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9
78화 라스베이거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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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의 기자회견 영상은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퍼져 나갔다.
미국의 e스포츠 팬들은 드디어 이신이 자기들의 나라를 방문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걸 질투하는 반응이 다분했다.
본래 이신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좀처럼 오지 않는 귀하신 몸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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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대체 얼마를 준다고 했기에 카이저가 미국에 간 거야? 우리 중국은 미국보다 돈을 많이 못 부른 거야?
-어이, 신! 바로 옆 나라라고. 미국 갔다가 우리 캐나다도 좀 와!
-우리 일본은 바로 한국의 이웃나라야. 배를 타고도 올 수 있는 곳이라고! 그것도 귀찮다고 안 오는 인간이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다니!
-어이, 위에 일본 친구. 너희는 가까운데 그냥 너희들이 한국 가서 이신의 경기를 보면 되잖아? 신(God)께 감히 오라 가라 하는 거 아니야.
-신께서 미국에 강림하셨다! 그리고 난 라스베이거스 개막전 티켓을 손에 넣었지!
-그 티켓 1,000달러에 내게 팔아.
-2,000달러.
-맙소사, 마이클 조셉과 카이저의 대결이라니! 그걸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는 놈들은 얼마나 축복을 받은 거야?
-하하하!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죽치고 있던 보람이 있었어. 난 그의 사인을 받았다고!
-내가 여자 친구에게 라스베이거스 놀러가자고 죽자 살자 졸라댄 이유가 있었지! 티켓은 못 구했지만 이신을 직접 본 걸로 만족할래.
-그의 인터뷰 봤어? 웃기던데. 정말 이신다웠어. 😀
-오만한 것 같은데 잘난 척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더 웃겨.lol
-기자: 마이클 조셉의 재능을 당신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신: 피식.
-카이저께서 황송하게도 마이클 조셉을 칭찬해 줬으면 됐잖아. 조셉이 잘하긴 하지만 카이저와 비교하다니, 바랄 걸 바라라고.
-그래서 팽팽한 승부가 될 거라고 하잖아. 그는 빈말을 하지 않으니까 정말 치열할 거야.
-그 승부에 너무 심하게 의미를 두지 마. 그냥 이벤트잖아.
-그래도 카이저는 지는 걸 매우 싫어하는데, 사력을 다하겠지?
-갑자기 성사된 매치야. 카이저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불려왔잖아! 반면 마이클 조셉은 거의 선수 생활 내내 카이저를 분석하고 공부했지. 불공평한 대결이야.
-설사 카이저가 지더라고 그의 명성에 금이 가지는 않아. 난 그저 멋진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로 그의 개인화면만 방송에 잡아줬으면 좋겠어. 그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하는지 알고 싶어. 보고 참고하면 내 실력도 늘겠지?
-부대 지정이나 화면 지정 등을 어떻게 지정하는지 알고 싶긴 해.
-어이어이, 그런 걸 따라한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야. 그랬으면 모든 선수가 그의 지정키를 따라했겠지.
-실제로 악착같이 따라하는 녀석들 많잖아? 그중에는 성공한 놈들도 있고. 마이클 조셉이라든지, 엔조 주앙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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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해외의 반응은 한국의 네티즌들이 번역해 나르면서 국내 팬들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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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첫 번째 맵은 신성한 잔흔입니다.”
TC, 팀 크라이시스의 전략회의실.
젊은 백인 남성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뚱뚱한 중년의 백인과 앳된 얼굴의 흑인 청년이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카이저가 이 맵에서 택하는 전략은 2기갑 빌드의 빠른 견제입니다. 하지만 최근은 거의 쓰이지 않고, 얼마 전에 유출된 그의 리플레이 영상을 보아 1기갑 더블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전 스타일을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그때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2기갑 빌드는 시작부터 기갑정거장 2개를 지어서 고속전차나 기동포탑을 뽑아 공격에 나서는 형태였다.
앞마당 확장 기지를 늦게 가져가기 때문에 상대를 공격해 타격을 입히지 못하면 자원 면에서 불리해지는 배수진 같은 전략이었다.
반면에 1기갑 더블은 기갑정거장을 하나만 짓고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빌드 오더였다.
2기갑보다는 그래도 빨리 확장 기지를 가져가므로 어느 정도는 후반을 바라본다고 봐야 했다.
물론 가장 정석적이고 일반적인 빌드 오더는 바로 1병영 더블.
병영 하나 짓고 바로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빌드 오더였다. 일단 자원 확보부터 빨리 해서 후에 병력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전략이었다.
“1병영보다는 1기갑 더블이라. 초반의 주도권은 손에 놓지 않으려는 것이군.”
“예. 때문에 견제가 들어올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투지에서의 인류 대 인류 전 전적을 통틀어 견제 패턴을 통계해 보면…….”
팀 크라이시스의 전략팀은 이신을 굉장히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었다.
신성한 잔흔.
투지.
유혈의 권좌.
세 가지 맵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최적화된 대이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벤트 매치를 준비해 왔다.
어떤 맵이 쓰일지도 미리 통보 받고 전략팀이 대대적으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사실 이번 이벤트 매치 자체가 팀 크라이시스가 기획하고 협회에 밀어 개최한 것이었다.
메달을 따내지 못해 빛을 바랜 마이클 조셉의 스타성을 이번 이벤트 매이를 통해 다시 부각시키고자 함이었다.
“카이저 측은 특별한 전략을 준비하지 않았을 겁니다. 공식전이 아니니만큼 무난한 패턴을 보이겠지요.”
젊은 백인 사내, 팀 크라이시스의 전략팀장 잭의 말에 마르케스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우리가 준비한 전략이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겠군.”
그러나 흑인 청년은 두 사람의 대화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흑인 청년의 이름은 마이클 조셉.
바로 포스트 이신을 꿈꾸는 미국의 신성이었다.
“이건 불공평한 게임이 아닌가요? 그는 우리와 달리 맵을 통보받지도 못했잖아요. 준비할 시간도 갖지 못했고요. 그걸 이긴다고 해도 명예롭지 않아요.”
“조셉.”
마르케스 감독이 진지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네 기분은 이해하고말고. 넌 그처럼 위대한 스타가 될 수 있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지금은 아니라고요?”
아니라고 못 박고 싶었지만, 마르케스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감독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마르케스 감독이 말했다.
“카이저의 전성기 시절에 한국에서 그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칭해지던 선수가 있었다.”
“황 말이죠.”
“그래. 비공식전에서 그는 카이저를 상대로 4할의 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단자라는 별명을 얻었지.”
10번 싸워서 4번은 이긴다는 뜻이니 그 당시 카이저의 카리스마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식전에서 그의 승률은 2할도 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카이저가 철저히 전략을 준비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래. 준비된 카이저와 준비되지 않은 카이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야. 컨트롤, 피지컬, 멀티태스킹, 정신력, 모든 게 완벽한데 심지어 탁월한 전략가거든. 그의 전략에 말려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패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야.”
마르케스 감독은 마이클 조셉의 어깨를 툭툭 쳤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일단은 너의 장점으로 카이저를 꺾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이번 매치는 우리가 제2의 카이저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야.”
마르케스 감독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가리켰다.
“모든 준비가 끝났어. 네가 승자가 될 조건이 모두 충족됐지. 넌 준비된 무대에 올라가 승자가 되기만 하면 돼.”
“…알았어요.”
“정정당당히 그를 꺾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건 내년 월드 SC 그랑프리로 미루자고.”
탐탁지 않았지만 마이클 조셉은 순순히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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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다음날, 바로 미국 프로리그 개막식이 열렸다.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벤트 매치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프로리그 시즌 중에 오랫동안 한국을 비울 수 없었기 때문에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대에 나온 사회자의 인사에,
“와아아아!”
“우오오오!”
관객들의 함성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MGM 호텔의 경기 시설에 관객이 가득 찼다.
미국 e스포츠 프로리그의 개막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이 축하공연에 초청되어 경기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궈주었다.
개막전에서 붙게 된 두 팀의 선수들이 입장해서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각오 등을 보였다. 양 팀의 팬들이 팀을 응원하며 열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벤트 매치의 순간이 다가왔다.
돌연 경기장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었다.
마이클 조셉의 소개 영상이었다.
지난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기들과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올라갔던 경기들의 하이라이트가 잇달아 선보였다.
이윽고 마이클 조셉이 무대에 나타났다.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쏟아지자 관객들이 환호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Joe! Joe! Joe!”
“Joe! Joe!”
자신의 애칭을 외치는 팬들에게, 마이클 조셉은 손을 흔들고 웃으며 화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영상이 나타났다.
웅장한 음악이 내리깔리면서 순간 모든 관객들이 영상에 압도되었다.
-가장 힘든 상대가 있었다면 누구를 꼽고 싶습니까?
-없습니다.
-네?
-힘든 상대가 없었습니다.
처음 출장한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무패로 금메달을 차지한 뒤의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가 영어 자막과 함께 임팩트 있게 영상을 채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신의 역대 명경기 하이라이트들!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이 세 번이나 나타나고,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 한탄조의 뉴스 헤드라인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
세계 e스포츠에서 이신이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소개 영상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신이 입장하자 아까보다 훨씬 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Lee Sin!!”
“Sin! Sin! Sin!”
“Kaiser! Kaiser!”
관객들의 엄청난 열광에 이신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미국의 관중들은 한국보다 훨씬 뜨거웠고, 매우 열광적으로 그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고 있었다.
지금껏 받아본 가장 격렬한 관객들의 환호였다.
긴장할 만도 하건만, 이신은 다시 평상심을 되찾은 듯 무표정이었다.
마이클 조셉과 이신은 서로를 마주보며 악수를 한 뒤 말없이 각자의 부스로 향했다.
사회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여러분들이 가장 기다려온 매치가 마침내 시작됩니다! 지난해 개인리그 우승에 빛나는 신성 마이클 조셉!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카이저! 과거와 현재의 제왕이 드디어 오늘! 이 자리에서 한 판 승부를 겨룹니다!
사회자가 큰 소리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동안, 이신은 방음 처리된 부스 안에서 장비를 세팅했다.
바깥의 소음들이 들리지 않았다.
마우스 감도를 테스트해 보면서 이신은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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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할 땐 결국 전 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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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비행기 안에서 만난 박진용 지사장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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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제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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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음을 날카롭게 벼르듯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였다.