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9
68화 파프리카T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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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윙, 위잉―
오래된 구형 폴더폰이 진동했다.
이신은 흘깃 책상에 놓인 폴더폰을 바라보았지만 신경 끄고 방송, 아니, 게임에 집중했다.
그런데 폴더폰 전면 액정에 뜬 발신자 이름이 문득 뇌리에 박힌다.
‘지수민?’
이신교 교주 지수민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 건 때문에 한동안 연락을 피하던 그녀가 하필 이런 때 전화를 건 이유가 뭘까?
‘설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방송 중이었으므로 이신은 신속하게 폴더폰의 배터리를 뽑아버렸다.
이신이 스마트폰을 안 쓴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였다.
다행히 게임 중에는 캠을 켜지 않으므로 폴더폰을 끄는 걸 시청자는 보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이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가 개인 방송에 사용하는 마이크는 비싼 만큼 쓸데없이 감도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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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전화 왔네?
-BJ야, 전화 안 받아?
-혹시 여친?
-혹시 경찰서?
-오빠, 지금 내 전화 씹은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전화 안 받고 배터리 뽑아버렸다. 소리 다 들림. ㅋㅋㅋ
-전 여친 전화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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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소리로 다 듣고는 한마디씩 농담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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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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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은 흐뭇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신 님, 옛날 폴더폰 진동이 얼마나 요란한데요.’
아니나 다를까, 대사제들의 비밀 채팅방도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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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보고계셔: ㅋㅋㅋㅋㅋ
-이신교순교자: ㅋㅋㅋㅋㅋㅋ
-신님께간다: ㅋㅋㅋㅋㅋ
-신님의하녀: ㅎㅎㅎㅎㅎㅎ
-이신전심: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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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난무하는 채팅방.
그녀들은 달콤한 먹잇감을 발견한 암사자들처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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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예지신님: 확인 끝~
-신께서보고계셔: 꺅, 교주님 멋져!
-이신전심: 신 님이 요기 있었네?
-신님의하녀: 신께서 개인 방송을 하신다! 아이, 좋아♡
-신님께간다: 이제 돈 막 써도 신 님께 꾸중 안 듣는 건가요? 에헤♡
-이신교순교자: ㅎㅎㅎ 새로운 즐거움이 늘었다! 아, 존안을 뵐 수 있으면 더 좋았을걸!
-인의예지신님: 자자, 이제부터 교통 정리! 다들 파프리카TV 아이디는 티 안 나게 만들었죠?
-이신교순교자: ㅇㅇ
-신님께간다: 네~!
-이신전심: 신 님 팬이라는 티도 안 냈음!
-인의예지신님: 그리고 신 님께서 방송하신다는 사실도 어디 가서 발설하지 말 것!
-신께서보고계셔: 당연하죠. 신 님께서 숨기시고 싶어 하시니까 ♡
-인의예지신님: ㅇㅋ 그럼 별사탕 충전하러 ㄱㄱㄱㄱ
-이신전심: 고고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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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layer_SIN의 첫 개인 방송에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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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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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은 5게임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그 실력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시청자의 숫자도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덧 1천 명을 돌파했다.
뉴 페이스에 대한 궁금증에 게임 방송을 애청하는 시청자들이 일시적으로 모여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모인 시청자들은 어김없이 그의 실력에 매료되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
거기에 따라 정교하게 컨트롤되는 유닛들.
그리고 무지막지한 공격성!
처음에는 정찰 간 일꾼으로 상대 일꾼을 견제.
그 다음은 광신도 1기와 일꾼 1명과 함께 찔러 넣어 상대방의 일꾼을 사냥.
그 다음에는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된 거신병기로 공격과 후퇴를 반복하며 압박.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공격의 연속이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지루할 겨를이 조금도 없었다.
종종 별사탕을 선물하여 좋은 플레이에 대한 감탄을 대신했다.
방송을 시작하고서 받은 별사탕의 숫자가 2천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기반 없이 무작정 시작한 초보 BJ치고는 훌륭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6연승을 기록하며 다시 캠을 켰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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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주셔서님께서 별사탕 1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태어나주셔서님께서 열편 팬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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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터진 1만 개의 별사탕!
현금으로 따지면 100만 원! 파프리카TV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제외해도 큰 금액이었다.
시청자 채팅방이 난리가 났고, 그 와중에 별사탕을 쏜 장본인의 채팅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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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주셔서: 꺅,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였어 ㅠㅠ
-ㅋㅋㅋㅋㅋ 실수래 ㅋㅋ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여 ㅋㅋㅋ
-실수로 열혈 팬 가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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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Player_SIN은 고개를 끄덕이며 변조된 음성으로 말했다.
“실수로 쏘신 거라면 제가 환불을…….”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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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주셔서님께서 별사탕 1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태어나주셔서: 어익후, 또 클릭을 잘못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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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는 Player_SIN. 채팅창에 웃음과 경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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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을입고파님께서 별사탕 1만 개를 쏘셨습니다.
-성은을입고파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성은을입고파: 어휴, 나도 손이 미끄러졌다.
-헉!
-ㅆㅂ 뭐야 갑자기!
-오늘 무슨 날이냐? 왜 이래 분위기?
-요즘은 손 미끄러지면 별사탕 1만 개가 쏴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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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터지는 막대한 별사탕에 시청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사합니다. 너무 무리해서 선물하시는 게 아니었으면…….”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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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여자님께서 별사탕 1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신의여자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신의여자: 에헷, 팬클럽 회장 자리는 내꺼!
-헉, ㅆㅂ 뭐야!
-10만 개!!
-헐, 방금 1천만 원 쏘고서 저렇게 발랄한 채팅을 날린 거냐?
-하루 만에 차 한 대 뽑겠네. ㅎㄷㄷ
-BJ야, 축하한다. 렉서스 한 대 뽑아라.
-ㅋㅋㅋ 천만 원 갖고 뭔 렉서스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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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을 얻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니 시청자들은 크게 흥분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이것조차도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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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면핥을래 님께서 별사탕 1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그가면핥을래: 지지 않겠어!
-신의여자: 어쭈 ㅡㅡ?
-신의여자 님께서 별사탕 1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그가면핥을래: ㅇㅁㅇ
-그가면핥을래 님께서 별사탕 1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신의여자: ㅡㅡ;;
-신의여자 님께서 별사탕 1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태어나주셔서: 나도 팬클럽 회장 도전!
-태어나주셔서 님께서 별사탕 2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ㅎㄷㄷ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이러다 BJ 하루아침에 아파트 살 듯 ;;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금수저들의 자존심 싸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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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국의 팬클럽 회장은 별사탕을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회장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Player_SIN은 어안이 벙벙해졌는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몇몇 팬이 계속 경쟁적으로 별사탕을 쏴대며 치킨레이스를 하고 있으니, 감사를 표할 틈조차 없었다.
Player_SIN은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은 하얀 가면을 쓴 채 그 경쟁을 빤히 보더니, 급히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이상하게 분위기가 과열되어 있는데, 오늘은 일단 이걸로 방송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밤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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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
-이렇게 별 팍팍 터지는데 끝내려고?
-진짜 BJ 태도가 갑이네.
-돈이 궁하지 않다는 태도가 팍팍 풍김 ;;
-근데 오늘 대체 별사탕이 얼마나 터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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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Player_SIN의 첫 개인방송이 종료되었다.
첫날에 획득한 별사탕 숫자는 총 108만 4,82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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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트리밍 개인 방송의 시대?] [하루 만에 1억 매출을 올린 BJ!] [일확천금의 땅, 파프리카TV!] [모두에게 열려 있는 개인 방송의 시대. 신입 BJ가 하루아침에 1억 벌어] [첫 방송에 1억을 번 BJ Player_SIN, 정체는 이신?]?
e스포츠를 다루는 인터넷 언론들은 일제히 Player_SIN에게 주목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개인 방송의 스타 BJ들도 연예인 못잖게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물며 하루아침에 거금을 벌어들이며 심상치 않은 출발을 보인 신인 BJ가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도 온라인의 유명한 신비 고수.
최영준을 2 대 1로 꺾은 일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던 그 Player_SIN이었다.
신분을 숨긴 현역 프로게이머라는 루머도 있어, 여러 가지로 언론이 기사를 쓰기 좋았다.
웬만한 1군 선수의 연봉에 해당되는 액수를 하루 만에 번 BJ!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한국 e스포츠 전체로 확산되었다.
장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프로게이머들은 다시 한 번 BJ로의 전향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2군 선수나 연습생들.
똑같이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하는데 누구는 1억을 벌고 누구는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는데도 진전이 없으니 자격지심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 때문일까.
프로리그 후반기 시즌의 시작을 불과 며칠 앞두고 팀을 떠나는 연습생들이 속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계약으로 묶여 있는 2군 선수들도 은퇴 의사를 밝혀대고 있어 각 프로팀 관계자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대체 Player_SIN은 누구일까?
모두가 하얀 가면 속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물론 Player_SIN이 화제가 되면서 이신은 전보다 더 많은 의심을 받았다.
“이신 선수가 Player_SIN이라는 설이 있는데요?”
“예, 있더군요.”
“혹시 신분을 숨기시고 개인 방송을 하신 게 아닙니까?”
“전 계약상 시즌 중에도 개인 방송을 해도 문제없습니다. 개인 방송을 한다면 신분을 밝히고 하지 정체를 숨기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전에 스타 BJ 박한영 씨와 화해한 뒤에 함께 다니신 모습이 한 번 노출된 적 있었는데요. 혹시 박한영 BJ에게 개인 방송에 대해 배운 건 아니신지…….”
“곧 시즌 시작됩니다. 그딴 짓 할 여유 없습니다.”
기자들이 추궁할 때마다 뻔뻔하게 반박하는 이신이었다.
연습실에 출근하니 모든 선수가 빤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임으로 일확천금을 이룬 BJ가 탄생하면서, 그 정체를 가장 의심 받는 이신이 오늘도 주목받는 것이었다.
“인마, 진짜 너 아냐?”
방진호 감독은 끈질겼다.
“그만 좀 하십시오.”
이신은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아 씨, 진짜 체격도 딱 넌데.”
“증거 있습니까?”
“……없지.”
“그럼 그냥 말을 마십시오.”
방진호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부르르 떨었다. 기회만 된다면 꼭 한 대 패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이신은 자리에 앉았다.
문득 반대편을 보니 주디가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코치님.”
주디는 이신을 보며 그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이신이 의아해져서 물었다.
“왜?”
“아니에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신은 이내 신경 끄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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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님께서 별사탕 100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JUDY 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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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의 개인 방송국에 새로운 팬클럽 회장이 탄생했다.
개인 방송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1억을 벌어들인 이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