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5
555화 전선(1)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마력 총량이 3,897,80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560,426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서열전 1차전을 가뿐하게 승리로 장식한 이신.
지리적 이점을 잘 활용하여서 나폴레옹의 모든 수단을 차단시킨 완벽한 승리였다.
마법사의 화력으로 돌파를 시도하려 했던 나폴레옹의 의도까지 예측하고 그리핀 편대로 카운터를 친 것이 결정타였다.
첫 싸움에서 무력하게 진 나폴레옹은 불편한 심기를 추스르고 2차전 전략을 생각해야 했다.
‘시작 지점이 불리했던 건 사실이지만 너무 쉽게 오르막길을 내줘버렸군. 이 지리적 이점을 철저하게 공략할 생각으로 보이니 다음번에는 선점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
철두철미한 이신의 준비성이 보였던 1차전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신만큼이나 나폴레옹도 많은 준비를 했다.
이신이 먼저 준비한 카드를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이에 맞춰서 대응하기가 쉬워진다.
‘서열이 역전되기 전까지 너의 모든 패를 확인해주마.’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한 나폴레옹은 알렉산드로스라는 지치지 않는 도전자를 상대하면서 보다 높은 서열에 있다는 장점을 이용하는 데 능숙해졌다.
전장을 고를 수 있는 권리가 그것이었다.
상대가 무엇을 준비했건, 그걸 다 확인한 다음 이에 대응하기 가장 적합한 전장을 골라서 물리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폴레옹은 1패에 연연하지 않고 대결을 길게 보았다.
-소원은 무엇으로 할 테냐?
아가레스가 이신에게 물었다.
“마력으로 하겠습니다.”
이신은 쉽게 대답했다.
아가레스의 마력 총량을 깎아서 최대한 빨리 서열 1위를 빼앗겠다는 의도였다. 이신의 눈은 오직 1위의 자리만 향하고 있었다.
-좋지.
아가레스는 자신의 마력을 이신에게 전해주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마력 38,978이 계약자 이신님에게 전달됩니다.] [마력: 209,628/209,628]끝내 이신의 마력은 20만을 넘겨버렸다.
아가레스의 마력 총량은 3,858,822로 줄었지만, 여전히 그레모리와 30만 마력 가량의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5만 배팅으로 3번만 더 이기면 역전할 수 있으므로 막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전장은 그대로, 마력은 3만을 배팅하도록 하지.
아가레스 측에서 돌연 배팅을 대폭 줄였다.
갑자기 이신의 실력에 겁먹고 줄인 것은 아닐 터.
“싸움을 길게 보고 지켜보겠다는 뜻입니다.”
이신이 그레모리에게 말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폴레옹의 의중일 것이다.
이신은 나폴레옹의 서열전 스타일이 어느 정도 보였다.
그동안 그의 가장 큰 강적은 알렉산드로스였다.
화끈하게 전투를 치르는 스타일인 알렉산드로스에게 장기전 스타일을 가진 나폴레옹은 이렇듯 서열전을 길게 끌며 기세가 사그라지기를 기다렸을 터였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해서 지금껏 계속 서열 1위의 자리를 지켰고 말이다.
그걸 이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내가 기본기보다는 전략가형이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어찌 보면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이신은 확실히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로 상대를 공략하길 즐긴다.
반면 나폴레옹은 봉쇄라는 고유 능력까지 보유했기 때문에 탄탄하게 전선을 구축하고 장기전을 치를 때 빛을 발한다.
싸우면 싸울수록 이신의 공격 패턴이 드러날 터이고, 나폴레옹은 이를 분석하고 맞춰가며 가장 적합한 전장을 고를 것이다.
배팅을 낮추고 대결을 길게 끄는 이유도 보다 많이 이신과 싸워보고 관찰하여서 상대하기 좋은 전장을 찾아내겠다는 뜻.
제 10 전장 헤셀에서 알렉산드로스에게 재미를 봤던 것처럼 말이다.
이신은 질 드 레와 잠시 상의를 했다.
질 드 레도 이신과 생각이 비슷했다.
“전장 선택권이 저쪽에 있는 이상, 서열전을 많이 치르면 치를수록 나폴레옹이 유리해질 겁니다. 결국 싸우기 용이한 전장을 찾아낼 테니까요.”
“그렇겠지.”
“저희도 배팅에 따라 싸움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배팅이 낮을 때는 준비했던 전략을 보여주기보다는 평범하게 싸워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평범하게?”
“예, 전선을 구축해서 싸우는 장기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 보여주면 저쪽도 생각을 달리할 겁니다.”
그 말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군.”
한 번쯤은 정공법으로 나폴레옹을 꺾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신은 그런 식의 싸움으로 인공지능도 꺾은 바가 있었다.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상의는 끝났나?
“예.”
아가레스의 물음에 이신이 답했다.
바로 2차전이 시작되었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참전합니다.]이신의 시작 지점은 2시.
바로 전에 나폴레옹의 본진이 있었던 바로 그 위치였다.
‘설마.’
불길한 예감이 든 이신은 콜럼버스를 서둘러 소환했다.
‘지금 바로 정찰 가라.’
“벌써 말입니까?”
평소보다 정찰 타이밍이 빨라서 콜럼버스는 놀랐다.
‘그래. 블링크를 써서 최대한 빨리 12시를 확인해.’
“알겠습니다.”
이번 정찰의 중요성을 깨달은 콜럼버스는 바로 12시로 출발했다.
이동속도 +5%의 부츠를 신은 덕에 발 빠르게 12시에 접근한 콜럼버스는 블링크까지 아낌없이 써서 앞마당 쪽 출입구로 돌아갈 필요도 없이 12시 본진 내부로 곧바로 진입했다.
그리고…….
‘골 때리는군.’
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적을 발견했습니다.]그랬다.
12시에 나폴레옹이 있었다.
1차전과 위치가 정반대. 이번에는 이신이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것이다.
‘바로 빠져나와.’
“옛!”
콜럼버스는 3초간 나폴레옹의 본진을 살핀 후, 재빨리 블링크를 다시 펼쳐서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본진으로 돌아갑니까, 주군?”
‘아니, 1시로.’
콜럼버스는 의아해했지만 곧장 명령에 따랐다. 늘 그랬듯 이신에게 무언가 생각이 있을 터였다.
이신은 본진에서 병영을 빠르게 건설했다.
거기다가,
‘콜럼버스, 거기다가 병영을 지어라.’
“옛!”
1시 지역에서도 콜럼버스를 시켜서 병영을 또 하나 추가로 건설했다.
2병영.
거의 치즈 러시 수준으로 빠른 타이밍에 병영 2채를 건설한 이신이었다.
이는 다 나름의 판단을 한 결과였다.
나폴레옹도 이신이 2시에 있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콜럼버스가 매우 빠른 타이밍에 정찰 온 걸 봤으므로 당연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2시에서 왔겠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나폴레옹이 무슨 생각을 할까?
당연하지만, 이신이 1차전에서 보여주었던 전략을 참고할 터였다.
이신의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급소인 오르막길!
그곳을 선점하기 위하여 병영을 건설해 병력을 소환할 것이 분명했다.
‘그 지점을 장악한 것만으로도 승리는 절반 이상 잡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래서 이신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상대보다 더 빨리 병영을 짓고 병력을 더 많이 모으는 것.
거기다가 병영 1채는 1시 지역에 숨겨지었다.
오르막길의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싸우려고 할 때, 1시 방면에서 병력이 나와 뒤를 친다면 유리한 구도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오르막길을 두고 양 진영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나폴레옹은 이신이 보여준 모범 전략을 따라했다.
궁병들이 진군하여서 먼저 오르막길을 장악한 것.
오르막길을 먼저 장악하기 위하여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궁병 상태로 나온 것.
이신도 궁병들이 출진했다.
오르막길을 사이에 두고서 나폴레옹은 위쪽에, 이신은 아래쪽에 포진했다.
이대로 싸우면 이신이 패배하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이신은 가만히 기다렸다.
1시에 몰래 지은 병영에서 소환 중인 궁병들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타이밍을 봐서 한 번에 친다.’
이신은 대장간을 상당히 빨리 짓고 무기 개발도 서둘러 했다.
초반의 마력과 시간을 여기에 다 투자했다.
거의 치즈 러시나 다름없는 빌드 오더였다. 그만큼 이 지역을 차지하는 데 사활을 건 것이다.
이신은 무기 개발이 완료되는 타이밍을 노렸다.
‘무기 개발은 아마 2, 3초 정도 내가 더 빠를 것이다.’
이신의 궁병들이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되고, 나폴레옹의 병력은 아직 궁병 상태인 그 몇 초.
그 몇 초에 공격하여서 피해를 입히겠다는 이신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콜럼버스로 정찰시켜서 얻은 정보만으로 이신은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나폴레옹의 빌드 오더와 병력 규모, 무기 개발 시간을 계산한 것이었다.
물론 이는 엄청난 양의 훈련으로 쌓은 경험에서 비롯된 계산이었다.
* * *
‘이제 입장이 뒤바뀌었군, 친구.’
나폴레옹은 오르막길을 두고 대치 상태인 양측 병력을 보며 웃었다.
1차전에서 이신에게 좋은 걸 배웠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보다 가난해지더라도 타이밍을 앞당겨서 병력을 보내도 된다는 것을.
풍부한 마력에서 풍부한 병력이 나오므로 마력을 많이 채집하는 데만 몰두했었는데, 때로는 그보다 지리적인 이점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소중한 교훈이었다.
‘아마 너도 여길 빼앗기 위해 공격해오겠지.’
나폴레옹은 현재 보이는 것보다 이신이 모으고 있는 궁병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치유 능력을 써가며 돌파를 할 텐데.’
똑같이 싸우더라도 이신은 보다 많은 마력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오르막길이라는 불리함을 딛고 싸우려면 말이다.
치유 능력이 있으면 그 불리함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그 치유 능력도 마력을 소모하는 행위였다.
나폴레옹은 이 오르막길에서 최대한 버티면서 이신의 마력을 소모시킨 뒤에 빠질 생각이었다.
이신을 가난하게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투석기와 기사를 더 많이 소환해서 다시 밀어붙여서 이 자리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신의 궁병들이 일제히 석궁병으로 변했다.
‘무기 개발이 됐나보군. 뭐, 이쪽도 금방 완료되니까.’
나폴레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즉시 이신은 공격을 개시했다.
“이때다, 쏴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로흐샨이 능력 유도 사격을 사용합니다.] [로흐샨과 가까운 아군 석궁병 12인이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 5초에 1회씩 사용 가능합니다.]사도 로흐샨의 지휘 사격에 따라 석궁병들의 볼트가 발사되었다.
아직 궁병인 나폴레옹의 부대는 그 날카로운 공격에 피해를 입었다.
“크헉!”
“으악!”
즉각 대응 사격을 했지만 궁병의 화살보다 석궁병의 볼트가 훨씬 강력했다.
그리고 동시에 뒤편에서도 몇 명의 석궁병이 출현했다.
갑자기 양쪽에서 습격해 일시에 사격을 가하자 나폴레옹의 궁병들은 사상자가 속출했다.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뒤늦게야 나폴레옹의 병력들도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이미 4명이나 사망한 뒤였다.
‘이럴 수가 있나?’
나폴레옹은 경악했다.
고작 4초 정도의 차이였다.
그 4초를 노리고 치고 들어온 이신의 판단이 괴물같이 느껴졌다.
‘몇 초 더 빨리 무기 개발이 될 거란 걸 계산할 수 있었단 말이야?’
1시에 병영을 숨겨지어서 양면에서 공격한 판단도 멋졌지만, 나폴레옹은 이신이 보여준 ‘시간 계산’이라는 개념에 충격 받았다.
그는 오늘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강력한 도전자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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