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정상(4)
본래 투석기를 쓰기 좋은 전장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투석기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기사를 선택해서 타이밍을 살짝 꼬았다.
투석기가 없기 때문에 이신의 군세는 진격이 빨랐다.
‘일단 9시.’
12시에서 9시까지 이르기까지 마룡이 기습하지 좋은 지형이 4군데 있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이 4군데를 십분 활용하여 4차례의 기습과 후퇴를 반복하면 이신은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린 특단의 조치가 투석기 대신 기사였다.
보다 빠른 타이밍에 치고 나와서 4군데 중 2곳을 무사통과한 것이다.
‘어차피 분해하고 조립하고 반복할 시간도 없다.’
시간을 더 내주면 알렉산드로스가 여러 곳에서 파먹은 마력으로 마물 대군을 쏟아낼 터였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였다.
꺼렸던 1, 2번째 포인트를 무사통과.
이신이 의도한 결전 장소는 3번째 포인트였다.
중앙 지역에 인접한 3번째 포인트는 그나마 지형이 넓어서 싸우기 좋은 편이었다.
최소한 이곳에서 승부를 내야 대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이신은 내다보았다.
“크르릉!”
“컹컹!”
헬하운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알렉산드로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헬하운드와 마룡이 조합된 군대가 당당하게 그를 맞이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수비하며 시간을 버는 지연전보다는 그답게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그럴 줄 알았지만.’
이신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미래가 없이 온 마력을 쥐어짜서 마련한 병력이었다.
여기서 적을 크게 깨뜨리고도 모자라 8시, 9시를 전부 밀어야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
필사의 각오를 한 이신의 공격은 몹시도 날카로웠다.
알렉산드로스도 정면으로 마주 달려들었다. 그답게 위풍당당한 기세였다.
[계약자 알렉산드로스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300마력이 소모됩니다.] [사용자가 선두에 섰을 때 휘하 병력의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선두에서 빠르게 달리는 헬하운드가 알렉산드로스가 빙의한 사도인 모양이었다.
선두에서 달려들면 당연히 공격을 집중 받아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빙의한 헬하운드는 측면으로 달려서 공격을 받지 않고도 ‘선두 판정’을 받았다.
그를 쫓아 헬하운드들은 좌측면으로 달렸고, 마룡들은 반대로 우측으로 비행했다.
양방향에서 일거에 덮치겠다는 뜻이리라.
헬하운드를 총알받이로 던져주고, 마룡으로 공격해 피해를 입히는 전술이었다.
이에 맞춰서 이신은 방패병·장창병·기사를 헬하운드들에게 보내고, 석궁병으로 마룡을 사냥할 준비를 했다.
헬하운드가 먼저 달려들었고, 시간차로 마룡들도 날아들었다.
이신은 총력을 다 쏟았다.
이존효가 광기를 터뜨려 주변 아군의 공격력을 강화했고, 서영이 평정심을 써서 정신력과 방어력을 높였다. 로흐샨은 지휘 사격으로 마룡 1마리를 원 샷에 즉사시켰다. 이신도 콜럼버스에 빙의하여 치유 능력을 펼쳤다.
그런데 그때, 알렉산드로스의 마룡들도 춤을 추었다.
화르르르!!
화르르르륵!
마룡들이 불을 뿜는 순간, 이신 측에서 3명이 동시에 즉사하였다. 그 중에는 석궁병 2명과 함께, 콜럼버스에 빙의해 있던 이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윽!’
죽는 순간 빙의가 풀렸지만 잠시나마 뜨거움 화염을 맛봤던 이신은 정신적으로 동요했다. 이게 빙의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하지만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병력 컨트롤에 집중했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화르르르르!!!
마룡들의 불길이 정확하게 석궁병 3명에게 골고루 집중되었다.
“크아악!”
“으악!”
“으아아!”
석궁병 3명이 또 단번에 즉사!
‘3점사?’
놀랍게도 알렉산드로스는 마룡들을 세 편대로 나누어 지휘하고 있었다.
본인은 계속 헬하운드에 빙의한 채로 선두 판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도 말이다.
세 편대가 석궁병을 하나씩 타깃으로 잡고 집중 공격하니, 한 번 공격에 3명씩 죽여 나가고 있었다.
3명, 6명, 9명…….
급속도로 줄어든 석궁병의 숫자에 이신은 정신이 멍해졌다.
물론 마룡도 죽었지만 석궁병의 피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첫 공격에 이신을 처치해 치유 능력을 막았고, 공격력 20% 증가라는 무시무시한 고유 능력의 효과이기도 했다.
‘후퇴!’
이신은 즉각 후퇴를 명했다.
다행히 지상전에서는 방패병·장창병·기사가 헬하운드들을 거의 몰살시킨 상태였다. 앞장서서 싸운 이존효의 용맹이 빛을 발한 덕이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마룡과 싸울 수 있는 건 오로지 석궁병뿐.
석궁병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탓에 전투를 강행하기 어려웠다.
패퇴하는 이신의 부대를 마룡들이 맹렬히 추격했다. 한 번 기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서워지는 알렉산드로스였다.
그 순간 이신은 재치를 발휘했다.
‘서영, 기사단을 끌고 9시를 쳐라.’
“옛!”
서영은 다른 기사 2명과 함께 말머리를 돌려 9시로 달렸다.
아마 9시는 무방비 상태일 터.
기사 셋이 들이닥치면 거기서 일하던 클로들이 학살당할 수 있었다.
그걸 막으려면 마룡들이 추격을 포기하고 기사들을 쫓아가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번 사이에 이신은 추가 소환된 석궁병과 합류하여 다시 진격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다시 빙의하여 치유 능력을 펼치기 위하여 마르몽도 이미 소환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이신의 생각과 달리 마룡들은 기사들을 쫓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후퇴하는 이신의 부대를 계속 추격했다.
9시를 그냥 내주더라도 이 전투를 끝내겠다는 생각일까?
화르르륵!
“흐악!”
도망치다가 뒤를 잡힌 방패병이 마룡들에게 불타 죽었다.
계속 하나씩 추격당해 희생되고 있었다.
이신은 계속 방패병이나 장창병을 하나씩 뒤처지게 해서 희생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마룡들이 잠시 공격하느라 추격을 멈춘 동안 석궁병들은 열심히 도망갔다.
그러는 동안, 서영이 이끄는 기사들은 9시로 달렸다.
최소한 9시에서 클로들을 전부 몰살시킨 뒤에 여유가 있으면 8시도 쳐서 성과를 얻어야 했다. 그만큼 다급한 전황이라는 것을 아는 만큼, 서영의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이런!”
9시로 들어서는 출입구에 독포자꽃이 1마리가 서 있었다.
그냥 독포자꽃이 아니라, 엔트로 진화 중이었다.
‘이 부분까지 예상하고 대비했었나.’
서영은 알렉산드로스의 심계에 감탄했다.
하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쳐라! 엔트가 되기 전에 죽여!”
서영은 기사들과 함께 돌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독포자꽃은 엔트로 진화를 완료하였다.
“키이이이이……!”
독포자꽃은 독포자를 사방에 뿌리는 골치 아픈 공격을 하지만, 종잇장 찢듯 가볍게 죽일 수 있는 나약한 마물이다.
하지만 엔트는 달랐다.
튼튼한 나무의 모습을 한 엔트는 겉보기와 마찬가지로 매우 튼튼한 체력을 자랑했던 것이다.
자웅을 겨루는 전투와 함께, 소수 병력의 기습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엔트 1마리를 9시 출입구에 세워놓는 알렉산드로스의 센스!
서영은 돌격으로 엔트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엔트는 계속 버둥거리며 저항했다.
그렇게 엔트가 시간을 버는 사이에 헬하운드들이 도와주러 달려왔다.
그리고 한편, 이신은 도망쳐서 가까스로 후속 병력과 합류했다.
마르몽도 합류했기 때문에 치유 능력도 다시 펼칠 수 있게 된 상황.
하지만 마룡들은 개의치 않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화르르르르!!!
화르르르!
쉬쉬쉭― 콰지직!
빗발치는 볼트 속에서, 마룡들은 세 편대로 움직이며 석궁병을 3명씩 죽여 나갔다.
이신은 치유 능력을 펼치다가 마룡들의 타깃이 되면 도망치며 주의를 끄는 등 분전을 펼쳤지만, 한 번에 3명씩 죽이는 알렉산드로스의 3점사 전술을 당해내기에는 병력이 너무 부족했다.
일발 역전을 노리고 치고 나갔던 이신의 시나리오는 전투에서도 9시 기습도 막혀버린 채 끝나고 말았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바알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마력 총량이 3,651,10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353,966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이게 서열 2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계약자의 실력인가.’
계약자가 되고서 패배를 모르고 터무니없는 연승행진을 벌였던 이신이었다.
그런데 최상위권에서 일대일 대결을 펼치면서 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만큼 최상위 계약자들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며, 그들이 익히 알려진 이신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비장의 한 수를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준비한 것은 바로 마룡을 활용한 전술.
어째서 엘프인 한신과 모의전을 하며 연습했는지 알 것 같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한신의 엘프 슈터를 상대로 마룡 편대로 공격하는 연습을 했는데, 석궁병은 그보다 더 쉬운 타깃인 것이다.
물론 이신의 컨트롤이 있다 해도 휴먼이 엘프보다 빨리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이렇게 완패를 당하는 건 또 오랜만이군.’
무엇 하나 반격해보지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뒤 마력석 채집장 2곳을 밀어버리겠다는 장대한 시나리오가 무색하게도, 전투에서 얄짤없이 져버렸다.
어찌 보면 알렉산드로스를 얕봤다가 큰 코 다친 모양새가 된 셈이라 이신은 헛웃음이 나왔다.
“소감이 어때?”
알렉산드로스가 의기양양하게 다가와 물었다.
“단체전 때와는 다르지?”
“그렇군요.”
“내 계산 대로라면 그쪽은 이제 한 번 더 지면 더 이상 도전을 못하게 되지?”
그 지적에 이신은 그레모리를 바라보았다.
그레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지면 피도전자의 9할 이상에 해당되는 마력 총량을 가져야 하는 도전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제 10 전장 헤셀에서도 날 이기지 못했는데, 겁나면 단체전으로 종목을 바꿔도 좋아. 단체전도 준비를 해뒀으니까.”
알렉산드로스가 도발을 했다. 그렇다고 정말 단체전으로 붙고 싶다는 뜻은 아니리라.
“다음 싸움은 꼭 이겨야 하는군요.”
“그걸 말이라고 해?”
이신은 잠시 어떤 궁리를 했다.
‘저 마룡 편대의 3점사 전술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마룡들을 얕봤던 이신이었다. 석궁병의 일점사로 쉽게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룡을 저런 식으로 쓰면 휴먼은 더 힘들어진다.
‘일단은 이겨야겠다.’
이신은 특단의 조치를 꺼내기로 했다. 저 마룡에 대한 대처법은 그 다음에 생각해볼 생각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레모리에게서 소원으로 1%의 마력을 받았다.
33,540마력을 알렉산드로스에게 빼앗기고 남은 총량은 3,320,426.
지금도 이미 피도전자의 9할이라는 도전 자격을 불과 1천 마력 차이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에도 지면 한동안은 다시 도전할 수 없다.
도전 자격을 다시 얻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테니까.
“가죠.”
이신이 말했다.
그러자 알렉산드로스가 대꾸했다.
“아, 참고로 이제 헤셀에서 싸워줄 생각은 없어. 여기서도 이길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제 내가 유리한 전장에서 해야지?”
그는 이미 다 이겼다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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