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8
548화 정상(5)
“제8전장 주트가 좋겠군.”
알렉산드로스가 말했다.
악마군주 바알은 그 전장을 서열전의 조건으로 내세웠고 배팅은 똑같이 5만 마력이었다.
‘역시 주트인가. 그럴 줄 알았다.’
이신은 알렉산드로스의 마룡을 보았을 때, 바로 가장 적합한 전장으로 주트를 떠올렸다.
2인용 전장.
시작 지점은 위아래 2군데가 있는데, 다른 전장들처럼 가장자리에 있지 않고 중앙에 살짝 몰려 있다.
그렇게만 보면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 육로로 이동하면 살짝 옆으로 돌아가야 해서 멀다.
반면 비행을 하면 아주 가깝다. 즉, 마룡으로 상대를 공격하기 딱 좋은 전장인 것.
‘예전처럼 그리핀 편대로 상대하기는 버거워 보이는데.’
그리핀은 사실 소환하는 데 드는 마력 대비 효율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리핀을 소환해도 공격은 사실상 그 위에 탄 석궁병 2명이기 때문.
그리핀이 직접 육탄 공격도 할 수는 있으나, 그러면 거꾸로 공격 받고 죽을 위험도 높아진다. 덩치가 큰 탓에 공격에 잘 얻어맞으니까.
그럼에도 이신이 즐겨 쓰는 이유는 전술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상대를 교란시키는 전술에 쓰기 좋으므로, 그런 플레이를 즐기는 이신만이 즐겨 소환한다. 사실 이신 외에는 그리핀을 즐겨 쓰는 휴먼 계약자는 없었다.
하지만 마룡이 상대라면 살짝 꺼려진다.
일단 화력에서도 마룡에게 밀린다.
그걸 U턴 샷과 교란 전술로 극복할 수 있다지만, 그건 상대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닐 때의 이야기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사도도 넷이나 마룡에 투자했을 정도로 그쪽에 힘을 준 상황.
그리핀 편대로 그런 마룡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행 속도도 똑같으므로 전술적 활용폭도 마룡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은 석궁병을 많이 모아서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력을 모으도록 알렉산드로스가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
계속 마룡들이 이리저리 기습해서 석궁병이나 노예를 죽여 피해를 누적시킬 게 뻔했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서도 운영으로 어떻게든 병력을 만들어야 하는 게 이신의 숙제였는데, 이 제8전장 주트에서 그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2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래서 이신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마룡이 나오기 전에 승부를 걸자.’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바알님의 계약자 알렉산드로스 메가스님께서 참전합니다.]2차전이 시작되었다.
이신의 진영은 북쪽이었다.
전장을 위아래로 양분했을 때, 위쪽의 중간 정도에 위치했는데 대략 11시에 치우친 지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아래쪽 중간, 7시로 치우친 지점에서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신은 극단적인 행동을 보였다.
6번째로 소환된 노예를 바로 바깥으로 내보낸 것.
정찰 가는 것처럼 이동한 노예는 중간에 갑자기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9시 부근에서 노예는 뜬금없이 병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치즈 러시를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극단적으로 빠른 치즈 러시!
‘서열전에서 휴먼이 이 시간에 기습하는 건 본 적이 없었을 거다.’
휴먼은 SC의 인류와 달리 기본 전투 병과인 궁병이 매우 약했다.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되어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전에는 공격에 나서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물론 콜럼버스도 있고 치유 능력도 있다는 건 알렉산드로스도 안다.
그것까지 생각해서 이신은 더더욱 극단적으로 공격 타이밍을 빨리 잡았다.
병영이 건설되고 궁병 소환을 시작했다.
그때쯤 알렉산드로스가 보낸 클로 1마리가 정찰을 왔지만, 노예 1명을 출입구에 세워놓아서 본진에 들어오는 걸 차단했다.
궁병이 2명까지 소환됐다.
그것도 사도 로흐샨과 가짜 로빈 후드로 활솜씨가 가장 뛰어난 최정예였다.
‘진격.’
이신이 칼을 뽑아들었다.
콜럼버스를 포함한 노예 5명, 그리고 궁병 2명.
작은 규모였지만 이 타이밍에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이신의 군대가 질풍처럼 진격했다.
정찰하던 클로가 그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이를 포착.
클로는 곧바로 뒤돌아 도망치려 했지만, 로흐샨이 더 빨랐다.
쉬익― 콰직!
“키엑!”
클로가 화살에 맞아 비틀거렸다. 위력이 약한 궁병의 화살이라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로흐샨의 조준이 정확한 덕에 금방 빈사상태에 빠졌다.
로빈 후드도 로흐샨보다 반응이 느렸지만 즉각 이어서 활을 쐈다.
콰직!
“키엑!”
클로가 죽었다.
시작이 좋았다.
‘콜럼버스, 먼저 가서 확인해라.’
“옛!”
이동속도 +5%의 가죽 부츠를 신고 있어 더 빠른 콜럼버스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먼저 알렉산드로스의 진영에 도달한 콜럼버스는 앞마당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
‘헬하운드가 소환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겠군.’
마법진의 건설 진행 상태를 확인한 이신이 즉시 계산을 완료했다.
약간의 시간 뒤에 헬하운드가 소환된다.
그 약간의 시간 동안 이신은 알렉산드로스에게 치명타를 입혀야 했다.
대동한 노예 한 명이 앞마당 마법진 바로 옆에 화살탑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다른 노예들과 궁병 2명은 화살탑이 방해 없이 잘 지어지도록 수비태세를 갖췄다.
화살탑을 짓고서 이 안에 궁병을 넣으면, 헬하운드들이 소환되더라도 문제없었다.
* * *
‘이게 뭐지?’
알렉산드로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서열전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벌써 공격을 오다니?
심지어 궁병 2명!
‘궁병을 벌써 소환했다고?’
그러려면 병영을 아주 일찍 지어야 했다.
마력석을 캐는 노예의 숫자를 늘리지 않고 병영을 먼저 지었으니 지금쯤 이신은 아주 가난할 터였다.
‘이것만 막으면 된다.’
조금만 시간을 벌면 헬하운드 6마리가 소환된다.
궁병 2명과 함께 온 노예들이 앞마당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클로를 공격했다.
“키엑!”
집중 공격을 받고 클로가 죽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죽기 직전, 그리던 마법진은 가까스로 완성됐다.
이신은 완성된 마법진을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마법진이 파괴되기 전에 헬하운드들이 먼저 소환 완료될 듯했다.
‘막을 수 있겠군.’
알렉산드로스는 공격 받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느긋했다. 실로 대담한 성품이었다.
하지만,
‘뭣?!’
이신은 놀랍게도 마법진 바로 옆에 화살탑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저 화살탑이 완성되면…….’
궁병들이 화살탑에 들어가 마법진을 공격할 것이다.
헬하운드로 공격해도, 함께 온 노예들이 화살탑을 둘러싸 보호할 터.
‘못 짓게 저지해야 해!’
울컥 화가 치밀었다.
이따위 얄미운 작전이라니!
급한 대로 마력석을 캐던 클로들을 다수 동원했다.
우르르 앞마당에 나온 클로들이 적에게 달려들었다.
‘궁병부터 죽여!’
알렉산드로스는 그 와중에 침착하게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화살탑을 짓고 있는 노예를 죽여도, 데려온 노예들 중 하나에게 시켜 건설을 재개하면 그만이었다.
궁병부터 죽여야 했다.
‘화살탑이 완성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갈 궁병이 모두 죽고 없으면 되니까!’
처음 당한 기습 작전임에도 대처법을 정확하게 낸 알렉산드로스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처음 당해본 상황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미처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하지 못했다.
퓨퓨퓨퓨퓻!!
콜럼버스가 닥치는 대로 마비침을 난사한 것이다.
클로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정지했고, 그 틈에 이신은 클로 1마리를 집중 공격해 죽였다.
[사도 상급 악마 콜럼버스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이신님께서 사도 콜럼버스의 육체에 빙의됩니다.] [계약자 이신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됩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이 회복됩니다.] [치유 능력이 적용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치유 효과가 상승합니다.]이신은 콜럼버스에게 재빨리 빙의해 치유 능력을 펼쳤다.
클로들이 콜럼버스를 우선적으로 노렸지만, 이신은 블링크를 써서 뒤로 이동했다.
빙의 상태에 있을 때도 사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신은 이미 모의전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다.
이신이 빙의된 콜럼버스는 블링크로 도망갔고, 다른 노예들이 앞서서 블로킹을 했다.
뒤에서 궁병 2명이 클로들을 하나씩 일점사!
로흐샨이 지휘 사격을 펼치고 있어서 백발백중이었다.
“키엑!”
“켁!”
클로들이 줄줄이 죽었다.
반면 이신측은 치유 능력 덕에 피해가 전무했다.
클로가 4마리까지 죽자 알렉산드로스의 만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뒤늦게 소환 완료된 헬하운드 6마리가 일제히 싸움에 투입됐다.
이신은 노예들을 앞세워 블로킹하고 뒤에서 치유 능력을 펼치며 필사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탑이 완성되었다.
궁병들이 화살탑 안에 들어가 헬하운드들에게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망할!’
마침내 알렉산드로스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잠시 후 패배를 선언했다.
1차전의 완승 후에 2차전에서는 완패를 당한 셈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깜짝 기습에 당해 분통이 터졌을 뿐,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잔 수작을 부리는군. 어차피 그 작전은 헬하운드를 보다 일찍 소환하면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넌 내 마룡을 못 막아.’
이신이 방금 선보인 작전은 2번 반복해서 쓸 수는 없는 임시방편일 뿐임을 알렉산드로스가 모를 리 없었다.
* * *
악마군주 바알은 3,601,100마력.
그레모리는 3,370,426마력.
거기서 이신은 바알에게 소원으로 마력을 요구했다.
-하는 수 없군.
바알은 이신에게 마력을 건네주었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마력 36,011이 계약자 이신님에게 전달됩니다.] [마력: 170,650/170,650]무려 17만!
악마군주로 치면 67위 정도에 랭크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마력이었다.
‘마력을 하찮게 보면 안 되겠군.’
사도 5인을 전부 상급 악마로 만들고 장비와 능력까지 전부 부여한 터라, 더 이상 마력을 사용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신이었다.
하지만 오늘 알렉산드로스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놀랍게도 알렉산드로스는 이신과 나폴레옹과 싸워 이기기 위하여 새로운 사도를 들여 마룡의 전력을 증강했다.
이처럼 이신도 전략에 따라 새로운 사도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 몰랐다.
아무튼 이로서 바알의 마력 총량은 3,565,089로 양측의 격차가 19만까지 줄어들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었다.
이제 마룡을 어떻게 막을지를 생각해봐야 했다.
“수비에 전념하게 하면 어떻습니까?”
질 드 레가 의견을 냈다.
“마룡을 수비에 쓰느라 공격 오지 못하게 하자?”
“예.”
이신은 곰곰이 생각했다. 무언가 정답이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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