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8
568화 결말(3)
[결승행 박영호, ‘이신 와라’] [철벽vs철벽, 승자는 철벽괴물 박영호] [‘세대교체 아직’ 이신의 제자들, 끝내 ‘철벽’ 못 넘어] [SC스타즈 박영호, 연이은 고투 끝에 결승 진출] [세대교체 좌절, 그러나 가능성 보여준 신세대] [이신 vs 박영호 또다시 성사되나] [차이 결승행 좌절, 그러나 쏟아지는 러브콜]한국의 e스포츠 언론이 4강전을 조명했다.
역시나 박영호와 차이의 대결은 명승부였다.
명승부 제조기라는 박영호의 명성이 또다시 입증됐다.
말이 필요 없는 철벽괴물 박영호.
그리고 차이 또한 이신에게서 시간과 자원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법을 배웠으며, 특유의 완벽주의로 무장하여 인류의 강점을 극대화하였다.
즉, 피차 조금의 빈틈도 없는 방패와 방패의 대결.
박영호의 관점에서 차이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기분 나쁜 놈이었다.
‘정말 까다롭다.’
싸우기 않고 이기는 걸 선호했다.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으며, 그러나 필요할 때는 딱 필요한 만큼만 과감해진다.
칼 같이 정세 파악을 해가며 부유한 운영을 한다.
결국 부유한 자원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거나, 참지 못하고 먼저 공격 들어온 상대의 병력을 잡아먹은 후에 역습에 나선다.
능구렁이 같은 스타일이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도저히 어린 나이답지 않았다.
1세트가 장기전 끝에 패배로 끝나자, 박영호는 이를 악물었다.
‘쉬운 새끼가 없네.’
손쉽게 4강에 오른 이신이 생각할수록 얄미웠다.
박영호는 그랑프리 개인전 내내 악전고투를 치르는 바람에 정신적으로는 너덜너덜해진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일수록 쉽고 빨리 이기고 싶다는 충동이 들곤 한다.
올인 전략 말이다.
하지만 박영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피곤한 스케줄에도 차이의 경기 영상은 챙겨 봤다.
‘내가 죽자 살자 공격하면 오히려 좋다고 반길 놈이지.’
눈치가 빠르고 디펜스가 탄탄하다.
상대가 올인해주면 얼씨구나 하고 막아내고는 역습해서 손쉽게 승리를 챙길 것이다.
일부러 빈틈을 보여줘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할 정도.
그래서 박영호는 차이를 재수 없어 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호쾌한 맛은 없고 상대할수록 짜증만 난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박영호도 맞불을 놓듯 시종일관 장기전을 펼쳤다.
차이는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는 타입이었지만, 박영호도 싸워주지 않고 길게 보며 운영을 했다.
그렇게 승패를 주고받으며 5세트까지 치른 끝에 박영호는 간신히 승리를 거두었다.
길었던 승부가 끝났을 때, 관중들은 박수를 쳤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긴 장기전 속에서 두 사람의 판단력이 빛을 발했다.
승부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한쪽으로 기울어질라 치면, 재빨리 행동에 나서서 다시 원상복구 시켜 놓는다.
시소놀이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도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두 사람의 전략적 대결은 수준 높은 중계진의 해설을 통해 관중들에게 전달되었다.
-러너와 차이의 대결은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품 같았습니다. 정말 완벽했어요!
-예, 3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러너도 대단하지만, 차이도 나이와 경험을 초월한 노련함을 보여주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년에는 아마 차이와 그 라이벌이자 친구인 장양이 세계 패권을 다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밝은 장래를 보여주었지만 올해는 아직 아니었습니다. 차이가 쓸쓸히, 그러나 관중의 찬사 속에서 퇴장합니다.
이미 충분히 자신의 저력을 입증한 차이였으나, 역시나 패자가 되어서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무대의 뒤편으로 퇴장한 차이는 선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올도어SCC 식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닦았다.
“지난번에는 3대 0 완패였고, 오늘은 3대 2 접전이었네요. 내년에는 압도적인 힘으로 꺾고 말 거예요.”
감독인 최환열은 피식 웃으며 차이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래, 올해는 동메달로 만족하고, 내년에는 그렇게 하자.”
4강전에서 패배한 차이는 이제 또다른 4강전의 패자와 3, 4위전을 치를 준비를 해야 했다.
이틀 뒤, 4강전 2경기가 펼쳐졌다.
그리고 파란이 용암처럼 뜨거운 흥분이 되어 그랑프리 무대를 달구었다.
4강전 2경기.
이신 대 엔조 주앙.
그랑프리에 참석해서 금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는 이신.
이신이 잠정 은퇴했던 공백기에 나타나 금메달을 탈취한 프랑스 e스포츠 스타 엔조 주앙.
두 사람의 대결은 다소 지루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인류 대 인류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모았다.
왜냐하면 둘 다 스피디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인류 동족전답지 않은 폭풍 같은 경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많은 기대 속에서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오 마이 갓!! 제 눈에 보이는 광경이 현실인가요?!
-신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의 경지가 아니에요.
이신이 폭풍처럼 병력을 이끌고 진격했다.
고속전차가 돌격하여서 적진의 기동포탑들 앞에 지뢰를 매설했다.
파앗! 팟!
매설되는 지뢰에 함께 온 전술위성이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버렸다.
이신을 상징하는 신기의 컨트롤 기법!
디펜시브 지뢰로 인하여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 엔조 주앙의 방어선을, 이신은 거침없이 뚫어버렸다.
그리고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뚫린 방어선과 함께 찢겨져 곳곳에 흩어진 적군을 각개격파로 쓸어 담아 버렸다.
엔조 주앙도 가만히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살을 주고 뼈를 친다는 생각으로 전투가 벌어질 때, 이신의 진영 3곳에 견제를 퍼부어버렸다.
하지만 이신의 고속전차가 질풍처럼 공격 받는 3곳을 바쁘게 오가며 모조리 막아내 버렸다.
공격 받는 3곳은 물론 중간중간 전투에도 참가하는 등, 고속전차들은 거의 맵 전체를 오가며 광범위한 활약을 펼쳤다.
미쳐 있었다.
이건 미쳤다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는 경기력이었다.
부처님 손바닥 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거미줄이 맵 전체에 뻗어 있다고 해야 할까?
이신은 맵 전체를 자기 몸처럼 통제했다.
입체적으로 다각도에서 맵을 바라보며 병력을 움직였다.
엔조 주앙은 상대도 되지 못했다.
폭풍 같은 견제 플레이를 많이 준비했지만, 이신은 맵 곳곳에 시야를 밝혀놓고서 모든 것을 통제했다.
모든 견제가 전부 가로막혔고, 그럴수록 자원과 병력은 이신의 우위로 흘렀다.
그렇게 모인 대군이 출진했을 때, 그때야말로 이신의 전략전술의 총아가 집약된 슈퍼플레이가 펼쳐졌다.
이신의 진격 루트는 엔조 주앙의 병력 배치와 허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지형적 이점을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때로는 과감하게 돌파하고, 때로는 우회하고, 때로는 양분해서 각기 따로 움직이고.
이신은 신들린 듯이 엔조 주앙을 붕괴시켰다.
그리고 충격적 스코어가 나왔다.
3-0.
-이건 꿈인가요 아니면 냉정한 현실이가요? 다시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아왔던 엔조 주앙이 대패를 당했습니다.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당했습니다. 카이저는 엔조 주앙이 무엇을 하려는지 전부 꿰뚫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탄탄했던 엔조 주앙의 방어선을 붕괴시키는 카이저의 움직임은 불가사의할 정도입니다. 아마 전 세계 모든 프로팀은 오늘 경기 영상을 끝없이 복기하며 연구하겠죠.
-예, 제 인생에서도 처음 보는 절묘한 전술의 극치였습니다. 아마 게임의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플레이를 하겠죠.
-최고령 결승 진출 기록을 또 스스로 갱신해버렸습니다, 카이저! 프로게이머로서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데뷔 시절의 기록을 또다시 재현했습니다.
-무패 결승 진출!!
그랬다.
이신은 무패로 결승에 진출한 것이었다.
데뷔 첫 해에 무패 금메달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위압감 그대로였다.
이제 와서 고령의 이신이 다시 이것을 재현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경기장은 신이나 다름없는 절대 권력의 황제에게 경배하였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를 지켜봤던 전 세계 네티즌도 난리가 났다.
-카이저 모든 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어!!!
-신이시여, 어째서 저런 인간을 내셨나요? 밸런스가 너무 붕괴잖아요?
-정말 존경해! 너무너무 대단하다고!
-아 눈물 난다. 가장 아름다운 플레이를 보여주었어. 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단지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만 갖고는 설명이 안 돼. 그는 이 감동의 순간을 위하여 혹독하게 스스로를 갈고 닦았던 거야.
-다시는 이런 선수가 나타나지 않겠지?
-엔조 주앙이 초라하게 패배자가 되어버렸어. 그런데 그의 잘못은 아냐. 이 세상에 카이저가 있었을 뿐이야.
-무패 금메달 기록이 또 탄생하겠구나. 러너는 지금의 카이저에게 조금도 반항하지 못할 거야.
-러너도 올해는 대단했어. 하지만 그는 결승까지 너무 힘들었고, 카이저는 너무 쉽게 결승 무대로 왔잖아. 현격한 격차가 둘 사이에 존재하게 된 거야.
경악과 감동의 물결이었다.
적 진영을 전략적으로 완전히 분쇄해놓는 이신의 병력 운용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이는 번번이 악전고투를 치른 박영호와 비교가 되었다.
아무도 박영호가 결승전에서 이신을 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영호를 동정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금메달을 거머쥐기 위하여 피나는 훈련을 했을 텐데, 이신은 더 강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작년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근거가 부족한 비교였지만, 그만큼 무패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 때문일까.
박영호도 중압감을 느꼈다.
‘정말 미쳤어! 완전히 미친 경기력이었어.’
경기장에 갔던 것을 후회했다.
현장에서 그 경기를 봐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신의 최고 경기력이 폭발한 그 4강전을, 박영호는 그만 현장에서 지켜보고 말았다.
수만 관중의 뜨거운 열광이 박영호에게는 압박이 되었다.
그가 봐도 너무 대단한 플레이였다.
‘어차피 저건 인류 대 인류전이야. 괴물전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고.’
박영호는 애써 엔조 주앙이 삽시간에 무너져버린 광경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대신 괴물 플레이어인 안드레이를 상대한 16강전 경기를 참고삼아 보며 분석했다.
‘그새 스타일이 달라졌어. 왜지?’
매일 똑같이 규칙적으로 훈련하던 이신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부진하더니, 그 이후 실력이 돌아오면서 스타일도 바뀌어 있었다.
이는 사실 이신이 마계에 다녀오느라 공백기가 있었던 것이었다.
서열전 경험이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쳐서 이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킨 것이지만, 박영호가 그것을 알아차릴 리 만무했다.
이신이 강하다는 건 어차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미묘하게 달라진 이신의 스타일은 결승전을 앞둔 박영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신은 나폴레옹과의 대결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또다시 스스로를 진화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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