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6
566화 결말(1)
월드 SC 그랑프리는 토론토에서 열렸다.
이신과 박영호는 이번에는 각기 따로 숙소를 잡고 금메달을 향한 피나는 여정을 시작하였다.
소속팀인 SC스타즈도 단체전 금메달에 목을 매고 있었기 때문에 단체전 경기 준비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전략이 단체전 경기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해서 선수들의 부담이 이중고였다.
-카이저와 러너가 1, 2세트에서 나란히 승리를 올립니다.
-세계 최강의 두 선수가 SC스타즈의 강력한 원투 펀치로 활약합니다! 올해의 SC스타즈는 드림팀에 가깝네요.
-중국의 대표 명문인 SC스타즈가 이번에는 기필코 메달을 하나 걸고 가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SC스타즈는 가뿐하게 단체전 일정을 시작했다.
선수를 지원하는 팀의 역량이 중요한 단체전은 북미나 유럽의 팀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는 분야였다.
기존의 강팀들이 속속히 예선을 통과하는 가운데, 한국의 두 프로팀도 본선에 합류했다.
바로 올도어SCC와 쌍성전자.
최영준과 신지호 두 에이스가 중국으로 떠난 이후에 전력이 약화된 쌍성전자는 예선 통과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도어SCC에서 이적한 한태화가 놀라운 경기력을 보이며 팀을 극적으로 본선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한 한국 팀은 따로 있었다.
-정말 강력합니다, 올도어SCC!
-카이저가 키운 제자들이 모두 남아 있는 팀이죠. 차이나 장양 같은 선수들은 수많은 강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현황인데, 올해가 지나면 이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올도어SCC는 이 선수들이 아직 팀에 남아 있는 올해가 그랑프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릴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스승 밑에서 자란 걸까요? 하나 같이 잘 하네요.
차이와 장양은 물론이고 존과 주디 남매도 주전으로 출격해 활약.
한국 팀에 외국인 4인방이 주전으로 활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지만, 확실히 강력한 모습이었다.
예선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여 주목 받은 차이는 인터뷰에서 공개 선언했다.
“단체전은 물론이고 개인전도 금메달을 딸 생각입니다.”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인 카이저는 물론 러너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러너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차이는 일전에 개인리그에서 박영호에게 3:0으로 참패를 당한 아픔이 있었다.
차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때와 지금의 저는 다릅니다. 개인전에서 꼭 만나 복수를 하고 싶네요.”
한편 차이와 함께 차세대 강자로 주목 받는 장양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중국 기자들이 장양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인터뷰를 하고 싶어 했다.
“장양 선수, 개인전에서 이신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올해 그랑프리 개인전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자폐증을 앓았던 이력이 있어 기자들을 피한 장양이었지만,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발언을 한 마디 하였다.
“……금메달.”
기자나 팬들이나 처음 들어본 장양의 육성이었다.
단 한 번도 입을 연 적이 없었던 장양인지라 그 한 마디의 임팩트는 컸다.
역시나 이신의 제자답게 최고를 향한 강렬한 야망을 표출한 것이었다. 자신의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한 그 모습에 많은 이가 열광하였다.
한편, 금메달을 노리는 또 한 명의 강자 마이클 조셉도 관심을 받았지만 말을 많이 아꼈다.
“그동안 제가 세계무대에서 팬들의 기대를 여러 번 실망시킨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필사의 각오로 앞만 보고 달리겠습니다. 목표는 금메달입니다.”
북미 프로리그에서는 독보적인 활약을 하고 있으며, 실력이 세계 정상급이라고 모든 전문가가 인정한 마이클 조셉.
그랑프리나 얼마 전의 인공지능 이벤트 등 세계무대에서는 유독 운이 안 좋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징크스는 자칫 선수 생활 내내 지속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마이클 조셉은 올해에 각오가 남달랐다.
하지만 개인전 예선이 끝나고 16강 본선 대진이 확정되자, 마이클 조셉은 또다시 자신의 사나운 운수를 의심해야 했다.
[16강 A조]A1: 박영호(Runner)
A2: 마이클 조셉(M.J)
“이런 제기랄…….”
마이클 조셉은 절로 욕이 나왔다.
하필이면 왜 16강부터 러너란 말인가?
2년 연속 은메달에 카이저의 유일한 라이벌이라는 그 러너 말이다.
16강 본선에는 전통의 강자들 외에도 세계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민 무명 선수들도 6명이나 있었다.
그랑프리 개인전 본선에 단골 출장하는 전통의 강자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만만한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선수 중에 하필이면 러너라니!
금메달을 위해서는 꺾어야 하는 상대이긴 하지만, 16강부터 만난 건 마이클 조셉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반대로 카이저 외에는 아무도 러너를 못 이긴다고까지 평가받고 있다지?’
마이클 조셉의 두 눈에 투지가 타올랐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테스트할 좋은 기회다. 내가 카이저의 왕좌를 물려받을 자질이 있다면, 러너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도 개인전 16강에서 러시아의 부활한 ‘차르’ 안드레이 이바노프에게 2:0으로 무참히 박살났던 마이클 조셉.
그렇기 때문에 올해 개인전에 임하는 마이클 조셉의 각오는 필사적이었다.
한편…….
“피곤하게 됐네.”
대진에 짜증 난 건 박영호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전에서 여러 번 죽 쒀서 독이 올라 있을 텐데.”
2년 연거푸 금메달을 목전에서 놓친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이클 조셉은 아예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그 실력에 비하면 말이 안 되는 일.
그 탓에 팬들의 질타도 많이 받아 올해의 마이클 조셉은 그동안의 수치를 씻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터였다.
“아주 지랄 났구나.”
박영호는 대진표를 쭉 훑어보며 한탄했다.
[16강 B조]B1: 장양(YANG)
B2: 자크 맥킨(Mackeene)
자크 맥킨이 뭐 하는 놈인지는 알 바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유망주라고 하는데 예선전 플레이를 보니 별 볼일 없어서 관심을 껐다.
하지만 장양은 얘기가 달랐다.
“저 녀석이 분명 8강에 올라올 텐데.”
16강에서 마이클 조셉과 싸우고 올라가면 8강에서 장양과 붙어야 하는 대진!
괴물 대 괴물의 동족전은 빌드 오더와 컨트롤에 모든 게 갈리는 변수가 많은 대결.
컨트롤이라면 자신 있는 박영호였지만, 그런 방면에서는 장양도 만만찮았다.
가위 바위 보나 다름없는 빌드 오더 선택에서 지고 들어가면 박영호가 패배할 수도 있었다.
C조는 별 볼일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선수들만 있지만, D조는 차이가 이름을 올렸다.
대진 운이 좋은 차이는 누가 봐도 4강까지 다이렉트로 올라갈 것으로 보였다.
요컨대,
16강전, 마이클 조셉.
8강전, 장양.
4강전, 차이.
결승전, 당연히 이신.
‘이런 씨발.’
박영호로서는 욕 나오는 대진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장양과 차이 같은 어린 강자들이 더 무서웠다. 피지컬도 좋고 플레이도 새롭기 때문.
그러면서도 신인다운 어수룩함도 이제는 사라진 차이와 장양은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큰소리 칠만한 자격이 있었다.
러시아의 차르 안드레이 이바노프, 캐나다의 에이스 존 던, 중국 최강자 지우펑, 프랑스의 자존심 엔조 주앙 같은 전통의 강호들은 모두 E, F, G, H조에 몰려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E조에 있는 이신을 결승에 올려줄 발판이 될 공산이 컸다.
안드레이 이바노프는 작년에 이미 이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게 입증됐다.
존 던도 플레이가 탄탄하긴 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엔조 주앙은 특별 전략만 조심하면, 본바탕은 이신의 마이너 버전에 불과했다. 이신은 깜짝 전략이 안 통하기로 악명 높다.
그나마 꽤 강적인 지우펑도 최근 연습 게임에서 이신을 이긴 적이 별로 없다.
한 번 익숙해진 상대에게는 잘 지지 않는 이신.
아마 지우펑의 약점이 무엇인지 이신은 파악이 끝났을 것이다.
‘나는 온갖 고생을 하며 올라가는데, 저 양반은 매끄럽게 이미 결승전에 가 있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행운의 여신이 이신에게 길을 밝혀주는 것 같다.
이제는 왕좌에 오를 운명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나 보다 하는 자격지심도 생길 지경.
박영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만약 결승전까지 어찌어찌 올라가기만 한다면!’
그땐 저 늙지도 않는 뱀파이어 같은 작자를 묵사발 낼 작정이었다.
* * *
선수들이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개 박영호와 비슷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약세인 전통의 강호나 신인 선수나 모두 월드 SC 그랑프리의 마케팅에 의해 포장되어 그야말로 별들의 치열한 전쟁으로 묘사되었던 것.
-러너는 대진 운이 좋은 것 같지 않아? 마이클 조셉만 빼면 결승까지 다 무명 신인들밖에 없잖아. 마이클 조셉이야 뭐…… 너희도 알지? 😀
-장양이나 차이나 카이저의 제자라는 이유로 거품이 많아.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해.
-둘이서 한국 리그 휩쓸고 있는데 뭔 소리 하냐?
-한국은 카이저 러너 빼면 별 볼일 없어.
-한국 프로리그 요즘 부쩍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모르는 소리 마.
-마이클 조셉이 올해야말로 메달 하나는 목에 걸어야 할 텐데. 근데 왜 16강부터 상대가 러너인 거야? 정말 더럽게 운 없네.
-러너가 아무리 잘한다지만 마이클 조셉 입장에서는 할 만해. 그래봤자 괴물은 인류에게 약하거든.
-러너는 괴물의 인류전 교과서야. 피지컬도 마이클 조셉을 능가하고.
-마이클 조셉이 북미리그에서 보여준 실력의 절반이라도 보여줬으면 벌써 은메달 정도는 목에 걸었다.
-작년 결승전을 보고서도 그런 소리가 나와?
-신인들로 가득한 ABCD조에 비해 EFGH조는 강자들로 가득해. 카이저는 결승까지 힘든 길이 될 거야.
-글쎄, 내 생각엔 카이저의 결승행을 막을 만한 선수가 안 보이는데? 다들 카이저를 위협할 만하지 않아.
전 세계 팬들의 댓글들에 수많은 예측이 난무했다.
대체로 이신이 20대 후반의 나이에 결승까지 힘겨운 싸움을 벌일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도 대단한 실력을 보여준 이신이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세계 강자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하기 쉽다는 것.
단 한 세트도 지지 않고 대회를 씹어 먹었던 옛날 전성기의 포스는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진은 어때요? 준비는 잘 되시나요?”
함께 식사를 하면서 주디가 물었다.
토론토에 와서는 식사 때라고 시간을 내서 주디를 만나는 이신이었다.
두문불출하고 대회 준비를 하던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
어깨에 인 부담감을 덜어낸 듯한 이신의 편안한 상태였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결승까지 무난해.”
이신은 이미 결승전까지 견적이 다 나온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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