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2
572화 결말(7)
“선생님 어쩌지.”
주디는 안절부절못했다.
보기 드물게 낭패 어린 표정의 이신.
저 조각 같은 얼굴에 스민 깊은 수심을 보면 어떤 여성이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어쩌긴 뭘 어째, 이 악물고 해야지. 선생님이 저런 상황 한두 번 겪으신 줄 알아?”
존이 핀잔했다.
그 말에 장양이 손가락을 헤아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하기로 이신은 저런 상황을 한두 번밖에 겪지 않았다.
“저건 좀 타격이 큰데.”
차이가 냉정하게 말했다.
“올인을 완벽한 시나리오로 막아냈어. 특히 시나리오의 키포인트로 항공수송선을 뽑은 판단은 예술 그 자체고.”
“맞아, 마지막에 박영호의 본진에 드롭을 했을 때 다 이긴 거였는데.”
거기까지만 해도 소름 끼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박영호는 그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밀어붙여서 끝내버렸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이신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의 변수였다.
지뢰를 깔아 바퀴 떼의 공습에 대비했으니까.
하지만 바퀴 한두 마리씩 보내 지뢰밭을 헤쳐 버리는 박영호의 솜씨는 괴물 플레이어 중에서도 일품!
최후의 일격이라고 생각하고 달려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중하게 지뢰를 조심하는 박영호의 저력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도 대단했는데 박영호는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했어.”
그게 이신에게 제일 큰 심리적 타격이 될 수 있었다.
유리했던 상황에서 역전당한 일이 드문 이신. 이렇게 실력과 패기에서 밀린 적도 처음이었다.
‘1세트의 새로운 빌드 오더, 2세트의 필살의 올인……. 둘 다 나와 싸울 땐 보여준 적 없는 플레이들인데.’
차이는 분했다.
박영호가 이신과의 결전에 대비해, 자신과 싸울 때 2%의 힘을 아껴놓았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다.
‘하지만 작년보다는 많이 따라잡았어. 내년에 두고 보자.’
언젠가는 꼭 넘어서겠다며 호승심을 품는 천재 소년이었다.
제자들이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신과 박영호는 3세트를 준비했다.
3세트 맵은 최근 공개된 신규 맵인 그림자 신전.
본진에 출입구가 2개 있는 독특한 맵이었다.
앞마당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하나.
그리고 뒷길로 자원 매장지 및 중앙 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가 하나.
그 뒷길 출입구는 신전 모양의 중립 건물로 가로막혀 있다.
이 중립 건물을 부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므로 사실상 초반에는 출입구가 하나뿐인 셈이었다.
본진 자원 매장량이 적지만, 자원 매장지가 많아서 괴물이 확장하기에 용이한 맵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저 맵 박영호가 마음먹고 운영 가면 이기기 힘든데.”
존이 탄식했다.
박영호의 운영의 무서운 점은 확장을 많이 하면서도, 그 확장 기지를 전부 지켜낸다는 점이었다.
“9업 바퀴 빌드를 써도 될 걸?”
차이가 거들었다.
9업 바퀴 빌드는 인구수 9일 때 수정관 건설 후 바퀴 6마리를 생산하며, 바퀴의 속도 업그레이드까지 하는 공격적인 빌드 오더였다.
박영호가 2세트 초반에 시도했던 것보다 훨씬 공격에 투자를 많이 한 빌드 오더로, 실패하면 그만큼 더 가난해진다.
차이가 한 말의 뜻은, 그런 가난한 상황이라도 길게 보고 운영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맵이 괴물에게 좋다는 뜻이었다.
“제발, 지더라도 3대 0은 아니야. 제발…….”
주디는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신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오가는 눈빛이었다.
감정을 다스리고 있는 포커페이스.
그러나 마우스를 검지로 툭툭 치고 있는 사소한 제스처에서 초조한 심리를 눈치 챈 주디였다.
-궁지에 몰린 카이저, 여지까지 그를 이렇게까지 위기로 몰아넣은 선수는 없었습니다.
-다전제 무패 신화가 마침내 깨지기 일보 직전에 있습니다. 러너가 왕권 교체를 코앞에 두고 있어요.
-러너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저도 이렇게 끝날 선수는 아니죠! 두 선수 마지막까지 좋은 승부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어느 순간 까닥거리던 검지의 움직임이 멎어 있었다.
* * *
‘정말 강해졌구나.’
이신은 박영호에게 감탄했다.
1, 2세트의 연패.
그 치열한 접전 속에서 이신은 박영호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부터 박영호는 자신에게 도전하던 여타 다른 선수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바로 기세.
이신 앞에서 일단 움츠러들고 조심스러워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박영호는 투지부터가 강인했다.
자신이 키운 제자들인 차이나 장양도 위협적이긴 했지만, 그 둘도 스승인 이신을 상대로는 조심성이 많았다. 그게 그 둘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 무대 위에서 박영호는 어떤가?
플레이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기세에서 이신을 이겼다.
거침없이 올인을 갈겨버리는 패기에 밀려 2패를 내주고야 말았다.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안 좋다는 등의 소리를 했지만, 지금 이 순간 박영호의 기세는 최고조였다.
‘또 지면 3패.’
3-0 셧아웃?
그렇게 치욕적인 은메달이라고?
‘그건 안 되지, 박영호.’
순간 이신의 눈빛이 매섭게 불타올랐다.
‘그렇게 쉽게 날 이겨서는 안 되지, 박영호.’
그건 이신이 알고 있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었다.
아니,
‘난 널 이길 거다.’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결승전 3세트.
맵은 그림자 신전.
벼랑 끝에 몰린 이신이 배수진을 치고 싸움을 시작하였다.
신규 맵 그림자 신전은 스타팅 포인트가 1시와 7시 2곳이었다.
필연적으로 서로의 거리는 대각선.
먼 거리다 보니 초반의 기습 전략이 잘 안 통할 것 같으나, 2인용 맵이기 때문에 서로의 위치를 알고 있어서 허를 찌르는 초반 기습이 행하여지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1시에 위치한 박영호는 9업 바퀴 빌드를 펼쳐보였다.
차이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이신의 예상대로이기도 했다.
‘그럴 줄 알았다.’
기세 좋은 박영호라면 기꺼이 이런 공격적인 빌드 오더를 선택할 것 같았다.
속도 업그레이드가 되어 날래게 뛰어온 바퀴 6마리는 출입구를 봉쇄한 이신의 심시티에 막혀 공격이 좌절되었다.
일단 시작은 이신이 좋았다.
바퀴 4마리는 앞마당에 진을 치고 있고, 2마리만 우회하여서 뒷길 출입구를 막아놓은 중립 건물을 두들겼다.
중립 건물은 바퀴 2마리가 부수려면 긴 시간이 걸리지만, 이신은 혹시 몰라 그곳에도 보병 1명을 배치해두었다.
그 후, 이신은 모은 보병 부대를 앞세워 바퀴들을 쫓아내고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구축했다.
그렇게 게임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아!! 러너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9시에 확장! 세상에, 카이저의 바로 머리 위에 몰래 확장 기지라니요!
경기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박영호가 1세트와 마찬가지로 3번째 부화실을 본진 안이 아닌 자원 지역에 확장 기지 삼아 건설한 것이다.
문제는 그 위치였다.
이신의 본진은 7시.
박영호는 그 바로 위인 9시에다가 몰래 확장 기지를 세워버렸다.
업그레이드 된 바퀴들의 숫자를 계속 늘려 이신을 압박해가면서, 코앞에 확장을 해버린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심리를 이용한 과감한 한 수였다.
실제로 9시는 광산 없이 식량 자원만 약간 매장된 곳이어서 이신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공짜로 공급된 식량 자원은 고스란히 다량의 바퀴 물량으로 환산되고 있었다.
박영호가 바퀴와 함께 주력으로 선택한 유닛은 바로 독침충.
독침충과 함께 바퀴 떼도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나오면서 이신을 계속 두들겼다.
시간이 지나자 촉수충까지 포함된 괴물 군단이 삼면(三面)에서 진을 치고 있어서, 이신은 앞마당에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기동포탑도 모이자 보병·의무병을 앞세워 밖으로 진격해보았지만, 혈전 끝에 계속 막혀버렸다.
전투 내용은 괜찮았지만, 박영호의 물량이 이상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바로 9시에 지어진 확장 기지 탓이었다.
‘내가 모르는 확장 기지가 있구나.’
이신은 두 차례 전투를 치러보고서 비로소 알아차렸다.
계속 이신을 가둬놓은 박영호는 이제 확장 기지를 여기저기 펼쳐놓았을 터였다.
3-0.
암울한 국면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신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일단 힘을 모으자.’
항공정거장을 2채로 늘리고, 전술위성을 계속 생산했다.
보병의 공격력·방어력 업그레이드도 꾸준히 연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류에게는 아직 한 방이 남아 있었다.
그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뒤엎어야 했다.
‘보여주마.’
마침내 이신이 전군을 이끌고 출정했다.
이번에는 다량의 전술위성이 함께였다.
-카이저가 군대를 끌고 나왔습니다. 아직 일발역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2채의 항공정거장에서 전술위성이 계속 찍히고 있습니다. 괴물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전술위성이 대량으로 쌓이면 괴물도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안심할 수가 없죠!
-전술위성들이 일제히 방사능 살포를 합니다. 촉수충들이 일제히 방사능에 오염됐죠!
-하지만 촉수충은 또 충원됩니다. 러너는 지금 자원이 많아요! 아, 카이저! 안 기다리고 바로 뚫나요?!
이신은 촉수충들이 방사능에 의해 체력이 깎여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선두에 선 화염방사병 2명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고 바로 돌격했다.
-투타타타타타타!!!
-화르르륵! 화르륵!
어마어마한 화력이었다.
박영호도 흑안개를 펼쳐놓고 맞섰지만, 촉수충들이 방사능에 의해 죽자 바퀴 떼들은 화염방사병들의 화염에 재가 되었다.
이신의 진출을 틀어막고 있던 봉쇄선이 뚫리자, 그동안 박영호가 꿀을 빨았던 9시 확장 기지도 곧바로 파괴당했다.
갈 길이 바쁜 이신은 바로 전 병력을 12시로 진군시키면서, 밀어버린 9시 지역에 자신의 통제사령부 건물을 띄워서 안착시켰다.
총공격과 함께 9시에 확장 기지를 확보한 것.
병영 체제인 이신에게는 9시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자원도 소중했다.
-카이저의 순회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겨우 9시 가지고는 멀었습니다. 12시, 11시도 밀어버려야 간신히 승산이 생겨요!
-거기다가 연이어 1시까지 밀었을 때 비로소 카이저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지금은 그 정도의 상황입니다!
-갈 길이 너무 먼 카이저. 정말 역전의 기적이 일어날까요?
그때 관중들도 네티즌들도 반쯤 체념하고 있었다.
경기력이 완전히 물 오른 지금의 박영호를,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역전시키기란 아무리 이신이라도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오른 이신은 그 순간 완전히 미쳐 버렸다.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 총병력으로 12시를 공격.
동시에 11시에 전술위성 2기를 보내 ‘방사능 지우개’로 일벌레들을 살육했다.
전술위성 2기가 서로에게 방사능을 걸고, 일벌레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오염시켜 죽인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2채의 항공정거장에서 생산된 항공수송선 2기가 추가 생산된 후속 병력을 싣고 날아가 1시를 공습했다.
거기다가 동시에!
절묘하게 배치된 기동포탑 3기가 배후로 우회 기동하는 마물 군단의 움직임을 지연시켰다.
이 4가지가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오 마이 갓!!!
-이게 믿겨지십니까? 여러분, 보이십니까?! 보고 계시면 이 귀중한 순간을 똑똑히 기억해두세요! 정말 경이로운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11시, 12시, 1시까지 전부 자원 채집 활동이 중단됐습니다! 러너의 입장에서는 확장 기지 3군데가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죠! 이러면 더 이상 카이저가 불리한 게 아니죠!
-이게 카이저입니다! 설사 역전이 일어난다 해도 차근차근 하나씩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한 방! 단번에 뒤집어버렸습니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이신의 닉네임, 카이저라는 단어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신의 믿기 어려운 슈퍼 플레이가 장내를 아드레날린으로 뒤덮어버렸다.
이신은 12시에 확장 기지를 건설하면서, 병력을 모아 박영호의 본진으로 진격했다.
그리고…….
-Runner: GG
GG 선언과 함께 경기장은 함성의 바다가 되었다.
헤드셋을 벗은 박영호는 GG를 선언해 놓고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다 이긴 게임이 왜 갑자기 져 있는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그 정도로 전광석화 같은 대규모 전략이었다.
2-1.
드라마가 연출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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