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8
77화 라스베이거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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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엘프를 다수 잃은 흑태자 에드워드는 이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마력 채집 양에 격차가 벌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고스란히 병력 격차로 나타날 터였다.?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님을 아는 흑태자 에드워드는 승부에 나섰다.?
아직 병력 규모가 비슷한 지금 결판을 짓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이신도 그 같은 판단을 했다는 점이었다.?
이신은 싸워주지 않았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려고 총병력을 끌고 나왔다가도 막상 흑태자 에드워드의 병력이 다가오면 후퇴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그렇게 전진과 우회와 후퇴를 반복하며 이목을 끄는 사이에도 견제는 계속되었다.?
서너 기의 기사가 빠르게 달려가 11시 마력석 채집장을 습격했고, 그걸 물리쳤나 싶으면 1시 본진에 나타난 열기구가 석궁병들을 드롭했다.?
석궁병들은 어린 엘프들을 다시 사살하며 그렇지 않아도 흑태자 에드워드의 마력 공급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처럼 상대의 시야에 닿지 않는 루트를 귀신같이 찾아내 찔러넣는 견제 플레이는 이신의 성명절기와도 같았다.?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견제에 시달린 흑태자 에드워드는 이신의 본진을 향해 진격을 개시했다.?
이신은 유리한 고지에서 병력을 포진한 채 기다리고 있다가 맞아 싸웠다.?
선택권이 없는 흑태자 에드워드는 지리적인 불리함을 떠안고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학익진으로 포진한 이신은 흑태자 에드워드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양익을 넓게 펼쳐 삼면(三面)에서 난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푸아티에 전투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높은 고지에서 투석기가 바위를 날려댔고, 흑태자 에드워드 측은 그걸 맞아가며 오르막을 올라 공격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흑태자 에드워드는 분전을 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사도 중 엘프 가드에게 빙의하여서 직접 앞장서서 싸웠다.?
하지만 그의 용맹으로도 결국 방어선은 뚫리지 않았다.?
많은 마력을 보유한 이신은 후속 병력을 계속 소환해 충원했다.?
더 이상 가망이 없자 흑태자 에드워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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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군주 데카라비아 님의 계약자 우드스톡의 에드워드 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7만 9천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 67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73,750으로 악마군주 데카라비아 님께서 서열 71위가 되셨습니다.]??
몸통을 이루고 있는 데카라비아의 거대한 얼굴이 낙담으로 가득 물들었다.?
5만 마력의 큰 패배라 분노할 겨를도 없이 충격에 빠진 모양이었다.?
이신은 말을 잃은 데카라비아에게 가볍게 툭 내뱉었다.?
“소원은 마력으로.”?
데카라비아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무섭게 노려보자 슬쩍 그레모리의 뒤로 피하는 이신이었다.?
결국 데카라비아는 마력량의 1%에 해당하는 737마력을 이신에게 넘기고는 흑태자 에드워드와 함께 사라졌다.?
총 797마력을 보유한 이신은 일단 그것을 쓰지 않고 놔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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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이신은 깨어났다.?
전면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해서 비행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도착하려면 열 시간이나 더 가야 했다.?
이신은 방진호 감독이 정리해 줬던 자료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비교적 마이클 조셉의 스타일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슥 훑어보며 대강 마이클 조셉에 대해 파악한 이신은 노트북을 꺼내 다운로드 받아놓은 경기 영상을 보며 직접 확인했다.?
빠르다.?
마이클 조셉의 플레이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반응이 매우 빨랐다.?
적을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 있는 자기 유닛을 컨트롤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 반사 신경이 30분이 넘어가는 장기전의 후반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된다는 점이 무서웠다.?
‘젊어서 그런가.’?
마이클 조셉의 나이는 만 18세. 한국 나이로 19세. 이신과는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어린 선수였다.?
나직이 한숨이 나왔다.?
이신이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처음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증조부는 일제강점기 때 재산을 풀어 학당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훌륭한 교육자였다.?
이신의 할아버지도 명문 대학의 저명한 교수로 학회에서 활약했고, 그런 후광에 힘입어 아버지 또한 젊은 나이부터 대학 교수로 임명되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렇게 유서 깊은 교육자 집안인 탓에 학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고, 이신은 대학 입시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해야 할 본분이기에 공부를 하는 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스페이스 크래프트였다.?
게임을 처음 접한 이신은 실시간 전략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처럼 게임에 미쳐 살기 시작했다.?
그 탓에 수능 점수는 부모님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고, 간신히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에 갈 정도는 되었지만 집안에서는 재수를 하라고 강권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이신은 더 이상 강압적인 아버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때마침 프로 팀의 연습생으로 발탁이 되자 이신은 비로소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는 노발대발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듯 프로팀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연습생으로 지낸 기간은 채 몇 개월 되지 않았다.?
2군 선수였던 적도 없었다.?
그러기엔 이신은 지나치게 천재적이었다.?
이미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시킨 상태라 아무도 가르칠 게 없었다. 또한 아무도 이신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는 탄탄대로였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습격 사건으로 손목 부상을 입었지만 이렇게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때때로 아쉬움이 들었다.?
만약에 중학생 때부터 게임을 했으면 어땠을까??
다른 어린 신인 선수들처럼 중고등학생 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 프로게이머로서의 전성기의 절반 이상을 공부로 보낼 필요도 없었을 터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업적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이클 조셉은 바로 그런 상상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그 나이에 벌써 선수 생활이 3년 차였던 것이다.?
“젊어서 좋겠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하하하!”?
그런데 문득 옆에 앉은 중년 사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신이 쳐다보자 중년 사내가 손을 들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하하, 그래도 한창 젊은 분이 그런 소릴 하시니까.”?
“이해합니다.”?
“나름 고충이 있을 텐데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아무튼 이제야 인사하게 됐네요. 박진용이라고 해요.”?
“이신입니다.”?
박진용이라 불린 사내는 명함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이신은 줄 명함이 없었으므로 그냥 악수만 받았다.?
명함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레스의 한국 지사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로 가시는 거죠?”?
“예.”?
“저도 LA에 있는 본사로 가는 길이에요. LA에 자주 가곤 하는데 거기서도 이신 선수의 인기는 대단해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몇 마디 더 나눴는데, 주로 박진용 부사장이 질문하면 이신이 대답하는 식이었다.?
“이신 선수가 복귀해서 그런지 요즘 한국에서도 주춤했던 e스포츠가 다시 상승세예요. 우리도 프로리그 후원도 검토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그쪽에 투자해 볼 생각이 있어요.”?
“혹시 프로 팀 창단도 생각하십니까?”?
“하하,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지는 않아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대화는 의외로 더 길어졌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를 치르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관람하겠네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긴장은 안 되세요?”?
“안 됩니다.”?
“하하, 한국에서보다 관객도 훨씬 많고 미국은 반응도 훨씬 격렬할 텐데. 분위기가 많이 다를 거예요.”?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게임을 할 땐 결국 전 혼자입니다. 아무도 제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아요. 그래서 아무 상관도 안 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박진용 부사장은 이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신은 곧 그에게서 신경을 끄고 마이클 조셉의 경기 영상에 집중했다.?
LA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쳤다.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로 환승하기까지 한 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는데, 그동안 미국 프로리그협회가 붙여준 가이드를 만났다.?
유혜진이라는 젊은 한국 여자였는데,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그대로 정착해 버린 케이스였다.?
물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이신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 시간 뒤에 두 사람은 함께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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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성에 이신은 정신이 없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젊은 팬들이 모여들어 사인을 요청했다. 한인들도 많이 모여든 까닭에 한국말로 된 응원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미국 협회 측에서 미리 보낸 직원들 덕분에 이신은 간신히 그 인파로부터 몸을 뺄 수 있었다.?
‘이렇게 많다고?’?
이신은 의외로 미국에도 자신의 팬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이렇게 뜨겁게 환영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세계 e스포츠의 정점에서 몇 년째 군림했던 이신이었기에 세계적인 인지도는 당연했지만 월드 SC 그랑프리 때 외에는 외국에 나갈 일이 없었던 이신은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협회 측에서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통역사 유혜진이 기사들의 질문을 하나씩 통역해 주었다.?
“미국에 오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정신없습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환영 인파를 보셨다시피 미국의 모든 e스포츠 팬들이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그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영 감사하고 좋은 경기 보여주겠습니다.”?
계속되는 질문에도 이신은 거의 간략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마이클 조셉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마이클 조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젊어서 부럽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마이클 조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에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마이클 조셉이 펼치는 경기를 쭉 보았습니다.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본 선수들 중 최고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이신의 단답형 답변에 지쳐 있던 기자들의 반응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개인전에서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그들보다 마이클 조셉 쪽의 재능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겁니까?”?
“예.”?
거리낌 없는 단답형.?
거침없이 솔직한 이신의 성격을 파악한 기자들은 점점 다채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조셉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데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팽팽한 승부가 될 것 같아 결과는 장담 못 합니다.”?
“마이클 조셉 선수의 재능을 최고라고 칭찬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신 선수 본인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신은 또다시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랑 비교할 급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신은 립서비스를 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