이 대충 싸운 것은 아니었다.
1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명제가 붙었으면 이신은 필살 전략을 첫 판부터 꺼내야 하는 등의 무리수를 둬야 했을 테니까.
그런 부담은 다전제 승부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번 도전은 실패군요.”
이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실패라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거리가 먼 단어를 꺼내기가 어색했다.
“아쉽지만 그럴 때도 있는 법이에요. 그동안 너무 급하게 달려왔으니 때로는 잠시 물러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레모리가 이신을 위로했다.
마력을 잃고 서열이 강등되는 것은 그녀였지만, 누구보다도 승부에 집착하는 이신의 성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측도 그들의 사정을 알아차린 듯했다.
악마군주 발라파르와 테무친도 무언가 신중하게 상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마력에 무척 민감한 악마군주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리 방대한 마력을 지녔어도 단 1마력도 아까워하는 족속들이 바로 악마였다.
이신은 문득 그레모리에게 제안했다.
“제가 마력을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이신도 10만에 달하는 마력을 지녔다. 최하위급 악마군주에 맞먹는 엄청난 마력인데, 이신은 이 마력에 대해 전혀 욕심이 없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레모리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녀가 설명했다.
“마력은 모든 악마에게 소중한 것인 만큼, 악마군주인 제가 다른 이에게 마력을 빌린다는 것은 평판이 크게 실추되는 일이에요. 처벌의 의미로 권속에게서 마력을 빼앗는 일은 있어도요.”
그렇듯 단호하게 말하니 이신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이 돈 빌려달라고 찾아오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가.’
이신은 지인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그런 일이 없었으나, 나이가 어려 돈 관리를 못해 피해를 본 선수들은 꽤 보아왔다.
때마침 테무친 측도 결론이 나온 모양이었다.
테무친이 이신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는 우선 이신을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멋진 승부였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한 방씩 주고받은 명승부였다.
멋진 패배 따윈 없다는 게 이신의 지론이었지만, 재미있는 싸움이었음은 인정했다.
“완승을 거뒀다면 모를까, 이런 싸움을 해놓고 발을 빼버리면 내가 겁을 먹었다는 오해를 살지도 모르는 일이지.”
“…….”
테무친은 이어서 그레모리에게 말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여, 저는 소원으로 당신의 치유의 권능을 원합니다.”
그 요구에 그레모리는 깜짝 놀랐다.
이신 역시 놀랐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테무친은 저런 사람이었다. 우직하고 강인했다.
“정말 그거면 되겠느냐?”
“마력은 얼마든지 얻을 방법이 있으나 당신의 권능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열전은 끝이 없지만 오늘처럼 즐거운 대결은 흔치 아니합니다. 이 보르지긴 테무친은 오늘 당신의 계약자와 자웅을 겨룰 겁니다.”
“좋다. 너의 투지에 경의를 표하며, 나의 권능을 흉내 낼 수 있는 보구를 주겠다.”
이윽고 그레모리는 반지 하나를 꺼내 테무친에게 건네주었다.
“사용법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테무친은 양손에 끼워진 3개나 되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폴레옹도 반지가 많았지.’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소원으로 얻은 보구가 많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서 테무친의 소원은 그레모리의 치유의 힘이 담긴 반지로 끝났다.
그레모리는 여전히 서열 4위였으며, 이신은 테무친과의 대결을 속행할 수 있었다.
이제 2차전이 시작될 차례였다.
“조심하게, 젊은 친구. 이번에도 지면 패장으로 돌아가야 하니. 나 또한 2연승이라면 자랑스러워해도 될 테고.”
테무친이 이신을 도발했다.
이신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이길 생각입니다.”
“기대되는군.”
전장과 배팅 마력은 그대로였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5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오크.”
“휴먼.”
2차전이 시작되었다.
* * *
이신의 진영은 1시였다.
이번에도 지면 정말 패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었다.
‘콜럼버스.’
“예, 출발합니다!”
이름만 호명해도 콜럼버스는 알아서 정찰에 나섰다.
언제쯤 자신이 정찰하러 떠나야 하는지 타이밍을 다 알고 있는 콜럼버스였다.
이번에도 정찰 운은 따랐다.
11시로 먼저 갔던 콜럼버스가 테무친의 진영을 발견한 것이다.
1시와 11시.
서로 가로 거리라 대각이었던 1차전과 달리 양진영이 가까웠다.
초반에 공격당할 염려가 더 커졌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테무친은 자신이 있는 것인지 이번에도 오크 전사를 소환하지 않았다.
병력을 소환 중이면 건물이 빛나야 하는 전사양성소가 잠잠한 채로 있었던 것.
‘또 바로 오크창기병이나 오크궁기병부터 소환하겠다는 것이군.’
어차피 오크의 시작과 끝은 기병.
기병이 나오기 전까지의 오크는 프롤로그에 불과했다.
테무친은 바로 본론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초반의 잔수작 같은 책략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강직한 성격으로 보아 기마군단만 갖춰지면 싸워서 안 진다는 생각이겠지.’
확실히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의 조합은 강력했다.
그 조합 하나로도 오크라는 종족에 매력을 느낀 적도 있었으니까.
다만 다채로운 전략과 조합을 좋아하는 이신에게 오크는 그저 기마군단 하나로 끝나는 뻔한 종족이라 취향이 아니었지만, 우직한 데다 유목 민족 출신이었던 테무친에게는 취향 저격이었을 것이다.
‘좋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물론 이신은 강렬한 프롤로그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반에 살짝 찔러봤자 큰 이득을 거두기 어려웠다.
이신은 상대의 정찰을 쫓아낼 용도로 궁병을 로흐샨 1명만 소환했다.
그 뒤로는 테크 트리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
특수 병영 건설, 이어서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 구축, 동시에 앞마당에 참호를 건설해 방어까지.
이신의 테크 트리가 무난하게 흘러갔다.
“주군, 오크창기병이 또 늦는뎁쇼?”
정찰하던 콜럼버스의 보고였다.
콜럼버스는 오크창기병의 존재만 확인하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 계산상 지금쯤 소환 완료 되었어야 할 오크창기병이 또 나오지 않았다.
전사양성소에 빛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병력을 소환 중이긴 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오크궁기병 같습니다.”
‘알았다, 이만 물러나.’
“예!”
오크궁기병이 나타나면 콜럼버스라도 따돌릴 수 없으므로 미리 도망치게 했다.
‘이번에도 오크궁기병을 먼저 소환하는군.’
1차전에서는 오크궁기병 4기로 기습을 펼쳐 이신에게 큰 타격을 입혔던 테무친이었다.
역시나 테무친은 오크궁기병을 선호했다.
활을 쏘고 빠른 기동성으로 후퇴하며 히트 앤 런을 반복하는, 이른바 스웜 전술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듯했다.
스웜 전술은 몽골을 비롯한 유목민족들을 전투 민족 취급을 받게 만든 공포의 전술이었다.
바야투르도 이 수법을 기본기로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대처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역시나 투석기였다.
하지만 이신은 그게 테무친이 원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투석기는 기동성에 약점이 있으므로 주로 방어에 쓰인다.
투석기가 주력이 되면 이신은 바깥으로 나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중앙 지역의 주도권을 꽉 쥔 채 이신이 웅크리고 있게 해놓고는 여기저기 확장하는 시나리오가 오크로서는 가장 편할 터였다.
‘이번에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이신은 투석기 대신 기사를 먼저 소환했다.
뿐만 아니라 대장간 건설, 무기 개발까지 완료하고서 석궁병을 모았다.
기사+석궁병의 조합으로 오크궁기병과 힘겨루기를 할 심산이었다.
중앙 지역을 테무친에게 내준 채로는 소극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건 도무지 이신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테무친은 이신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오크궁기병만을 모으고 있었다.
초중반까지는 오크궁기병의 스웜 전술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병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이신은 출진했다.
기사는 서영을 포함하여서 3기.
석궁병은 로흐샨을 비롯하여서 12명.
거기에 콜럼버스를 포함시킨 전 병력이었다.
빈집털이를 당하지 않도록 앞마당에 참호를 건설해 방비를 해놓고는, 이신은 싸움에 나섰다.
“취익! 먹잇감들이 밖으로 나왔다!”
오크궁기병 한 명이 이신의 군대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1차전에서도 독화살 능력으로 활약했던 테무친의 사도 크룩크스였다.
오크궁기병이 떼 지어 달려왔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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