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
54화 1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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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정다울이 환호를 지르며 좋아했다. 펄쩍펄쩍 뛰며 승리를 만끽했다.
함께 2군 숙소에서 지냈던 선수들의 얼굴에 부러움과 질시가 혼재된 복잡한 눈길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정말 특이한 놈이네 저거.”
방진호 감독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승률 30%.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을 통과한 정다울.
이신이 제시한 괴물 전 특화 전략은 완전히 먹혀들었다.
1군 선수들을 상대로 싸운 10전에서 간신히 거둔 3승은 모두 괴물 전이었다.
괴물 플레이어 4명 중 3명을 잡는 데 성공해서 간신히 불합격을 모면한 것이었다.
“잘했어.”
“코치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멀었어. 괴물 상대로 보다 다양한 전술 패턴이 필요해. 너무 레퍼토리가 뻔해서 네 번째로 괴물과 싸웠을 땐 진 거야.”
“예!”
“그리고 신족에게 유리한 맵에서 신족에 약한 인류한테 졌다는 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하지만 기쁨만 보일 뿐 전혀 죄송한 태도가 아니었다. 이신은 그런 정다울을 보며 여러 가지로 컬쳐 쇼크를 느꼈다.
‘승률 100%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기뻐하지?’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최고가 아니면 성미가 안 차 선수 복귀까지 미룬 이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위 계층의 세계였다.
어쨌거나 괴물 플레이어 4인 중 3인을 꺾었으니, 정다울의 대 괴물 전 실력만큼은 입증이 된 셈이었다.
상대는 연습생도 2군도 아닌 어엿한 1군 선수들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괴물에게 약한 상성을 가진 신족이 도리어 괴물 전에 강하니, 이 특이점은 전략적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가 있었다.
“둘 다 성공했네. 잘했어.”
방진호 감독이 다가와 칭찬을 했다. 이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넌 어떡할래?”
방진호 감독은 1군 선수 10명의 이름이 적힌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참에 너도 지금 할래?”
그 말에 이신은 1군 선수들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게임의 신, 이신.
그의 1군 테스트라면 아까와는 무게감이 전혀 달랐다.
이신은 잠시 생각을 했다.
“왜 자신 없어?”
방진호 감독이 슬쩍 도발한다.
이신은 피식 웃었다.
“하죠. 단, 조건 하나 추가.”
“뭔데?”
“각자 좋아하는 맵에서 덤빌 것.”
이신은 손목을 풀며 말을 이었다.
“너무 싱거우면 재미없으니까.”
1군 선수들의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그렇게 이신의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명백한 오늘 테스트의 하이라이트였다.
* * *
[신이 다시 돌아왔다.] [‘게임의 신’ 이신, MBS 1군 주전으로 선수 복귀 확정적] [‘화려한 신의 귀환’ MBS 팀 내부 테스트서 1군 10명 올킬] [부상을 딛고 돌아온 이신, 실력은 건재] [‘신의 군단’ MBS 1군 전면에 부상] [전력 보강 MBS, 4라운드 돌풍 예고]폭발했다.
전 세계 e-스포츠의 관심사였던 이신의 선수 복귀 여부가 마침내 알려진 것이다.
공식적인 MBS의 발표는 아니었다.
다만 팀 내부에서 벌어진 1군 테스트 결과가 연습실에 있던 2군 및 연습생들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려져, 그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나간 것이다.
물론 이신이 언젠가는 복귀하리라는 건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이신이고, MBS의 코치로 돌아왔을 때도 언제나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이라는 얼마 전의 인터뷰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도 곧 시작될 후반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고 모두가 전망하고 있었다.
다만 모두가 우려하고 있던 건 이신의 현재 역량 여부였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였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였지만, 공백기와 큰 부상을 겪은 그가 다시 선수로 복귀했을 때 예전만한 실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신은 신이었다.
누구도 신으로 군림했던 그가 패배하고 부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존 국내 최고의 프로게이머인 박영호·최영준 등과 승부가 될지도 관심사였는데, 이번 소식은 다시금 네티즌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내부 테스트에서 1군 10명 올킬했대. ㄷㄷㄷ
-사람이 아님.
-손목 박살 나고, 1년 쉬고, 25살 먹어서 돌아온 사람이 팔팔한 1군 애들 10명 싹쓸이!
-거기 연습생인 애가 그러는데, 10명이 각자 원하는 맵에서 했다더라. ㅋㅋㅋㅋ
-ㅎㄷㄷㄷ
-근데 MBS 선수들은 클래스가 좀 아니지 않냐? 임팩트가 떨어지네.
-워낙에 암흑 사제들이라 10명 전부 이긴 게 별로 대단하지 않게 느껴져.
-실제로 MBS 죽 쑤고 있지 않았음?
-야, 이 ㅂㅅ들아, 아무리 그래도 1군을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엄청난 경쟁률 뚫고 1군 된 애들 10명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맵 골라서 덤볐는데 올킬했으면 ㅆㅂ 그건 경기력 미친 거지.
-신께서는 건재하셨다 ㅠㅠ
-아직 신께서는 여전히 신이셨어 ㅠㅠ
-아흑,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음 ㅠㅠ 그냥 존안만 뵈어도 되는데 실력까지 여전하셔 ㅠㅠ bbb 오빠 그냥 절 가지세요!
-신이 코치 돼서 키운 애들 2명도 속성으로 1군 됐다더라. 그냥 뭐 코치 노릇을 해도 신 그 자체 ㄷㄷ
-아, 그 테스트 경기 보고 싶다. 개인방송 같은 데에 리플레이 안 보여주나?
이신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쏟아졌다.
언론들은 이것을 고스란히 기사화해서 소란을 더 확장시켰다.
하지만 MBS도 이신도 이 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이야기는 이신의 주변 사람으로 옮겨졌다.
즉, 이신이 키웠다는 두 사람, 주디스 레벨린과 정다울이었다.
물론 진짜 화제는 깜찍한 외국인 미소녀 주디스 레벨린이 차지했고, 정다울은 묻혀 버려서 MBS 암흑사제군단에 편입했다.
때마침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이신교 팬카페 측에서 이신과 주디가 함께 찍은 사진을 유출, 그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신의 제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이신의 제자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매우 큰 것이었기에, 바다 건너 그녀의 본국인 캐나다까지 큰 관심을 가졌다.
[화제의 ‘신의 제자’는 레벨린 가문의 상속녀 주디스 레벨린] [신의 제자, 주디스 레벨린의 미모 화제] [외국 재벌가 상속녀, 신의 제자 되다.]주디의 출신 가문에 대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그리고…….
* * *
MBS가 이신의 선수 복귀에 대해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계약 문제 때문이었다.
연봉 1억.
이 연봉으로 이신을 선수로 써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신과의 계약서에는 조항이 따로 달려 있었다. 경기 출전은 이신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항이었다.
결국은 이신을 팀의 에이스 선수로 쓰려면 계약 조건의 재조정이 불가피했다.
“연봉을 얼마나 불러야 할까요?”
박상혁 단장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신이라면 상부에서도 관심이 지대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돈 쓰기 싫어해도 이신을 잡는 데 투자는 하지 않겠습니까?”
방진호 감독의 의견에 박상혁 단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좋겠는데, 그렇게 순순히 재정을 충원해 줄 리가 없어요. 아마 무슨 이상한 옵션 같은 걸로 협상을 해보려 들겠지요.”
방진호 감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었다.
“아무튼 일단 말은 잘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신은 출근하자마자 단장사무실로 방진호 감독과 함께 불려갔다.
“일단은 코치로서 드리는 연봉 1억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방 감독의 의견도 그렇고, 코치로서의 이신 씨 또한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럴 생각입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수로서는 아무래도 계약 조건을 새롭게 추가할 필요가 있겠지요?”
“예.”
“상부에 보고해서 결재 허가를 받았는데, 상부에서 내려온 내용이…… 이게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한번 들어보죠.”
“예, 상부에서는 1승당 1천만 원의 승리수당을 지급하는 조건은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1승당 천만 원입니까.”
이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한 시즌의 프로리그는 4개 라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라운드마다 8팀이 서로 한 차례씩 붙으니, 한 라운드에 7경기를 싸운다.
그런 4개 라운드면 28경기.
또, 각 라운드마다 플레이오프가 있다. 해당 라운드에서 승점 높은 4팀이 겨뤄서 추가 승점을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인데, 최소 1경기에서 최대 3경기까지 추가로 치를 수 있다.
만약 4개 라운드가 모두 끝났을 때, 최종승점에서 4위권에 든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3경기에서 4경기까지 더 치른다.
게다가 각 라운드의 플레이오프와 포스트시즌은 연승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선봉으로 나가 올킬을 해버리면 5승!
대전제 경기에서도 스코어가 무승부일 때는 팀의 대표로 나가 에이스 결정전을 또 치를 수 있다.
“그 대신 시즌 중에도 방송 출연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더 붙었습니다.”
“MBS 경영진이 그 소릴 하는 이유는 공중파 방송에 출현시키고 싶은 의도겠지요. 관심 없으니 그건 재껴두죠.”
“…….”
박상혁 단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신이 말을 이었다.
“내 성취에 따라 연봉도 달라진다는 건데, 나쁘지 않습니다. 대신…….”
“대신?”
“에이스 결정전, 플레이오프, 포스트시즌 때는 1승당 2천만 원.”
“2, 2천이요?”
박상혁 단장이 깜짝 놀랐다.
“승리의 가치에 따라 돈도 달라져야지요.”
“어, 그걸 위에서 허가해 줄지 한번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만…….”
“싫으면 그냥 코치나 하면서 취미 삼아 매일 밤 개인방송을 하겠다고 전하십시오.”
“예에?!”
“코치 계약이라 개인방송에 대한 제한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그건 그런데…….”
선수 계약이 아니었던 터라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던 박상혁 단장이었다.
“내가 개인방송 하면 방금 말씀하신 조건의 50배는 벌 것 같지 않습니까?”
“…….”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은 사무실.
이신이 말했다.
“돈 같은 건 이미 실컷 벌어서 관심 없는데, 그렇다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도 좋다는 게 아닙니다.”
“음, 좋습니다. 그렇게 꼭 말하겠습니다.”
박상혁 단장은 당장 방송국 경영진에 이 사항에 대해 말하러 갔다.
둘만 남게 되자 방진호 감독이 인상을 섰다.
“돈 관심 없다며?”
“예.”
“근데 뭔 또 조건을 추가해.”
“보상이 높아야 더 승리하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돈이 좀 필요해질 것 같아서요.”
“돈은 왜?”
“차 사게요.”
“운전하게?”
방진호 감독이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근데 차는 왜 사?”
“차를 샀다고 꼭 제가 운전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뭔 헛소리야? 그럼 누가 너 대신 운전이라도 해줄 거라고…….”
거기까지 말하다가 방진호 감독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 후, 허락을 받고 돌아온 박상혁 단장과 새로운 계약서를 채결했다.
기본 연봉 1억.
거기에 추가로 승리 수당은 1승당 1천 혹은 2천만 원이었다.
그 내용은 고스란히 언론에 발표되었고, 그렇게 이신의 선수 복귀가 완전히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